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사내의 손은 집요하게 은호의 속곳 안으로 파고들었다.
손가락의 끝이 음문을 비집어 열고 안쪽의 속살을 긁자 은호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그러나 그 비명은 소리가 되지 못한 채로 사내의 입술에 삼켜졌다.
‘마, 만지면…… 거길 만지면……!’
저항도 할 수 없이 은호가 저를 만지는 사내의 손길에 그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사내의 손가락은 비좁은 속곳 안에서 그녀의 음문을 벌리고 그 얕은 입구를 꾹꾹 눌렀다.
“흠뻑 젖었군.”
입술을 뗀 사내의 속삭임에 은호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무, 무슨 망측한 소리를……!’
젖었다니, 하지만 부인은 할 수 없다.
제 다리 사이가 흥건하게 젖은 것을 은호도 깨달았다.
고작 사내의 손길 한번에 이미 하체가 눅진하게 젖어 버렸다.
“하윽……!”
다시 안쪽 깊숙이 쑤욱 밀고 들어오는 손가락에 은호의 입술에서 가쁜 신음이 새어 나왔다.
“뜨겁고 눅진눅진하군.”
이대로는 뒤로 쓰러질 것 같아 은호가 사내의 어깨에 매달렸다.
겁을 먹어 덜덜 떠는 두 손으로 사내의 어깨를 꽉 잡은 채 은호가 제 음문 안으로 깊숙이 들어오는 손가락이 주는 아찔한 통각에 숨을 헐떡였다.
“여긴 어떨까? 겉으로는 정숙해 보이는 황후의 예복을 입고 있지만 이쪽은 더없이 음란하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지.”
조소일까. 제 귓가에 흩어지는 사내의 웃음소리에 은호가 눈을 질끈 감았다.
자신은 음란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사내의 말처럼 자신의 다리 사이가 흥건하게 젖은 것은 사실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젖고 있는 하체가 수치스러웠다.
“흐윽…….”
그녀의 애액으로 흠뻑 젖은 사내의 손가락이 갈라진 살점 사이에 감춰져 있던 음핵을 문질렀다.
손가락을 앞뒤로 움직이며 음핵을 문지르자 사내의 어깨를 잡고 있는 은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렇게 질질 싸면 귀하신 황후마마께서 소변이라도 보신 줄 알겠습니다.”
사내의 존칭에는 경멸과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
이미 은호의 속곳은 흥건하게 젖어 더는 속곳의 구실을 못 할 지경이 되었다.
그 젖은 속곳 안에서 사내의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그녀의 안에서 말간 물이 뭉클뭉클 흘러나와 사내의 손과 속곳을 적셨다.
“구멍이 벌름거리고 있어. 넣어 달라고 말이야.”
“그, 그런…….”
그럴 리가.
귀를 막고 싶었다.
치맛단 안에서 울리는 젖은 소리도 듣기 싫었고, 저를 능멸하는 사내의 목소리도 듣기 싫었다.
“여기서 박아 줄까?”
“그것만은……!”
기겁을 하며 은호가 사내를 쳐다봤다.
사내는 장난이 아닌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을 잡아먹을 것 같던 눈빛이었지만 어느새 사내의 눈동자는 화가 난 것처럼 물들어 있었다.
사내의 목소리가 내내 비웃음과 능멸을 섞고 있어서 은호는 사내가 화가 났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마주친 눈동자는 분명한 노기를 담고 있었다.
지금 이 사내는 저에게 화를 내고 있다.
왜?
제가 무슨 짓을 했길래? 화를 내야 하는 것은 저였다.
자신을 능멸하고 있는 사내에게 자신이 오히려 화를 내야 한다.
“황후가 되고 싶었던 거냐, 아니면 네 아비가 너를 팔아넘긴 거냐.”
“아, 아버님을 모욕하지 마세요.”
자신이 능욕을 당하는 건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부친을 욕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은호에게 있어서 부친은 세상에 단 하나, 유일한 혈육이다.
자신을 그 누구보다 사랑해 주고, 지켜 주려 하는 단 한 명의 존재다.
부친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
그런 부친을 이 사내가 모욕한다면 자신은 이 사내를 저주할 것이다.
“네 아비는 약조를 어겼다.”
“그게 무슨…….”
“너를 내게 준다고 약속해 놓고 황제에게 넘겨 버렸으니 그건 신의를 저버린 것이 아니겠느냐.”
처음 듣는 말이다.
자신을 이 사내에게 주겠다고 아버지가 약속을 했다고?
하지만 은호는 부친에게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
그리고 이 사내를 부친이 어떻게 알겠는가.
“거짓말하지 마세요. 아버님은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딸을 팔아넘기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은호의 안에서 사내가 손을 빼냈다.
뽑혀 나오는 사내의 손가락을 따라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물줄기가 울컥울컥 쏟아졌다.
젖은 손을 빼낸 사내가 그 손으로 은호의 입술을 꾹 눌렀다.
음란한 냄새가 은호의 코끝에 진동을 했다.
“아비를 너무 믿고 있군.”
그녀의 턱을 잡은 사내가 젖어 있는 그녀의 입술을 살며시 훔쳤다.
아랫입술을 머금었다 놓아 주며 사내가 그녀의 입술을 혀끝으로 핥았다.
마치 맹수가 제 먹잇감을 맛보듯이 그렇게 입술을 핥은 끝에 사내가 그녀에게서 물러났다.
“소개가 늦었습니다, 마마.”
한 발자국 물러난 사내가 얼굴 가득 사나운 미소를 지으며 은호를 쳐다봤다.
“소자, 태자 하진이라 하옵니다. 아들이 어마마마를 뵈옵니다.”
사내의 입에서 저를 소개하는 말이 나오는 순간 은호의 어깨에서 힘이 툭 풀렸다.
‘지금 뭐라고…….’
제가 무슨 소리를 들은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태자……? 설마 태자라니…….’
은호의 입술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태자 하진.
자신이 황후로 책봉되면 태자를 비롯한 왕자들은 전부 자신의 아들이 된다.
제가 낳은 것은 아니지만 황제의 자식들은 전부 황후의 자식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누군지 알면서도 지금 내게…….’
자신이 황후라는 것을 알면서도, 제 부왕의 여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저 사내는 지금 자신을 능욕한 것이다.
제정신이 아닌 것이다.
제정신으로는 절대로 그런 짓은 할 수 없다.
아무리 피가 이어져 있지 않아도 책봉식이 끝나면 엄연히 부모 자식의 관계가 된다.
그러니 그런 짓을 하는 것은 금수나 하는 짓이다.
“이제 곧 책봉식이 시작하지 않겠습니까? 훈육 상궁과 궁인들이 오기 전에 그 흐트러진 옷매무새부터 정돈해야 할 터인데……. 아, 마침 저기 오는군요.”
“아……!”
사내의 말에 당황한 은호가 서둘러 제 치맛단을 정돈했다.
새빨개진 얼굴은 어떻게 해야 가릴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들키면 안 돼…….’
그와의 일을 들키면 전부 죽음을 면치 못한다.
그저 외간 사내가 아니라 태자다.
황후가 태자와 간음한 것이 알려지면…….
새파랗게 질린 은호의 얼굴을 바라보는 하진의 눈가에 사악한 웃음이 번졌다.
“전하.”
시간이 다 되어 은호를 모셔 가러 온 훈육 상궁과 궁녀들이 은호와 함께 있는 하진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내가 잠시 어마마마를 뵙게 되어 인사를 드리던 참이었다.”
하진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했다.
그에 비하면 은호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혼절할 것처럼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훈육 상궁의 눈에는 아직 은호가 긴장을 풀어 내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어마마마께서 지금 무척이나 힘들어 보이시는데, 그대가 신경 써서 마마를 모셔야 할 것이다.”
“네, 전하.”
하진에게 허리를 숙였던 훈육 상궁이 은호에게로 다가갔다.
“마마, 부축해 드리겠습니다. 식은땀을 이리 흘리시다니, 이러다가 책봉식 도중에 정말 큰일 나겠습니다.”
은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정신이 절반이나 나간 것처럼 비틀거리며 일어선 은호가 저를 부축해 주는 훈육 상궁과 궁녀들의 팔을 의지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가채는 무거웠고 옷은 거추장스러웠지만 지금 그녀를 금방이라도 쓰러뜨릴 것처럼 만드는 건 지금도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사내의 시선이었다.
돌아보지 않아도 그 시선이 느껴졌다.
저를 훑는 시선.
그 사납고 탐욕스런 시선.
눈앞이 어질거렸다.
만약 옆에서 부축하는 손들이 없었다면 그 자리에 쓰러졌을 것이다.
“전하.”
멀어지는 은호를 바라보고 있던 하진의 뒤로 그의 책사인 홍문이 다가섰다.
“위험한 일을 하십니다, 전하.”
“내가 원래 위험한 일을 좋아하지 않더냐.”
“하지만 이건 너무 위험합니다.”
“그래서, 그만두라는 것이냐?”
하진은 시선을 은호에게서 거두지 않았다.
마침내 그녀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도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눈 안에 담아 두고 있었다.
“그만두시라고 권면을 해 드리고 싶지만, 제 권면 따위는 어차피 듣지도 않으시겠지요.”
홍문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 태자는 위험한 다리를 건너려고 하고 있다.
아슬아슬하면서도 위험천만한 길이다.
그만두라고 해도 절대 듣지 않을 사내라는 것은 누구보다 홍문이 가장 잘 안다.
하지만 하진이 위험한 길을 가겠다고 결심을 하면, 그 길을 최대한 안전하게 갈 수 있게 길을 열어 주는 것이 책사의 역할이다.
홍문은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위험한 일을 하려는 주군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막지 못할 때는 그 일의 위험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 유능한 책사다.
그리고 홍문은 자신이 초한 최고의 책사라고 자부하고 있다.
때로는 교활하고, 때로는 치밀하며, 때로는 비굴해지더라도 주군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책사가 갖춰야 하는 것이다.
“초야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홍문이 웃으며 하진을 쳐다봤다.
물론 대답은 들을 필요도 없었다.
“제가 적당히 준비해 놓겠습니다.”
주군의 마음은 알아서 헤아려야 하지 않겠는가.
“그나저나, 미인이시네요. 역시 안목이 높으십니다.”
“늙은이에게는 아깝지.”
“아까우시면, 너무 사납게는 굴지 마십시오. 그러면 여인들은 도망갑니다.”
“도망가라지. 갈 수 있으면.”
“…….”
그러다 나중에 후회하십니다, 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홍문이 그 말까지는 하지 않았다.
홍문은 원래 하고 싶은 말 다 하는 입바른 성격으로 유명하다.
말에 거리낌이 없는 사내가 홍문이다. 그 상대가 태자라고 해도 해야 하는 말은 반드시 하고야 마는 성격이지만, 지금은 하지 않았다.
지금 하진의 기분이 너무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
굳이 이 좋은 기분을 깰 마음은 없다.
그런 짓은 나쁜 인간이나 하는 것이라고, 남들에게는 나쁜 인간이라는 소리를 듣는 홍문이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금단의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