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젠장! 또 꼴린다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미쳤어?”
비디오폰을 확인한 여자가 모니터 속 태윤의 얼굴을 확인한 후 다급히 현관문을 열었다.
“어유! 술 냄새, 설마 음주 운전한 건 아니지?”
“오랜만이다.”
“뭐가 오랜만이야,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아니, 같이 자는 거!”
태윤이 현관문을 거칠게 밀치며 들어왔다. 비틀비틀, 위태롭게 꼬인 걸음. 그의 시선 속 세상은 온통 뱅글뱅글, 현란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제 앞의 여자도 저를 조롱하듯 실루엣이 흐물댔다.
“왜 이래? 2시간 동안 어디서 술만 퍼마시다 온 거야?”
“잠이 와야 자지. 근데 이상하게 네 생각이 났어. 꼭 가족처럼 편해, 너.”
“이기적인 건 여전하네.”
“다 짝이 있나 봐. 결국 나를 받아주는 건 또 너잖아?”
“결혼은 가질래랑 하고, 위안은 나한테 받겠다? 나쁜 새끼. 읍!”
태윤이 여자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곤 거세게 그녀가 입고 있는 실크 가운의 끈을 한 손으로 쭉, 풀어냈다.
“술김이라서 그런가? 닮긴 진짜 닮았다. 8년 전에도 실수였는데. 오늘도….”
사르륵, 여자의 가운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여자의 탄탄한 나체가 그의 앞에 드러난 순간, 굶주린 맹수가 정신없기 그녀를 핥아댔다.
“으읏, 좀 씻고 하지?”
“그걸 기다릴 여자가 속옷도 안 입고 있다고?”
여자는 으르렁거리며 달려드는 남자를 제어할 여력이 없었다. 그는 그야말로 무자비하게 돌진하는 맹수였다. 발정 난 짐승처럼 그녀를 안아 든 후 이태리 최고급 가죽 소파 위에 내던지듯 눕혔다. 여자 위로 올라탄 후 몰캉한 가슴을 짜부라뜨렸다. 정신없이 여자를 빨아대면서도 그의 양손은 쉬지 않았다.
“또, 술 깨면 그때처럼 후회하려고?”
여자는 신음을 토해내면서도 남자에게 제법 이성적인 질문을 했다.
“또 실수 드립 치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보면 안 될까?”
“유혹할 땐 눈길조차 안 주더니, 무슨 일이 있긴 있구나? 8년 만에 제 발로 찾아온 거 보면.”
종알대는 여자가 시끄럽다는 듯 남자는 여자의 허벅지 사이 내밀한 곳에 중지를 푹, 찔러 넣었다. 동시에 쇄골에서 가슴까지,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제 흔적을 짙게, 짙게 남겼다.
그 자극만으로도 여자의 내벽이 꿈틀꿈틀, 남자를 맞을 준비에 들어갔다. 비좁은 구멍에서 꾸역꾸역 질펀한 물을 쏟아냈다.
그러자 질구를 푹푹 쑤셔대던 남자의 손가락이 투명한 거미줄을 달고 구멍에서 쏙 빠져나왔다. 애액으로 흠뻑 젖은 손가락을 짐승처럼 혀끝으로 할짝댔다.
“가질래도 이런 맛일까?”
“내가 가질래야? 어떻게 8년 전이랑 변한 게 없니.”
“한 번만 봐 주라.”
“내가 거절 못 할 거 알고 이러는 거….”
태윤은 여자의 말허리를 싹둑 잘라낸 채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얼굴을 처박았다. 탄탄한 허벅지를 제 손으로 고정시킨 후 질구에서 흐르는 달뜬 물을 쪽쪽 빨아 마셨다.
“으흥, 으으읏.”
통통한 음순, 동그랗게 물오른 클리토리스, 질구와 그 아래 은밀한 구멍까지.
남자가 고개를 주억이며 진득하게 아래위로 입맞춤을 쏟아냈다. 뭉툭한 혀로 여자의 내밀한 곳 구석구석을 문지르다가도 뾰족한 혀끝으로 진주알을 강하게 짓뭉갰다. 덕분에 여자의 허벅지에 경련이 일었다.
“으흣, 이렇게 잘하는 남자였어? 좋다!”
들썩들썩, 춤추는 여자의 허리만큼이나 간드러진 콧소리였다.
여자의 애액과 남자의 타액이 뒤섞여 질척대는 소리가 오피스텔 거실을 적나라하게 채워갔다. 태윤이 주는 아찔한 환락에 전신이 무너져버린 여자였다.
“무슨 일인데 이래.”
“아무 말도 말아주라.”
제 앞에서 농염하게 비비 꼬는 여자의 중심부를 태윤이 공격적으로 맛보고 또 맛봤다. 제리뽀라도 흡입하듯 쪽쪽 음미한 후 그 안의 과즙 하나 남김없이 쭉, 빨아들였다.
“윽, 비릿해. 이런 게 맛있다고? 왜 이런 걸 먹지? 다들 정상이 아니야!”
“여태 먹고 한다는 소리가 그거야?”
“인생 헛산 기분이야, 둘은 잤겠지?”
“자꾸 이상한 소리 할래?”
여자는 능숙하게 태윤을 리드하며 그를 기쁘게 할 다음 자세를 취했다. 남자 위로 올라가 우뚝 솟은 페니스 헤드를 베어 문 후 막대사탕 빨 듯 입안에서 살살 굴렸다.
“하! 역시.”
“기왕 취한 김에 나도 좀 해주지?”
고민하기도 잠시, 태윤은 여자의 꿀물이 쏟아지는 시크릿 가든에 제 혀를 뿌리내렸다. 흥분한 꽃잎들이 남자의 혀를 휘감길래 그 안에서 휘휘 저으며 함께 놀았다.
“흐읏, 으으응!”
음부를 빨아대는 흡입력에, 혀가 전해 주는 야릇함에 남녀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교성을 내질렀다.
육체가 주는 최상의 쾌락에 중독된 이 알 수 없는 조합. 가질래를 위해 혼전 순결을 지켜보려 했던 태윤이 유일하게 두 번씩이나 이 여자한테 무너졌다.
“나랑 자면 어때?”
저보다 훨씬 어리지만 여러 남자를 상대해본 여자에게 태윤이 질문했다.
“글쎄, 좀 더 적극적으로 해봐. 평가해 주게.”
평가라. 태윤은 그 단어에 민감했다. 그래서 돌연 자세를 바꿔 그녀의 몸을 소파에 걸쳐 뒀다. 동시에 여자의 동그란 힙이 태윤 앞으로 바짝 쳐들렸다. 브라질리언 왁싱을 한 덕에 애액으로 범벅된 검붉은 음부가 남자 앞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꼴리는 대로, 여자의 허리를 쥔 채 가랑이 사이로 페니스를 퍽, 밀어 넣었다.
“윽! 야! 윤태윤!”
발버둥 치는 여자의 하체 사이가 순식간에 뚫렸다. 쫀득쫀득, 까끌까끌한 느낌이 남자의 페니스에 생생하게 와 닿았다. 역시나 강렬한 죔이었다.
태윤은 늘 궁금했다. 대체 이 여자에게 끌리는 이유가 뭘까. 분명 가질래를 향한 순애보와는 다른 감정이었다. 평소에는 이성으로 보이지도 않던 이 여자가 극한 상황에 늘 생각나는 까닭을 알 도리가 없었다. 혹시라도 제가 모르는 애정이란 게 저 밑바닥 끝에 간당간당하게 걸려 있는 건 아닌지, 아무도 그 답을 알려주지 않았다.
퍽퍽, 가장 은밀한 신체 부위를 교접한 채 극한의 오르가슴에 빠진 남녀는 누가 봐도 색스럽다. 빈틈없이 빽빽하게 채워진 여자의 주름을 밀어내며 제 분신으로 강하게 압박했다.
푸욱, 피웅.
간혹 바람이라도 세는 듯, 2% 어딘가가 채워지지 않는 식상한 섹스.
태윤이 허리로 원을 그리자 질퍽이는 소리가 함께 여자의 신음이 터졌다.
“아아앙. 하응, 으흐응. 읏!”
태윤은 사정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나름의 전략으로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무엇을 떠올렸는지 발버둥 치는 그녀를 더욱 거칠게 학대했다. 내벽에 쿵쿵, 다소 폭력적으로 박아댔다.
“아앗! 아프다고, 오빠! 으윽, 아악!”
목소리 데시벨이 올라갈수록 질벽도 가쁘게 헐떡댔다.
하! 바로 이 느낌이야.
태윤이 발광하는 여자의 몸에 드디어 들끓는 정액을 분출했다.
가질래는 그렇게라도 정복하고 싶은 여자였다. 이렇게라도 상상 속의 그녀를 갖고 싶었다.
“미쳤어? 오늘 왜 이래?”
다만 눈을 뜨니 상상 속의 그녀와는 다른 여자가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있었다.
“후회할 거 같아.”
“뭐라고?”
여자의 눈썹이 뾰족하게 휘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남자는 계속 제 말만 해대는 게 아무래도 술에 취해 공감 능력을 상실한 게 분명했다.
“닮긴 했는데, 역시 가질래를 대신 할 순 없나 봐.”
“어디서 술 떡칠하고 와서는 그따위로 말해? 나쁜 새낀 건 알지?”
그러자 또 자기 맘대로 제 품에 여자를 가둬버렸다. 소파에 딱 달라붙어 그녀의 목덜미에서 가쁜 숨을 내뱉었다. 남자의 맥이 이상하리만큼 폭주하고 있었다.
마치 극도의 불안함과 초조함을 호소하는 사람처럼 식은땀을 줄줄 흘리는 게 평소 제가 알던, 제 첫 경험을 앗아간 그 나쁜 놈이 아니었다.
그 덕분에 여자에게 촉이란 게 발동했다. 그의 가슴팍에서 이내 입술을 달싹였다.
“솔직히 말해! 오빠 무슨 일 있지?”
“…….”
***
삐거덕!
같은 시간 닭발집엔 방문 열리는 소리가 방 안의 침묵을 깼다.
그 소음에 패딩 속에 곤히 잠들어 있던 질래의 눈꺼풀이 힘겹게 올라갔다.
다행히 가게 쪽으로 이어진 문은 아니었다. 바깥으로 이어진 비상구로 누군가가 들어왔다. 실눈을 뜨고도 질래는 알 수 있었다. 내 남자, 이은우구나.
“어디 갔다 왔어?”
목소리가 잠겨 버렸다. 얼마나 잔 걸까?
은우한테 이런 초췌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니, 신경 쓰였지만 별수 없었다.
“편의점 좀 갔다 왔어, 집에 갈 때까지만 이거 입어.”
은우 손에 들린 검은 봉지 안에는 남녀 팬티 한 벌과 여성용 내의, 털양말과 핫팩이 들어 있었다. 찡한 감동이 밀려왔다. 한 번도 입어본 적 없는 편의점 브랜드였지만 남자의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 사소한 물건 하나하나가 크리스마스 선물 같았다.
“산타네. 난 아무것도 준비 못 했는데.”
“눈 뜨니까 품에 있던데? 생에 최고의 선물, 가질래.”
그의 말에 질래의 반달눈이 초승달처럼 귀엽게 휘었다. 입매도 제법 부드러워졌다.
사실 애액으로 범벅된 팬티를 다시 입기도, 그렇다고 노팬티로 오토바이를 타기도 뭐한 상황이긴 했다.
은우처럼 센스 넘치는 남자가 제 남자친구여서 다행이었다. 잠에서 덜 깬 눈으로 봐도 남자의 특출 난 미모는 낮이나 밤이나 변함없었다.
“뭘 그렇게 봐? 나한테 반한 표정이네.”
“응? 그런가?”
“반할만한 얼굴이긴 한데, 지금은 얼른 짐 챙겨야 해. 어두울 때 가고 싶다며.”
“몇 신데?”
“6시 조금 넘었어.”
2시간 정도 잔 건가? 질래가 화이트 패딩 안에서 양팔을 쭉 뻗어 기지개를 켰다.
그게 은우 눈에는 좀 신비로운 광경처럼 보였다.
고구려 주몽 신화처럼 마치 나신의 여자가 새하얀 알을 깨고 부화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젠장. 또 꼴린다.
“옷 좀 입어, 여기서 한 번 더 할 거 아니면.”
“웅? 뭘 해?”
“순진한 거야, 순진한 척하는 거야? 엄청 참고 있는 거 안 보여?”
“설마….”
그 순간 여자의 눈에도 확연히 들어왔다. 은우의 바지 위로 점점 세워지는 천막의 실체가 너무도 적나라해서 질래의 양 볼이 점점 선홍빛으로 물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