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꿈에서 만나던 여자, 애니. 이준은 그녀에게 완전히 빠져 있었다. 싱그러운 웃음, 반짝이는 눈동자, 발그레하던 두 뺨, 집착을 부르는 입술. 그녀의 모든 것이 설레게 했다. 언제나 잡힐 듯 사라져버리는 너를 위해 살겠다고, 꿈속에서 수없이 다짐했다. 그녀는 누구인가.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일까. 믿을 수 없게도, 그녀를 만난 건 형의 약혼식장에서였다. “우리, 구면입니까?” “……아니요. 초면이에요.” 그녀는 형의 여자였다. 그 순간 모든 것이 어긋났다. 그녀를 갖고 싶은 동시에, 형을 죽이고 싶어졌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