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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질래요-19화 (19/84)

19화. 벗겨줄게

기습 공격이었다.

질래의 입술에 포근히 내려앉은 숨결이 그녀 안을 부드럽게 파고들었다.

순식간에 은우로 가득 찬 입 안. 그의 예고 없는 점령에 당황한 듯 질래의 얼굴이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은우가 머금었던 음료수의 여운이 질래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차가우면서도 달달한 맛이 그 어떤 디저트보다도 달착지근했다.

그제야 질래의 놀란 토끼 눈이 지그시 감겼다. 허벅지 위를 배회하던 여자의 손도 자연스레 남자의 목을 껴안았다.

은우는 여자의 다정한 손길을 오케이 사인으로 해석했다.

혀가 뽑혀나갈 듯 포악하다가도 경악스러울 만큼 상냥해지는 그의 살덩이의 현란함에 질래는 키스란 게 이렇게까지 황홀한 건가 싶을 정도였다.

전혀 로맨틱할 것 같지 않은 허름한 닭발집에서. 둘만의 파티가 열렸다.

입 안에 한 차례 쾌락이 휩쓸고 지나가니 질래의 은밀한 공간에 축축한 우물이 절로 생겨 버렸다.

분명 서로의 타액을 주고받았을 뿐인데, 은우의 말랑했던 분신도 통통하게 물이 올랐다.

진득하게 질래를 음미하던 은우가 잠시 입술을 내려놓는다. 질래와 이마를 맞댄 후 귓가에 읊조리듯 속삭였다.

“아무래도 내가 돌은 게 맞는 거 같아.”

‘설마 나보다 더?’

질래가 속으로 대답했다. 물론 현실 언어는 좀 다르게 건네졌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알 것 같으면서도 애써 모른 척. 연애 초보답게 질래는 순진한 표정으로 남심을 흔들었다.

그 수줍음이 은우의 심장을 관통했다. 남자의 입꼬리가 살짝 들렸다 떨어졌다. 그게 뭐라고 수컷 향이 진동한다. 그만큼 섹시한 미소가 질래를 홀렸다.

“중독됐나 봐. 가질래한테.”

“사람 중독, 약도 없다던데.”

활짝 핀 입가에서 드러난 새하얀 치아가 지독히도 빛났다. 한 번의 경험만으로도 이은우에게 중독돼버린 여자의 심정을 알기나 할까.

“이은우, 아까 말해준다던 비밀이 뭐야?”

“들켰는데, 이미.”

“모르겠는데?”

“가질래가 내 처음이란 거. 근데 첫 경험치곤 너무 셌다.”

시크한 미소로 사람을 홀렸던 남자의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그만큼 긴장했다는 뜻일까? 사실 지나와의 대화에서 눈치챘지만 처음이란 말, 그의 입으로 직접 들으니 질래의 마음에 날개가 달렸다. 그런 질래의 속내를 간파한 듯 은우가 그녀의 귓가에 중얼중얼, 고백해 왔다.

“그래서 말인데 더, 중독돼 보려고.”

은우가 질래의 입술을 포갰다. 한참 동안 그대로 머무른 채 인중에 따뜻한 날숨만을 전해왔다. 거친 남자의 향기를 뿜어내다가도 희한한 포인트에서 미소년 같은 청량감을 주는 이 남자를 감히 누가 밀어낼 수 있을까? 질래는 자신이 없었다. 그를, 거부할 재간이 없다.

내려다보는 다정한 눈빛만으로도 가슴이 진동하는데, 어쩌면 은우 중독에 흠뻑 빠진 건 저 자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가질래가 이렇게 맛있는데, 어떻게 참아?”

“그래서… 어디까지 맛보려고?”

말할 때마다 서로의 숨결이 얼굴을 간질였다. 그럼에도 급행열차에 올라탄 연인의 야살스러운 대화는 멈출 줄을 몰랐다.

“다! 가질래가 허락하는 만큼, 다 가질래!”

“그래서? 3개월 계약, 깨버릴 거야?”

“아니. 3개월은 너무 짧아.”

“…….”

뭐지? 설마 이대로 키스만 하고선 저를 지켜주겠다는 건가? 3개월 후면 결혼하는데?

“그냥, 나한테 와! 못 주겠다. 그 새끼한테.”

“…어?”

“양다리, 존나 싫어. 룰 산산이 깨버릴 거야!”

그의 도발적인 고백에 질래의 얼굴이 발그레, 진한 볼터치를 하고 말았다. 무뚝뚝하고 무심하게 내뱉다가도 은근한 나긋나긋함에 질래의 마음이 녹아들었다.

“오늘부터 내 거 해, 나만 가질래! 엄청 후회했어, 씨발 무슨 양다리야.”

“…….”

“룰은 무효야. 그 새끼 손끝 하나라도 닿기만 해! 내가 돌아버릴 거 같으니까.”

저렇게 계획 없이 내지르는 건 딱 질색이라 생각했는데, 앞뒤 안 재고 달려오는 은우의 직설적인 표현이 싫지 않은 까닭은 왜일까. 혹 어쩌면 그가 먼저 룰을 깨주길 바라고 있었던 건 아닌지, 질래는 너무도 쉽게 은우의 말에 동의하는 자신이 낯설었다.

여자의 상기된 얼굴이 은우는 마냥 사랑스럽다. 얼른 제 체온을 여자에게 내렸다. 아까보다 좀 더 저돌적으로 질래와 호흡을 섞었다.

아주 깊은 곳으로. 잇몸과 입천장, 입볼 구석구석을 지나 혀 밑까지 음미한 후 그녀의 살덩이와 꽤나 격렬하게 얼키설키, 뒤엉켜 타액을 교환했다.

어찌나 긴장되던지. 꼭 맞았던 반지마저 헐거워지는 기분에 질래는 잠시 제 손에서 반지를 빼내어 테이블 위에 올려 뒀다.

그 사이 질척질척, 혀끼리 부딪치는 야한 소리가 온 공간을 잠식했다. 비비고 빨았다가, 침샘을 꾹 자극하는 비밀스럽고도 신비한 맛!

마치 크리스마스의 축배처럼 둘은 은밀하게 건배했다.

질래는 키스 중에도 부드럽게 제 머리칼을 어루만지는 은우가, 제 등을 친절하게 쓰다듬어 주는 남자가 한없이 든든했다.

은우 역시 13년 전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워너비 여신과 혀가 뒤섞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짜릿했다.

입맞춤만으로도 하체에 피가 쏠리는 불가항력을 느낄 만큼, 남녀의 거친 호흡이 전부인 고요한 닭발집 안.

이리저리 탐험하던 혀끝이 느슨해질 때쯤 은우가 여자의 윗입술을 소중하게 머금은 후 놓았다. 그리고는 바로 그녀의 목가에 얼굴을 지분댔다.

“하! 가질래 냄새, 이 맛에 살 거 같아.”

질래도 솔직한 마음을 표현 하고 싶은데 불쑥, 제 속으로 들어와 가슴을 움켜쥔 남자 때문에 신음이 먼저 흘렀다.

“으으흣.”

“보드랍다. 그리고 여긴.”

“아아앙!”

브래지어를 파고든 남자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유두를 문질렀다. 돌돌 돌리다가도, 꼬집듯 비틀었다. 얄망궂게.

들썩들썩, 허리까지 뒤틀며 완벽하게 반응했다. 뻐금뻐금 울어대는 질구마저 맥이 뛰는 듯 하체 어딘가가 쫄깃해지는 느낌이었다. 그 와중에도 은우는 여자의 유두를 계속 농락했다.

“따 먹고 싶다. 진짜 귀여워.”

“…으흣!”

“벗자.”

“여기서?”

“벗겨줄게.”

룰을 깨겠다는 남자의 행동은 더욱더 대범해졌다. 물론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골목길이긴 했다.

닭발집 유리창은 농도 짙은 우윳빛 시트지로 가려져 있었다. 혹 누가 지나간다 해도 남녀가 안에서 무슨 짓을 하는지 검은 실루엣으로만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래도 아닌 건 아니다.

“만세 해봐.”

“은우야.”

“부끄러워?”

질래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들어가자.”

“어, 어딜?”

“있어, 비밀 공간. 저기 봐봐.”

은우가 가게 구석,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과거 홀로 왔을 때 종종 음주 후 잠을 청했던 공간이었다.

“저기 할머니 방 아니야?”

“그냥 빈방이야, 할머니 집은 따로 있나 봐. 그 옆에 미닫이문 있지? 항상 저리로 나가셨어.”

질래도 아까부터 저 문이 궁금하긴 했었다. 장사도 잘 안돼 보이는 이곳에 손님이 자고 갈 방까지 만들다니. 궁금증이 쌓여만 갔다.

“넌 여기 어떻게 온 건데?”

“음, 그건….”

제가 빨아 댈 때마다 실눈으로 신음을 토해내던 그녀가 똘망똘망한 눈동자로 질문하는 모습이 왜 이리도 귀여운지. 하지만 남자는 이미 이성보다 본능이 앞서고 있었다.

“하던 거 하고.”

“궁금한… 으읏.”

“알려줄게. 뭐든지.”

그새 은우가 유혹하듯 질래의 귓가를 간질였다. 그의 표정, 그의 말투, 그의 낮은 목소리는 질래의 이성을 밀어내는 묘한 힘이 있었다.

“차라리 술이라도 마실 걸 그랬나?”

“충분히 취했어. 나한테. 그냥 즐기자, 지금!”

어느새 질래는 은우 품에 코알라처럼 꼭 매달렸다. 은우가 그녀를 안은 채 은밀한 공간, 늘 혼자서 자고 갔던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끼이익!

뻑뻑한 문이 열렸다. 은우가 들고 온 점퍼를 재빨리 바닥에 판판하게 깔았다. 혹 누워 있는 질래의 등이 배길까 봐 점퍼 주머니에서 물건들을 빼내어 한쪽 구석에 잘 쌓아뒀다. 그런데 그중에 제 지갑과 지나의 휴대폰이 없었다. 응? 가게 테이블에 두고 왔나 싶으면서도 질래와 거사를 치르기 위해 얼른 패딩 속의 여자를 그 위에 조심스레 눕혔다.

딸칵!

은우가 방문을 잠갔다. 혹 할머니가 가게로 돌아올지 몰라서였다. 종종 자고 있을 때 테이블을 치우러 오거나 이불을 덮어주고 갔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 사이 질래는 방을 살펴봤다. 3평 남짓 돼 보이는 방은 서늘했던 가게에 비해 제법 온기가 느껴졌다.

용도가 뭘까? 텅 빈 방 안에는 먼지 한 톨 없을 정도로 청결도가 괜찮았다.

맞은편 벽에는 밖으로 나가는 또 다른 문이 있었다. 마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만든 비상구 같은 통로 같았다.

“왜 이런 방이 있을까?”

“우리가 올 줄 알았나 보지 뭐.”

“말도 안 돼.”

“사실 열한 살 땐가? 엄마랑 이 가게 앞에 온 적이 있었어. 밖에서 난 기다리고 있었고, 엄마 혼자서 들어갔는데 그게 커서 기억이 나더라고.”

태연하게 지난 추억을 꺼내놓던 은우는 새하얀 패딩에서 질래의 팔을 한 짝씩 빼내기 시작했다. 실은 질래의 하얀 살결을 온전히 보고 싶어서, 욕망대로 한 행동이었다.

“할머니랑 아는 관계야?”

그 사이 은우가 제 상의를 벗어 던졌다. 역시 봐도, 봐도 감탄을 부르는 화보 속 그런 몸매였다. 빚어놓은 듯 알알이 살아 있는 근육질의 남자가 질래에게로 다가왔다.

그녀의 머리칼을 어루만지는 그의 손길만으로도 온몸이 흐늘거렸다.

“아니, 3년 전에 술김에 물어봤어, 엄마 이름, 근데 모르신대. 그냥 우연히 들렸던 건가 봐.”

“어쨌든 엄마 덕에 단골까지 된 거네.”

“글쎄… 여기 매운맛을 자꾸 찾게 되네. 가질래처럼.”

다른 남자가 제게 저런 말을 했다면 뒤도 안 보고 도망쳤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은우의 어이없는 말에도 입술이 쌜룩이는 걸까. 얼굴 근육이 미세하게 반응한다. 좋아 죽겠다고.

“…너, 되게 느끼해.”

“자! 이제 방 안이니까 만세 해봐.”

이은우. 너 나한테 대체 무슨 마법이라도 부린 거니? 질래는 은우에게 투덜대면서도 어느새 그의 말대로 양팔을 쭉, 위로 뻗고 있었다. 그러자 질래 몸을 감싸던 큼지막한 티셔츠가 순시에 훌러덩 벗겨졌다.

신기한 건 밝은 조명 아래서 브래지어 하나 달랑 걸친 채 벽에 기대고 있는데 부끄럽지가 않다는 거였다. 그것도 맨정신으로. 알코올 한 방울 없이도 서로의 체액과 체취에 취할 수 있다니. 어쩌면 우린 욕망이라는 이름에 온통 취해 버린 상태일지도 모르겠다. 저도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사랑이거나.

“이은우. 우리 미친 거 같아. 알아?”

“글쎄, 다른 건 몰라도 가질래가 존나 섹시해… 사람 미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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