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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질래요-26화 (26/84)

26화. 애처가의 정체

“하읏, 으으응. 아앗!”

“씨발, 완전히 흥분돼. 이런 기분 오랜만이다. 흣.”

강화그룹 일가 사람들 외에 임원들만 쓸 수 있다는 서울아신병원 VIP 병실 라인. 그중에서도 가장 크고 비싼 룸 안에는 세 사람이 함께했다.

의식불명인 환자 한 명과 그녀를 두고 욕정 채우기에 바쁜 반 나신의 헐벗은 커플.

이미 오랜 시간 합을 맞춘 듯 익숙한 연인은 누워 있는 환자를 등진 채 테이블에 기대어 한창 19금 정사 씬을 연출 중이었다.

“크리스마스 이후 처음인 거 알아?”

“드문드문 좋잖아. 안 질리고.”

“아내 앞에서 너무 한 거 아니야?”

“형부랑 놀아나는 너만 할까.”

“칫! 아앗, 아앙, 앗!”

여자의 앙칼진 신음이 병실 안에 널리 널리 울려 퍼졌다. 환자를 위해 최상의 조건으로 맞춰진 쾌적한 공기도 남녀의 밭은 호흡으로 색정적이게 변질돼 갔다.

“읏, 으. 아앗!… 으으응.”

주르륵, 여자의 사타구니를 타고 투명한 액체가 흘러내렸다.

여자의 골반을 움켜쥔 채 페니스를 치대는 남자의 격렬한 움직임에 덜컹덜컹, 유리 테이블도 흔들렸다.

여자의 속살을 푹푹, 가르며 제 분신을 박아대는 남자의 박력에 테이블에 가슴을 짓뭉갠 여자의 입에서 색스러운 욕들이 쏟아졌다.

흔들리는 여자의 동그란 엉덩이를 움켜쥔 남자는 운전이라도 하듯 치댐의 강도를 점점 끌어 올렸다.

굵은 핏줄이 선 큼지막한 성기가 불그스름한 꽃잎 사이를 들락날락. 살들이 밀려 나올 때마다 질펀한 꽃물이 병실 바닥에 뚝뚝, 흥건한 샘을 이뤘다.

몸속을 드나드는 육중한 분신을 더 이상 버텨낼 수 없는지 여자의 허벅지가 파르르 떨려온다. 하이힐에서 내려온 여자의 발가락이 자꾸자꾸 곱아 들었다.

“아앗!”

갈라진 틈새로 미끌미끌한 굵은 성기가 더욱 깊숙이 쑥 들어갔다. 톱니바퀴처럼 꽉 맞물린 음부 사이를 느릿느릿 왕복하다가도 돌연 퍽치기하듯 푹 들어갔다.

테이블이 고꾸라질 만큼 남자는 제 엉덩이를 힘차게 쳐올렸다.

“하아앙. 으읏.”

마지막을 장식할 사정의 시간이었다. 남자가 단단한 성기로 여자의 내벽을 헤집으며 피스톤 운동을 최상으로 끌어 올렸다.

“흡, 싼다. 흣.”

남자의 신호에 여자의 전신이 그의 움직임 따라 덩실댔다. 그녀의 자궁 속에 정액이 분사되자 신음을 토해내던 새빨간 입술에선 의외의 질문이 꺼내졌다.

“나, 사랑해?”

돌연 남자의 얼굴이 엉망진창으로 일그러지더니 이내, 홀연히 사라졌다.

“처제, 많이 피곤했나 봐? 잘 지키랬더니 잠들면 어떡해?”

“뭐? 처제?”

그제야 줄래는 저를 흔들어 깨우는 남자의 실체를 확인했다. 언니 침상에 엎드린 채 잠든 저를 깨운 건 형부, 윤태윤이었다.

“너야말로 무슨 꿈을 꿨길래 숨이 그렇게 거칠어?”

“너랑, 하는 꿈. 나 지금 젖었는데, 할래?”

“미쳤어?”

“여기서, 어때?”

게슴츠레 뜬 눈으로 저에게 도발하는 줄래 때문에 태윤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말조심하랬지? 여기가 어디라고.”

“식물인간인데 뭐, 어때?”

“니네 언니야,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가 있지?”

태윤이 멸시의 눈초리로 줄래를 쏘아봤다. 그 따끔한 눈빛이 줄래 안에 자리매김한 분노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사고로 한 달째 의식불명인 언니가 불쌍하기도 했지만, 그런 상태에서조차 태윤에게 사랑받는 가질래가 미웠다. 긍휼을 베풀 이유 따윈 없었다.

아버지도 무슨 생각인지 장녀에게만 모든 재산을 상속했다. 식물인간보다 제가 더 무능하다는 걸까? 줄래는 그제야 깨달은 게 있었다.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결코 가질래를 뛰어넘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나, 질래랑 혼인신고했다는 톡, 며칠째 안보더라.”

“언니한테 묻지도 않고, 기어이?”

“앞으로는 남편 자격으로 아내 보살필 거야. 니네 언니 강한 여자잖아. 반드시 좋아 질….”

짝!

줄래가 태윤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순간 태윤의 눈매가 평수를 넓혔다.

“요즘 들어 왜 이래? 제정신이야?”

“이럴 거면 왜 잤어, 나랑. 크리스마스 아침부터 왜 찾아왔냐고.”

“조용히 안 해? 실수라고 했잖아. 그 이야기 한 번만 더 꺼내기만 해봐.”

그러자 갑자기 줄래가 제 블라우스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태윤은 단추와 치열하게 시름 중인 줄래의 손을 얼른 제지했다.

“놔! 이거 안 놔?”

“뭐 하는 거야!”

“한 번만 더 자. 이렇게 포기하기 싫어.”

“여기 병실이야. 대신 강화그룹 지분 너 준다고 했잖아.”

“유산이 목적이야? 그럼 그거 받음 이혼할 거야?”

줄래의 말에 깜짝 놀란 태윤은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이에 줄래가 저항한다는 게 그만 블라우스가 뜯겨 나갔다. 한쪽 어깨가 드러나면서 브래지어 끈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태윤은 그 모습이 민망한 듯 얼른 고개를 돌려 침상에 누워 있는 질래를 바라봤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해. 언니랑 하고 싶을 때마다 찾아와. 닮아서 좋았다며.”

뒤통수에서 들려오는 줄래의 목소리가 애달파서 태윤은 서서히 시선을 꺾어 그녀를 바라봤다. 누가 봐도 동정 어린 눈빛이었다.

“가줄래! 너 인기 많잖아, 왜 그렇게까지 나한테 집착하는 건데?”

“오빠도 인기 많잖아. 근데 왜 질래 언니여야만 해? 식물인간이 왜 좋은데? 그냥, 강화그룹이 탐나는 건가?”

“내 아내 회사 좀 탐내면 안 돼? 물론, 가질래 남편이 되고 싶었던 게 가장 컸지. 이제야 내가 보호해 줄 수 있게 됐는데, 왜. 그럼 안 돼?”

“단 한 번도 바라봐주지 않던 여자를 그런 식으로라도 갖겠다? 그러고 싶니?”

태윤은 줄래을 말을 무시하듯 질래의 하얀 손을 조물조물 주물렀다.

“손이 참 고와. 자맨데 참 다르단 말이야.”

태윤의 등 뒤에서 깊은 한숨을 내뱉은 줄래의 신음이 토악질처럼 들렸다. 잠시 후 줄래는 질래가 누워 있는 침상으로 다가갔다. 허리를 숙여 질래의 귓가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언니, 들려? 난 저래서 태윤 오빠가 좋더라. 그러니까, 이해 좀 해주라.”

줄래는 몸통을 돌려 태윤의 입술에 쪽, 가볍게 뽀뽀한 후 병실 문 밖으로 또각또각 킬 힐 소리를 내며 도망치듯 나가버렸다. 태윤은 줄래의 실루엣이 병실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녀의 뒷모습을 무심히 바라봤다.

“뭐가 저렇게 꼬였을까, 내가 문제니, 네 동생이 문제니?”

태윤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질래에게 대답 없는 질문만 남긴 채, 줄래가 나간 문밖으로 따라 나갔다.

쾅.

문 닫히는 날카로운 소리가 병실을 가득 채웠다. 순간 침상에 누워 있던 질래의 한쪽 볼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마치 어금니를 꽉 깨문 사람처럼 부풀어 올랐다가 이내 판판해졌다.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의 사소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알고 보면 결단코 사소하지 않은 생의 신호였다.

***

진정한 멋스러움이 폭발한다는 건 이런 걸까?

고급스러웠다.

살면서 이렇게 비싼 슈트를 입어본 건 처음이었다.

거울 속 남자는 분명 제가 잘 아는 이은우였는데 확실히 비싼 날개를 달아서인지 핏부터가 달랐다.

미운 오리가 백조가 되어 날아오른 기분이랄까. 순시에 명품 브랜드 톱 모델이 된 기분이었다.

“핏줄 못 속인다더니. 어쩜!”

VIP 병실 거실이 패션 위크 런웨이로 돌변했다. 은우가 슈트를 입고 나오자마자 기 회장의 눈동자에선 감동의 물결이 넘실댔다.

남 실장 역시 입술을 말아 문 채 무의식중에 고개를 주억였다.

“남 실장, 지나보다 더 클 수 있겠지? 우리 은우 말이야.”

“외적인 조건만 두고 봤을 땐 제 매니저 인생 걸고, 음, 최고입니다. 비율도 훌륭하고, 미소도 예쁘고요.”

“뭐든, 다 지원해 줄 테니까 우리 은우 잘 좀 키워 봐요. 그러려고 거금 들여서 TY에서 연예매니지먼트 사업 인수한 거니까. 신경 좀 써 줘요. 이제 일개 실장은 아니잖아?”

“감사합니다.”

남 실장이 충성을 맹세하듯 기 회장 앞에서 허리를 90도로 꺾었다.

다만 놀라운 것은 GH그룹이 TY 그룹 계열사 에이전시를 직접 인수했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TY그룹 보다 GH그룹의 재계 순위가 높다는 건 알고는 있었지만 이정도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한평생 이름조차 몰랐던, 세상에서 가장 원망했던 아버지란 작자 덕분에 이은우 인생의 반전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 질래만 되찾으면 된다.

은우는 거실에 있는 전신 거울을 보며 와이셔츠 깃을 반듯하게 접었다. 그리고는 탁상에 놓여 있는 온갖 보물이 담긴 쇼핑백을 손에 쥔 채 병실 문 쪽으로 향했다.

“은우야, 일단 내 차 타고 가라.”

문고리를 잡기 직전 기 회장이 은우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괜찮습니다. 제가 알아서 가겠습니다.”

“VIP 병실, 거기 아무나 못 들어가. 여기도 마찬가지고. 간다고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젠장! 알 턱이 있나. 그런 세계에서 살아 봤어야 말이지. 기 회장의 말에 설득당한 은우가 결국 길을 틀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죠?”

“글쎄….”

“도와주세요…. 보고 싶어요.”

“그게 말이다. 실은….”

“제발요, 할머니!”

오죽하면 할머니란 호칭을 썼을까. 은우의 진심 어린 호소에 기 회장은 폐부에서부터 깊은 한숨이 쏟아졌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남편이 아주 애처가라는구나. 그 남편 되는 애랑 내가 인연이 좀 있으니까, 개인적으로 연락 넣어둘게. GH그룹 상무랑 같이 가. 내 차 타고.”

“혹시 그 애처가, 윤태윤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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