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빨아줄까?
은우가 내뱉는 나지막한 말 한마디 한마디가 관능적으로 느껴졌다. 눈부신 자태만으로도 질래를 숨도 못 쉬게 만들어 버린 그가 여자의 브래지어를 밀어 올렸다. 딱딱하게 바짝 선 선홍빛 꽃망울이 한입에 덥석 물렸다. 남자의 입속으로. 남자의 혀끝으로.
“으으응.”
한 손으로 질래의 가슴을 주무르며 빨아대는 남자 때문에 허리가 곧추서기를 몇 번. 콧소리가 야살스럽게 퍼져나갔다.
여자의 눈에도 브래지어 사이로 툭 튀어나온 선홍빛 유두가 완전히 탈의했을 때보다 더 야하게 보였다. 그 주변에서 할짝대는 남자의 혓바닥이 섹시했다. 그의 입술이 지분지분, 빨아대는 곳마다 아찔한 감각과 함께 피부가 빨갛게 아롱졌다.
그사이 브래지어 훅이 툭, 풀렸다.
제 입 안에서 굴려지는 여자의 달콤한 젖꼭지를 맘껏 맛보기엔 속옷이 성가셨던 까닭이었다. 갇혀있던 가슴이 출렁출렁, 그의 손길 따라 물결치듯 흔들렸다.
“창피해. 대놓고 보진 마!”
질래가 양손으로 가슴을 급히 가려보지만 가녀린 손으로 감춰질 풍만함이 아니었다.
새하얀 피부 위에 탱탱 볼처럼 탄력 있게 자리 잡은 동그란 가슴이 은우의 육욕을 부글부글 들끓게 만들었다. 제 분신의 부피가 커지고 팽팽하게 솟구치다 못해 폭발 직전인 분화구처럼.
“보고만 있어도 쌀 거 같아.”
“말도 안 돼! 그럼 보기만 하던가.”
“그건 더 말도 안 되지. 가만 보면 가질래 은근 앙큼해.”
“내가?”
“들었다 놨다. 정신 안 차렸다간….”
“안 차렸다간?”
“죽을 거 같아, 너 때문에. 실은 너 덕분에….”
차마 끝말을 잇지 못한 채 은우가 질래를 제 품에 꼭 가두었다. 넘실대던 가슴이 은우 상반신에 포개져 그대로 뭉크러졌다.
그녀의 두근대는 심장이 저에게 닿자 은우는 그제야 왜 남자로 태어났는지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살 거 같아.”
‘나도.’
질래도 마음으로 답했다. 사랑 고백보다 더 진솔한 이야기였다. 살 거 같다니. 은우의 고백이 전율이 되어 온몸에 잔 떨림을 일으켰다. 계속 은우를 살고 싶게끔 해주고 싶다.
“질래야, 추워?”
은우는 제 품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여자를 느꼈다.
추워서 떠는 게 아닌데. 질래는 지금 이 감정을 설명하기 어려워 은우에게 그냥 둘러댔다.
“안아줘서 괜찮아.”
“점점 따뜻해질 거야.”
“그러게. 내일도, 모레도 계속 따뜻했으면 좋겠다.”
우리의 미래가 차디찬 겨울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에서, 질래도 고백했다. 그 말뜻을 알아들은 남자였다.
“지켜봐! 내가 추위를 어떻게 녹이는지, 보여줄게. 가질래는 겨울을 잃었어.”
은우는 혼신의 힘을 다해 제 열기를 전해 주려는 듯 여자의 목선부터 부드럽게 훑어 내렸다. 그럼에도 질래의 몸에서 미세한 떨림이 멈추지 않는 건 그만큼 겨울 공기가 차가운 까닭이었다.
“잠시만, 감기 들겠다.”
은우가 츄릅츄릅, 음미하던 질래의 상체와 잠시 이별하더니 질래 밑에 깔려 있는 눈사람 패딩을 그녀에게 걸쳐줬다. 그리곤 패딩의 앞섶을 붙잡은 채 그 안으로 제 얼굴을 푹 묻었다.
“여기가 천국이네.”
“가본 적도 없으면서.”
“곧 같이 가보려고. 같이 가자, 어디든.”
“…그래! 흐읏, 앗!”
여기저기 쫍쫍 빨아대는 소리만이 남자가 그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 가늠케 할 뿐이었다. 그 엄청난 자극에 질래의 입술이 색스럽게 벌어졌다. 허리가 아름답게 휘어 서서히 곡선을 그렸다.
분명 이곳은 천국이었다. 남자가 알려준 예민한 천국.
그 황홀함은 은우도 마찬가지였다. 새하얀 패딩 안에 묻혀 보일 듯 말 듯 드러난 여자의 살결이, 작은 몸집에서 위엄 있게 출렁이는 관능적인 볼륨이, 군살 없이 매끈하게 빠진 복근 밑 하체 속 비밀을 보고 싶게끔 만들었다. 어둠 속에서 맛봤던 그 은밀한 숲을 다시 한 번 생생하게 경험하고 싶었다.
“안 되겠다. 질래야.”
“응?”
“밑에도 벗자…. 보고 싶어.”
“이렇게 밝은 데서?”
질래의 아름다운 상체를 충분히 맛본 수컷이 이번에는 하체를 가리켰다. 환한 방 안에서 상체 누드쇼도 나름 큰 용기를 낸 거였는데, 이제는 대놓고 다 벗으라니.
역시 룰이란 건 한 번 깨지기 시작하면 속수무책으로 와르르 무너지는 거였군. 질래는 은우 앞에서 속옷을 벗으려니 왠지 민망해서 말꼬리를 돌렸다.
“맨살에 패딩만 입고 있으면 춥지 않을까?”
“벗어야 가질래 속으로 들어가지.”
“대놓고 하잔 소리네?”
“이곳에서의 추억, 평생 못 잊을걸?”
“…….”
마치 그동안 떨어져 지낸 세월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은우는 추억 만들기에 집착했다.
어쩌면 내재된 욕정을 합리화시키기에 이만한 변명거리도 없으리라.
분명한 건, N극과 S극이 서로를 끌어당기듯 사랑과 정욕으로 뒤엉킨 화마를 꺼버릴 소화기 따윈 이곳에는 없었다.
“대신 하늘 보고 해.”
“뭐? 어차피 패딩에 가려서 잘 안 보여.”
이미 질래의 팬티가 어디론가 날아갔다. 하얀 롱패딩 안에선 남자의 성기와 여자의 음부가 찔꺽찔꺽, 소리를 내며 야하게 비벼졌다.
“많이 젖었네. 완전 흥분했으면서 어떻게 3개월이나 참으려고 했어.”
부인할 수가 없었다. 질래의 벌어진 가랑이 사이로 굵고 긴 남자의 분신이 오가는 게 적나라하게 보였다. 늠름하게 선 우윳빛 막대기의 검붉은 핏줄이 꿈틀꿈틀, 유독 성나 보였다.
어두운 데서 봤을 때와는 또 달랐다. 남자의 물건을 이렇게 자세히 보기도 처음이었다.
얼마나 애액을 쏟았으면 기둥 선단이 끈끈한 투명 액으로 길게 이어졌다. 애무만으로도 꽃물이 속절없이 쏟아지다니, 부끄러우면서도 남자의 손길에 반응하는 제 몸이 신기했다. 마치 남녀 간의 화학 작용 같달까.
“엄청 야해! 입으로 빨아줄까?”
“참아줘. 물티슈로 대충 닦았단 말이야.”
“그게 뭐. 못 먹을 이유라도 되나?”
“내가 싫어. 좀 더 청결할 때. 지금은 싫어.”
은우가 분신으로 질래의 클리토리스를 쿡쿡 자극했다. 곧게 뻗은 살덩이에서 쿠퍼액이 흘러넘쳤다. 이내 여자의 하체 중심부의 갈라진 틈새를 성기로 비비듯 왕복하는데 질래의 입술이 서서히 벌어졌다. 어느새 그의 굵직한 손목을 꽉 쥐고 말았다.
은우가 질래의 소음순 주변을 페니스로 은근하게 뭉그적대는데, 그 감각이 질래에게 최강의 자극을 알려줬다.
“흐으응. 은우야.”
속살들이 움찔움찔, 간절히 은우를 원하고 있었다.
그러자 은우가 돌연 질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벌어진 다리 사이로 머리를 처박을 기세였다.
“제발! 나중에, 씻고 응?”
“이대로도 좋은데, 바보.”
다행히 음부를 노린 건 아니었다. 질래의 사타구니를 벌려 입술로 비비적, 비비적, 진득하게 핥는 남자 때문에 꽃물이 패딩 위로 줄줄 흘러내렸다. 범람한 우물 덕에 패딩에 엉덩이를 흠뻑 적실만한 작은 샘이 생겼다.
은우의 혀가 스치는 대로 반응하는 몸은 이제 의지 밖의 일.
닭발집 안, 아무도 모르는 은밀한 방 안에서 이루어진 남자의 애무는 평생토록 몸에 각인 될 것만 같은, 저 세상 텐션.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세상이 줄 수 있는 최상의 쾌락이었다. 어두운 방 안에서의 정사보다 더 아찔하면서도 서로를 바라보며 거침없이 헐떡이는 욕정의 시간이었다.
은우가 서서히 마지막을 향해 내달렸다.
질래가 있는 패딩 안에 바투 붙더니 여자의 잘 빠진 다리를 제 양 허리 위로 조심스레 올렸다. 성기와 음부가 마주 보자, 페니스로 그녀의 꽃잎을 굴리듯 문질렀다.
“으흐흥, 은우야 이건.”
“쉿!”
쓰윽쓰윽, 비빌 때마다 움찔대는 선홍색 분화구에서 온천수가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투명한 거미줄이 음모에 엉키어 질펀한 뭉치가 됐다.
동그란 귀두가 질구와 마찰 할 때마다 달궈진 인두가 지나간 듯 찌릿찌릿, 은밀한 통로가 열기로 달궈졌다.
넣을 듯 말 듯 간질이는 남자의 농락에 질래의 몸이 잘게 진동했다. 엉덩이가 들썩들썩. 젖을 대로 젖은 꽃잎들이 마를 새가 없었다.
푹! 귀두가 살짝, 꽃잎 사이에 박혔다. 울컥, 또 맑은 새 물이 흘러나왔다.
마치 몇 시간 전 은우가 준 쾌락을 복기하듯 자연스레 반응하는 몸이 야속했다.
젖었는데도 퍽퍽하게 속살이 밀린다. 은우가 또 들어왔다. 제 음부와 이어진 희고 굵은 성기가 적나라하게 보였다. 은우는 이 순간이 벅찬 듯 질래의 이마에 뽀뽀하며 귓가에 입술을 지분댔다.
“우리 이젠 비밀 없다.”
그래, 서로를 다 봤다. 속마음까지 모두 까발려진 건 아니지만 적어도 신체의 가장 비밀스러운 곳을 몸으로, 시각으로 공유한 사이가 됐다.
“…사랑하면 남들도 이럴까?”
“글쎄….”
“아앗!”
도무지 예측 불가한 남자였다. 은우가 질래를 번쩍 들어 제 허벅지 위에 아예 앉혀 버렸다.
겁에 질린 듯 버둥거리면서도 본능적으로 제 목을 꼭 끌어안는 여자가 은우는 좋았다. 어쨌든 자기를 의지하는 거니까.
넘실대는 여자의 가슴이 얼굴에서 뭉개지자 닿는 대로 빨아 버렸다. 그리곤 질래를 진정시킨 후 그녀의 예쁜 눈동자를 주시했다.
“하! 왜 이렇게 애기 같지?”
“장난치지 마, 말 좀 하고 행동해!”
“에이, 그럼 재미없어지는데.”
“나도 이런 건 재미, 으읏.”
은우가 질래의 유두를 혀끝으로 핥았다. 잇새에 끼어 비틀비틀, 농염하게 자극했다.
“아기 냄새가 난단 말이야.”
“하앗.”
이번에는 남자의 손은 요란했다. 질래의 클리토리스 위를 빙빙. 시계방향, 이윽고 반시계방향으로 돌고 또 돌았다. 어째서 바보같이 신음 말고는 할 줄 아는 말이 없는 걸까.
“난 있지, 어릴 땐 좀 헷갈렸었어, 엄마의 부재? 이런 건가?”
은우가 질래의 쇄골에 코를 묻더니 킁킁거리며 그 체취를 음미했다.
“근데, 아니더라.”
“으으읏.”
뭔가를 진중하게 고백하면서도 여자의 음부가 마르지 않도록 손가락으로 계속 어루만지는 남자였다.
꿈틀대는 꽃잎부터 통통하게 물오른 어여쁜 진주알까지 뱅글뱅글 돌렸다가 슬슬 문지르자 뜨거운 열기가 슬금슬금 내벽을 타고 아랫배까지 저릿하게 퍼졌다.
쓱쓱 마찰음을 내며 비벼지더니, 끝끝내 찌르르한 쾌감으로 전신을 관통했다.
“흐으읏.”
“그때부터 나한테 여자였어. 안 그러고선 이 감정이 설명이 안 돼.”
“으읏. 은우야. 너무….”
허벅지가 부들부들 떨린다. 이제 어찌할 바를 몰라 그의 목에 애원하듯 매달렸다.
그의 체온과 숨결 속에 의도적으로 스스로를 처박혔다. 하, 은우 냄새가 났다.
마치 라벤다 향처럼 벌렁대는 심장을 안정시켜 주는 그의 익숙한 향기.
하지만 온몸이 펄떡였다. 질 안을 파고든 손가락이 입구에서 원을 그렸다. 내벽을 파고들더니 그 안에서 파닥파닥, 긁어내듯 날뛰었다.
“어떻게 처음이라면서 여자를 이렇게 잘 알아?”
“…본능 아닐까? 동물도 누가 가르쳐 줘서 짝짓기하는 건 아니잖아. 안 그래?”
“…….”
“그리고 난, 뭐든 빨리 배워. 몸을 쓰든, 머리를 쓰든.”
은우의 말은 하나도 틀린 게 없었다. 뛰어난 운동신경과 학습력은 어릴 때부터 익히 봐서 알았고, 이쯤 되니 사람 미치겠는데 무슨 대화냐 싶었다. 그럼에도 은우의 손, 은우의 입술이 한시도 질래를 놔주질 않았다.
“가질래한테 난, 언제부터 남자였어?”
“어?”
언제부터라니. 10살도 안 된 꼬맹이한테 이성적 감정을 느낄 리가 없지 않나. 물론 짠하고 특별하고, 뭔가가 계속 신경 쓰이는 아이긴 했다. 그 감정을 한 번도 뭐라고 해석해본 적도 없었다. 그때는 가족이었으니까.
다만 지금은… 은밀한 곳을 나누는… 남자?
들썩임의 미학처럼. 질래를 흥분시키는 수컷 중의 수컷. 분명히 남자였다.
“아앗.”
내벽에서 타고 흐르는 애액을 윤활제 삼아 푸욱. 충분히 젖은 질래의 동굴 속 가장 깊은 곳까지 페니스가 순식간에 파고들었다.
“언제부터 남자였냐고? 답 안 할 거야?”
“몰라, 나도. 그냥 갑자기 남자였어. 으흡.”
질래도 제 앞에 있는 남자 때문에 혼란스럽다. 그러니까 장례식장에서 저를 찾아온 그날부터.
은우의 키스에 심장 터질 뻔한 그날부터. 첫눈에 반했던 것 같기도 했다. 남자에게 가슴 뜀을 처음 알아버린 그날. 어쩌면 알았을까. 이렇게 될 사이란 것을?
“흐으… 으누… 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