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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새장엔 열쇠가 없다-46화 (46/117)

46화.

마지막 발악이었을까.

입이 제멋대로 움직인다.

“…….”

한참을 그와 말없이 마주 보았다.

예쁘게 난 까만 눈썹 사이로 주름이 졌다.

마치 못 들을 말이라도 들은 사람처럼.

“하….”

그는 한숨을 쉬며 마른세수를 했다.

여느 때보다도 초조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는 입술을 꾹 깨물더니 다시 욕실로 이끌었다.

“이리 와.”

“…….”

제자리에 멈춰 서 빳빳한 셔츠를 잡아끌었다.

“엘레…!”

말라비틀어진 입술이 그의 입에 닿았다.

생경한 표정이 눈에 담겼다.

눈을 감고 조그마한 입을 천천히 벌렸다.

따듯한 입김이 입 안을 파고들었다.

혀에 맞닿은 입술을 천천히 핥았다.

그의 입술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다.

“하아….”

고개를 잡던 손을 내려 젖은 셔츠에 갖다 댔다.

하나둘씩 풀려 나가는 단추에 그의 몸은 무방비 상태가 되었다.

잘 자리 잡은 근육들이 맞닿은 원피스 너머로 느껴졌다.

“후회하지 않겠어.”

그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 그것까지 생각할 만큼 정신이 온전치 않았다.

그저 이 공허한 마음을 채우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의 입술은 입에서 목을 타고 흘러갔다.

원피스 지퍼는 지익 소리를 내며 부드럽게 내려갔다.

“당신 몸이 뜨거워.”

서슴없이 벗겨진 원피스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

젖은 몸 위로 따듯한 육체가 느껴졌다.

그는 천천히 그녀를 침대로 몰아세웠다.

털썩-

보송한 침대 시트가 젖은 몸을 감싸 안았다. 흔적 없이 깨끗한 침대 위에 물기가 서렸다.

몸을 타고 내리는 촉촉한 입술이 간지러웠다.

“하아….”

여체를 감싸던 얇은 천이 천천히 벗겨졌다. 속옷 하나 걸치지 않은 몸이 하얀 달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번쩍 들린 몸이 그의 하체 위에 안착했다.

엉덩이 사이로는 불룩 튀어나온 무언가가 느껴졌다.

“읏…!”

그의 얼굴이 가슴팍에 맞닿았다. 질척거리는 혀가 살갗을 간질였다. 말캉한 살덩이가 그녀를 달뜨게 했다.

“아….”

절로 들린 고개가 파르르 떨렸다.

입 안에선 목을 긁는 듯한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카루스….”

“응, 괜찮아.”

그는 괜찮다는 말과 함께 입을 크게 벌렸다.

그의 입술이 움직일 때마다 몸이 솜사탕처럼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데카루스는 귀를 빨갛게 붉힌 채 손에 힘을 꽉 주었다.

그가 손가락을 놀릴 때마다 배에선 전기가 오르듯 찌릿한 느낌이 들었다.

“하아….”

가르릉대는 소리가 커질수록 그의 호흡 역시 더욱 거칠어졌다. 천천히 기울어진 몸은 차가운 시트 위에 자리 잡았다.

엘레나는 달빛에 비치는 풍성한 검은 머리칼을 어루만졌다.

강아지 만지듯 부드럽게 쓸어내리자 그는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

빠른 호흡을 토해내던 데카루스는 이내 배, 허리를 잘근잘근 깨물며 키스했다.

그가 여린 살을 세게 꼬집을 때마다 그녀의 몸이 조금씩 들썩였다.

어느새 종착점에 도착한 입술은 그중 가장 어두운 부위를 탐했다.

그는 저 혼자만 알아들을 정도로 무언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아…!”

엘레나는 절로 터져 나오는 신음을 참으려 침대 시트를 꽉 움켜쥐었다.

말캉한 혀가 사탕이라도 빨 듯 이곳저곳 깊숙이 질척거렸다. 온몸엔 작은 폭죽 여러 개가 동시에 터지는 것만 같았다.

수평선을 그리던 허리는 어느새 호선을 그리며 거칠게 들썩였다. 곧게 뻗은 발가락은 자꾸만 말려 들어갔다.

“참지 마.”

그는 입술을 꾹 닫은 그녀를 한번 흘깃 보더니 팔에 더 세게 힘을 주었다.

참고 참았던 목소리가 일순간 입술 사이로 터져 나왔다.

“흐으….”

높은 신음 소리에 그는 빠르게 반응했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아랫배와 다리에는 바짝 힘이 들어갔다.

기교 섞인 교성과 함께 본능적으로 다리가 배배 꼬였다. 그러자 그의 손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허벅지를 세게 쥐었다.

“얌전히 굴면 상을 줄게.”

깊고 진한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엘레나는 갓 태어난 짐승 새끼처럼 얼굴을 붉히며 흐느꼈다.

다리를 오므릴 수도 펼 수도 없었고 온몸은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처럼 간지러웠다.

허벅지를 간질이는 부드러운 머리칼의 감촉이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이상야릇했다.

“카루스….”

살짝 고개를 들자 한껏 달아오른 그의 모습이 보였다.

그가 움직이자 몸이 바짝 위로 솟았다가 꺼졌다.

몸이 들썩거릴 때마다 끼익거리는 침대 소리가 귀를 거슬리게 했다.

그는 동굴 속을 더 깊숙이 탐험했다. 보석을 캐듯 괭이질하자 간드러지는 교음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안이 너무 뜨거워서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모든 걸 전부 쏟아내고 싶을 만큼 강렬한 느낌이었다.

가냘픈 몸은 오징어처럼 늘어져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나, 너무…. 기분이….”

“참아.”

너무나도 단호한 목소리였다.

거센 파도가 들이치는 기분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발가락은 쉴 새 없이 오므라들었고 손으로 쥐어뜯은 침대 시트는 엉망이 되었다.

갸륵한 표정으로 수도 없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조금 상기됐을 뿐 여전히 평온해 보였다.

“당신이 먼저 시작했으니까 당신이 책임져야지 않겠어.”

그는 천천히 입꼬리를 올려 미소 지었다. 색기를 풍기는 악마와도 같은 모습에 홀려버릴 것만 같았다.

“당신 지금 너무 야한 거 알아.”

순간 머리가 화산처럼 펑 하고 터지는 것만 같았다.

엘레나는 숨을 헐떡거리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런 표정은 내 앞에서만 지어.”

“아…!”

일순간 온몸이 굳었다.

짧은 탄식을 내뱉자 그는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손으로 입을 막아봤지만 소용없었다. 목구멍을 간질이는 소리가 입술 사이로 마구 튀어나왔다.

참으려 해도 참을 수가 없을 만큼 머리가 어지러웠다.

이전에 경험했음에도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갈증이 난 듯 방종한 움직임에 그는 그녀를 더 세게 껴안았다. 내밀한 속살이 마찰하며 터질 것 같은 열기를 내뿜었다.

“아파…. 흐….”

배 속에 커다란 불꽃이 이는 것만 같았다.

신음에 맞춰 점점 빨라지는 몸짓은 그녀를 더 빠르게 쾌락의 세계로 초대했다.

몸이 흔들릴 때마다 욱여 잡은 침대 시트는 이미 엉망이 된 지 오래였다.

“아파?”

엘레나는 눈을 꼭 감고 고개를 빠르게 저었다.

가녀린 여체 위에 올라탄 그는 피식 웃으며 그녀를 끌어안았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표정을 짓는데.”

“아…!”

날카로운 교성이 방 안 가득히 울려 퍼졌다. 그의 입술이 새하얀 살갗에 천천히 도장을 찍어 내렸다.

“어떻게 멈출 수가 있겠어.”

데카루스는 침대 헤드에 몸을 기대어 고정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가 얼마나 깊숙이 들어차 있는지.

배 속까지 꽉 찬 기분에 다리를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엘레나는 울먹이며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

새벽 너울처럼 요동치는 하체는 점점 더 속도를 높였다.

엘레나는 그의 입술에 진하게 키스했다. 그는 그 어떤 초콜릿보다 더 달큰했다.

“하아….”

두 사람 사이에서 퍼져나오는 야릇한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는 위아래로 들썩거리는 가녀린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러곤 어깨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가늘게 호흡했다.

쇄골로 향한 입술은 고기를 물어뜯는 것처럼 거칠게 살을 깨물었다.

엘레나가 흐느끼며 그의 뒷덜미를 끌어안자 이번엔 더 세게 허리를 놀렸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울퉁불퉁한 가슴근육이 그녀를 압박했다.

“당신은 매번 날 미치게 만들어.”

그의 얼굴은 전보다 더 벌겋게 달아올랐다. 욕망에 가득 찬 눈빛이 그녀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이미 반쯤 풀려버린 눈빛은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엘레나는 이성의 끈을 붙잡으려 그의 목덜미를 세게 껴안았다. 하지만 그는 더욱 거세게 제 몸을 애타게 했다.

온몸은 화산처럼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침대가 삐걱대는 소리와 살이 맞부딪치는 소리 그리고 입 안에서 터져 나오는 파열음이 귓전을 시끄럽게 울렸다.

온 세상이 빙빙 도는 것처럼 어지러웠다.

“엘레나….”

그는 갈라지는 신음 소리를 토해내며 한 번 더 입을 맞추었다.

촉촉하게 젖은 그의 눈빛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웠다.

그 어떤 보석을 가져다 놓아도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정열적인 몸짓은 그 열기가 식지 않고 계속되었다. 서로를 품에 안아 어루만지고 탐하고 집어삼켰다.

캄캄한 하늘을 수놓은 달과 별은 그들을 밝게 비춰 주었다.

살짝 흐르는 땀과 온몸에 칠해진 타액이 반짝이며 빛났다.

“카루스….”

중독된 것처럼 그를 원했다.

더 깊이, 더 세게, 더 빨리.

이 공허한 마음을 가득 채워주길 바랐다.

그 대가가 무엇이 되었든 상관없었다.

그저 지금은 그가 필요했다.

밤바람은 시원하게 불어와 그들의 거친 호흡을 감싸 안았다.

부르르 떨리는 몸과 함께 안에선 미지근한 무언가가 흘러나왔다.

데카루스는 이마를 맞대며 천천히 숨을 골랐다.

가까이 닿은 서로의 숨결이 입 안으로 오고 갔다.

“사랑해.”

그의 작은 외침에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지만 그를 향한 것은 아닐 테니까.

엘레나는 고개를 들어 천천히 입술을 맞추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의미 없고 감정 없는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뜨겁게 서로를 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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