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단의 꽃-100화 (100/108)

100.

하진이 연환궁의 연비전으로 들어섰을 때 연비전의 침전은 어둠이 내려진 후였다.

황제의 행차에 사비와 궁녀들이 침전에 촛불을 밝히고 은호를 깨우려고 했지만 그것을 막은 것은 하진이었다.

[피곤할 테니 그냥 두어라.]

그 한 마디에 궁녀들은 전부 침전 밖으로 물러갔다.

어둠 속에 오래 있다 보면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지금 하진이 딱 그랬다.

황궁으로 돌아와서 사흘 만에 보는 은호의 얼굴이 지금 하진의 눈앞에 있었다.

은호가 잠든 침상으로 올라가 그녀의 곁에 비스듬하게 누운 채로 하진이 그녀의 잠든 얼굴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사흘 만에 보는 얼굴.

하루에도 몇 번씩 보고 싶어서 달려오고 싶었다.

같은 황궁에 있는데, 아주 잠깐 시간을 내어서 발걸음을 하면 볼 수 있는데 그러지를 못했다.

사흘이나 은호를 이곳에서 혼자 잠들게 했다.

물론 은호는 원망 따위야 하지 않겠지만 원망은 자기 자신이 스스로에게 하는 것뿐이다.

아주 잠깐 일을 내려놓으면 되는 것인데 그걸 하지 못했다.

일이 은호보다 더 중요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사흘 동안 하진은 단 한숨도 자지 않았다.

졸지도 않고 잠시 눈을 붙이지도 않았다.

그건 하진뿐만 아니라 홍문이나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사흘 동안 강행군을 했다.

무리해서 강행군을 한 이유는 불이 붙었을 때 바람이 불어야 그것이 거대한 화마가 되어 전부 불태워 버리고 재만 남게 된다는 홍문의 조언 때문이었다.

불씨가 붙었을 때 바람이 불어 줘야 한다.

그 말이 맞다.

황궁에는 지금 불씨가 붙었다.

지금 바람이 불어 줘야 한다.

바람이 불면 이 불씨는 황궁을 태우고, 조정을 태우고, 이 도성을 태우고 그리고 이 나라를 태울 것이다.

전부 태운 다음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바람이 불어야 한다.

그 바람이 불게 하기 위해서 지난 사흘을 보냈다.

황궁에 남아 있던 묵은 세력들을 완벽하게 청산하기 위한 사흘이었다.

그 사흘 동안 도성 안에 피바람이 몰아쳤다.

허연과 심창의 세력들을 전부 숙청하고 그와 연관되어 있던 귀족들까지 전부 그 일당으로 몰아 솎아 냈다.

평소에 하진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드러내놓지 않았던 자들까지 전부 색출해서 그 일당으로 엮어 버렸다.

[불만은 누룩과 같은 것입니다. 누룩은 속에 품고 있으면 언젠가는 썩기 마련이지요. 지금 비록 그것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누룩이 속에 있으면 그건 썩고 맙니다. 그러니까 기회가 왔을 때 도려내야 합니다.]

홍문의 충고는 정확했고 하진은 그것을 실행에 옮겼다.

어쩌면 역대 사기는 지난 사흘을 역사상 가장 잔혹했던 사흘로 기록할 수도 있고, 자신에게 내려지는 후대의 평가는 잔인한 황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너무 오래 자라 무성해진 수풀 속에서는 꽃이 필 수가 없다.

정원을 오래 내버려 두면 그곳은 풀로 무성해진다.

어디서 그렇게 날아와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는지 잡초는 기어이 자라나 무성하게 우거지기 마련이고 그것을 뽑아내는 것이 힘들어서 그냥 내버려 두면 그 안에 남아 있는 꽃의 싹은 죽어 버린다.

누군가는 그것을 전부 뽑아내는 일을 해야 한다.

그 일을 자신이 했을 뿐이다.

오래 묵은 황궁의 묵은 여우들을 처리하고, 낡은 것들을 부수고, 그리고 독기 가득한 것들을 전부 태워 버렸다.

살점이 도려져 나간 곳은 지금 당장은 아플 수 있다.

영영 상처가 아물지 않을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자신이 너무 과하게 대응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하지 못하면 영원히 하지 못한다.

하진은 그걸 알고 있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면 그것으로 끝이다.

두 번째 기회라는 것은 없다.

조금 더 나중에, 라는 것도 어리석은 선택일 뿐이다.

이미 자신은 그렇게 해서 어리석은 선택을 두 번이나 했다.

첫 번째 어리석은 선택으로 어머니를 잃었고, 두 번째 어리석은 선택으로 은호를 잃을 뻔했다.

잃은 다음 울며 땅을 쳐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뼛속 깊이 새길 수밖에 없었다.

“잘도 자는구나.”

하진이 은호의 눈가를 손끝으로 천천히 덧그렸다.

그 손이 만져도 은호는 깨지 않았다.

[원래 회임을 하시면 잠이 느는 법입니다. 지금 연비마마께서는 계속 졸리실 겁니다.]

잠시 시간을 내어 어의를 불러 은호의 상태에 대해 물었을 때 어의는 그녀가 푹 자게 하라고 권유했다.

[회임한 여인에게는 잠이 보약입니다, 폐하. 근심 걱정이 없는 것도 물론이고 말입니다.]

근심 걱정이 없게 해 주고 싶지만 그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당장 며칠 전만 하더라도 그런 상황에 처하게 만들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세상에는 할 수 없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 전자는 사람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후자는 얼마든지 해 줄 수 있다.

잠이 보약이라면 그녀를 절대 깨우지 않을 수 있다.

비록 잠든 그녀의 곁에서 이렇게 그저 물끄러미 보는 것이 전부라고 해도, 견딜 수 있다.

견딜 수 있지만,

“사흘 만인데…….”

이렇게 푹 잠들었으니 만져도 모르지 않을까?

하진이 은호의 벌어진 야장의 옷깃 사이로 천천히 손을 밀어 넣었다.

옷깃 사이로 봉긋한 젖가슴이 하진의 손바닥 안에 쥐어졌다.

확실히 이전보다는 가슴이 커졌다.

예전에도 작은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조금 더 커진 것이 확실했다.

“으응…….”

가슴을 만지자 그때까지 깊이 잠들어 있던 은호의 입술이 살며시 벌어지며 작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잠에서 깬 것은 아니다.

잠에서 깼으면서 앙큼스럽게 잠든 척할 정도는 아니다.

앙큼한 짓을 가끔 해 줬으면 하지만 남을 위해서라면 모를까 그녀 스스로를 위해서는 앙큼한 짓을 할 줄 모르는 여자다.

옷깃이 벌어지며 그녀의 가슴골이 드러났다.

도드라진 유두가 옷깃 사이로 보이자 하진이 그것을 손가락으로 살짝 비틀어 입에 물었다.

“아, 응…….”

여간 깊이 잠든 것이 아니다.

그러니 이런 짓을 해도 모르는 것이다.

“으응…….”

은호가 몸을 비틀었다.

그러자 하진의 입에 물고 있던 그녀의 유두가 쑥 뽑혀 나갔다.

반대로 돌아눕는 바람에 그때까지 은호가 덮고 있던 이불이 걷혔다.

비스듬히 돌아누운 그녀의 야장의가 흐드러지며 허벅지가 드러났다.

뽀얀 허벅지 위로 하진이 손을 얹었다.

그녀의 등에 제 가슴을 바짝 붙이고 그녀의 귓불을 잘근거리며 하진이 그녀의 허벅지를 손으로 더듬었다.

허벅지의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파고 든 손가락이 야장의 위에서 그녀의 중심을 문지르기 시작하자 은호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졌다.

“으응…… 응…… 으응…….”

연한 귓불을 잘근잘근 씹으며 손을 움직였다.

야장의에 얼룩이 생기며 젖은 소리가 치덕치덕 울렸다.

“아, 읏…… 으응…….”

가쁘게 신음하는 은호의 야장의를 걷어 올린 하진이 그녀의 음부에 손을 댔다.

그녀는 속옷을 입지 않은 채였다.

마치 자신을 기다리다 잠든 것처럼 속옷도 입지 않고 있는 그녀의 질구를 손가락으로 벌린 하진이 그 질척하게 젖은 곳으로 제 손가락을 구부려 밀어 넣었다.

손가락의 끝에 질척한 액이 묻어났다.

[안정이 되실 때까지는 원래 합궁은 피하는 것이 좋지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는 하셔도 괜찮기는 합니다.]

어의는

‘무리’

를 하지 말라고 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무리’

는 깊고 격렬한 삽입을 의미한다.

하지만 깊고 격렬하게 삽입하고 추삽질을 하지 않으면 정사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제 손가락을 삼키고 조이고 있는 은호의 질벽이 너무 뜨거워서, 그리고 눅진하게 젖어 있어서 하진의 하체가 욱신거렸다.

그의 바지 안에서는 이미 터질 것처럼 부푼 음경이 그녀의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성을 부리고 있지만 어의는

‘무리’

하지 말라고 했다.

음경을 넣지 못하면 음경보다 짧은 것을 넣는 수밖에 없다.

은호의 질 안에서 손가락을 빼낸 하진이 그녀의 아래로 내려갔다.

야장의를 걷고 그녀의 다리를 벌린 다음 그곳에 얼굴을 파묻었다.

“으응…….”

은호는 지금 그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럴 수도 있다.

어쩌면 음란한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하며 이렇게 신음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아, 읏…… 응. 으응…….”

하진의 혀가 질구를 열어젖히고 안쪽을 헤집을 때마다 은호의 허리가 들썩였다.

벌려진 다리로 무릎을 세운 채 은호가 엉덩이를 들썩였다.

그녀의 질구가 실룩거렸다.

마치 자신을 기다렸다는 듯 실룩거리며 애액을 흘리는 질구를 하진이 집요하게 물고 빨았다.

원래 잘 느끼던 은호였다.

그녀가 자각하고 있는지 어떤 건지 모르겠지만 은호는 교합을 할 때면 무척이나 잘 느끼는 몸을 가지고 있다.

약간의 애무에도 쉽게 달아오르고 애무 끝에 삽입을 할 때면 그녀의 질구는 이미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물이 많아 한 번 교합을 하고 나면 침상이 흥건하게 젖을 정도였지만 지금의 그녀는 평소보다 더 물이 많다.

그리고 평소보다 감도가 더 높아진 것 같았다.

이 또한 회임의 영향일까.

이렇게 잘 느끼는데 무리하지 말라면 반칙이다.

“으응, 읏…… 아읏…….”

은호의 신음 소리가 높아진다 싶더니 그녀의 두 손이 하진의 머리를 꽉 눌렀다.

“거기……!”

순간 하진은 그녀가 잠이 깬 줄 알았다.

그러나 이내 잠이 깬 것이 아니라 여전히 잠든 채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거기, 으응, 거기, 거기를 조금 더…….”

제정신인 은호라면 절대로 이렇게 보채는 말을 하지 않는다.

더 해 달라는 둥, 어디를 어떻게 해 달라는 둥 하는 말은 절대로 제 입으로 하지 않을 여자다.

어쩌면 꿈이라고, 음란한 꿈이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평소에 하지 않는 말을 입에 담는 것이라면,

“좋군.”

오늘이 기회라고 하진이 생각했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음란한 은호를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말이다.

금단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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