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화.
헤일라의 마음이 조금씩 약해졌다. 구강성교는 해 본 일이 없어 당황스러우면서도 리안이 안쓰럽기도 했다. 그러나 온전히 답하기도 전에 리안이 가는 발목을 잡아 아래로 쑤욱 내렸다. 헤일라의 몸이 침대 중앙까지 내려왔다.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리안이 발목을 주무르다가 기어서 그녀의 얼굴까지 올라왔다. 헤일라가 눈을 깜빡이며 그를 바라봤다.
리안이 여체 위로 훌쩍 올라왔다. 그런데 자세가 조금 묘했다.
“왜 등을 보이고 앉아?”
리안은 헤일라의 위에 엎드렸다. 그녀의 입 위에 흉악한 핏줄이 돋은 성기가 꺼덕댔다. 저절로 침이 꼴깍 삼켜지는 광경이었다. 다만 이상한 건 헤일라의 다리 쪽으로 얼굴을 향한 자세였다.
“이게 더 편해. 입 벌려 볼래?”
이게 더 편해? 헤일라는 그 말에 의문을 느꼈지만 그대로 입을 약간 벌렸다. 그러자 리안이 친절하게 둥그런 선단을 입안에 넣어 주었다.
“우음…….”
몽글몽글한 액이 솟아 있던 살덩이에서는 묘한 냄새가 났다.
“욱, 우욱.”
“헤일라, 빨아 봐, 응?”
그는 팔로 제 몸을 지탱한 채 요구했다. 헤일라는 이미 입속을 가득 메운 것이 안으로, 안으로 밀려 들어와 구역감이 치밀었다. 그 와중에도 빨라고 하는 리안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후웃, 얼른.”
내 얼굴은 보지도 않고. 헤일라는 등만 보인 채 요구하는 리안이 미웠다. 순간 헤일라의 다리가 활짝 벌려졌다. 그의 손에 의해서였다.
“웃, 우웃.”
“자, 얼른 빨아야지.”
그는 아이를 어르는 투였다. 억울하기도, 한편으로는 수치스럽기도 했다. 결국 헤일라는 볼이 홀쭉해질 만큼 세게 입을 썼다. 쭙쭙 빠는 색정적인 음률이 리안의 귓가에 똑똑히 박혔다.
“그래 그렇게…… 음, 잘하네.”
훈련도 안 했는데 기특하게.
리안이 아낌없이 칭찬하며 헤일라의 아랫배를 소중히 쓰다듬었다. 헤일라의 배가 움찔댔다. 손이 닿은 부분이 바짝 죄는 기분이었다. 아래를 옴찔대자 리안이 낮게 웃었다.
투박한 살덩이가 더 깊숙이 밀려 들어왔다.
“읍, 웁…….”
“목을 연다는 느낌으로…… 흐읏.”
헤일라가 괴롭게 컥컥대자 리안이 아쉬워하며 엉덩이를 위로 올려 깊이를 조절했다. 이번에는 간신히 숨통이 틔었다. 헤일라는 그 상태에서 간신히 혀를 굴리고 고개를 약간씩 저어 가며 기둥 여기저기를 자극했다. 만족스러운 탄성이 그녀의 아래에서 터져 나왔다. 리안은 칭찬하듯 헤일라의 배를 계속 쓰다듬었다.
나름대로 잘하고 있나 보다. 그런데 왜 사정을 못하지?
헤일라는 턱이 아파 찔끔 눈물이 났다. 얼른 끝내고 싶어 기둥 옆에 붙어 있는 동그란 것을 살며시 잡고 주물렀다. 순간 리안의 허리가 찌르르 울렸다.
“우움?”
헤일라는 목울대를 울려 의문을 표했다. 여기가 좋은가? 한 번도 만져 본 적 없는 부위인데 말랑하고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헤일라는 다시금 부드럽게 살을 쓰다듬었다. 리안이 탄식하듯 웃는 소리가 들렸다.
“웃!”
그리고 헤일라의 아래에 축축한 혀가 닿았다.
“우! 우우!”
바동거려 봤지만 리안의 얼굴은 이미 갈라진 두 살덩이 안쪽에 박혀 있었다. 그는 제 허리를 부드럽게 내려 목구멍 깊숙이 성기를 박았다. 입을 막는 효과적인 방법을 터득한 듯했다.
“그거 알아? 내 거 빨면서 너 엄청 젖었어.”
“욱, 웃.”
“귀엽게…….”
리안은 집게손가락을 하고 부드러운 살덩이를 벌렸다. 외부의 자극에 구멍이 벌름대고 있었다. 리안의 흉기 같은 성기를 받아 내는 게 신기할 정도로 조그만 구멍이었다. 그는 혀끝에 단단히 힘을 주고 음핵부터 질구까지 느리게 쓸었다. 가슴팍에 닿은 배가 팽팽하게 당겨지는 게 느껴져 기꺼웠다.
헤일라는 목구멍이 막힌 채로 자극에 젖어 허우적댔다. 리안의 뜨거운 숨이 예민한 점막을 훑고 달라붙었다. 아래를 관찰하는 그의 습윤한 눈길이 예상되어 더욱 수치스러웠다.
다리를 허둥대자 리안이 제 성기를 목구멍 안쪽으로 더욱 밀어붙였다. 동시에 아래를 더 집요하게 빨아 댔다. 심지어 뭉퉁한 혀의 일부가 질구를 깔짝대며 진입을 시도했다. 헤일라가 꺽꺽대며 거부할수록 그는 더 대담해졌다.
리안이 더 짓궂게 굴수록 그의 몸과 배가 맞닿는 면적이 커졌다. 밀착한 근육들 때문에 배가 눌려 요의가 밀려왔다. 헤일라는 반항을 포기하고 그의 성기를 입에 문 채 축 처졌다. 헤일라의 변화를 기민하게 눈치챈 남자는 무엇에 흥분했는지 혀를 더 우악스럽게 놀리기 시작했다.
“흐우!”
갉작. 리안이 자그마한 공알을 약간 베어 물자 억눌린 신음이 터졌다. 그때부터 리안이 그 지점을 빠르게 핥고 깨물기 시작했다. 쩌걱이는 마찰 소리와 헤일라의 신음 소리가 엇갈려 퍼졌다.
다리 사이가 속절없이 떨려 왔다. 헤일라가 발발 떨며 입을 오물거리자, 리안이 허리를 천천히 움직였다. 아래와 위가 모두 혼란하게 들어찼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웁, 웁!”
참을 수 없이 무언가 터져 나올 것 같았다. 헤일라는 필사적으로 몸을 바동거리며 울었다.
안 돼, 안 돼, 안 돼!
쏟아져 나오기 직전이었다. 뭉근한 혀가 아래의 살점들을 짓누르고 압박하다가, 다시금 음핵의 옆 부분을 찌르듯 핥아 올렸다. 그리고 입술 전체가 달라붙어 동그란 살점과 그 옆의 여린 살들을 함빡 입안에 넣어 빨아 들였을 때,
“흣.”
“욱, 우욱…….”
헤일라의 성기에서 핏, 핏 하고 투명한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샅이 부들부들 경련하듯 떨리고 여자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 흘렀다.
“잘했어, 잘했어 헤일라.”
뭘 잘했다는 건지 리안은 같은 말만 반복했다. 그리고 헤일라의 아래를 싹싹 핥기 시작했다. 허리짓도 재개되었다.
목구멍이 벌어져 욱욱대는 신음이 몇 차례 울린 이후에야, 남자는 파정했다. 리안이 물려 두었던 성기를 빼내고 헤일라를 품에 넣을 때까지 헤일라는 수치심에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흐, 으윽, 어엉…….”
“쉬이, 괜찮아, 왜 울어, 응?”
“너, 너, 이 나쁜…….”
“이상한 거 아니야. 좋아서 그런 거야. 헤일라, 나 봐 봐.”
그의 목소리에는 즐거움이 가득 묻어 있었다. 리안은 여자를 토닥이며 머리칼을, 둥근 이마를, 예쁜 눈썹을 매만졌다. 그리고 손가락이 왼눈의 눈꺼풀에 닿아 잠시 멈췄다. 헤일라가 한쪽 눈만 뜬 채로 그를 노려봤다. 그의 표정이 묘해졌다.
“이거 놔.”
종종 관계 후에 왼눈을 지그시 누르는 리안을 잘 알았다. 하지만 오늘은 어울려 주고 싶지 않았다. 팩 고개를 돌리자 리안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바싹 붙어 왔다.
“미안, 미안해. 용서해 줘.”
그가 어리광 부리듯 헤일라의 목덜미에 얼굴을 부볐다. 입을 비죽 내민 채였지만 헤일라 또한 더는 리안을 밀어내지 않았다. 리안은 헤일라의 등허리와 날갯죽지를 지분거리다가 긴 머리칼을 검지로 꼬았다.
“헤일라, 나 잠시 떠나 있어야 해.”
“……말했잖아.”
가물가물 감기는 눈동자에 그의 상이 맺혔다.
“기억나?”
리안은 꽤나 놀랐다. 요즘 헤일라는 언니와 아기에 관한 대화를 잊는 건 물론이고 당일 겪은 일도 잘 잊었다. 리안이 한 말이나 스스로 답한 대화도 떠올리기 어려워했다. 남자의 출정 소식을 기억하고 있다는 건 꽤 고무적인 변화였다.
“내가 어디 가는데?”
“으응, 멀리…… 북동부.”
칭찬의 입맞춤이 그녀의 동그란 이마 위에 떨어졌다. 그녀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제 눈을 부비고 물었다.
“왜 가?”
“그건 기억 안 나?”
“폐하의 명…….”
“그래. 간단한 심부름 같은 거야.”
리안이 다시 한번 헤일라를 꼭 안아 주었다. 하지만 헤일라는 토라진 듯 입을 삐죽 내밀었다.
“거짓말이잖아.”
검은 눈썹이 위로 바싹 올라갔다. 그는 헤일라의 다음 말을 차분하게 기다렸다. 그녀는 정확히 십육 초가 지난 다음에야 더듬거리며 말을 이었다.
“왼쪽 눈…… 때문에 가는 거잖아.”
헤일라는 자신이 신전으로 돌아간 사실과 파이라에게서 저주의 존재를 들은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언니를 만나 나눈 이야기도. 그래서 다급히 한마디를 덧붙였다.
“소문 다 들었어.”
“내 이야기를 들었어?”
무감한 낯으로 물었으나 말끝이 약간 떨리고 있었다. 시종일관 차분하던 남자의 태도에 자그마한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공작은…… 죽고, 네가 공작이 됐어. 그 뒤로 네가…… 네가 전장에 나간다고…….”
저주받았대. 헤일라가 속살거렸다. 동그란 입술이 찬찬히 벌어지고 오므라들기를 반복했다. 최근 들어 뱉은 문장 중 가장 길었다.
“그날, 죽인 거지? 나랑 마지막으로 본 날.”
리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날의 일을 함구하려는 것처럼. 헤일라가 손을 뻗어 그의 왼눈을 더듬었다. 살짝 살짝씩 누르기를 반복하며 말했다.
“여기, 여길…….”
“맞아.”
“흣.”
남자의 손이 검은 눈에 닿은 헤일라의 손을 잡아챘다.
“무서워?”
그는 조금 복잡해 보였다. 반면 헤일라는 아주 평온하고 차분했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여인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아니.”
그녀는 졸린 눈을 하고 또렷하게 답했다.
“그냥.”
“…….”
“그냥…… 이상해.”
“뭐가?”
리안은 계속 질문하는 자신이 바보 같다고 느끼면서도 질문을 멈추지 못했다. 그의 눈에 약간의 기대감과 흥분이 서리기 시작했다.
“너한테 화, 나서. 처음에는 네가 벌 받았다고 생각했고, 그다음에는, 걱정되고, 또 그다음엔…… 속상했어.”
속상했어. 그 말을 들은 리안이 헤일라의 손을 감싸 쥐고 제 입에 작은 손을 갖다 댔다. 손바닥에 축축한 입술이 닿았다. 그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뜨였다. 그걸 보는 헤일라의 표정은 말갰다.
“그리고 궁금했어. 저주받은 네 모습. 그런데 이전이랑 같아서…… 이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