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은호의 눈에 사내의 거뭇한 체모가 들어와 담겼다.
그러나 그것보다 은호를 더 두렵게 하는 것은 제 손에 쥐어진 사내의 음경이었다.
꿈틀거리던 음경은 은호의 손에 갇히자 조금씩 더 부풀어 올랐다.
“물고, 빠는 거다.”
눈을 질끈 감은 은호가 사내가 시키는 대로 입술을 벌렸다.
크게 입을 벌리고 사내의 귀두를 조금 삼키자 입 안 가득히 위험한 냄새가 가득 찼다.
‘어, 어떻게 해야 하지?’
물기는 물었지만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물기만 하지 말고 혀를…… 하긴, 언제 해 봤겠느냐. 혀로 그 끝을 핥고 세게 빨아 보거라. 이래서야 어디 흥분이나 시키겠느냐.”
‘혀를…….’
삼키고 있던 귀두를 조심스럽게 뱉은 은호가 제 타액이 묻은 채로 그 끝이 갈라진 귀두에 혀를 댔다.
그리고 서툰 혀를 움직여 귀두를 핥기 시작했다.
“하아…….”
은호의 서툰 혀놀림에도 사내는 만족스런 신음을 흘렸다.
사내의 음경을 타액으로 적시며 은호가 두 손으로 사내의 기둥뿌리 쪽을 쥐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그것을 단번에 삼켰다.
“하읍…… 읍…….”
입에 문 것을 애써 빨아 대는 은호의 볼이 불룩불룩거렸다.
그녀의 입 안을 사내의 음경이 이리저리 찔러 댄 탓이었다.
쮸읍, 쭙.
젖은 소리가 은호의 입술 틈새로 새었다.
사내의 음경이 제 입 안에서 커지다 못해 시큼한 액을 흘리는 것을 전부 혀끝으로 받아 내고는 은호가 가쁜 숨을 참으며 버겁게 입술을 움직였다.
그렇게 얼마나 입술을 움직였을까.
턱이 뻐근해서 제대로 다물어지지도 않는 입술 사이로 흘러내린 타액이 뚝뚝 떨어졌다.
입 안을 가득 채운 음경이 이제는 저 스스로 제 입 속을 쑤셔 대는 탓에 은호의 넋이 절반 정도 나갔을 때, 사내가 그녀의 어깨를 꽉 쥐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의 입 안에 뜨거운 것이 쏟아졌다.
사내가 그녀의 입 안에 파정한 것이다.
“하아…… 하아…….”
다물지 못하고 가쁜 숨을 헐떡이는 은호의 입술에서 하얀 정액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입 안에 들어찼던 정액을 전부 뱉었지만 아직도 입 속 곳곳에 그 느낌이 선명했다.
“쓸 만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꽤 쓸 만하구나.”
흡족하게 웃으며 사내가 은호의 입술을 손끝으로 닦아 줬다.
그녀의 입술에 묻어 있던 하얀 정액을 손가락 끝으로 닦은 후 그것을 그녀의 입 안으로 다시 밀어 넣으며 사내가 그녀의 앞으로 바짝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 맛을 기억해 두어라. 곧 데리러 갈 것이니.”
“그게 무슨…….”
데리러 온다는 사내의 말에 은호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집으로 찾아오려는 것일까.
집에 찾아와서 자신과 이러이러한 짓을 했다고 부친에게 고자질이라도 하려는 걸까?
칠석의 밤에는 교접을 한 남녀가 훗날에 부모를 찾아뵙고 혼사를 허락받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이 사내도 그렇게 하려는 것일까.
하지만 이 사내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부친이 그리 호락호락 혼인을 승낙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것이라면 부친은 어쩌면 이 사내를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려 들 수도 있다.
“다른 사내에게 시집가는 것은 내가 허락하지 않을 것이니, 내가 데리러 갈 때까지 얌전히 누구에게도 다리를 벌려 주지 말고 기다리고 있거라. 내 머잖아 고이 모시러 갈 것이니.”
사내가 헝클어진 은호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넘겨 줬다.
지금까지 내내 사나웠던 사내의 눈동자가 아주 조금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그가 아무렇게나 구겨져 있던 옷들을 은호의 몸에 손수 입혀 주었다.
저고리의 매듭까지 손수 매어 준 사내가 마치 소중한 것을 품듯이 제 품 안으로 은호를 끌어안았다.
겁에 질린 은호는 사내가 하는 대로 얌전히 있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지금 사내의 심기를 건드려서 그를 화나게 할 이유는 없었다.
이대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다면.
이대로 순결은 지킨 채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이런 것쯤이야 참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은호가 그 수치스러운 장소를 벗어난 것은 그로부터 반식경이 지난 후였다.
*
“아씨―!”
은호를 발견한 사비가 혼비백산하여 달려왔다.
사람들이 많이 앉아 있는 돌담에, 사람들 사이에 섞여 앉아 덜덜 떨고 있던 은호가 저를 부르며 달려오는 사비를 보며 반색하며 일어섰다.
“사비야!”
달려간 은호가 사비를 얼싸안고 울음을 터트렸다.
“아씨! 어딜 가셨던 겁니까! 제가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흐으윽…….”
사비를 끌어안고 은호가 하염없이 흐느꼈다.
자신의 몸에 벌어진 일을 사비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아니,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사비는 그저 은호가 혼자 떨어져서 겁을 먹었겠거니 하고 짐작했다.
집 밖으로 한 번도 나온 적 없던 아가씨가 처음으로 혼자 떨어져 있었으니 얼마나 무서웠을까.
“괜찮아요, 아가씨. 이제 괜찮아요…….”
사비가 은호를 끌어안고 같이 엉엉 울었다.
두 사람 모두에게 이 밤은 너무 길었다.
자정이 지나 새벽으로 달려가는 칠석의 밤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넘쳐났다.
돌담 아래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우는 두 사람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끗거렸지만 곧 모두 관심을 꺼 버렸다.
“돌아가시겠습니까?”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사내의 뒤에서 칼을 찬 그의 부하가 조심스럽게 물어 왔다.
“돌아가자. 확인도 했으니.”
“어떠셨습니까?”
“딱 내 사람이었다. 소문대로 미인에, 그리고 겁도 많고, 눈물도 많고…… 그러면서도 자존심은 버리지 못하고…… 마음에 들었다.”
“그러시면…….”
“데리러 가야지. 칠석의 밤에 처녀와 밤을 보냈으니 당연히 처녀의 집에 허락을 받으러 가야 하지 않겠느냐.”
“청혼을 넣으시면…… 주 승상이 허락을 하겠습니까?”
“이루야.”
사내가 칼을 찬 청년을 돌아보며 웃었다.
“이미 주 승상과는 약속을 끝내 놓았다.”
“그러하시면…….”
“나는 혼인할 생각도 없는 처녀를 건드리는 파렴치한이 아니다. 조금 전에도 그놈들이 내 아내가 될 처녀를 건드리지만 않았어도 내가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쩔 수 없어 나서긴 했지만, 막상 가까이에서 보니 음심이 동하는 것을 어찌하겠느냐. 조금 일찍 건드리긴 했지만 오늘은 칠석의 밤이고, 칠석의 밤에 정을 통하면 그 후에 청혼을 하러 가는 것이 관습이니 나도 그렇게 할 것이다.”
“혼인을 감축드리옵니다.”
“주은호.”
사내가 은호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내 여자다.”
그 중얼거림이 밤의 어둠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금단의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