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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공작의 후처가 되었다-126화 (126/142)

괴물 공작의 후처가 되었다 126화

아서는 험악한 표정으로 올리버 경을 돌아보며 말했다.

“지금부터 황궁은 물론이고 수도 전체를 봉쇄한다. 이 시간부터 수도 밖을 빠져나가는 놈은 쥐새끼 하나라도 샅샅이 수색할 수 있도록. 수도 전역에 있는 우리 병사들에게 서신을 띄워라.”

“명 받들겠습니다, 각하.”

“나는 지금부터 트리스탄의 행방을 쫓을 테니, 올리버 경은 연회장에 있는 자들을 감시하고 누구라도 외부로 연락을 시도하는 자는 가차 없이 감옥으로 보내라. 또한 트리스탄과 황제, 앨버튼 공작의 행방을 발견하면 즉시 나에게 연락을 취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부디, 무사하십시오.”

올리버 경의 인사를 받으며 아서는 곧장 연회장 밖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그러고는 곧장 황태자 궁을 향해 갔다.

아직 그들이 황궁을 빠져나가지 못했다고 가정했을 때, 그들이 향할 만한 곳으로 가장 의심이 되는 곳은 그곳뿐이었다. 아서는 자신을 막아 세우는 황실 근위군 병사들을 가차 없이 베며 더욱 빨리 말을 몰았다.

“전하의 궁 안으로 한 놈도 통과시키지 마라!”

“황제와 황태자의 잔당들을 살려 두지 마라! 계속 진격해!”

“저주받은 펠릭스 공작이다! 활을 쏴라!”

그렇게 연회장에서 황태자궁까지 단숨에 달려간 아서는 곧장 교전 중인 자신의 기사들과 황실 근위군 사이로 뛰어들었다. 아서는 검을 휘두르며 자신에게 날아오는 화살을 전부 쳐 내고는 달려드는 이들을 베어 넘기며 트리스탄 경을 찾아 헤맸다.

‘트리스탄―!’

그 끝에, 아서는 황태자궁에서 태초의 숲으로 이어지는 길목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자신의 기사들과 대치 중인 트리스탄 경을 찾을 수 있었다.

아서는 곧바로 말에서 뛰어내려 그에게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트리스탄 경이 자신에게로 향하는 그의 검을 막아 냈다.

아서는 검으로 그를 내리누르며 물었다.

“황제와 앨버튼 공작은 어디 있지?”

“……내가 그걸, 대답할 거라 생각하나?”

아서의 물음에 트리스탄 경은 피 맺힌 입술을 끌어 올려 웃고는 자신을 찍어 누르는 아서의 검을 겨우 버텨 냈다.

아서는 자신의 힘에 조금씩 밀려나면서도 태초의 숲으로 향하는 입구를 봉쇄하고자 사력을 다하는 트리스탄 경의 모습에 짧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트리스탄 경이 발끈하며 소리쳤다.

“뭐가 그렇게 웃기나!”

“아니, 굳이 경에게 그들의 행방을 물을 필요가 없었구나 싶어서 말이지.”

“……뭐라고?”

“안타깝지만, 그대의 충성이 오히려 내게 그들의 행방을 알려 준 꼴이 되었다.”

아서는 그렇게 대답하며 단숨에 강한 힘으로 트리스탄 경의 검을 쳐 냈다. 그러자 겨우겨우 공격을 막고 있던 트리스탄 경의 검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바닥에 박혔다.

트리스탄 경은 재빨리 근처에 널브러진 다른 병사의 검을 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그 시도는 그의 손에 검을 꽂아 버린 아서에 의해 제지되었다.

“으아악――!”

“목숨이나마 건지고 싶다면, 더 이상의 허튼 짓은 마라.”

그 후, 아서는 끔찍한 비명을 지르는 트리스탄 경을 뒤로한 채 다시 말에 올랐다. 그러고는 바닥에 쓰러져 피를 흘리는 그를 포박하는 자신의 병사들과 기사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당장 태초의 숲을 포위한다. 황제를 비롯해 그 잔당을 발견하는 즉시 전부 생포하도록 해. 단, 앨버튼 공작만은 저항한다면 사살해도 좋다. 자신의 원하는 바를 위해서라면 제 여식의 목숨조차 태연히 희생시키는 간악한 자이니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른다.”

“명심하겠습니다, 각하!”

그 명령을 끝으로 아서는 태초의 숲 안쪽으로 난 오솔길로 말을 몰았다. 그는 어둠처럼 짙은 그늘이 내려앉은 숲속을 달려 나가며 초조함에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제발, 내가 당신을 구할 때까지 무사해 주십시오.’

비록 무력하게 눈앞에서 그녀를 빼앗기고 말았지만, 이번만큼은 반드시 지켜 보이겠다.

아서는 갑옷을 입은 손으로 ‘그레이스의 심장’과 연결된 자신의 왼쪽 가슴을 한번 가볍게 두드리며 그렇게 맹세했다.

* * *

수천 년의 세월을 살아온 나무들이 드리운 그늘로 인해 태초의 숲은 낮에도 밤처럼 어두웠다.

황제를 비롯해 황후와 황태자, 그리고 앨버튼 공작 부인과 마리안느는 마법으로 만든 빛을 손에 띄운 채 앨버튼 공작을 따라 숲 안의 비밀 저택을 향해 걸었다.

그레이스는 자신을 질질 끌고 깊은 숲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앨버튼 공작에게 얌전히 이끌리며 조용히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던 그때, 오늘을 위해 신은 높은 구두 때문에 힘겹게 걷고 있던 마리안느가 앨버튼 공작의 옆에 둥둥 떠 있는 벨리알을 향해 소리쳤다.

“이봐요, 벨리알! 아직도 더 걸어가야 해요? 이제 비밀 저택까지 얼마 안 남은 것 같은데, 이쯤에선 순간 이동 마법을 써도 당신의 마력에 큰 부담은 안 될 것 같은데요.”

그 말에 벨리알이 자신의 어깨에 앉아 있는 흰 올빼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꾸했다.

“글쎄, 여기 있는 모두를 순간 이동시키려면 너희들에게 걸려 있는 기척 차단 마법을 유지할 마력까지 전부 끌어 써야 하는데? 그러다가 운 나쁘게 우리가 있는 곳을 들켜 버리면, 그땐 어떡할 거지?”

“기척 차단 마법을 해제하고 순간 이동 마법을 시전하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잖아요. 그사이에 펠릭스 공작이 우릴 발견할 수 있을 리 없어요. 그리고, 이 속도로 걸어가다간 금세 따라잡힐 거라고요. 그렇게 되면 그레이스 저것이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를 일이잖아요?”

“……듣고 보니 네 말도 일리가 있구나, 마리안느.”

“네? 벨리알. 그렇게 마력이 부족하면 내 마력이라도 갖다 써요. 이대로 계속 걸을 수는 없다고요. 한시가 급하니까.”

“……흠.”

마리안느의 주장에 앨버튼 공작 부인까지 가세하자, 벨리알은 깡마른 손으로 후드에 가려진 입가를 더듬으며 신음했다. 그러더니 우뚝 멈춰 선 그가 갑자기 낮게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그러지 말고, 그냥 여기서 의식을 치러 버릴까?”

“……네?”

“그게 가능한가?”

벨리알의 말에 그레이스는 심장이 바닥으로 쿵 떨어지는 느낌을 받으며 표정을 굳혔고, 앨버튼 공작은 반색하며 되물었다.

그러자 벨리알이 음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뭐, 못할 것도 없지. 이미 내 저주가 제물의 몸속 깊숙이 파고든 상태니까. 다만, 황태자가 검으로 제물의 심장을 찌를 때 내 저주가 초대 신의 저주를 온전히 상쇄할 수 있도록 해야 하니까 지금 걸려 있는 기척 차단 마법은 물론, 누군가로부터 너희를 지킬 수 있는 마법을 사용할 수는 없게 돼. ……그러니 최대한 방해꾼이 없는 곳에서 의식을 거행했으면 했는데 말이야.”

“그런 거라면 괜찮지 않나? 어차피 지금 펠릭스 공작의 군대는 우리를 발견하지 못했으니, 그놈이 우릴 발견하기 전에 전하께서 제물의 심장에 칼을 박아 넣으면 되니까.”

그렇게 말하며 앨버튼 공작은 슬쩍 황태자를 곁눈질했다. 그 모습에 어깨를 움찔 떨며 시선을 피하는 그 대신, 황후가 동조하듯 말했다.

“그건 걱정 마요, 앨버튼 공작.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이번에는 아까처럼 망설이지 않을 테니까요. 그렇지요, 황태자?”

“…….”

황후는 황태자를 슬며시 노려보며 대답을 재촉했다. 그러나 오웬은 대답하지 않았고, 황제는 그 모습에 깊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게냐? 펠릭스 공작, 그 괴물 놈이 수도를 장악한 지금 우리에게 남은 희망은 너밖에 없다. 어떻게든 목숨을 부지한 후, 이곳을 탈출해 교황청으로 가서 네 몸에‘저주’ 따위가 걸려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후일을 도모해야 할 것이 아니냐.”

황제는 품에서 단검을 꺼내 오웬의 손에 쥐여 주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지니고 있던 것이었다.

황제는 애원하듯 오웬을 바라보았고, 황후 또한 간절히 그의 팔에 매달리며 바라보았다.

“……알겠습니다.”

끊임없이 망설이던 오웬은 부모의 애원 섞인 채근에 결국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의 애원과 당장 자신의 목숨은 물론, 부모의 목숨과 지위마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 그레이스를 향한 미련이 꺾인 것이었다.

“그래. 잘 생각했다.”

황제는 그런 오웬의 어깨를 위로하듯 토닥인 후, 자신들을 재밌다는 듯 응시하는 벨리알과 그 곁에 선 앨버튼 공작을 향해 말했다.

“준비는 된 것 같네. 당장 여기서 의식을 치르도록 하지.”

“시작해, 벨리알.”

“킬킬, 알겠어.”

앨버튼 공작이 자신이 붙잡고 있던 그레이스를 황태자의 앞으로 떠밀며 지시하자 벨리알은 킬킬 웃으며 자신의 어깨에 앉은 흰 올빼미의 머리를 한번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러자 흰 올빼미가 날아오르더니 눈을 진녹색으로 빛내며 두 사람의 주위를 한번 크게 돌기 시작했다. 그 순간, 그레이스는 자신의 몸 위로 쏟아지는 음습한 마력과 점점 가까워지는 오웬의 칼날을 느끼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저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그때였다.

저 멀리서 땅을 울리는 말발굽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레이스는 그 순간 고개를 돌렸고, 미소를 지었다. 저 목소리는 틀림없이 아서의 것이었다. 그레이스는 자신들이 이곳에 있음을 알리듯 연신 시끄럽게 울어 대는 매 울음소리와 점점 가까워지는 수백 필의 말발굽 소리를 들으며 미소 지었다.

그가, 아서가 드디어 자신을 찾은 것이다.

그레이스는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향해 소리쳤다.

“아서―!”

“빌어먹을! 입 닥쳐!”

그러나, 그레이스의 목소리는 곧 황급히 자신을 끌어안으며 목에 검을 겨누는 앨버튼 공작의 행동에 의해 막혀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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