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단의 꽃-26화 (26/108)

26.

“내가 그렇게 걱정이 되면 마마를 만나게 해 주게나.”

“어르신.”

홍문이 잡고 있던 주이염의 손목을 놓아주었다.

“마마는 무탈하십니다.”

“내 눈으로 보기 전에는 못 믿겠네.”

“아무렴 태자 전하께서 마마를 해하시겠습니까? 한때 혼담도 오갔던 사인데 정이라는 있으니 전하께서도 마마를 극진히 모실 것입니다.”

그래서 더 걱정이라는 것을 이 사내는 정녕 모르는 것일까?

한때 혼담이 오갔고, 그 혼담을 먼저 깬 것이 주이염 자신이다.

그래서 앙심을 품고 은호에게 해코지를 할 것이 두려운데 이 사내는 그런 것을 모르는 것일까 모르는 척하는 것일까.

“그런데 참 세월이 무상합니다. 천하를 호령하시던 어르신도 나이가 드시니 이렇게 약해지시는군요.”

홍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모든 것을 다 가지신 분이 따님 때문에 이렇게 노심초사하시는 것을 보니 세상사 재물과 권력이 전부는 아닌 것 같습니다.”

홍문이 뭐라고 말하든 주이염의 귀에는 그것이 간교한 뱀의 말처럼 들렸다.

“원하는 것이 뭔가? 내 딸을 볼모로 잡고 대체 뭘 원하는 건가?”

이제 더는 기다릴 수가 없다.

우물쭈물하다가 은호에게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도 생긴다면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

홍문의 말이 한 가지 정도는 맞다.

재물과 권력이 전부는 아니다.

재물도 권력도 그것을 가지고 지켜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만 비로소 가치를 가지는 법이다.

주이염에게 있어서 그가 쌓아 온 재물과 권력과 명성은 전부 은호를 위한 것이다.

젊어서는 아내를 위한 것이었고, 아내가 죽은 후에는 딸을 위해 이 모든 것을 쌓아 왔다.

주이염의 전부는 지금 누리고 있는 승상으로서의 지위가 아니라 딸 은호다.

은호만 행복할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쌓아 왔던 모든 것을 무너뜨리라고 해도 할 수 있다.

“원하는 것을 말하게.”

“어르신.”

홍문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잔뜩 어질러져 있는 한쪽 구석을 뒤적이더니 뭔가를 찾아내어 그것을 주이염에게 건넸다.

뭔가 들어 있는 주머니였다.

“초오입니다. 그걸 드시는 것이 제가 바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전하께서도 그걸 바라실 겁니다.”

홍문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쾌차하셔야지요.”

수상쩍은 웃음이었다.

적어도 주이염에게는 그랬다.

*

“다리를 더 벌려.”

하진의 요구에 은호가 다리를 더 넓게 벌렸다.

지금 두 사람이 뒹굴고 있는 장소는 태자궁의 연못 바로 옆이었다.

연못 옆에는 온통 보라색의 꽃창포가 만발했고 그 곁에 꽃으로 둘러싸인 전각이 있었다.

보라색과 푸르름으로 둘러싸인 전각의 위에서 은호는 벌거벗은 몸을 하진에게 드러냈다.

이미 은호의 다리 안쪽은 흠뻑 젖어 있었다.

조금 전까지 하진이 그녀의 가랑이 사이를 흠뻑 젖도록 빨아 줬기 때문이다.

하늘을 머리에 이고 바람이 불어오는 전각에서 벌거벗은 채로 다리를 벌리고 있지만 이 사내에게 취한 탓일까.

부끄러움을 느낄 새도 없었다.

“하아…… 읏……!”

그녀와 마찬가지로 전부 벗은 사내가 그녀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넓게 벌린 그녀의 발목을 쥐었다.

두꺼운 음경이 질척한 타액에 적셔진 그녀의 안으로 단번에 파고들어 왔다.

거칠게 들어온 그것은 느릿하게 안쪽을 휘젓고 빠져나갔다.

그가 허리를 밀 때마다 은호가 숨을 헐떡였다.

사내는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급한 것은 은호였다.

느릿하게 사내의 음경이 빠져나갈 때마다 숨을 헐떡이며 은호가 허리를 흔들었다.

‘조금 더…… 으응…… 조금 더…….’

이보다 조금 더 세게 박아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자신의 안에서 밀고 올라오자 은호가 화들짝 놀랐다.

조금 더 세게라니,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일까.

자신의 몸은 이제 만족을 모르는 음란한 짐승이 된 것일까.

“입술만 달싹거리지 말고 말을 해. 어떻게 해 주면 좋겠어?”

하진의 목소리는 짓궂었다.

이 사내는 다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다 알고 일부러 이렇게 느릿느릿 허리를 움직이는 것이다.

괴롭히듯 느릿하게 빠져나간 음경의 끝이 다시 들어오지 않고 질척하게 젖은 음문을 문질렀다.

쩍, 쩍, 소리를 내며 문지르는 음경이 다시 들어와 주기를 바라며 은호가 허리를 움찔거렸다.

“말을 해, 주은호.”

기어이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듣고야 말겠다는 사내의 고집에 은호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세……게…….”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왜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하게 하는 것일까.

이렇게 부끄러운 짓을 시키면 좋은 것일까?

“안 들려.”

거짓말. 다 들었으면서.

“다시 말해. 조금 더 크게.”

얄밉다.

다정하다고 했던 건 취소다.

이 사내는 무척이나 얄밉다.

기어이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고야 말겠다는 이 심술이 얄밉다.

“세게…….”

“세게 박아 달라는 것이냐?”

하진이 선액을 흘리는 귀두를 은호의 음문에 빙글빙글 돌리며 문질렀다.

“으응…… 빨리…… 전하…… 제발…….”

“이게 그렇게 가지고 싶어서 안달이 난 거냐?”

나쁜 사내다.

“유혹도 할 줄 알고, 보채는 것도 할 줄 알고, 조금만 더 지나면 요부가 되겠군.”

사내의 짓궂은 중얼거림에 은호의 귀가 화끈거렸다.

이 사내의 말을 반박할 도리가 없다.

지금의 자신은 스스로가 봐도 음란했다.

“잘했으니 상을 줘야겠지?”

웃음소리가 흩어졌다.

그리그 그와 동시에 하진의 음경이 은호의 안으로 사납게 밀고 들어왔다.

이번에는 사내가 조금도 봐주지 않았다.

세게 박아 왔다가 다시 빠르게 빠져나가며 내벽을 긁는 움직임은 평소처럼 사나웠다.

“아! 하윽! 하아! 아!”

사내에게 거칠게 박히며 은호의 안에서 뜨거운 것이 터졌다.

몸 구석구석에서 뜨거운 것이 연이어 터지기 시작했다.

“하윽! 아아아! 아!”

세게 쑤셔 박힐 때마다 은호의 입에서 자지러지는 신음 소리가 터졌다.

퍽퍽 박힐 때마다 새하얗게 물든 눈앞이 흔들렸다.

그런 그녀의 발목을 잡은 하진이 그 다리를 제 어깨에 올렸다.

은호의 한쪽 다리를 어깨에 걸치고 다른 쪽 발목을 잡아 넓게 벌린 후 허진이 제 허리를 깊숙하게 찔러 넣었다.

“아아아!”

한껏 열린 음문 안으로 깊숙하게 찔러 오는 음경에 은호가 허리를 들어 올린 채로 바들바들 떨며 소리를 질렀다.

그런 그녀의 위로 몸을 숙인 사내가 그녀의 입술을 휘감았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혀가 들어오며 다시금 입맞춤이 시작되었다.

정신없이 혀를 얽으며 은호가 그의 혀에 매달렸다.

그가 제게 입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제가 그에게 입을 맞추는 꼴이었다.

혀를 휘감고 빨아올리며 하진이 허리를 퍽퍽 쳐 댔다.

그런 그의 어깨 위에 올려진 그녀의 다리가 흔들렸다.

어느새 몸 안에 뜨거운 것이 흩뿌려졌지만 사내는 멈추지 않았고, 은호도 그가 멈추기를 바라지 않았다.

“하윽! 흑!”

자세를 바꾼 은호가 사내의 위에서 허리를 흔들었다.

몸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사내의 음경이 주는 쾌감에 잔뜩 취해 정신없이 허리를 흔들며 은호가 숨을 헐떡였다.

그녀의 음문은 이미 한계까지 벌려진 채로 하진의 음경에 박혀 있었다.

제 위에 올라타고 서툴게 허리를 흔드는 은호를 올려다보며 하진이 허리를 쳐올렸다.

“하윽!”

하진이 허리를 쳐올리자 은호의 몸이 펄쩍 튀어 오르며 그의 손을 꽉 쥐었다.

손가락과 손가락이 얽히며 하진의 허리짓도 더 거세어졌다.

이미 두 사람의 결합부는 하얀 씨물로 범벅인 채 엉망으로 젖어 들었다.

몇 번이나 몸 안에다 쏟아 낸 씨물이 은호의 안쪽에서 흘러나오며 그녀가 위아래로 흔들릴 때마다 엉망으로 뭉개졌다.

퍽, 퍽, 아래에서 쑤셔 박힐 때마다 음문이 비명을 질렀다.

출렁거리는 젖가슴은 땀으로 얼룩져 번들거렸다.

여전히 줄어들 줄 모르는 사내의 음경에 박힌 채로 은호가 그의 가슴 위로 쓰러졌다.

그런 그녀의 엉덩이를 쥔 채로 사내가 허리를 몇 번 더 흔들자 또다시 그녀의 안으로 씨물이 퍼져나갔다.

“하아…… 하아…….”

사내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은호가 제 몸 안으로 퍼지는 씨물을 느끼며 문득 생각했다.

‘아이가 생기면 어쩌지…….’

이렇게 안쪽에 몇 번이나 씨물을 쏟아 내면 아이가 생기지 않을까.

아이가 생기면, 어떻게 되는 걸까.

자신은 아직 황제와 합방도 치르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면 황제는 어떻게 나올까.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이 사내가 역모를 일으킬 수도 있다.

역모를 일으켜서 이 사내가 황제의 자리에 오를 수도 있지만 자신은 이미 황후다.

그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이 사내가 역모로 황제가 되면 자신은 폐위되어야 한다.

자신이 이 사내의 황후가 될 수는 없다.

그런 것은 누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사내가 그것을 고집한다면, 이 사내는 후세에 대대로 아비의 아내를 취한 패륜아로 손가락질을 받을 것이다.

‘상관없는 것일까…….’

아비의 자리를 빼앗은 패륜아나, 아비의 아내를 빼앗은 패륜아나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일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 사내가 역모를 시도하지 않는 것이다.

이 사내는 기다리기만 하면 자연스레 황제가 될 수 있다.

불필요한 오명은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럴 것을 자신 때문에 오명을 뒤집어쓰면서까지 역모로 황제가 되었다는 낙인을 평생 안고 가게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런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은호는 알고 있다.

황제는 이미 자신의 부정을 눈치채고 있다.

그 상대가 태자라는 것도 금방 알아낼 것이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이 사내는 황제와 부딪쳐야 한다.

이제 자신이 어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이 사내가 황제가 되었을 때 그 옆자리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다.

가슴 아프지만, 그 자리를 욕심낼 수는 없다.

폐위되더라도 이 사내가 자신을 만나러 와 주기만을 기다릴 뿐, 그 이상은 바라지 않는다.

고작 며칠 만에, 마음은 이렇게나 진심이 되어 버렸다.

가슴이 아플 만큼, 진심이 되어 버렸다.

금단의 꽃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