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그때가 오면 깔끔하게 관계를 매듭지을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해 두려고 했다. 설령 영영 그가 자신을 놓지 않아도 일방적으로 열등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비참해지지 않으려면 자립심을 키워야 하는 법이었다. 그녀는 이 정도 판단을 할 수 있을 정도로는 영리한 아이였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온 지 서른 날도 지나지 않아 헤일라의 굳센 결심은 쉽게 무너졌다.
“하으으응!”
동그랗게 부푼 가슴이 시트에 눌려 나부죽하게 퍼졌다. 헤일라는 침대에 완전히 엎드려 허덕대느라 젖은 채로 이마에 붙은 머리칼을 떼어 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리안은 그런 여자의 엉덩이를 잡아 벌리고 두툼한 손가락 하나를 구멍에 쑥 집어넣었다.
“시, 싫어!”
“왜? 힘들다고 해서 눕혀 줬잖아.”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오히려 등골을 서늘하게 만든다. 헤일라는 코를 훌쩍이며 얼굴을 베개에 묻었다. 몇 시간이 지났는지도 감을 잡을 수 없어서, 오히려 더 쉽게 포기가 됐다. 며칠을 참아 온 남자는 봐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아래에서 이물감이 사라지고 작은 공알을 돌리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등허리가 절로 떨렸다.
그녀는 집에 돌아온 뒤 완벽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혼자만의 결심은 쌍방의 관계 속, 아니 어쩌면 지극히 일방적인 구애 속에서 그다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리안은 데면데면해진 레테와 헤일라가 다시 이전 같은 묘한 상하 관계로 돌아가 그녀의 마음이 안정기에 달하자마자 제 마음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이거 봐. 뒷구멍까지 푹 젖었네.”
리안은 아래에서 나온 물을 음부 전체에 문지르며 펴 바르고는 마지막으로 엉덩이 골까지 선을 긋듯 손가락을 놀렸다. 마지막으로 뒷구멍을 엄지로 쓰다듬자 볼록하게 솟은 두 살덩이가 반사적으로 수축해 중앙으로 모였다.
“내 손가락까지 먹으려고? 욕심이 과해, 헤일라.”
그가 엉덩이 사이에 꽉 붙들린 엄지를 짓궂게 구부려 자극했다. 다른 한 손은 아래에서 꺼덕이고 있는 길쭉한 덩어리를 쥐고 장난스레 툭툭 흔들었다. 맺혀 있던 투명한 선액이 물줄기처럼 곱게 파여 있는 척추골에 방울져 떨어졌다.
미지근한 액체의 정체를 아는 헤일라는 그저 숨을 죽이고 엉덩이에 힘을 풀었다. 순종적인 모습을 만족스럽게 지켜보던 리안이 무언가 재미있는 게 떠오른 표정으로 말했다.
“아직 요령이 없어서 그래.”
“응……?”
“잘 배우면…… 그러니까 매일 가르침을 받으면 너도 금세 지치지 않게 될 거야.”
“…….”
“아카데미를 다니는 학생들처럼.”
리안은 아카데미라는 말에 힘을 주면서 헤일라의 어깨에 입을 맞추었다.
“다니고 싶어 했잖아.”
아래에 깔린 여자는 미동도 없었다. 헤일라는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눈치채고 입을 더 꾹 다물었다.
“매일 내가 선생님을 하는 거야. 너는 영리한 학생이 돼서 예쁘게 울고…… 착하게 배우면 이다음엔 진짜 아카데미에도 다닐 수 있게 해 줄게.”
리안이 근래 들어 자주 쓰는 방식이었다. 그녀가 간절히 원하던 것들을 하나씩 늘어놓고 구슬린다. 헤일라는 언젠가 아카데미로 향하는 마차를 보며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그때 리안은 아카데미에 다니고 싶냐고 물었고, 헤일라는…… 대답을 피했다.
아카데미는 귀족가의 아이들이 다니는, 황실과 신전이 공동으로 설립한 교육기관이었다. 어마어마한 학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귀족이라 해서 모두 들어갈 수 있는 곳도 아니었다. 부유하고 권위 있는 귀족만 누릴 수 있는 특권.
그 집단에도 속하지 못하는 헤일라에게 아카데미는 사치였으므로, 그녀는 그것에 큰 서러움을 느끼지는 않았다. 그러나 리안은 대답을 피하는 헤일라의 눈에서 갈망과 미련을 엿봤다. 모든 욕구를 채워 줄 수 있다는 걸 부러 숨길 필요가 없는데 비열하게 굴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시, 싫…… 싫어, 아흣!”
순식간에 아래가 꿰뚫렸다. 리안은 이미 모든 게 결정된 사람처럼 꾸역꾸역 안쪽을 파고들었다. 평소보다 훨씬 깊이 삽입하자 귀두에 자궁구가 닿았다. 그는 환희에 젖어서 속삭였다.
“헤일라, 허리를 조금 더 세워.”
“흣, 으응, 너, 너무 안쪽, 아프,”
“얼른. 스승이 가르치는 대로 따라와야 착한 학생이 될 수 있는 거야. 아카데미에 가려면 지금 잘 배워야지, 응?”
“아으, 리안, 아, 나, 못하겠…….”
짝! 그 순간 둔부에 아찔한 타격음이 울렸다. 동시에 안쪽이 바짝 졸아들어 리안의 성기를 자극했다. 그는 당장 헤일라를 찍어 누르고 저 좋을 대로 처박고 싶은 욕구를 내리눌렀다. 대신에 정말로 다정한 스승처럼 헤일라의 등허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꾸짖었다.
“선생님이라고 불러야지. 선생님 자지 받는 법 배우기로 했잖아?”
“흐, 으아, 안쪽이 이상해, 힉, 깊어…….”
짜악! 울먹이는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한번 체벌이 가해졌다. 이번에는 다른 쪽 엉덩이였다. 발그스름한 자국이 탐스럽게 오르기 시작했다.
헤일라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배 안쪽까지 들어찬 이물감에 발발 떨었다. 남자는 위에서 모두 지켜보다가 긴 나른한 한숨을 내쉬며 징그러울 만큼 길고 두터운 기둥을 뿌리까지 밀어 넣었다. 몸속 내장이 위로 들리는 감각에 헤일라의 동공이 풀렸다. 내뱉는 숨조차 간헐적으로 변했다.
“아, 아, 으아…….”
“허리.”
“흐으…… 네, 네에…….”
헤일라는 어떤 애원도 그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은 이 장단에 맞출 수밖에 없었다. 꽈악 차오른 아래가 저릿대는 통에 계속 시달리면 머리가 이상해질 것만 같았다.
그녀는 부들대는 팔로 몸을 지탱하려다가 힘이 풀려 베개에 얼굴을 박았다. 다시 일어나지 못하자 리안이 그대로 골반을 잡고 엉덩이만 높게 올린 자세로 고정시켰다. 원래 찔리던 지점 위를 미끄러트리듯 꾹 누르는 귀두 때문에 헤일라가 자지러지며 울었다.
뭐든, 무슨 말이든 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그녀를 지배했다.
“자, 잘못했어요, 선생님, 아, 아아…… 흐, 힘들어, 흑, 못해…… 못해요…….”
“……어리광이 심해.”
“네, 네에, 나빴어요, 제가 나빴어요. 선생님…… 아픈 거 싫어요……”
리안은 그녀를 탓하면서도 만족스러움에 절어 입꼬리를 올렸다. 완전히, 육체뿐만 아니라 사고까지 그의 뜻대로 통제되는 헤일라는 무척이나 귀여웠다. 잘 짜인 등 근육이 천천히 움직였다.
그는 헤일라의 자세를 그대로 유지한 채 삽입된 성기를 반쯤 빼냈다.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압박감이 조금 풀어졌다 싶더니 리안이 더 단단하게 골반을 틀어쥐었다. 그리고 예정된 수순처럼 아기집 입구가 밀어 올려질 만큼 강한 삽입이 이어졌다.
“아아!”
“성실하게 따라와야 예쁨받을 수 있을 텐데.”
“아, 아냐, 망, 망가져요, 아! 여기서, 흣, 이러면 안 돼…….”
“이렇게 스승 앞에서 뻗대면 아카데미에서도 미움받아.”
질퍽거리며 박아 대는 남자는 자비가 없었다. 헤일라는 엉망이 된 얼굴로 고개만 도리도리 저었다.
“이런 거, 이런 거 아냐…… 이런 거 안 배워, 하읏!”
“헤일라는 아직 안 다녀 봐서 모르잖아.”
“흐우…… 아니에요…… 이상해, 이상한 거야…… 읏, 선생님…….”
도리도리. 필사적으로 고개를 휘젓는 얼굴이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헤일라는 엎어진 채로도 열심히 얼굴을 움직이며 훌쩍댔다.
“거, 짓말, 거짓말이야…… 거짓말쟁이야……. 아흣, 이제 그만…….”
“하아…….”
헤일라의 몸이 순식간에 뒤집혔다. 리안은 더 이상 한가롭게 역할극이나 하고 있을 여유가 없어 보였다.
“맞아. 이런 음탕하고 난잡한 꼴로 교실을 뒹굴 수는 없겠지. 똑똑한 헤일라.”
새빨갛게 달아오른 눈 밑. 눈물이 덕지덕지 묻어 끈적이는 머리칼. 유두부터 가슴골까지 말라붙어 있는 정액. 비리고 찝찌름한 정사의 냄새.
리안은 아름다움이 과한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얼굴로 헤일라를 훑었다. 그리고 다시 허리를 움직이는 동시에, 튀어 오르는 배를 오른손 끝으로 지그시 압박했다. 헤일라는 혼이 빠져 아무 말이나 해 댔다.
“아, 아흐, 누르지 마, 누르지 마요…….”
“안에 있는 거 느껴져? 응?”
리안은 그대로 손을 내려 헤일라의 자궁 쪽, 그러니까 자신이 진입하고 있는 통로를 뭉근하게 내리눌렀다. 비쩍 마른 살가죽 아래 검붉은 덩어리가 선연하게 맥동했다. 자극을 견디지 못한 헤일라가 몸을 뒤틀었음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하, 하악!”
리안은 작은 여자의 질 주름 하나하나까지 모두 느끼기 위해 천천히 움직이며, 동시에 결합된 지점을 압박해 선명히 감각했다. 지독한 아집이었다.
그는 헤일라의 꺽꺽대는 신음이 감미롭다고 생각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광기가 서려 번들거리는 눈동자 안에는 온통 여자 하나뿐이었고, 그는 더 완벽히 하나가 되기 위해 박아 삽입하는 속도를 올렸다.
아주 약간씩만 뽑아냈다가 박아 넣는데도 접합부에서 애액이 질질 샜다. 헤일라는 할딱대다가 간신히 실낱같은 이성을 붙잡고 애원했다.
“안, 안에는 안, 안…… 오늘은, 아, 아앙!”
보드라운 혀가 그녀의 입술을 물고 기어이 입을 막았다. 어설픈 애원을 차단하는 입맞춤은 지독하게도 부드러웠다. 긴 혀가 입안을 쓸고 휘저어 호흡에 온 정신이 빠진 동안 리안은 부지런히 허리를 놀렸다. 그리고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을 때 드디어 둘이 함께 절정에 올랐다.
“흣…….”
“하읏…….”
안에 퍼지는 뜨뜻한 정액의 비린내가 코끝에 스치는 착각이 일었다. 그만큼 지독하고 집요하게 그녀를 덮어 온 냄새였다. 헤일라는 바르르 떨다가 몸에 힘을 주욱 뺐다. 리안이 몸을 바짝 붙여 여체를 안으려 손을 뻗었다. 그러나 헤일라가 힘없는 몸짓으로 그의 손을 쳐 냈다.
“화났어?”
잘게 세공되어 있는 크리스털 조각이 달린 조명 때문에 침대로 쏟아지는 빛이 부서져 내렸다. 헤일라는 반사되는 빛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고 반대편으로 돌아누웠다. 리안이 여체를 기어이 다시 돌렸을 때, 헤일라는 얼굴에 눈물을 매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