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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공작의 후처가 되었다-135화 (135/142)

괴물 공작의 후처가 되었다 135화

‘……뭐지?’

의아함에 그녀를 하염없이 바라보던 그때, 그녀가 갑자기 무언가를 발견한 듯 앞으로 달려갔다. 나는 당장 편히 기대 있던 몸을 세워 창밖으로 몸을 뺐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찾기 시작했다.

대체 어디로 간 걸까, 뭘 발견하고 가 버린 걸까.

나는 아무리 고개를 내밀어도 보이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짧게 욕설을 내뱉으며, 곧장 한 구석에 놓인 검을 챙긴 후 집무실을 뛰쳐나왔다.

“각하! 어딜 가십니까!”

다급히 복도를 가로질러 계단을 내려가는 내 모습을 본 올리버 경이 크게 소리쳤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할 여력이 없었다. 혹여 그녀가 북쪽 숲에서 넘어온 현혹계 마법을 쓰는 마물에게 정신을 빼앗긴 것은 아닐까 덜컥 겁이 났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기사들이 상주하는 대낮에 그런 마물이 저택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을 리가 없는데, 그때는 그녀를 향한 걱정으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토록 그녀를 신경 쓰지 않겠다고 했거늘, 이미 그녀는 마음에 박힌 가시처럼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그렇게 나는 그녀를 찾아 탑을 내려와 비밀 정원을 달려 나갔다. 검을 든 채 다급히 행동하는 내 모습에 기사들 또한 당황하며 검을 들고 내 뒤를 따랐다.

그러던 그때였다.

비밀 정원의 왼쪽 끝에서 흐느끼는 듯한 레온의 울음소리와 함께 그녀의 당황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곧장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향해 달려갔고, 그곳에서 그녀와 그녀의 품에 안겨 우는 레온을 발견했다.

얼마나 운 건지, 나를 꼭 닮은 눈과 볼을 눈물로 가득 적신 레온의 모습에 나는 인상을 찡그리며 그녀에게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그녀의 품에 안겨 있는 레온을 빼앗듯 안아 들며 당황한 시선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그녀에게 말했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네?”

“내가 내걸었던 조건, 벌써 잊었습니까? 분명 나는 당신에게 펠릭스 성의 내정 간섭과 레온을 학대하지 않는 것, 그 두 가지 말고는 무엇이든 해도 좋다고 했을 텐데요.”

“……하.”

“혹시, 레온의 목걸이 때문입니까?”

맹세컨대 절대 그녀가 다른 이들이 그러했듯 레온의 목걸이가 탐이 나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레온의 눈물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정신없이 그녀를 찾아 헤맸던 것에 대한 원망으로 말이 거칠게 나가고 말았다. 나는 스스로도 이렇게까지 이성을 잃었다는 것에 놀라며 연신 그녀를 추궁했다.

그러자, 그녀가 억울하다는 듯 당황한 목소리로 내게 해명을 늘어놓았다.

“몰라요, 모르겠어요. ……난 그냥 귀엽고 예뻐서 머리를 쓰다듬었을 뿐인데, 아이가 눈을 가리면서 울었다고요. 미워하지 말라고 하면서요.”

“……눈을, 본 겁니까?”

그녀의 해명에 나는 마음 한구석이 싸늘하게 식는 것을 느꼈다.

아, 이제 알 것 같았다. 왜 레온이 눈물을 터트렸는지. 분명 결혼식에서처럼, 그리고 결혼식을 마치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나를 보았을 때처럼 ‘괴물’을 보고 놀란 표정으로 레온을 보았으리라.

나는 울먹이는 레온을 달래며 그녀에게 차가운 말을 내뱉었다.

“아이의 눈을 본 순간 할 말을 잃고 가만히 그 눈을 바라보았습니까? 그러다 꼭 괴물과 눈이 마주친 사람처럼 무섭고, 두렵다는 듯 눈을 피하기라도 한 겁니까?”

“……!”

“그날, 결혼식에서 내 눈과 마주쳤던 때처럼 말입니다.”

지금 와서 고백하자면, 그것은 그녀를 향한 나의 옹졸하기 짝이 없는 원망이었다. 레온이 그러하듯 나 또한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인데, 왜 나를 괴물로 보는 것이냐고 말이다.

그런 그녀의 두려움을 알았기에 기껏 평생 다가가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또한 그녀에게도 내게 다가오지 말라 경고까지 했건만. 왜 다가와서 상처를 주느냐고.

열등감에 진짜 괴물이 되어 버린 나는 ‘레온의 눈은 무섭지 않다’고 대답하는 그녀에게 원망을 토해 냈다. 그런 입에 발린 거짓말은 하지 말라고, 어차피 당신 또한 무슨 일이 생기면 나와 레온을 원망할 것 아니냐고.

나는 두려움에 몸을 떠는 그녀를 향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는 부인께서 그 다른 사람들처럼 어설픈 동정이나 연민으로 레온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후에 싸늘한 시선으로 아이를 밀쳐 낼까 두렵습니다.”

“…….”

“그럼 실례하죠. 이만 침실로 돌아가 쉬세요.”

그 후, 나는 레온을 안은 채 미련 없이 뒤돌아섰다. 그녀는 그런 나를 오기 어린 시선으로 노려볼 뿐, 붙잡지는 않았다.

당연했다. 그녀의 두려움은 인간으로서 정당한 것이었고, 그런 두려움을 굳이 부정하며 나와 레온에게 다가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으니까.

나는 내 품에서 그날따라 바르작거리는 레온을 안은 채, 묵묵히 별관으로 걸어가며 긴 한숨을 토해 냈다. 뽀얗게 뿜어져 나왔다가 허무하게 흩어지는 숨처럼, 마음이 자꾸 헛헛했다.

* * *

그렇게 비밀 정원에서 그녀와 헤어진 다음 날. 마음이 복잡한 나는 한숨도 자지 못한 채 집무실에 틀어박혀 밤을 새웠다.

“후우…….”

나는 뻐근한 두 눈을 한 손으로 덮으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피곤한 데다 허기까지 져서 딱 죽을 맛이었다. 하여 긴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조금 전 간단하게라도 드시라며 집사장이 놓고 간 트레이로 다가가 덮인 천을 걷었다.

그러자 그 안에는 크림과 버터가 듬뿍 들어간 부드러운 스크램블드에그와 흰 버터 빵, 그리고 버섯이 듬뿍 들어간 크림수프와 꿀에 절인 라즈베리가 올라간 케이크 한 조각이 놓여 있었다.

나는 다른 메뉴와 어울리지 않는 라즈베리 케이크를 가만히 바라보다 곧 아, 하고 짧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오늘, 레온의 생일이구나.’

나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마른세수를 했다. 요사이 국경 지대에서의 분쟁에다 예상치 못한 결혼까지 하게 되어 정신이 없는 바람에 그만 레온의 생일을 잊고 있었다.

나는 케이크로나마 넌지시 나에게 오늘이 레온의 생일임을 알려 준 집사장에게 속으로 감사를 표한 후, 간단히 식사를 했다.

음식은 조금 식었지만, 텅 빈 속을 채우기엔 충분했다. 나는 빠르게 식사를 마친 다음, 접시를 정리했다. 이 트레이를 밖으로 내놓으면서 곧바로 레온이 기거하는 별채로 갈 생각이었다.

그렇게 나갈 준비를 하던 그때, 창밖에서 소란스러운 샐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창가로 다가가 닫혀 있던 창문을 열고, 그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아래에는 그녀와 샐리가 있었다. 나는 호들갑을 떨며 소리치는 샐리와 그 곁에 서 있던 그녀가 어디론가 걸어가는 것을 눈으로 좇았다. 이어 그녀는 풀숲 쪽으로 가더니 작은 동물이라도 발견한 듯 그 앞에 주저앉았다.

뭘 발견한 걸까.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살짝 미간을 좁힌 나는, 곧 그녀의 앞에 있는 무언가가 레온임을 알아채고 미간을 한껏 찌푸렸다.

‘분명 다가가지 말라고 했건만.’

아무래도 그녀는 내 경고를 들을 생각이 없는 듯했다.

나는 인상을 쓰며 두 사람을 주시했다. 어제와는 달리 샐리가 있으니 그녀가 레온을 울리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레온에게 상처 주는 소리를 하진 않을까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그렇게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던 그때였다. 그녀가 쪼그려 앉은 레온의 두 손을 거리낌 없이 잡더니 호호 불고는 몇 마디 말을 나누었다.

거리가 멀어서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잘 들리지 않아 답답했다. 그래서 나는 세 사람이 나를 눈치채지 못하는 것을 이용해 조금 더 창밖으로 몸을 뺀 채 내려다보았다.

그러던 그때, 그녀가 품 안에서 작은 벨벳 상자를 꺼내더니 레온의 눈앞에서 흔들며 크게 너스레를 떠는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오늘 귀여운 레온이 곧 생일을 맞았다고 해서 선물을 준비해 봤는데. ……그런데 레온은 자기가 저주받은 아이라고 그러네?”

“……!”

“어쩔 수 없네. 기껏 생일 선물을 준비해 왔는데, 이건 그냥 다른 아이에게 줘야겠어. ……흠. 지금이라도 레온이 저주받은 아이라는 말을 취소하면 줄 수도 있는데.”

“……진짜요?”

“그럼!”

그녀는 연신 너스레를 떨며 간절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레온의 손에 상자를 올려놓았다.

레온은 그 상자를 꼭 쥔 채 반짝이는 눈으로 그것을 내려다보더니 곧 상자를 열었다. 그러자, 상자 안에서 나온 것은 연하늘색 보석이 박힌 목걸이였다.

“…….”

나는 그것을 받아 들고 기뻐하며 활짝 미소 짓는 레온의 얼굴과 그런 아이를 보며 마주 웃는 그녀의 얼굴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

그간 저렇게 레온을 향해 웃어 주는 사람도 없었지만, 레온에게 선물을 건네는 사람도 그녀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게,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의 ‘저주받은’ 눈을 꼭 닮은 레온을 꺼림칙하게 바라보거나 혹은 아이가 걸어가면 그 뒤에서 안 좋은 말을 수군거리기에 바빴으니까.

그래서 당연히 그녀도 그러리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를 보고 두려워했으니까. 죽거나 미치고 싶지 않으니, 당연히 레온도 피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랬는데.

‘어떻게 레온의 생일을 알고 챙겨 줄 생각을 한 걸까.’

나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그녀의 다정한 마음에 마음 한구석이 꽉 조이듯 아파 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때 나는 그녀가 레온에게 다정히 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동시에 그녀가 레온에게 잘해 줬으면 좋겠다는 모순적인 마음을 품었다.

또한, 레온의 오드아이를 아무렇지 않게 바라볼 수 있다면 언젠가 나의 눈 또한 다정한 눈으로 바라봐 주지 않을까, 하는 헛된 욕심이 마음속에 깃드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나는 마음속에 피어나는 갖은 모순적인 마음과 욕심에 시달리며, 그녀와 레온의 모습을 멍한 눈으로 말없이 좇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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