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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을 끝까지 읽었어야 했다-156화 (156/184)

156화

두 사람만 남겨진 알현실에 아직도 냉기가 서늘했다.

“에드, 난 괜찮아요. 이건 우리가 잘못한 거잖아요.”

디아나는 걱정스러운 에드윈을 보며 일부러 미소를 지어 보였다.

“서운하다고 생각지 마세요. 아마 선대공비 전하가 더 마음이 아프실 거예요.”

“그대에게 미안해. 당연히 축복받는 결혼을 하고 싶었는데.”

“그런 말씀을 하시면 안 돼요. 당장 쫓겨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히 생각해야죠. 그리고 선대공비 전하의 말씀이 옳아요. 황제 폐하는 이번 일로 더…….”

“그건 그대의 탓이 아니야.”

에드윈이 디아나의 말을 잘랐다.

“어머니도, 폐하도, 그 모든 일 전부…… 그대의 탓은 아무것도 없어.”

차라리 디아나가 타인을 원망했으면 에드윈의 마음이 덜 아팠을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차분히 미소를 짓는 디아나가 자꾸 에드윈의 가슴을 찔렀다.

“어차피 맞서기로 한 싸움인걸요. 지금 폐하는 트리샤의 주술 때문에 혼란스러울 거예요. 이 악연을 끝내는 것도 제 몫이고요.”

“그리고 그대의 남편인 내 몫이다.”

에드윈이 묵묵히 디아나를 끌어안았다. 디아나와의 인연은 어느 것 하나 평범하고 순탄한 게 없었다. 다른 것은 전부 견딜 수 있었지만, 이런 순간엔 평범함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사랑하는 여인이 남들처럼 축복받는 결혼식에서 환히 웃는 것을 보고 싶단 것조차 욕심이 되는 게 가슴이 아플 뿐이었다.

“그 마녀를 끌어내고, 폐하가 제정신을 차리시면 전부 끝나겠지. 그때가 되면 어머니도 이해해 주실 거다.”

“저는 꼭 이해를 바라진 않아요. 어쨌든 선대공비 전하에겐 죄를 지었으니까요.”

“내가 지었지. 그러니 내가 속죄하면 된다.”

디아나가 에드윈의 품에서 살짝 벗어나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언제나처럼 진지하고 곧은 그의 눈을 보면 마음이 진정되곤 했다. 에드윈은 디아나의 손을 만지작거리다가 반지를 낀 약지에서 한참을 맴돌았다.

“어머니도 이 반지를 보셨으니, 내 결심을 아셨을 거다.”

“이 반지를 아시나요?”

“작고하신 내 아버지께서 어머니께 청혼하실 때 끼워 드린 반지다. 대공가 대대로 이어진 약혼반지야.”

그것은 체스터가의 남자들 손에서 대대로 전해졌다. 에드윈의 아버지도 언젠가 제 아들이 장성해서 사랑하는 이를 만나게 될 날을 꿈꾸며 그에게 이 반지를 줬다.

이 반지는 청혼하고 정식으로 결혼반지를 낄 때까지 둘의 정혼을 의미했다. 꼭 디아나에게 이 반지를 주고 싶었던 이유였다.

“소중한 물건이네요.”

디아나는 가만히 반지를 낀 손을 쥐었다. 에드윈의 진심은 이해했지만, 선대공비에겐 이 반지가 더 큰 상처를 줬을 거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현명한 에드윈이라도 여자의 마음은 아직 다 모르는 것인지, 디아나는 차마 탓하지도 마냥 기뻐할 수도 없는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새삼, 에드윈의 마음이 너무나도 크다는 게 느껴졌다. 평생을 두고도 다 갚지 못할 사랑이었다. 그래서 디아나는 미소를 잃지 않을 수 있었다.

***

선대공비는 자신의 처소로 돌아가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다. 에드윈은 대담하게 첫날부터 디아나를 제 침실로 들였다. 아예 디아나를 대공의 처소에 머물게 하는 것으로 이 관계를 못 박을 심산이었다.

디아나는 익숙지 못한 환경과 샬롯의 부재로 피로했는지 금세 지쳐서 침대에 누웠다. 에드윈이 딜런의 보고를 받고 돌아왔을 땐 이미 디아나가 잠에 빠진 후였다.

에드윈은 그 모습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다가 평소처럼 상의를 벗고 침대에 누웠다.

“으음…….”

잠든 디아나가 불편해 보여서 팔을 베개 해 주려고 넣었더니 오히려 뒤척이며 실눈을 떴다.

“에드?”

“깨우려던 게 아닌데. 더 자도록 해.”

에드윈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면서도 디아나를 품에 안았다. 이젠 서로에게 너무 익숙한 체온이었다. 비록 누구의 축복도 받지 못했지만, 처음으로 자신의 침소에서 안는 디아나였다.

“무슨 생각 해요?”

쿵쿵, 에드윈의 심장 박동이 모른 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울렸다.

“그냥, 여러 가지.”

“어떤 거요?”

“새삼 신기한 기분이 들어서. 한땐 여기서 그대를 안는 꿈을 꿨는데, 이젠 정말로 그대가 여기 있다는 게.”

디아나가 고개를 들어서 에드윈과 시선을 맞췄다.

“그런 꿈을 꿨어요?”

“……꽤 자주.”

에드윈이 겸연쩍은 듯이 말을 피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꿈같이 느껴져.”

그때는 디아나를 안기만 해도 행복할 것만 같았다. 에드윈은 괜히 달밤에 찬물을 끼얹어 가며 제 열기를 삭였던 시간을 떠올렸다. 그랬던 때가 거짓말같이, 진짜 디아나가 제 품에 안겨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첫날밤이 떠오르는군.”

에드윈의 말에 디아나가 뺨을 붉혔지만, 희미한 어둠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다. 모든 게 서툴고 어색했던 첫날밤은 디아나의 뇌리에도 강렬한 경험으로 남아 있었다.

제 몸을 가르는 것 같던 고통도 사랑하는 사람의 체온이 주는 환희도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그날 밤.

“앗, 에드.”

훌쩍, 제 몸 위로 올라탄 에드윈에게 디아나가 빠르게 속삭였지만 도로 내려갈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이어서 에드윈이 진득한 입맞춤으로 디아나의 입을 막았다.

말캉한 입술과 혀가 감기자 디아나는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조차 잊었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에드윈의 상체가 유난히 뜨거운 체온을 품고 디아나의 얄팍한 잠옷 너머로 전해졌다.

에드윈은 그조차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이내 디아나의 잠옷을 벗겨 내고 풍만한 가슴을 손에 가득 쥐었다.

“으…….”

디아나의 가슴을 꽉 쥐었다가 이내 유두 근처를 집요하게 매만지는 에드윈의 손길과 진한 키스가 동시에 쏟아졌다.

디아나의 젖은 입술 사이로 희미한 신음이 새어 나왔지만, 그럴수록 에드윈은 제 손에 쥔 디아나의 유두를 살짝 비틀었다 비비면서 더한 자극을 줬다.

“흐, 에드…….”

숨을 쉬기 힘들어진 디아나가 에드윈의 어깨를 밀쳤다. 그제야 엉망으로 젖은 입술이 떨어졌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도 욕망을 품은 에드윈의 눈동자가 선명하게 디아나를 담았다.

어느새 너무도 쉽게 나신이 된 디아나의 온몸을 쓰다듬고 어루만지는 에드윈의 손길에 자꾸 몸이 움찔거렸다.

“내 아내를 안는데, 설마 안 된다고 하진 않겠지?”

에드윈의 낮은 목소리가 야하게 디아나의 목덜미를 타고 흘렀다. 그러는 사이 그의 손가락이 어느새 디아나의 음부를 젖히고 젖어 들기 시작한 구멍을 넘나들었다. 이미 몸에 학습된 쾌락이 자꾸 애액과 신음을 같이 흘렸다.

“아흐읏.”

에드윈이 주는 감각이 짜릿할수록 디아나는 그의 목에 매달려서 입술을 깨물며 교성을 뱉을 수밖에 없었다.

이내 아래에서 애액으로 찌걱이는 음란한 소리가 울렸다. 그 적나라한 소리가 두 사람의 본능을 자극했다.

“흐…… 아으, 읏!”

특히 디아나의 허벅지를 비비던 에드윈의 페니스가 한층 단단해졌다. 그의 귀두 끝에서도 투명한 선액이 맺혔다.

도대체 몇 번을 더 안아야 이 쾌락에 익숙해질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아마도 평생, 서로를 안아도 부족할 것이다.

“으응, 에드.”

에드윈이 단단한 페니스를 디아나의 젖은 음부에 대고 문질렀다. 디아나는 가만히 있어도 자꾸 입술이 바싹 타고 손을 가만히 둘 수가 없어 에드윈의 목덜미를 꾹 붙들었다.

에드윈은 그런 디아나의 목덜미에 고개를 묻으며 자연스럽게 제 페니스를 질구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아흑…….”

몸 안에 에드윈의 일부가 들어올 때면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울음을 닮은 교성이 터졌다. 에드윈은 제 품에서 할딱이는 디아나를 느낄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과 사랑스러운 마음이 교차했다.

좁은 질구를 비집고 들어간 페니스가 움직일 때마다 딱 그의 페니스만 담을 수 있을 정도로 강하게 수축했다. 그럴 때면 에드윈도 숨이 가빠지고 하반신이 뻐근해졌다.

“디나, 아무리 그대를 안아도 부족해.”

탄식처럼 내뱉은 에드윈이 피스톤 질에 힘을 실었다. 퍽퍽, 살과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울리며 디아나가 바르르 허리를 떨었다.

에드윈은 그런 디아나의 골반을 꾹 잡아서 누르고는 같은 곳을 반복해 쿡쿡 찔러 댔다. 지나친 쾌감과 자극에 디아나의 눈에 눈물이 벌써 그렁그렁했다.

“흑, 아흑…… 에드, 에드…… 아흐윽.”

“아직 모자라. 더 깊이…… 끝까지 안고 싶어.”

“으흑, 이제 더는 안 들어가요…… 으응, 앗!”

에드윈이 디아나의 허리를 번쩍 들더니 두 다리를 제 어깨 위에 올렸다. 그러자 디아나의 말이 무색하게 페니스가 더 깊은 곳으로 쑥 들어갔다.

에드윈은 척추를 타고 흐르는 쾌감에 저도 모르게 입술을 핥았다. 그 모습을 보는 디아나는 제 하반신 안쪽에서 뭉클거리고 저릿하게 퍼지는 감각에 좀처럼 가만있질 못하고 자꾸 몸을 비틀어 댔다.

“가만히.”

에드윈이 디아나의 허리를 잡으며 낮게 속삭였다.

“오늘은 멈추지 않을 거다.”

“흐으, 항상…… 그랬으면서…….”

디아나가 살짝 원망을 담아 에드윈을 노려봤다. 그러나 에드윈이 허리 짓을 하자 그대로 다시 교성을 흘렸다.

에드윈은 제 어깨 위에 디아나의 두 다리를 올린 채로 상체를 숙여서 디아나의 귓불을 살짝 물었다. 그러자 그의 체중과 함께 페니스가 더 깊이 들어와서 숨이 턱 막혔다.

“그런 뜻이 아니다. 내 말은, 조금 더…….”

“아흐, 흑…… 더는 안 들어가…… 흐윽.”

견디지 못한 디아나가 에드윈의 목에 손톱을 세웠다. 에드윈은 저릿한 통증에 살짝 눈썹을 기울인 채로 디아나의 귓불을 빨았다. 그의 타액으로 젖은 귓불에 이내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오늘은 절정까지 빼지 않을 거다.”

“으응, 그게 무슨…….”

쾌락에 달뜬 몸으로는 그의 말을 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에드윈에겐 오래전부터 바랐던 일이다.

여태 떳떳지 못한 관계에서 혹여 임신이라도 하면 디아나가 힘들어질 것을 우려해서 늘 절정이 오기 전에 페니스를 빼고 몸 밖에 사정해야 했던 아쉬움도 이제는 끝이었다.

“이대로 그대의 안에서 절정까지 멈추지 않고서…….”

에드윈이 허리만을 움직여 퍽퍽, 제 페니스를 박아 댔다. 가장 깊은 곳에 자꾸 닿는 페니스의 둔탁하고도 저릿한 쾌감에 디아나는 거의 정신을 놓을 것 같았다.

“윽, 흐윽, 아읏…… 아흑.”

에드윈의 페니스가 거침없이 질구를 거쳐 안쪽에 쿡쿡 박혀 댈 때마다 디아나의 신음이 짧게 끊어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디아나의 허리가 멈출 수 없을 만큼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에드윈의 페니스를 머금은 질구가 급격하게 수축했다.

에드윈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마지막 순간까지 제 페니스를 끝까지 깊이 박아 넣고는 그대로 사정했다.

“하, 하아…….”

에드윈이 가쁜 숨을 뱉는 동안 페니스가 질구 안에서 울컥이며 정액을 토해 냈다. 여태 알지 못했던 생경한 감촉과 에드윈의 나른한 표정이 낯설었다.

에드윈은 페니스가 움직임을 멈추고 난 후에도 굳이 몸을 떼어 내지 않은 채 그대로 디아나의 위에 엎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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