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은밀한 고백
한편, 방 안에서는 할머니의 존재를 인식한 남녀의 야살스러운 사투가 벌어졌다.
“가만히 좀 있어.”
질래가 은우에게 중얼거리듯 속삭였다. 하지만 이미 절정으로 항해 중인 남자에게 멈추라는 건 너무도 가혹한 형벌이었다.
그것도 볼륨감 넘치는 나체의 여자를 눈앞에 두고, 게다가 빵빵하게 물오른 페니스를 쫀쫀하게 머금고 있는 내벽에 들어간 채로 말이다.
그래서 한다는 말이 결국 가관이었다.
“연륜으로 이해하실 거야.”
질래는 하도 어이없어서 입술이 절로 벌어졌다. 다만 은우가 선물로 준 다이아 반지를 가게에 두고 온 게 내내 신경 쓰였지만 도저히 할머니와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마치 방 안에서 해서는 안 될 불장난을 벌인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어떻게 하지. 그저 할머니가 눈치껏 퇴장해 주길 바라던 그 순간.
“아아앗, 미쳤어?”
은우의 거센 치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아무리 입을 틀어막아도 야한 소리가 숨겨지지 않았다.
질퍽질퍽! 남자의 페니스가 흠뻑 젖은 내벽을 파고드는 민망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성은 아니라고 외치면서도 쉴 틈 없이 부딪혀 오는 자극에 질래의 전신이 이리저리 비틀리고 휘어졌다. 그가 힘차게 피스톤 운동을 할 때마다 동그란 젖가슴이 이리저리 출렁였다.
“으으응, 으누야.”
결정적으로 콧소리 같은 신음이 또다시 뱉어지자 질래는 다시는 이 닭발 가게를 찾을 수 없을 거라며 홀로 마음을 굳혀 갔다.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이렇게 된 거 은우와 함께 그냥 절정행에 올라탈까 말까 고민하기도 잠시.
“으으흣, 흐으응.”
“하아.”
희한하게도 밖에 누군가가 있다고 생각하니 그의 살덩이가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속살을 비비고 들어와 쿵쿵, 내리찍는 감촉이 너무도 강렬했다.
은밀한 듯하면서도 다 까발려진 것만 같은 정사는 점점 더 둘을 희열의 길로 인도했다.
더욱 거셌고, 더더욱 자극적이었다.
남녀는 카타르시스를 향해 열심히 해항했다.
“흣… 흐으응. 흐읏!”
은우가 찔러대는 지점마다 자잘한 자극들이 큰 파동을 일으켰다.
파도에 떠밀려 어디론가 둥둥 떠내려가는 것처럼, 점점 쾌락이 정점을 찍어가던 찰나였다.
흥분한 남자가 여자의 말랑한 가슴을 쥐어 잡으며 가쁘게 호흡했다.
퍼억!
“아읏!”
하체에서 축포가 터진 듯 알 수 없는 환희가 불꽃놀이처럼 팡팡 터지더니 허리가 홱 뒤틀리고, 엉덩이가 높게 쳐들렸다.
남자를 품은 채로 애액이 콸콸 쏟아졌다.
인내의 바다에서 헤엄치던 은우도 이젠 한계에 다다랐다.
이내 그녀의 속살을 밀어내며 좁은 내벽에서 페니스를 뽑아냈다. 동시에 그녀의 수축된 꽃잎들이 파르르 떨려 왔다.
“사랑, 허헙.”
공기 반, 소리 반, 은우의 떨리는 고백과 함께 페니스 헤드에서 우윳빛 점액이 힘차게 뿜어 졌다.
똑똑똑!
동시에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숨쉬기조차 포기했던 그 시간. 이번에는 할머니의 음성이 들렸다.
“저기, 여기 주인 할민데….”
남자의 정액으로 범벅된 몸. 휴짓조각 엇비슷한 것조차 보이지 않았다. 순시에 남의 업장에서 무슨 짓을 해버린 건지 깨달은 질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대신 남자가 그녀의 속사정을 읽은 듯 질래의 귓가에서 속삭였다.
“가질래, 튈래?”
너무 놀란 나머지 질래는 슈퍼문처럼 동그래진 눈으로 은우를 한참 동안 바라봤다.
그러자 질래의 오동통한 볼을 은우가 살짝 꼬집는다.
“바보. 튀고 싶지?”
“누, 누가 그렇대?”
“그럼 가게 쪽으로 같이 나갈까? 할머니 기다리시는데. 우리 때문에 가게 문도 못 닫고 계시잖아.”
예상대로 질래는 가로로 고개를 힘차게 휘저었다. 질래도 여기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이 새하얗게 리셋 됐다. 판단 기능이 모두 상실된 것만 같았다.
사실, 은우는 남들 시선 따위를 신경 쓰며 사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사랑하는 여자와 사랑했다는데, 뭐! 여기서 무슨 변명이 필요할까?
물론, 그 행위가 누군가에게 정신적으로든 물질적으로든 피해를 줬다면 그 부분에 대해선 용서를 구하리라.
하지만, 딱히 그런 상황 같지는 않았다.
은우는 얼마든지 이 방문을 열고 할머니의 부름에 응답해도 상관없을 만큼 모든 게 떳떳했다. 아무것도 부정할 것이 없었다. 오히려 내 여자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하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제 품에 안겨 사색이 된 질래의 표정을 본 순간, 여자가 원하는 정답을 얘기해 주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얼굴 가득, 도망치고 싶다고 아우성치고 있으니 원!
그래서 나름 발상의 전환이란 걸 해봤다.
이대로 그녀와 도망치게 된다면 뭔가 더 스릴 있고 재미있는 하루가 되지 않을까하는 어처구니없는 상상력이 동원된 까닭에, 혹은 그녀와 함께 ‘닭발 집 탈출기’를 한번 찍어보면 어떨까 하는 심산에서 그녀의 떨리는 눈망울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입술을 열었다.
“튀자, 뒷문으로.”
순간, 여자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러면서도 다급하게 질문해온다.
“정말 가도 돼? 계산은?”
들릴 듯 말 듯 작은 목소리로 소곤댔다. 발그레한 볼, 떨리는 입술이 꽤나 긴장한 듯 보여 은우는 질래를 꼭 안아 주었다.
“담보로 지갑이랑 두고 가니까 괜찮아. 그 안에 돈 두둑이 있어. 놓고 간 물건은 나 혼자 찾으러 올게.”
질래의 귓가에 사분대고 싶었지만 마음과 달리 조금 거리를 두고 이야기했다. 고막 보호 차원이랄까? 일부러 밖에 있는 할머니 들으라고 아주 큰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할머니는 평소에도 가까운 거리에서 주문한 내용조차 잘 못 듣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 목소리를 들었을 거란 확신도 없었다.
“슬슬, 우리 질래 탈출 준비시켜볼까?”
여전히 질래는 얼빠진 얼굴을 유지하고 있었다. 눈꺼풀만 껌뻑대길래 은우가 방 한쪽 구석에 벗어 던진 티셔츠를 들고 왔다. 이내 티셔츠를 벌려 질래의 목에 정성스레 걸어줬다. 아기 옷 입히듯 다정하게 그녀의 한 팔, 한 팔을 옷에 껴 맞춰 주었다.
“집에 가면 씻겨줄게.”
그녀의 프라이버시를 위해서 이 은밀한 대화만큼은 귀엣말로 조곤조곤 전달했다.
다만 이 한마디에 금세 얼굴이 붉어지는 여자 때문에 은우는 또 미치겠다. 정말, 막 핀 장미꽃처럼 진심으로 어여뻤다. 소중하게 꺾어 제 손에 두고 싶을 만큼 가질래는 이은우한테 사랑스러운 여자였다.
“괜찮거든?”
질래가 저 스스로 하겠다며 여린 팔로 은우를 강하게 밀어냈다. 하지만 그럴수록 은우는 도리어 질래를 꽉 끌어안았다. 그게 뭐라고 질래는 사실 좋았다.
앞으로도 이렇게 부디 잘 버텨주길. 거센 비바람, 폭풍우가 휘몰아친다 해도 제 곁에 꼭 붙어 있길, 꽉 잡아주길 내심 바라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손은 마음과 달리 그를 밀어냈다.
그러자 은우가 마치 여자의 속내를 간파한 듯 그녀를 품은 채 귀엣말을 전했다. 그의 달콤한 음성이 질래의 마음속에 깊이깊이 스며들었다.
“밀어내지 말랬지, 나 맘에 없으면 이런 짓 못 해.”
“누가 봐도 내가 누나처럼 보일 텐데….”
“대체 누가? 누가, 보긴 해?”
은우가 질래의 말을 뚝 잘라먹은 후 얼른 그녀의 몸을 가볍게 제 쪽으로 돌려세웠다. 진중한 시선이 여자에게 고정됐다.
“한 번만 더 누나 소리 하기만 해.”
은우의 뜨거운 눈빛에 질래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렇다고 이대로 밀리기도 싫었다.
“…하면?”
그 한마디가 남자의 마음을 건드린 걸까? 느닷없이 은우가 질래를 번쩍 안아 들었다. 그녀로서도 예기치 못한 전개였다. 왜? 왜지?
그의 심중을 이해하기란 그 어떤 협상 테이블에서의 난제보다도 어려웠다.
그저 한참을 그렇게 정지된 화면처럼 멈춰 있길래 숨죽이던 질래가 다리를 휘휘 저었다.
“놔, 놔줘. 왜 이래?”
“알려주려고.”
“뭘 또? 뭘 또 알려줘?”
은우가 갑자기 제 품으로 그녀를 떨어뜨렸다. 순식간에 바닥으로 낙하하길래 질래의 심장도 쿵 나가떨어지는 줄 알았건만, 어느새 그의 따뜻한 품속에 폭 안겨 있었다.
질래의 젖가슴과 그의 쿵쾅대는 심장이 가깝게 맞닿았다.
면티 하나 사이로 바짝 선 유두가 그의 젖꼭지와 스치는 바람에 아릿한 전율이 찌릿찌릿, 온몸을 타고 빠르게 전파됐다.
“결국 널 지키는 건, 나라고!”
“…….”
“어떠한 상황에서도 혼자 바동대지 마.”
“…….”
“네 앞에 나. 네 남자한테 기대.”
거친 야수의 강단 있는 눈매가 왠지 신뢰가 갔다. 그가 결코 저를 놓치거나 다치게 할 사람이 아니란 확신 같은 게 가슴속에 배어들었다.
“…졌어, 그래 오빠 해, 네가 어른 하라고.”
발을 동동 굴리며 어쩔 줄 몰라 하던 여자의 다리가 어느새 그의 허리를 휘감았다.
허공에서 방황하던 팔은 이미 그의 목덜미를 감싼 채 따스한 체온을 나누고 있었다.
이번에도 제 의지대로 남자에게 꼭 매달려 엉겨 붙은 것이다. 고목나무에 매달린 매미처럼, 질래는 은우가 든든했다.
여자의 안정된 얼굴을 확인한 남자가 질래의 등을 어루만지며 그녀의 입술을 머금었다. 윗입술, 아랫입술. 주름 하나하나를 음미한 후 이내 달콤하게 속삭였다.
“내가 나갔다 올게. 할머니 문밖에서 기다리는 것 같아.”
그때 질래가 급하게 도리도리, 고개를 젓더니 금세 방을 다각도로 쭉 스캔했다. 문이 열려도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를 나름 찾고 있던 것이다.
“가질래, 이런 건 어른이 해결해야지, 안 그래?”
은우의 눈빛에서 꿀 내음이 흘러넘쳤다. 어느새 상냥한 시선으로 그녀를 내려다본 후, 검지로 톡톡 여자의 콧방울을 건드리며 부드럽게 입매를 초승달로 만들던 그때, 밖에서 제법 인위적인 기침 소리가 들렸다.
“아이고, 잠들었나 보네. 접시나 치우고 들어가야겠다.”
눈치 백이십 단인 닭발집 할머니가 마치 방 안의 연인에게 들으라는 듯, 큰 목소리로 상황 정리를 해 준 것이다.
말투가 얼마나 어색하던지 은우는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할머니의 배려였다. 희한하게 언제나 제 마음을 잘 알아주는 유일한 어른이었다. 이런 게 가게 주인과 3년 단골 사이에 존재하는 끈끈함인 것 같았다.
할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둘은 그만 서로를 보며 픽, 웃어버렸다. 커플의 얼굴엔 웃음꽃이 만개했다. 쌜룩쌜룩. 터져 나오는 실소를 참아 보지만 얼굴 근육이 말을 듣질 않았다.
“거봐, 내가 연륜으로 이해한댔지?”
“단골 맞네. 뭐라고 이게 이렇게 재밌지?”
“오늘 별게 다 재밌어, 그치?”
“훗, 바보 같다. 우리.”
확실히 질래가 생각하기에도 두 사람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은우는 모르겠는데 본인은 확실히 그랬다. 크리스마스란 이유로 마법에 걸린 듯, 이 시간에 깨어 있는 게 마치 선물처럼 특별했다.
하지만 그런 감상에 빠져 있기도 잠시. 질래의 입에서 하품이 쏟아졌다. 자꾸자꾸 감기는 눈꺼풀이 불시에 수면욕을 알려왔다. 사실 계속되는 급박한 상황에 꾹 참아왔던 잠이기도 했다.
할머니가 이 대책 없는 커플을 위해 보일러라도 튼 건지 순식간에 방 안에 후끈한 열기가 올라왔다. 그 따뜻함이 질래를 유혹해 오는 것만 같았다. 나른해진 몸이 고새 축 처져 버렸다.
“질래야, 우리 한두 시간만 자고 갈까?”
은우가 또 질래의 신체 언어를 읽었다. 마치 은우는 제 마음속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될까?”
“응, 그래도 돼.”
항상 결정을 내리던 위치에 있었던 그녀 인생에, 이렇게 많은 결정을 누군가가 대신 내려 준 것도 처음이었다.
그런 은우의 허락이 참 좋았다. 어떠한 이해관계도 섞이지 않은 온전히 저만을 위한 맞춤형 결정이었다. 사랑받는 기분이 들었다.
그 사이 은우가 그녀를 바닥에 조심스레 눕혔다. 따스한 숨결이 느껴질 만큼 얼굴이 밀접하게 맞닿았다.
“날 밝으면 어떡하지, 은우야?”
“뭐! 우리가 죄지었어?”
“그러게, 바닥이 더 따뜻해졌어. 할머니 좋으신 분 같아.”
“내가 좋은 사람만 곁에 두거든. 이렇게.”
그러면서 남자가 여자의 콧등에 제 콧등을 비볐다.
“아무튼 말은 잘해.”
입술 한가득 미소를 머금은 여자가 예뻐서 은우는 제 쪽으로 끌어와 넓은 가슴에 꼭 가둬버렸다.
“한 시간만 내 품에서 자라!”
은우 품에서?
어릴 땐 늘 제 곁에 들러붙어 자던 아이였는데, 어느새 내가 그의 품에서 자게 되었다.
보들보들, 매끈한 그의 가슴에 제 볼살을 뭉개며 은우의 품을 만끽했다.
“오늘 집에 가기 힘드네. 한남동이 이렇게 먼 줄 몰랐어.”
“날 가져놓고, 집에 갈 생각을 했어? 재밌는 여자네.”
“그게 웃겨?”
“당연하지, 보낼 생각 없다는데 자꾸 어딜 간대.”
“칫!”
“살끼리 맞대고 자자!”
“끝까지 엉큼해.”
은우가 기껏 입혀놓은 여자의 상의를 벗겨냈다. 질래가 놀란 듯 몸을 살짝 움츠리더니 결국 은우에게 순순히 저를 맡겼다.
“죽을 때까지 음탕한 게 남자야. 순진한 소리 하기는.”
은우가 질래의 눈꺼풀에 입술을 지그시 올려둔다. 그의 오뚝한 코에서 훈훈한 입김이 이마로 전해졌다.
이후 여자의 콧방울에 쪽, 입맞춤을 내린 후 제 입에 여자의 입술을 가둔 채로 핥고 또 핥았다. 질래를 부드럽게 빨았다.
이미 남자의 손은 그녀의 뭉클한 가슴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하! 난 다 잤다. 가질래 때문에.”
“누가 벗기래? 난 졸린데.”
끔뻑이는 질래의 눈꺼풀이 무색할 만큼 은우의 분신은 여자의 아랫배에서 꿈틀꿈틀, 또 다시 자라나고 있었다.
그게 어찌나 생생하게 느껴지던지.
하지만 하루 종일 무리한 탓일까? 질래의 눈꺼풀이 거푸거푸 감겨왔다. 그의 팔베개가 조금 높았음에도 전혀 문제 되지 않을 만큼 노곤한 새벽이었다.
자꾸자꾸 제 얼굴을 쓰다듬는 남자의 상냥한 손길이 고요한 자장가처럼 느껴졌다.
좀 전까지만 해도 찌릿찌릿하던 그의 터치가, 세상 평온한 손길이 되어 늘 불안에 쫓겨 살던 질래에게 평안을 주었다.
이불 대신 커다란 롱패딩 하나 덜렁 걸친 채로 그의 품에서 꿈나라로 직행했다.
달콤함이 뚝뚝 떨어지던 남자의 얼굴에 서운함이 깃들지언정, 강력한 수면욕은 성욕을 뭉개버렸다.
질래가 곤히 잠든 동안 은우는 또 다른 설렘을 깨달았다.
사랑하는 이를 품고 자는 게 이렇게 좋은 일인지 왜 그전엔 미처 몰랐을까.
밀려오는 감동에 제 품에서 쌔근쌔근 자고 있는 여자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봤다.
작고 갸름한 얼굴에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가 다 들어 있는 게 신기했다. 그런 인형 같은 사람이 제 품에 잠들어 있다는 게, 제 여자라는 게 여전히 실감나지 않았다.
그래서 목소리를 죽인 채 뻐금뻐금, 입 모양으로 그녀에게 고백해 본다.
눈앞에 있는 그녀조차 모르는 은밀한 고백이었다.
‘사, 랑, 해.’
짧고 간결한 한 마디.
그렇게 달콤한 모닝 키스를 꿈꾸며 남자는 여자의 향긋한 목덜미에 고개를 푹 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