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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꽃-49화 (49/108)

49.

“폐하께서 오늘 어느 처소에 드셨다더냐?”

밖에서 상황을 알아보고 돌아온 시녀의 손목을 잡아끌고 온 여인이 초조하게 물었다.

이 여인의 이름은 은송. 황제의 후궁으로 입궁했지만 아직 승은을 입지 못하고 정식으로 첩지를 받지 못해 그저 품계가 부인에 지나지 않는다.

황궁에는 후궁의 법도가 존재한다.

내명부의 가장 높은 어른은 황제의 모후인 태후이고 그 아래로 황후가 존재한다.

황후는 본궁이 되며 황후를 제외한 다른 모든 황제의 여인들을 가리켜 후궁이라고 부르지만 후궁에도 차별적인 품계가 있다.

황제의 총애에 따라 품계가 결정되고 그중에서는 아들을 낳아 높은 품계를 받는 여인도 있지만 자식을 낳지 못하고도 높은 품계에 오르는 여인도 있었다.

갓 입궁한 후궁의 경우에는 보통 가문의 힘이 후궁의 품계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황후 아래로는 화비, 귀비, 숙비, 강비, 덕비 이렇게 네 명의 비가 있고 비의 아래에 빈이 있다.

빈의 아래로는 귀인이 있고 귀인의 아래에 다시 여러 품계의 후궁들이 있지만 워낙에 낮은 품계라 승은 상궁이나 다를 것 없이 낮은 신분에 불과했다.

품계에 따라 거느리는 시녀의 숫자도 달라지고 머리에 붙이는 장신구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후궁의 숫자는 제한이 없어서 황제가 원하기만 하면 무한정으로 후궁을 둘 수 있었던 까닭에 역대 가장 많은 후궁을 두었던 진 황제의 경우는 모두 삼백 명의 후궁을 뒀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후궁 중에서 마마의 존칭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빈뿐이었고 빈 아래의 귀인들과 다른 후궁들에는 마마의 존칭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 은환궁에 모두 서른 두 명의 후궁이 입궁해 있다.

거의가 유력한 귀족들의 딸로 목적은 하나였다.

황제의 승은을 받아 황후가 되는 것.

지금 황후는 공석이다.

원래 황궁의 법도에 후궁은 황후가 되지 못한다는 법이 있었다.

오래전에 황후 자리를 놓고 후궁들 사이에서 벌어진 암투로 수없는 목숨을 잃은 일이 있었던 탓에 후궁이 황후가 되는 것을 엄격히 금하는 법이 있었지만 새 황제가 황위에 오르며 그 법을 폐지시켰다.

덕분에 후궁에 오른 모든 여인들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비록 후궁으로 입궁했지만 누구에게나 황후가 될 기회가 열려 있는 것이다.

덕분에 입궁하기 전부터 후궁 후보였던 처녀들은 몸단장과 방중술에 열과 성을 기울였다.

기회는 단 한 번이고, 황제의 눈길을 누가 사로잡을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리고 승부는 단번에 나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 황제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더라도 그게 황후 자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황제의 총애를 받으며 아들까지 낳아야 황후의 자리에 근접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후궁의 관심은 황제가 누구의 처소에 드는가, 그것이었다.

은송은 우복야 심창의 양녀다.

원래는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자의 딸이었는데 심창의 눈에 띄어 그의 양녀가 되었다.

미모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워서 사람들은 은송을 가리켜서 고사에 나오는 경국지색의 미녀와 견줄 정도라고 칭찬을 하고는 했었다.

은송 자신도 스스로의 미모에 자신이 있다.

황제를 제 품 안에 사로잡을 자신이 있었고 황후까지 기어이 올라갈 각오를 하고 들어왔다.

다른 귀족들의 딸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모르겠지만 그녀들에게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무엇보다 은송은 이미 방중술까지 익히고 들어왔다.

매일 음부에 과실을 넣어 그것을 짓이기는 짓까지 했다.

자고로 여인은 조임이 좋아야 한다며 방중술 선생이 은송에게 과실을 음부에 넣고 조이는 훈련을 시켰기 때문이다.

사내의 마음을 홀리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사향 주머니까지 몸에 찼다.

목욕을 할 때도 사향을 푼 물에 목욕을 하고 베개에는 무당이 써 준 부적을 넣어 두었다.

그러나 자신이 아무리 만반의 준비가 끝나도 황제가 찾아와 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은환궁의 후궁들은 사사로이 은환궁을 나갈 수 없다.

스스로 황제 앞에 나갈 수 없는 몸이니 황제가 찾아와 주기를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은환궁의 후궁들의 처지는 나비를 기다리는 꽃에 지나지 않는다.

그건 은송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오늘 해가 질 때부터 계속 초조하게 안을 왔다 갔다 했다.

오늘이 첫날이다.

오늘 황제가 누구의 처소에 드는지 모든 후궁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 뻔했다.

처음으로 황제를 모시는 후궁.

그것은 분명 명예로운 일이었다.

“폐하께서 은황궁으로 향하셨더냐?”

초조한 은송의 표정에 시녀가 곤란한 듯 말을 주저했다.

은송은 눈치가 빠르다.

그 표정만 보고서도 이미 황제가 다른 후궁의 처소에 들어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떤 년이…….’

속으로 이를 갈면서도 은송이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래, 어느 처소로 드신 것이냐?”

첫날이 전부는 아니다.

첫날 그 후궁이 황제를 만족시켜 주지 못한다면 내일은 자신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다.

어차피 황제는 아직 젊은 사내.

고작해야 서른 두 명의 후궁이다.

한 달이면 모든 후궁들에게 골고루 승은이 돌아갈 수 있다.

오늘은 빼앗겨도 된다.

“주부인의 처소에 드셨다고 하옵니다.”

“주 부인?”

은송의 미간이 구겨졌다.

주 부인이라는 것은 주이염의 딸을 가리킨다는 것을 은송도 알고 있다.

후궁들은 지금 아비의 성을 따서 부인의 봉호를 받았다.

은송의 경우는 심 부인이다.

후궁들 중에서 주씨 성을 가진 후궁은 한 명이다.

재상 주이염의 딸.

선황의 황후였다가 혼인 무효를 당해 출궁당한 후 강인사에 머물고 있다가 이번에 새 황제의 후궁으로 간택되어 온 여자.

다들 말도 안 되는 처사라고 비난하는 소문이 흉흉했었다.

아무리 혼인 무효가 되었다고 해도 어떻게 아비의 것이었던 여자를 그 아들이 후궁으로 받아들이냐며 세간에서도 전부 새 황제를 욕하기에 바빴다.

새 황제가 저지르는 짓이 패륜이고 금단이라고 손가락질하는 것을 은송도 들었다.

하지만 그런 비난을 무릅쓰면서까지 황제가 주이염의 딸을 후궁으로 들인 것에 대해서 귀족들 사이에서는 다른 소문이 돌았다.

황제가 주이염과 모종의 거래를 했다는 소문이었다.

그건 선황의 죽음과도 얽혀 있는 소문이기도 했다.

원래 선황의 측근이었던 주이염이 제 딸을 선황의 황후로 들여보냈지만 선황이 화비에 의해 목숨을 잃자 새 황제의 치세에서도 제 입지를 견고하게 하기 위해 태자인 하진이 옥좌를 잇는 것에 힘을 보태고, 그 대가로 자신의 딸을 다시 후궁으로 삼아 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는 그런 소문이었다.

그건 충분히 근거가 있는 소문이기도 했다.

아직 조정에서 주이염의 권세는 시들지 않았다.

선황이 붕어했어도 아직 승상은 주이염이고 그 자리는 견고하다.

막 옥좌에 오른 새 황제로서도 집권 초기 권력의 분산과 다른 귀족들의 견제를 위해서 주이염과 손을 잡았을 가능성도 높다.

즉 선황의 황후였던 주은호의 입궁 배경에는 그런 더러운 거래가 존재하는 것이다.

‘얼마나 기세등등한 계집일까.’

아직 은송은 주은호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아비가 주이염이요, 한 번 황후의 자리에 올랐던 여인이니 그 기세가 얼마나 당당할지는 불 보듯 뻔했다.

그 정도의 위세를 가지고 있으니 황제가 가장 처음으로 그 처소에 들어가지 않았겠는가.

‘불쌍한 폐하…….’

은송이 황제를 측은하게 여겼다.

황제도 분명 좋아서 그 처소에 든 것은 아닐 것이다.

아비의 품에서 다리를 벌렸을 여인을 어느 사내가 안고 싶겠는가.

더럽고 추한 계집을 좋아하는 사내는 없다.

선황은 잠자리에서 말로 못할 정도로 음란하고 변태적인 놀이를 즐겼다고 들었다.

그런 선황의 노리갯감이나 다를 것 없었던 주은호는 그저 음탕한 창부에 지나지 않는다.

아비의 품에도 안기고 아들의 품에도 안기는 창부.

“내일은 내 처소에 드실 것이다.”

초조했던 표정을 싹 지우며 은송이 한껏 머리를 장식했던 것을 풀어 버렸다.

황제가 오지 않는 밤에 거추장스럽게 치장하고 있을 이유는 없었다.

*

“으응…… 읏…….”

휘장이 드리워진 침상 위에서 가느다란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침상을 가린 반투명한 휘장에 흰 나신이 꿈틀거리는 것이 비쳤다.

“하, 읏…… 폐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침상에 누운 은호가 붉어진 얼굴로 숨을 헐떡였다.

그녀의 발 아래 사내가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사내는 그녀의 발을 들어 그 발가락을 잘근잘근 물고 빠는 중이었다.

처소에 밝힌 불을 하나도 끄지 않은 탓에 처소 안은 대낮처럼 환했다.

휘장으로 가려진 침상 안쪽으로 훤하게 밝은 까닭에 은호의 나신이 숨김없이 드러났다.

그녀의 희고 매끈한 발목을 잡아 제 얼굴까지 끌어 올린 하진이 그녀의 발바닥을 핥고 발꿈치를 씹었다.

“응, 흐읏…….”

하진의 이가 제 발꿈치를 씹자 은호의 허리가 찌르르 울렸다.

“하아…… 하아…….”

은호는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있었다.

봉긋한 가슴을 사내에게 그대로 보이는 것이 못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손 좀 치워 보려무나.”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그녀의 발가락 사이로 혀를 밀어 넣던 하진이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지만 은호가 고개를 저었다.

“불을 꺼 주시면…….”

“불을 끄면 무슨 수로 네 몸을 보겠느냐.”

“하오나 폐하…….”

“왜? 내가 내 여자의 몸을 보겠다는데 그게 무슨 흠이라도 되는 것이냐?”

“그게 아니라. 저는 그저 너무 부끄러워서…….”

“부끄러워서 벌써 젖은 것이냐?”

“폐하…….”

젖었다는 말에 은호의 뺨이 붉게 물들었다.

하진의 말이 맞다.

지금 은호의 허벅지 안쪽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발을 애무하는 하진의 입술에 벌써부터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망측할 정도로 흥건하게 젖은 허벅지 사이가 뜨거운 습기로 훅훅거렸다.

금단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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