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몸으로 얘기해
처음엔 그렇게도 안 들어가던 대물이 물 만난 듯, 이제는 매끄럽게 제 안을 유영했다.
그만큼 젖었다는 증거겠지. 꽃잎 한 장 한 장을 비비듯 밀어내며 제 안을 꽉 채웠다.
그러면서도 은근하게 허리를 들썩이는 게 질래의 내벽을 지독하게도 자극했다. 그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은우의 육중한 페니스가 삽입된 채 그 위에 앉아 있을 뿐, 눈사람 패딩 안에서의 은밀한 교합은 그렇게 성사됐다.
커다랗고 딱딱한 살덩이가 질래 안을 사정없이 가득 채웠다.
그러자 내벽의 돌기들이 그의 분신을 꾹꾹 짓눌렀다. 은밀한 음부 속 촉수 하나하나가 은우의 살덩이를 작정한 듯 꽉 죄었다.
“가질래 보통이 아니야, 하! 뭐든 뛰어나단 건 알고는 있었지만 흣, 이런 것도 타고나나?”
“본능도, 흐으응, 타고나?”
“노력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니까, 예를 들어 이런 색기?”
퍼억.
“으읏!”
“본능적으로 몸이 움직이잖아, 그것도 너무 예쁘게.”
질래 안에서 물건을 정성스레 치대면서도 한쪽 입꼬리를 계속 말아 올리는 은우였다.
“다른 새끼가 몰랐다니, 다행이다. 나부터 만나서.”
가질래는 누가 봐도 남자를 환장하게 만드는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도화살이랄까.
투명하면서도 발그레한 피부가, 핑크빛으로 물든 아기 같은 얼굴이 묘하게 야살스럽다. 앵두 같은 입술은 자꾸자꾸 따먹고 싶은 욕구를 자극했다.
탱탱하면서도 보습감 넘치는 매끄러운 육신도, 아름답게 핀 분홍색 꼭지도, 농염하게 꿈틀대는 핑크색 음부와 그 조임까지.
은우의 모든 걸 먹어버릴 작정인 건지. 그저 남자는 모든 게 황홀했다. 지독하게 아름다운 쾌감이었다.
“나 아니었음, 벌써 여러 남자 죽였을 거야. 나니까 감당하지. 아씨! 안 돼.”
“과장이 참, 흐으응.”
퍼억!
“내 말이 농담 같아?”
“정말 여럿 죽나 궁금해지는데? 어떻게 알아보지?”
질래의 그 한마디가 승부욕 강한 수컷을 자극했다. 퍽퍽! 소리를 내며 갑자기 피스톤 운동이 폭주하듯 거세졌다.
“으읏, 아아앙… 흐읏, 흡! 알겠어, 취소.”
“평생 나만 알란 소리를 또 이상하게 받아치지?”
“으으으읏. 은우야.”
여자의 몸에서 쏟아진 음탕한 액체가 은우의 허벅지에도 냇물처럼 흘러 내렸다. 들끓는 사정감에 남자의 마음도 다급해졌다.
“하, 질래야 잠깐만!”
“그럼, 넌?”
“응?”
민망함에 내렸던 질래의 속눈썹이 은우를 보기 위해 스르륵 올라갔다. 질래도 나름 용기내서 그에게 질문한 거였다.
“넌 어쩔 거냐고.”
“뭐를?”
“나보곤 평생 너만 알라며, 그럼 넌?”
여자와 눈이 마주치자 은우가 시원스레 입술을 양옆으로 쭉 찢었다. 입매가 자연스레 호선을 그렸다.
“말해 뭐해, 당연히 마지막 여자지!”
“…….”
“평생.”
“평생?”
“혹 날 떠나도… 평생….”
“…….”
“떠날 리 없겠지만.”
거짓말이라도 듣기 좋았다. 평생 이은우가 내 거라니. 사실 질래도 지금 당장은 같은 마음이었다. 은우를 다른 사람에게 주기 싫었다.
사람한테 소유욕이 생긴다는 자체가 생경한 감정이었다.
고작 만난 지 몇 시간 만에 32년간 지켜온 순결을 버리더니….
몇 시간 만에 닭발 가게 안에서 하나가 된 이 미친 현실의 주인공이 본인이란 게 믿기지 않았다.
“이제 입술을 쉬게 두자.”
“응?”
“몸으로 얘기해.”
은우가 질래의 탐스러운 입술을 재빨리 점령했다. 동시에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제 분신을 서서히 밀어 넣었다.
“읏!”
남자의 페니스가 중반쯤 들어가자 그가 허리를 뒤로 물렸다 질벽 끝까지 푹, 그대로 밀었다.
“하앗!”
남자의 거대한 분신이 거세게 들어오자 질래는 소리를 지르면서도 그가 주는 저릿함에 몸부림쳤다.
그런 그녀의 표정을 살피던 은우가 슬슬 피스톤 운동을 시작했다. 들락날락, 막대기로 이어진 둘의 음부를 내려다보며 그녀에게 속삭였다.
“3개월, 진짜 참아 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금방 만났다. 얘네들.”
“…….”
‘3개월만 참자.’
그렇게 먼저 딜 해놓고 이렇게 쉽게 무너지다니, 꼭 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사실 질래에게 패배는 익숙하지 않았다.
경쟁, 공부, 승진, 외모. 그 어느 하나 소홀하게 관리했던 적이 없었다. 제 입 밖으로 나간 말을 어긴 적도 없었다.
그런 완벽에 가까운 삶의 성벽을 허물어 버린 게 바로 눈앞에 있는 이 남자였다.
평소대로라면 숙면을 취해야 할 이 시간에 이렇게 발가벗은 채 깨어 있다는 것조차 신기했다.
게다가 인생의 모든 룰을 몇 시간 만에 깨부순 이 남자한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저항이란 게 생각보다 소심했다. 고개를 홱 돌린 채 신음을 참아내려 입술을 꾹 깨무는 정도라니.
물론 어느 하나 강압에 의해 이뤄진 일은 없었다.
합의된 정사였다.
남자의 길고 굵은 살덩이가 여린 살결을 치댈 때마다 새어나오는 얇은 목소리도, 감전된 듯 제멋대로 움찔대는 전신도, 애액을 토해내는 질구도 모든 게 은우한테 알아서 반응하는 것일 뿐, 누가 알려줘서 하는 행위가 아니었다.
쉴 틈 없이 제 몸을 치대는 육중한 페니스도 점점 익숙해진다.
이미 쾌감의 노예가 된 듯, 전신이 자극에 따라 춤사위를 벌렸다.
“으흐읏, 읏.”
찌걱찌걱. 무자비한 허리 짓과 동시에 다정한 키스가 쏟아내는 남자 때문에 질래는 눈앞이 까마득해졌다.
강약, 강약. 리드미컬한 움직임 따라 너무도 거센 은우의 몸짓에 펑 하고 전신이 터질 것만 같았다.
펄떡펄떡, 맹수에게 물려 살기 위해 바동대는 동물처럼 그녀는 온몸으로 은우를 받아냈다.
찰박찰박. 그의 움직임 따라 이지러지던 꽃잎들은 마치 새 생명이라도 얻은 듯 정신없이 날뛰었다. 주르르, 흐르던 애액이 그의 물건을 잔뜩 적셔갔다.
익숙해질 만하다 싶으면 또다시 은우가 내벽의 정점을 기막히게 꾹!
“하….”
말로 다 할 수 없는 강렬한 짓눌림에 번개 맞은 사람처럼 눈앞이 번쩍번쩍했고, 신경세포에 폭우가 내리쳤다.
솟구치는 열기를 진화하려는 듯 점도 높은 투명한 액이 울분을 쏟아내듯, 쭈르르 쏟아졌다.
몸이 반으로 쪼개질 것만 같은 전율이었다. 사지로 뻗어 나가는 황홀감에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은우에게 젖어 들었다.
날카로운 쾌락에 헐떡이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달콤함에 남녀는 밭은 숨만 흘려낼 뿐이었다. 혹은 비명을 지를 뿐.
“흐읍.”
“아아앗!”
가랑이 사이로 사정없이 죄어오는 여자의 음부가 제공하는 최상의 희락에, 강렬한 유혹에 남자가 절정에 이르던 그때였다.
드르륵!
미닫이문이 열렸다. 하필이면 정사가 이뤄지는 은밀한 방 옆, 출입문이 열린 것이다.
할머니가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테이블을 치우러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이런! 비명 같은 탄식을 뱉어내던 질래가 다급히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은우의 생각은 좀 달랐나 보다.
할머니가 테이블에 도착한 사이 장난기가 발동한 건지 짓궂게 허리를 흔들며 내벽 안쪽으로 제 것을 박아 넣었다.
“아앗!”
데구르르.
동시에 테이블을 치우던 할머니의 손에서 반지가 떨어졌다.
무려 20캐럿에 달하는 은우의 전 재산, 은우 어머니가 남기고 간 세상에 단 하나뿐인 다이아 반지였다.
***
끼이이이익!
같은 시간, 고습 슈퍼카가 대리석 벽에 추돌할 뻔했다.
물론 개인 차고지여서 술에 만취한 운전자의 위태로움을 누구 하나 크게 문제 삼을 상황은 아니었다.
운전대를 잡고 있는 손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손등에 선 핏줄이 터질 듯 탱탱하게 튀어 올랐다.
괴로운 듯 머리를 쥐어뜯던 남자가 클랙슨에 머리를 쿵쿵 찍더니 이내 의자를 휙 뒤로 젖혀 그대로 벌러덩 누웠다.
비틀린 입에서 깊은 한숨을 내뱉는 사람은 다름 아닌 윤태윤 본부장이었다.
목 뒤로 줄줄 흐르는 식은땀을 와이셔츠 소매로 연신 훔치는 게 어딘가 꽤 불안해 보였다.
잠시 후 코트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휴대폰을 빼서 가장 최근에 통화한 번호를 클릭했다.
한참이 지나도 신호음만 들릴 뿐 상대는 전화 받을 생각도 없는 듯 했다.
초조한 듯, 떨리는 손으로 운전석 콘솔박스를 열었다. 더듬더듬, 졸음방지용 껌 한 통을 찾아 연다는 게 툭-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젠장!”
츄잉껌이 알알이 바닥으로 흩어졌다. 이에 태윤은 태연하게 껌통을 주워 남아 있는 껌을 입 안에 몽땅 털어 넣었다.
질긴 껌 뭉텅이를 질근질근 씹어댈수록 꽉 쥐어진 주먹은 느슨하게 풀려갔다. 불안했던 마음이 조금은 진정된 듯 이내 인공지능 스피커 기능이 결합된 최신 커넥티스 시스템에 명령을 내렸다.
“심신 안정용 클래식 음악 좀 틀어줘.”
그러자 고요한 차 안에 잔잔한 피아노 반주가 시작됐다. 눈을 지그시 감은 채로 음악을 감상하며 호흡을 가다듬던 그가 잠시 후 주머니에서 또 다른 휴대폰을 꺼냈다.
보안용 패턴을 해제한 후 숫자 2번을 눌러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띠리리링.
통화 연결음이 몇 번이나 울렸을까.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이 시간에 웬일이야?
“가도 돼?”
상기된 여자의 목소리 너머로 쿵쾅쿵쾅, EDM과 힙합이 믹스된 장르 불명의 노래가 차 안에 클래식과 절묘하게 뒤섞였다.
-나 지금, 중요한 자리긴 한데.
“또 클럽이야?”
-남이사…. 왜? 애인이 안 놀아줘?
태윤이 어금니를 꾹 물었다 놓은 듯, 뭉툭했던 볼이 판판해졌다.
“…어디냐고!!”
-지금 오면, 그냥 못 보낼 거 같은데. 올래?
“어디로 가면 돼?”
-아침 6시까지 청담동 오피스텔, 진짜로 올 거야?
청담동으로 오라는 건 통화 속 여자의 세컨드 하우스에서 보자는 뜻이었다. 이번엔 여자의 색색거리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으으응, 아아앙!
그 적나라한 신음에 태윤의 미간에 잔뜩 주름졌다.
상대 여자는 태윤에게 용건이 끝난 듯, 계속 정체불명의 남자와 몸으로 대화 중인 것 같았다.
태윤이 이맛살을 구겼다. 얼른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른 후 휴대폰을 보조석 쪽으로 내던졌다.
“너도 나만큼이나 참, 불쌍한 인생이야. 젠장!”
태윤이 손목을 꺾어 다이아가 촘촘하게 박힌 손목시계를 바라봤다.
“제길! 새벽 4시라고, 나쁜 년. 6시까지 뭐 하라고.”
홧김에 퍽! 발길질을 한다는 게 딱딱한 곳에 부딪힌 듯 온몸으로 고통을 호소했다. 솔직히 발만 오지게 아팠다.
그럼에도 왠지 혼자 있기 싫은 새벽, 태윤은 처음 전화를 걸었던 휴대폰을 손에 쥔 채 다시 통화목록을 열었다. 그리고 앞서 전화를 받지 않던 그 번호, 저장된 이름조차 없는 번호를 꾹 눌러 다시 통화를 시도했다.
역시나 무심하게 통화 연결음만 들려왔다.
“좀 받아라! 씨발, 다 무시하는 거야 뭐야!”
얼마나 흘렀을까?
상대는 역시나 전화를 받을 생각이 없는 듯 그저 통화 연결음만 덧없이 들려왔다. 그렇게 몇 번이고 걸고 끊기를 무한 반복했다.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안내 메시지가 들리면 다시 그 번호를 눌러 전화 걸기를 몇 번 더 시도한 후 결국 그 휴대폰마저 보조석 쪽으로 힘차게 집어 던졌다.
일시에 거미줄 치듯 쫙, 액정에 금이 갔다.
“쳐 자는 거야? 왜 내 전화를 피해. 이렇게 나오시겠다?”
부우우우웅.
만취 상태인 태윤이 끝끝내 슈퍼카의 잠자던 엔진을 깨워 버렸다.
***
지이이잉, 지이이이잉.
다이아 반지를 줍기 위해 허리를 구부린 할머니의 시선에 사정없이 떨고 있는 휴대폰이 들어왔다.
아까부터 울려대는 진동 소리가 신경 쓰여 일단 앞치마 안에 넣어뒀다. 단순히 보관 차원일 뿐, 딱히 가져갈 의도는 없었다.
스마트폰인지라 무음으로 설정하는 법을 몰랐을뿐더러 그 진동 소리가 텅 빈 공간에 소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는 펼쳐진 상태로 바닥에 떨어져 있는 남성용 지갑을 줍는다는 게 우연히 은우의 주민등록증을 보고 말았다.
‘이은우. 이 씨였어?’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지갑을 접어 테이블 위에 올려두려던 할머니의 눈이 돌연 번뜩였다. 진동하는 휴대폰처럼 그녀의 눈꺼풀이 부르르 떨렸다.
할머니는 한참 동안 벽에 기대앉아 테이블 위에 놓인 다이아 반지를 멍하니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