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유난히 살결이 흰 탓에 새파란 핏줄이 도드라진 은호의 목이 붉은 꽃으로 물들어 갔다.
사내는 마치 굶주린 짐승처럼 그녀의 목을 물어뜯었다.
그런 사내의 단단한 이가 주는 아릿한 통증에 은호는 아파할 틈도 없었다.
그녀의 하체를 점령한 사내의 음경이 그보다 더 그녀를 버겁게 몰아붙였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외부와 격리된 지 시간이 꽤 지났다.
그녀의 몸이 사내를 알지 못하던 시절의 몸과 비슷하게 되어 버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이곳에 있는 후궁들은 아직 젊다고 할 수 있는 여인들이다.
가장 나이가 많은 조비의 경우에도 육체는 한껏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이런 산중의 산사에 갇혀 있지만 후궁들이 육체의 만족을 위해 하는 일들에 대해 은호도 강비를 통해 들은 적이 있다.
후궁들끼리 암암리에 서로의 몸을 만져 주며 마치 사내와 정사를 하듯이 그렇게 몸을 섞는다고 했다.
너무나 망측한 이야기라 은호는 그 이야기를 듣고 바로 생각에서 지워 버렸었다.
사내가 그리워 여인들끼리 서로의 몸을 탐한다는 것은 은호의 생각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물론 은호 역시 하진과 함께했던 밤을 그리워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어두운 밤, 적막 속에서 혼자 누워 잠을 청할 때면 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그리움만은 막을 수 없었다.
저를 탐하던 입술, 제게 속삭이던 더운 숨결, 저를 숨 막히게 짓눌러 오던 사내의 단단한 몸. 그것이 그립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리워도, 아무리 혼자 잠드는 밤의 육체가 쓸쓸해도 다른 생각은 품지 못했었다.
[밤이 외로우면 혼자 하는 방법도 있답니다.]
강비의 은밀한 조언에도 불구하고 은호는 스스로 몸을 달래는 행위 한 번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 탓에 지금 그녀의 몸은 마치 이런 행위가 처음인 것처럼 생경하고 버거웠다.
제 몸을 열고 들어선 사내의 음경이 전에도 이렇게 크고 단단했던 것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때도 사내의 입술이 이렇게 뜨거웠던 건지, 사내의 살결이 이렇게 불덩어리처럼 뜨거웠던 것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내의 얼굴은 바로 어제 돌아선 것처럼 선명하게 기억이 나고, 저를 향해 웃던 사내의 미소도 전부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데 사내의 이 뜨거운 살결이 그때도 이렇게 뜨거웠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읏……!”
입을 막고 있던 두 손 사이로 기어이 교성이 새어 나왔다.
자기도 모르게 엉덩이를 쳐들며 은호가 교성을 뱉으며 헐떡였다.
사내의 음경을 전부 삼키며 잔뜩 벌어진 음문이 뜨겁게 녹아내리고 있었다.
사내의 열기에 자신의 음문이 녹아내려 질퍽한 습기가 가득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질퍽하게 젖은 음문으로 사내의 음경이 퍽, 퍽, 쑤시고 들어왔다.
“소리 질러.”
그녀의 목덜미를 탐하던 입술이 귓가에 닿았다.
그 뜨겁게 습한 속삭임에 은호의 등줄기로 전율이 스쳤다.
전신이 화마에 휩싸인 것처럼 달아올랐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의 열기였다.
이런 열기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이 열기는 제 것일까 아니면 사내의 것일까.
이 사내의 열기에 제가 삼켜지는 것일까 아니면 이 사내로 인해서 자신의 안에서 열꽃이 타오르는 것일까.
“숨죽이지 말고, 소리 질러.”
그녀의 음부 안에 저를 거칠게 박아 넣으며 하진이 속삭였다.
“지금 네가 누구의 품에 안겨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게 소리 질러.”
나쁜 사내다.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불가능한 것만 요구하는 지독하게 나쁜 사내다.
이 사내는 처음부터 나쁜 사내였었다.
첫 만남부터 지독하게 나쁘고, 지독하게 무례한 사내였건만, 자신은 어느새 이 사내에게 이렇게 빠져 버린 것일까.
매일 밤 그리워하고 지금 이렇게 살을 맞대는 것이 너무 기뻐 어찌하지 못할 정도로 자신은 언제부터 이 사내에게 이렇게 홀려 버린 것일까.
“말해 보아라. 밤이 길어 혼자서 했었느냐?”
‘그럴 리가…….’
이 사내는 자신을 참 모르는 사내다. 그럴 리가 있겠는가.
“아니면 내 생각을 하며 달아오른 몸을 이를 악물고 참았던 것이냐?”
무슨 대답이 듣고 싶은 것일까.
이 짓궂은 사내는 아마 후자의 대답이 듣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참은 적은 없다.
다만 조금, 그리워했을 뿐이다.
그리워하고, 그 이름을 조용히 속으로 불러 보고 눈물을 아주 조금 흘렸을 뿐이다.
보고 싶다는 혼잣말을 아주 작게 해 봤을 뿐이다.
이를 악물기는 누가 이를 악물었을까.
“말을 안 하기로 작정한 것이냐?”
사내가 허리를 추켜올렸다.
“하윽!”
마치 자신의 아랫배를 뚫기라도 할 것처럼 사납게 추켜올리는 사내의 허리짓에 은호가 허리를 떨었다.
그가 허리를 치댈 때마다 그녀의 다리가 허공에서 흔들렸다.
애처롭게 흔들리는 그녀의 다리를 붙잡은 것은 하진의 손이었다.
그녀의 다리를 잡아 제 허리에 감게 한 하진이 다시 그녀의 안으로 제 분신을 푹, 푹, 찔러 넣었다.
어느새 입을 막고 있던 손을 푼 은호가 그 손으로 사내의 어깨를 붙잡았다.
“꽉 잡아야 할 거다. 이제부터는 봐주지 않을 것이니.”
봐주지 않다니.
그러면 지금까지 한 것은 봐준 것이란 말일까?
지금까지 사내의 양물이 제 안에 박히는 것도 버거웠는데 여기서 어떻게 더 버겁게 하려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
하지만 일부러 제 다리를 그 허리에 감은 것으로 봐서, 사내는 정말 더 사납게 할 작정인 것이 분명했다.
“나는 아직 멀었다. 조금도 성에 차지 않아.”
사내는 연신 은호의 귓가에 경고했다.
“전부 쏟아 내지 않으면 미쳐 버릴 지경이니까, 오늘은 울어도 멈추지 않을 거다.”
사내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꽉 잡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의 음경이 그녀의 안에 무섭게 박혔다.
“하윽!”
몸 안 깊숙하게 박히는 단단한 기둥이 주는 압박감에 은호의 입술이 벌어지며 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내의 어깨에 매달린 채로 은호가 정신없이 소리를 질렀다.
“하아! 아! 아아!”
그가 구멍을 들쑤실 때마다 그녀의 안에서 물이 넘쳐흘렀다.
그녀의 살에 그의 살이 부딪치며 음란한 소리가 울렸다.
“하아아! 아앙! 아아!”
교성을 참을 수가 없었다.
정신없이 소리를 지르며 하진에게 매달린 채로 은호가 울음을 터트렸다.
아파서 우는 것도 아니고 무서워서 우는 것도 아니고, 괴로워서 우는 것도 아니다.
이 울음은 오롯이 쾌감에 젖은 울음이었다.
사내에게 꿰뚫리며 그녀의 몸이 희열에 젖은 나머지 그녀가 울음을 터트렸다.
그녀의 울음소리에 젖은 교성이 섞여 흘렀다.
이 쾌락을 잠시 잊고 있었다.
이 사내가 자신을 안을 때 자신이 느꼈던 쾌락이 이런 것이었다는 것을 그사이에 잊고 있었다.
“아윽! 아! 아아아!”
사내의 음경이 깊숙한 곳까지 쑤실 때마다 하체가 찢어질 것만 같았다.
사내는 도무지 멈추는 법을 모르는 짐승처럼 그녀의 안을 쑤셔 댔다.
“더 울어도 좋아.”
사내의 숨소리가 거칠었다.
사내가 저처럼 흥분하고 있다는 사실이 은호를 더 전율하게 만들었다.
마침내 그녀의 안에 뜨거운 것이 왈칵 쏟아지며 그 안을 뜨겁게 적셨지만 사내는 그 한 번으로 멈추지 않았다.
씨물이 넘쳐흘러 눅진눅진하게 변한 음문 안으로 시들지 않는 제 음경을 다시 밀어 넣으며 사내가 은호의 연한 살결을 물어뜯었다.
오래 굶주린 짐승의 아래에서 은호의 새하얀 몸이 붉게 물들어 갔다.
*
자박.
작은 발소리에 이루가 고개를 퍼뜩 들었다.
발소리를 내며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다름 아닌 강비였다.
이루가 조용히 손을 들어 입술에 가져다 댔다.
조용히 해 달라는 뜻이었다.
이루의 등 뒤에서는 울음 섞인 교성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교성이 새어 나오는 곳은 강비의 처소다.
지금 그 안에서 하진과 은호가 서로의 몸을 탐하고 있다.
처소를 내어준 것은 물론 강비였다.
애초에 강비는 처음부터 하진의 사람이었다.
강비는 죽은 하진의 모후에게 은혜를 입은 사람이다.
그 은혜를 잊지 못해서 하진의 편에 섰었고, 그 아들 위연도 하진을 제 친형처럼 따르고 있다.
모든 후궁들이 강인사로 들어올 때 하진은 미리 강비에게 그의 계획을 말했었고 그의 부탁을 받은 강비가 이곳에서 은호를 챙겨 주고 있었던 것이다.
“위연은 잘 지내고 있습니까?”
제게로 다가온 이루를 향해 강비가 그것부터 물었다.
어미의 근심은 늘 두고 온 아들에게 있는 것이다.
“전하께서는 잘 지내고 계십니다.”
“저는 자나 깨나 그 아이 걱정뿐입니다. 그 아이가 말과 행실이 가벼워서 어디 가서 화를 당하지 않을까…… 제가 황궁에 있을 때는 그 아이를 훈계도 하고 단속도 할 수 있었지만 이제 그 아이는 혼자 남겨졌으니, 누가 그 아이를 이용하려 들지도 모르고…….”
“폐하께서 계시니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야 물론 폐하를 믿고 있지요. 폐하를 믿고 있지만 그 아이가 큰 실수를 저질러도 폐하께서 그 아이를 감싸 주실지는 의문입니다.”
강비의 걱정은 괜한 것이 아니다.
위연은 천성이 착하고, 다혈질에 감정적이다.
그리고 사람을 쉽게 믿고 의심이라는 것을 잘 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런 이유로 누가 딴마음을 먹고 접근을 해도 그것을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순진하다.
좋게 말하면 순진하고 나쁘게 말하면 어리석다.
이용당하기 딱 좋은 성격이다.
이루도 그걸 알고 있다.
그래서 하진도 정작 중요한 일은 위연이 있는 곳에서는 꺼내지 않았다.
위연이 의도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그 계획을 흘릴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강비의 걱정이 괜한 기우가 아닌 것은 그런 까닭이다.
“폐하께 부디 말씀을 드려 주세요. 혹시나 그 아이가 큰 실수를, 도저히 용서받지 못할 그런 실수를 하더라도 그 아이를 끝까지 버리지 말아 달라고 말입니다.”
어미의 정이라는 것은 이런 것일까.
이루는 어미의 정을 모른다.
그래서 이렇게 극진한 사랑을 받고 있는 위연이 부러울 때가 있다.
“전해 드리겠습니다.”
이런 사랑을 받고 있는 위연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이런 사랑은 자신도, 홍문도 모르는 것이다.
모르기 때문에 더 알고 싶고, 가지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것이 어미의 정이다.
이루는 서자 출신이다.
낳은 어미는 그를 친부에게 돈을 받고 넘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친부가 제 생모를 죽였다는 것을 이루는 알고 있다.
돈을 받고 자식을 판 어미, 그런 여인을 죽인 아비.
그 지독함 속에서 자란 탓에 이루에게는 강비의 이 모정이 낯설면서도 부럽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제 어미도 저를 이렇게 걱정해 주었다면, 부질없는 감정이 이렇게 불쑥 찾아드는 날이 있다.
지금이 꼭 그런 날이었다.
금단의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