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화-외전7화>
수아와 이준의 신혼은 5년간 지속됐다. 둘만 있으면 언제나 몸이 엉겨 붙었다. 지안의 눈을 피해 키스를 하고, 서로를 만지다가 쭐쭐 빨았다.
젖먹이를 키우는 것도 아닌데 이준은 매일 아침마다 수아의 가슴을 물고 눈을 떴다. 아침 샤워도, 저녁 샤워도 함께였다.
하도 씻어서 피부에 윤기가 사라지지 않도록 서로 로션을 발라주고, 그러다가 또 눈이 맞고, 꺄르르 웃음이 터지고, 사랑한다 속삭였다. 낮이고 밤이고 그러했다.
그런데 요즘 아이를 갖는 문제로 투닥거리는 중이었다. 이준은 둘이 살자고 하고, 수아는 낳고 싶다고 졸랐다.
“너 지안이 키우느라 힘들었잖아. 난 애 없어도 돼.”
“싫어요. 당신 닮은 아이 낳고 싶단 말이에요.”
“지금처럼 사는 것도 좋은데 왜.”
“더 좋을 수도 있잖아요.”
“나 앞으로 몇 년간 정신없이 바빠. 애까지 돌보기 힘들어. 그냥 우리한테 집중하면서 살자.”
“시끄러워요.”
안방으로 이준을 끌고 온 수아가 그를 침대에 덥석 눕혔다. 수아가 이준의 버클을 풀고, 손을 안쪽으로 집어넣었다.
금세 불룩해진 그것이 꼿꼿하게 대가리를 쳐들었다. 아름다운 그대, 잘 있었소? 라고 말하는 것처럼.
수아는 이준의 몸 위에 올라타 그의 티셔츠를 벗겼다. 여전히 운동선수처럼 다듬어진 몸은 섹시함 그 자체였다. 굵은 가슴 근육에 선명한 복근, 팬티 위로 보이는 치골까지 아찔했다.
비율 좋은 몸에 얼굴까지 완벽하건만, 이 남자가 정액을 넘겨주지 않으려 했다. 수아는 원피스 잠옷을 벗은 후 빠르게 이준의 팬티를 벗겨냈다.
남편의 몸은 정말 보기만 해도 성욕이 생긴다. 아래가 절로 미끈해졌다. 수아가 하체를 문지르면서 준비작업을 시작했다.
이준은 손을 위로 뻗어 침대 맡에 있는 콘돔을 꺼냈다. 수아는 고집스럽게 말했다.
“싫어요. 그냥 할래요.”
이준은 콘돔 껍질을 깠다.
“어허. 남편한테 이러는 거 아니야.”
“다른 남편들은 콘돔을 안 끼려고 해서 문제라던데.”
“안 끼고 하면, 안 쌀 거야.”
“하게 만들 건데요?”
“웃기지 마. 오빠 화낸다.”
수아는 예고도 없이 확 밀어 넣었다. 적당히 아프면서 짜릿했다. 오빠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며 심호흡을 터뜨렸다.
“하아…….”
오빠는 화를 내지 못했다. 화를 전혀 내지 못했다. 분노라곤 없었다. 마치 기다렸던 사람 같았다. 하아, 숨이 거칠어지면서 오빠의 눈이 게슴츠레하게 풀렸다. 여태껏 쓰던 비닐 한 장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엄청났다.
비닐 없이 하는 행위는 너무 자극적이라서 몸이 미치도록 달아올랐다. 수아는 이준에게 안대를 씌우고, 넥타이로 두 손을 묶어버렸다.
이준은 감당하기 힘든 쾌락에 가쁜 숨만 내쉬며 신음을 흘렸다. 수아는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이면서 가슴을 줄 듯 말 듯 애달프게 굴었다.
가슴을 물고 싶어 입을 벌린 이준의 입술에 돌기가 닿을라 하면 상체를 뒤로 빼고, 돌기가 코끝에 닿으면 또 달아나기를 반복했다.
“빨리 줘, 빨리…….”
“마요네즈를 넘겨요, 얼른…….”
“안 쌀 거라니까…….”
“웃기지 마요…….”
이 남자도 보통내기는 아니었다. 이겨야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침대에서 한 번도 그를 이겨본 적 없지만 이번만은 이길 거야…….
이 남자와의 잠자리는 늘 좋다. 너무 좋다. 내가 이렇게 밝히는 여자였나 싶을 정도로.
뜨거운 욕망에 이성 따위를 제쳐두고 덤비는 순간. 정말 짐승 같지만 살아 있음을 느낀다. 오직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남자의 아이를 가지고 싶어서 요즘은 병이 날 것 같았다.
수아는 다시 가슴으로 유혹했다. 돌기로 입술, 뺨, 코끝, 콧구멍을 마구 간질였다.
제일 좋아하는 먹을 것을 눈앞에 두고, 먹지 못하는 이준은 애처롭게 입을 벌렸다. 아…… 하면 콧구멍에 들어오고, 또 아…… 하면 눈에 부딪치고, 반쯤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다가 수아의 가슴이 이준의 입안으로 확 박혔다. 그때 이준이 수아의 가슴을 흠뻑 빨다가 신음을 터뜨렸다.
“아, 아, 아, 아, 하아…….”
이준이 헐떡이며 참고 참았던 마요네즈를 쭈욱 짜 넣은 것이었다. 함께 절정을 맞이한 수아의 몸속으로 뜨끈한 것이 흑 밀려들어왔다.
“하, 성공이다…….”
“하아…….”
수아는 이준의 이마에 입을 쪽 맞추고 안대를 풀었다. 승리자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폈다. 드디어 이 남자의 정자를 강탈한 거다. 수아는 이준의 얼굴에 키스를 퍼부었다.
“사랑해요. 여보.”
“진짜 양아치가 따로 없네.”
“임신되기를 기도해줘요. 알았죵?”
“하, 괘씸해.”
두 번째 정자 강탈은 새벽 3시였다. 그 시간에 수정될 확률이 높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탓에, 수아는 알람을 맞춰놨다가 곤히 잠들어 있는 이준을 덮쳤다.
이준은 생명의 비밀인, 중요한 마요네즈 소스를 또 수아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
대략 2주 후 아침. 생리 예정일이 이틀 지난 수아는 임신 테스트기를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고대하고 있던 일이라 수아는 긴장한 얼굴이었다.
이준은 샌드위치를 준비하면서 시니컬한 목소리로 말했다.
“임신이 뭐 쉬운 줄 알아? 한두 달 만에 되는 게 아니야. 임신 가능성이 높은 젊은 남녀가 섹스를 해도 확률은 30프로 밖에 안 돼. 임신 아닐 거야.”
“나 엊그제부터 속이 좀 울렁거린단 말이에요. 임신일 수도 있어요.”
“한 달 만에 임신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부정 타는 소리 좀 그만할래요?”
수아가 임테기를 들고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양상추를 씻던 이준도 결과가 궁금하기는 했다.
어린 나이에 지안이 키우느라 고생했으면서 왜 아이를 낳자고 하는지 모를 일이었다. 이제는 자신의 인생을 살아도 충분한데.
이준이 화장실 앞에서 서성거렸다. 소변 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감감 무소식이었다. 궁금하게 말이야.
“뭐야? 한 줄? 두 줄?”
“…….”
“뭔데? 임신이야, 아니야?”
“…….”
좀 더 크게 물었지만 대답이 없었다.
“나 문 연다?”
이준이 화장실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랬더니 수아는 벽에 등을 기대고 쪼그려 앉아 있었다. 가녀린 어깨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우나 보다. 마음이 짠했다.
“너 울어? 아니면 아닌 거지, 뭘 또 울어. 난 너 임신 안 되고, 계속 이렇게 당하면서 살면 좋겠는데.”
“…….”
“한 달 만에 임신 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 울기는…….”
“…….”
수아의 어깨가 조금 더 흔들렸다. 큭큭, 웃음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뭔가 이상한데? 이준이 허리를 숙여 바닥에 놓인 임테기를 확인했다. 아, 이런……. 선명한 두 줄이었다.
뒤늦게 수아가 고개를 들어 올리고 활짝 웃었다.
“속았죠? 아하하하. 임신이에요. 푸히히.”
“…….”
벌떡 일어난 수아가 이준의 목에 매달려 정신없이 입을 맞췄다. 쪽쪽, 쪽쪽쪽, 쪽쪽.
“사랑해요. 여보. 이제 아기 아빠 될 준비해야 해요. 알았죵?”
“…….”
“우리 남편 정말 최고야. 정력 짱.”
“…….”
이준은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수아가 화장실에서 나와 지안을 불렀다.
“지안아! 언니 임신했어~~~! 아기 가졌다고~~~”
이제 훌쩍 커서 중2가 된 지안이 방안에서 나왔다. 또래의 남자들이 설렐 정도로 지안은 예쁘장했다.
“정말 임신했어?”
“응! 금방 테스트했는데 두 줄 나왔어~~~ 아, 너무 행복해~~~!”
“축하해. 언니!”
지안이 수아를 꼭 안아주며 함께 기뻐했다. 신이 난 수아는 다시 이준의 목에 매달려 얼굴에 입맞춤을 퍼부었다. 이준은 얼떨떨했지만, 수아의 웃음을 보니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다.
“빨리 병원에 가 보자.”
“네. 당장 예약할게요.”
“그렇게 좋아?”
“아하하하. 그럼요~~~!”
침실로 들어간 두 사람은 침대 위에서 레슬링을 하듯 장난을 치고, 뽀뽀를 하고, 구르고, 꺄르르 웃었다. 조금 열린 문 틈 사이로 지안이 그들을 멍하게 지켜봤다.
두 사람의 애정행각이 부러웠다. 언니와 형부만이 할 수 있는 스킨십이었다. 중2가 되면서 지안은 사춘기가 왔다. 보호자로 느꼈던 형부를 남자로 인식하기 시작한 거였다.
형부는 한결같이 좋은 사람이었다. 키와 체격, 얼굴, 능력, 성격 등 무엇 하나 흠 잡을 데가 없었다. TV에 나오는 배우들보다 더 멋졌다.
가질 수 없는 남자를 한 집에서 매일 보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괴로운 일이었다.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침실에서 끊임없이 새어나왔다. 지안은 복잡한 얼굴로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