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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을 끝까지 읽었어야 했다-73화 (73/184)

73화

열락이 지나간 디아나의 얼굴은 한층 자극적이었다. 에드윈은 아직도 붉게 달아오른 뺨을 손가락으로 스치며 낮은 한숨을 쉬었다.

“내 인내심을 과대평가한 모양이다.”

달뜬 신음을 연신 뱉어 내는 디아나와 움찔거리는 질구의 경련까지 보자 페니스가 더 숨길 수도 없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어찌나 혈류가 쏠렸는지, 하복부에 당기는 통증이 제법 심하게 느껴져 에드윈의 눈썹을 찌푸리게 했다.

에드윈은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수컷의 본능을 애꿎은 디아나의 허벅지에 꾹 눌러 댔다. 디아나도 모를 리 없는 뜨거운 페니스의 윤곽이 살갗에 느껴졌다.

“전하……?”

에드윈이 부푼 앞섶으로 손을 넣어 흉기에 가까운 페니스를 꺼냈다. 갑갑한 옷에서 벗어나자 하늘을 찌를 것 같은 페니스가 아랫배에 올라붙었다. 그 귀두 끝엔 선액이 벌써 번질거렸다. 아까 디아나의 나신을 봤을 때부터 참을 수 없던 격정이 여기까지 왔다.

“하, 그대의 안에 이걸 박아 넣을 수 없다는 게 고문이군.”

다행히 에드윈은 선을 알고는 있었다. 그러나 디아나의 눈엔 꼿꼿한 페니스가 다소 위협적으로 보였다. 에드윈은 그 눈길을 보고서는 희미한 미소를 지은 후에 디아나의 작은 손을 잡았다. 그가 디아나의 손을 끌어가는 곳은 군데군데 핏줄이 불거진 자신의 페니스였다.

“조금, 그대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은데.”

에드윈의 목소리가 흥분에 젖어 있었다. 디아나는 아직도 낯선 그의 페니스에 손끝이 닿자 저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렇게 크고 단단한 것이 제 아래로 들어왔다니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에드윈은 그런 디아나의 이마에 진득하게 입술을 묻었다. 조심스러운 디아나의 손길이 에드윈의 페니스를 탐색하듯 건드렸다. 그럴 때마다 이마에 닿은 에드윈의 입술이 움찔거렸다.

“하, 그대로…… 감싸 봐.”

디아나의 작은 손이 페니스를 어설프게 쥐었다. 에드윈은 더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러나 디아나의 본능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귀두 끝에 맺힌 선액이 디아나의 손에 묻었다. 그러자 모든 일이 쉬워졌다. 디아나는 천천히 미끈거리는 액체가 묻은 손으로 에드윈의 페니스를 쥐고 움직였다.

“하아, 그렇게…….”

에드윈이 손을 뻗어 디아나의 가슴을 세게 쥐었다. 그가 손가락 사이에 아까 물고 빨던 유두를 끼우자 디아나의 입에서도 절로 밭은 숨이 나오고 페니스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아.”

에드윈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신음이 나른하고 색정적이었다. 귀두 끝에서 선액이 자꾸만 흘러나와서 디아나의 손바닥과 페니스의 기둥을 적셨다. 에드윈이 디아나의 가슴과 유두를 지분거릴 때마다 저도 모르게 페니스를 쥔 손이 빨라졌다.

본능이 이끄는 몸짓은 어렵지 않았다. 앞뒤로 페니스를 쥔 디아나의 손이 미끈거리는 선액과 함께 페니스를 절정으로 이끌고 있었다. 서투른 손길이 더욱 자극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작은 손아귀에 가득한 페니스가 한층 더 부풀어 올랐다.

“흐, 더 세게.”

나직한 에드윈의 채근에 힘을 주자 그 안에서 귀두가 자꾸 미끄러져 나가려고 했다. 디아나도 모르는 사이에 선액으로 젖은 마찰음이 음란하게 울렸다. 에드윈이 제 아래에 박아 댔을 때보다는 덜했지만, 그와 비슷한 소리였다.

무엇보다 자극적인 것은 거의 신음하지 않는 에드윈이 자신의 손길에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디아나는 에드윈의 목덜미에 고개를 묻은 채, 제 손안의 단단한 페니스를 더 빠르게 흔들어 댔다. 퍽퍽…… 색정적인 소리가 몇 번 울리더니 이윽고 에드윈이 입술을 깨물었다.

“……후우.”

그 순간, 디아나의 가슴을 쥐고 있던 에드윈의 손에 센 힘이 가해졌다.

“으응.”

디아나는 저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깨물었지만, 신음은 너무 쉽게 새어 나갔다. 그 신음과 동시에 디아나의 손에 있던 페니스가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에드윈의 숨이 거칠었다. 페니스는 디아나의 질구에서 그랬던 것처럼 울컥거리며 끈적거리는 액체를 토해 냈다. 몇 번의 울컥거림 끝에 에드윈이 기나긴 한숨을 쉬며 디아나를 품속에 가두듯이 꼭 끌어안았다.

서로의 손에서 맞은 각자의 절정이었다.

***

가지 않겠다는 에드윈을 간신히 떠밀어 보내자 바로 동이 텄다. 디아나는 그제야 몰려오는 피로를 느끼고 깜박 눈을 감았다.

혼곤한 잠에 빠진 후에 다시 눈을 떴을 땐 이미 오후였다. 샬롯은 어두운 표정으로 디아나에게 수프를 가져다주고 목욕 시중을 들었다. 다행히 걱정과는 달리 디아나의 하얀 살결엔 어떤 자국도 없었다.

“그나마 양심은 있으신 건지…….”

샬롯이 몰래 혼잣말을 했다. 디아나의 침실을 범하는 밤손님은 하필 이 제국에서 제일가는 신랑감으로 꼽히는 젊은 대공이었다. 그나마 샬롯의 참을성을 도와주는 사실이었다.

물론 곱게 키운 아가씨를 내어 준 보답은 톡톡히 받을 생각이었다. 샬롯은 이 위기를 벗어난 후에 정식으로 대공비로 들여 평생 아가씨를 아끼고 호강하는 모습을 두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볼 작정이다.

“저기, 샬롯.”

“네, 아가씨.”

디아나가 어쩐 일로 주저했다.

“괜찮아요, 말씀하세요.”

샬롯은 디아나의 어깨를 부드러운 스펀지로 닦아 내며 상냥하게 말했다. 샬롯이 화가 난 것은 어디까지나 에드윈이었다. 여린 아가씨를 밤새 얼마나 괴롭혔으면 그리 피곤하게 늦잠까지 잤는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황태자비 검증이 있기 전까지는…… 조심하기로 했어.”

“그분도 양심이라는 게 있으시겠죠.”

흥, 샬롯이 코웃음을 쳤다.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다.

“그, 그리고…… 시아 수녀원의 일은 어떻게든 될 것 같아.”

“그분이 처리해 주신다고 하던가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난 가능하면 원만하게 넘어가고 싶어.”

스펀지를 든 샬롯의 손이 멈췄다.

“하지만, 아가씨는 이미…….”

“괜찮아. 아직 조금…… 남아 있는 걸 확인했어.”

디아나가 빙빙 주어를 피했다. 한 번의 관계로는 디아나의 처녀막이 전부 사라지지 않았다. 에드윈의 무척이나 음흉한 내진으로 확인한 사실이었다. 잠자코 생각에 잠겼던 샬롯의 눈빛에 잠시 분노가 어렸다.

“하…….”

샬롯도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눈치가 없지 않았다. 아니, 그 반대라서 문제였다. 조심은 하기로 했지만, 안은 들여다봤다는 뜻이다. 꾸욱, 스펀지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 그래도 다행이지?”

디아나가 애써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샬롯은 그런 디아나의 어깨를 도닥이며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그걸로 아가씨의 마음이 편해졌다면, 물론이죠.”

그러나 디아나의 등 뒤로 돌아간 샬롯의 미소는 삭 가셨다. 그녀의 두 눈에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마음 같아선 디아나의 침실 창문마다 덧문을 달고 쾅쾅 못으로 박아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랬다간 사랑스러운 디아나가 시무룩해질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샬롯은 결국, 이 모든 일의 주범인 에드윈을 원망하기로 했다. 이제 평범하게 디아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에드윈이 이 죄를 갚는 길은 디아나를 제국에서 가장, 최고로, 행복하게 해 주는 것뿐이었다.

***

그 무렵, 대공저의 에드윈은 문득 서늘한 한기를 느꼈다. 그가 어깨를 가볍게 떨고 인상을 찌푸리자 딜런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전하?”

“아니, 갑자기 한기가 들어서.”

“밤마실이 과해 감기라도 걸리신 것은?”

에드윈은 입을 꾹 다물었다. 갖은 회유와 설득, 간간이 배치한 함정과 교묘한 화술에도 에드윈은 그 밀회에 대해 한 마디도 해 주지 않았다. 이건 루모스 기사단의 의리가 아니라고 항의해도 그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그건 에드윈이 그만큼 이 밀회의 상대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 밀회의 일을 누구와도 나누지 않겠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자신의 부인만큼 아낀다는 뜻이었다. 적어도 루모스 기사단 사내들의 기준에선 그랬다.

“됐습니다. 저도 이제 포기했습니다. 세상에 사랑 이야기가 따로 없는 것도 아니고. 이제 전하께 애원하는 것도 지쳤습니다.”

“잘됐군. 내가 바라던 바야.”

쳇, 딜런이 노골적으로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에드윈은 그냥 웃기만 했다. 최근 대공저의 분위기는 쌀쌀해지는 날씨와는 달리 포근하다 못해 온화할 지경이었다. 딜런은 그 분위기가 어색해서 닭살이 돋을 지경이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에드윈이 흐트러진 주의를 바로 잡았다. 황태자비 검증은 위험한 다리였지만,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을 끝낼 수 있는 돌파구였다. 에드윈은 이미 할 수 있는 최선을 동원한 터였다.

“어머님이 매수한 전의가 둘이라는 건 여전한가?”

“예, 그 이상은 불가능합니다. 나머지는 드노아 경과 황후 폐하의 입김이 미치는 자들이라서요.”

“그래. 시도하는 것조차 위험할 수 있지.”

에드윈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 어머니와 맞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비록 선대공비가 이 사실을 모른다고 해도 기분이 꺼림칙한 것은 사실이다.

“시아 수녀원의 움직임은?”

“안 그래도 그 일로 급한 보고가 왔습니다. 예정대로 수도에 거의 도착했다는 소식과…….”

딜런이 낮게 말하자 에드윈이 눈을 가늘게 떴다.

“수녀 하나가 이탈해서 먼저 수도로 들어왔다는 소식입니다.”

“……무슨 속셈이지.”

“수녀의 개인적인 사정일 수도 있습니다만, 지켜볼 가치는 있습니다. 이미 사람을 붙였으니 안심하십시오.”

그 수녀가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면 당장 처치할 기세였다. 에드윈은 디아나의 당부가 떠올랐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디아나의 안전이었다.

“루카스 전하 쪽은?”

“딱히…… 변화가 없습니다. 애초에 황태자비 간택에 대해 그리 관심이 없으신 듯합니다.”

루카스는 전부터 타인에게 관심이 없었다. 실제로 루카스가 디아나를 본 것은 무도회 날이 전부였다. 황태자비 자리를 마다하는 언행에 잠시 관심을 가지긴 했지만, 곧 잊혔을 것이다.

에드윈으로선 그 사실이 무척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만일 루카스에게 조금만 더 디아나를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면, 결과는 끔찍했을 거다. 누구라도, 사내라면 디아나를 보고 마음이 동하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

“루카스 전하가 아직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점이 다행이다.”

황실에서 보호받으며 자란 루카스였다. 여인의 몸을 취하고 사내가 되는 과정조차 제 모후가 마련해 준 시침 시녀들로 치르게 될 루카스였다. 무엇 하나 스스로 이룬 적 없는 루카스가 아직 사내로서 각성하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 애초에 루카스가 제대로 된 수컷이었다면, 디아나를 놓칠 리가 없었다.

“며칠 안 남았습니다.”

딜런은 에드윈의 초조한 기색을 읽은 것처럼 말했다. 아무리 빈틈없이 해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불안했다. 디아나에게 빠지면 빠질수록 그랬다.

“그래. 더 기다릴 수도 없다.”

지난밤, 에드윈은 한 가지 사실을 새로 깨달았다. 단순한 밀회나 연인으로서는 자신이 만족할 수 없단 것이었다. 동이 트기 전에 디아나에게 떠밀려 그 포근한 품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밤이고 낮이고, 며칠이고 그 부드러운 몸을 끌어안고 어느 곳에나 입을 맞추고 싶었다.

에드윈은 여전히 디아나를 원했다. 가지면 가질수록,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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