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
* * *
리안은 가만히 누워 중얼대는 헤일라의 옆에 바짝 앉아 그녀의 배를 쓰다듬었다.
“리안.”
“밥 먹어야지.”
“싫어…….”
그녀의 배는 둥그렇게 부풀어 있는데 반해 팔다리는 비쩍 말라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몇 달간 음식을 입에 넣기만 하면 다 게워 낸 탓이다. 리안은 헐벗은 헤일라의 몸을 구석구석 쓰다듬었다. 그때 얇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언니가 아기를 미워하는 것 같아.”
“레테가?”
“그래서 나랑 안 만나 주나 봐…….”
레테는 그날 이후로 단 한 번도 헤일라와 만나 주지 않았다. 이제 신관의 자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아르도 어찌해 줄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물론 리안은 레테가 헤일라를 만나 주지 않는 상황이 마음에 들었다.
이에 좌절하는 건 헤일라 혼자였다.
헤일라는 자신이 버려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씩 제 잘못이라 중얼대며 괴로워했다. 그럼에도 변하는 건 없었다.
처음에는 리안도 레테가 제 동생을 금방 불러들이리라 생각했다. 그때 둘 사이를 차단해 감정의 골을 깊어지게 만들 작정이었다. 그런데 그년은 정말로 제 동생을 버리기라도 한 듯 헤일라의 손길을 거부했다. 문 앞에서 문전박대하기도 서슴지 않았다. 울다 지쳐 쓰러져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이쯤 되자 리안도 헤일라의 상태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이 바보 같은 여자는 매사 제 탓이었으니까. 헤일라는 자신이 언니의 몸도 마음도 완전히 망가트렸다 자책했다. 정작 망가져 가고 있는 건 자신이면서.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리안은 그저 짜증이 났다. 하지만 감히, 헤일라를 다그칠 수는 없는 법이었다. 이렇게 사랑스러우니 화를 낼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래서 영리한 남자는 다른 방법을 쓰기 시작했다.
“그럼 없앨까?”
“…….”
“없애는 게 좋으면 그렇게 하자고 했잖아.”
아기 말이야. 리안이 얇은 귓가에 속삭였다. 헤일라가 바르르 떨었다. 명백히 놀라 떠는 모양새였다.
“어, 어…….”
“역시 안 되겠다. 오늘 의원 불러서 약을 쓰자.”
“리, 리안.”
“아기 없애고 레테한테 찾아가자. 그럼 되지?”
리안의 손이 헤일라의 사타구니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흣, 왜, 왜…….”
“매일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못되게 굴고 있잖아.”
두툼한 손가락이 갈라진 살덩이를 진득이 문질렀다. 헤일라가 다리를 오므렸지만 살집이 사라진 허벅다리는 그의 한 손도 막지 못했다. 그녀는 손가락이 내벽에 닿지도 않았는데 지레 겁을 먹어 소리 질렀다.
“안 돼!”
헤일라가 발작하듯 몸을 튕겼다. 질질 흐르기 시작하는 애액을 치대던 리안이 손을 떼어 냈다.
“뭐가.”
약간은 냉정해 보였다. 헤일라는 덜컥 겁이 났다. 정말로. 리안이 정말로 일을 칠 것 같았다. 그는 그럴 수 있는 남자였다. 그녀는 이제야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한 자그마한 아기의 존재를 떠올렸다. 왈칵 눈물이 차올랐다.
“아기, 아기!”
“왜?”
그는 정말로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반문했다.
“아기 따위는 아무런 의미 없는 줄 알았는데.”
“아니야!”
“레테가 가장 중요하잖아. 그래서 아기는 돌보지도 않잖아.”
“…….”
“계속 이러면 어차피 죽어.”
헤일라의 숨이 잠시 멈추었다. 아기가, 죽어? 멍하니 따라 하는 목소리가 불안정하게 떨렸다. 그는 잔인하게 되짚어 주었다.
“그래. 네가 밥도 안 먹고 이렇게 힘들어하면 아기는 죽어.”
처음이 아니었다. 처음 하는 대화도 아닌데 헤일라는 처음 듣는 사람처럼 충격에 빠져 중얼댔다.
“나 때문에…….”
“응.”
그녀는 또 울었다. 배를 감싸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댔다.
“아기가 살았으면 좋겠어?”
“응, 응…….”
“그래.”
리안이 조금 웃으며 헤일라의 아래 살덩이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다시 손을 집어넣어 작은 공알을 살살 굴렸다.
“앙, 아앙…….”
“쉬이, 괜찮아. 이거 하고 밥 먹자.”
“흣, 리안…… 아기…….”
“아기도 좋아하는 거야. 걱정 마.”
쩔벅대는 소리가 헤일라의 귀를 자극했다. 리안은 멈추지 않고 그녀의 음핵을 귀여워해 주었다.
“아기도 우리를 좋아할 거야.”
“흣, 으응…….”
“우리는 가족이 될 테니까…….”
“아아! 흣, 으응!”
말랑한 살점이 엉망으로 짓뭉개지면서 여체에 열이 오르게 만들었다. 헤일라가 자지러지며 배 위에 손을 얹은 리안과 손을 마주 잡았다.
“아!”
절정에 오르면서 둥근 배가 다시금 위로 올라왔다. 헤일라는 훌쩍이며 리안에게 바투 붙었다. 그는 여자를 제 몸 위에 올렸다. 이전보다 더 봉긋해진 가슴이 단단한 상체에 눌려 짜부라지는 모양이 썩 만족스러웠다.
“아기도 우리 가족이잖아. 그렇지?”
“응, 응…….”
“레테 몸은 점점 좋아지고 있으니까…… 네 몸 먼저 챙기는 거야.”
“흑, 응…….”
리안은 요즘 들어 매일 한 말을 속삭여 주면서 한숨을 삼켰다.
오늘로 헤일라와 같은 이야기를 나눈 지 서른 번째였다.
* * *
이제 헤일라는 거동을 할 때 도움을 받아야 할 만큼 배가 불렀다. 해산하려면 두 달은 더 남았지만 워낙 말라 부른 배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의원은 헤일라를 두고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산모라 일렀다. 물론 의원의 언질이 없어도 리안은 헤일라에 한해 유별난 사내였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헤일라는 여전히 레테 타령을 멈추지 못했다. 결국, 그는 오늘도 언니에 관해 이야기하는 헤일라를 붙들고 아기를 죽일 것이냐 물었다. 언제나 그랬듯 헤일라는 사랑스럽게 눈물지으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매일 같은 이야기를 해도 처음 듣는 듯 토끼 눈을 뜨는 여자는 이후에야 밥을 챙겨 먹고 잠을 잤다.
“응, 읏,”
그리고 여자가 잠에서 깨어난 뒤에는 언제나 둘이 알몸이 되어 뒹굴기 일쑤였다.
지금도 리안은 헤일라를 비스듬히 누여놓은 채 위에 올라타 가슴을 빨고 있었다. 헤일라는 가만히 누워 그를 받았다. 오래 빨려 퉁퉁 불은 채 툭 튀어나와 있는 유두가 불그스름했다. 남자는 언제나 함몰되어 있는 젖꼭지를 빼지 못해 안달이었는데, 요즘에는 들어가 있는 걸 보기가 더 힘들었다.
“리안…….”
그녀가 말을 늘려 불렀으나 리안은 비켜 주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한 손으로 남은 가슴을 쥐고 비틀었다. 새된 비명이 튀어나왔다. 그는 키들대며 입을 뗐다.
“쉬이…… 가만히 있어.”
약간의 흥분과 조급함이 혼재된 목소리에 헤일라가 코를 훌쩍였다. 다음에 일어날 일은 너무나 뻔했다. 리안이 바지를 벗고 그녀의 다리를 벌렸다. 흉흉하게 선 성기가 퉁, 하고 튕겨 나왔다. 리안의 손가락이 핏줄이 불거진 그것을 두 손가락으로 주욱 쓸었다. 그리고 한 손으로 쥔 뒤 뭉근하게 풀어진 입구에 대고 비볐다.
“흐윽.”
곧이어 뜨거운 살덩이가 다물린 입구를 열고 들어섰다. 천천히 음미하듯, 길을 내듯 우악스럽게 밀고 들어온다. 여자가 목을 뒤로 한껏 젖혔다. 꺾인 목에서 달달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리안은 그 장면을 관음하며 눈 아래를 붉혔다.
“리안, 조심해…….”
그녀는 남자의 팔뚝을 꼭 잡고 부탁했다. 헥헥대며 애원하는 모습이 음심을 더욱 자극했으나 그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리안은 끝까지 넣지 않고 반쯤 삽입한 상태에서 왕복했다. 절벅, 절벅 하는 음란한 소리가 음부에서 흘러나왔다. 헤일라는 호흡을 조절하며 제 배 위에 손을 올렸다.
리안이 눈매를 휘며 헤일라의 입에 혀를 집어넣었다. 그 순간 선단이 꾸욱, 하고 끝까지 밀려 들어왔다.
“흐앗!”
“흣.”
아기집 입구였다. 아기가 있는…… 헤일라는 기겁하며 리안의 팔뚝을 긁었다. 새끼를 보호하려는 어미 고양이를 보는 듯했다. 하지만 의지와는 반대로 축축한 아래가 그의 것을 야물게 쥐었다. 리안이 조이는 감각을 즐기듯 탄성을 터트렸다.
“안 돼, 거긴…….”
“괜찮아.”
그대로 허리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선단이 쓰다듬듯 아기집을 비볐다. 헤일라가 바들바들 떨며 허리를 올리자 리안이 배에 얹어진 헤일라의 손을 지그시 눌러 압박했다.
“허리 들지 말고. 힘들잖아.”
“힉, 흐익…… 하지 마…… 빼, 빼…….”
리안이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망울망울 솟는 헤일라의 눈물을 보고 허리를 뒤로 물렸다. 쑥 빠져나간 성기가 질 위쪽을 쓸고 다시 위로 퉁겨 올라가는 느낌이 선연하게 전해졌다. 헤일라는 쌕쌕대면서 그의 눈치를 봤다. 리안은 배를 끌어안고 훌쩍이는 헤일라를 보며 수음하기 시작했다.
“하, 흣, 헤일라…….”
그 모습에 안쪽이 바짝 죄어 왔다. 리안의 평소 표현대로, 물이 질질 샌다. 헤일라는 황금빛 속눈썹을 내리깔고 아랫배가 조여 오는 감각을 애써 외면했다.
“흣, 윽.”
흉흉한 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왔다. 그러나 리안은 쉬이 사정하지 못했다. 헤일라는 자신을 갈구하는 리안을 볼 수 있었다. 조금은 괴로워 보이기도 했다.
헤일라는 리안의 자위하는 모습을 보고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와 눈을 마주치기가 힘들었다. 그때 리안이 제 것에서 손을 뗐다.
“헤일라.”
“……응.”
“이거, 어쩌지.”
남자의 검지가 꺼덕이는 성기를 가리켰다.
“안 가라앉아.”
“안에는 안 돼!”
헤일라가 기겁하면서 말했다. 삽입은 안 된다는 강경한 의지가 엿보였다. 오늘은 리안의 꿰임에 넘어가면 안 된다는 강한 직감이 그녀를 지배했다.
그는 항상 조심스레 삽입해 흔들면서도 가끔 이성을 잃으면 헤일라가 엉엉 울 때까지 몸을 섞었다. 아이 걱정은 하지도 않고. 예상하건대, 오늘이 바로 그날이 될 것 같았다. 헤일라가 다시금 고개를 내저었다.
“안 돼, 절대 안 돼. 의원도 더 조심하랬잖아.”
“헤일라…….”
그의 얼굴이 축 처졌다. 헤일라는 마음이 조금 흔들렸지만 더 말하지 않았다.
“그럼…… 빨아 줘.”
“뭐?”
“내 자지 빨아 줘, 헤일라. 네 안이 아니면 쌀 수가 없어.”
아파…… 그가 불쌍하게 중얼댔다. 리안은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기둥과 헤일라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해 줄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