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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공작의 후처가 되었다-125화 (125/142)

괴물 공작의 후처가 되었다 125화

그 곁에서 모든 보고를 들은 앨버튼 공작 또한 경악을 금치 못하는 표정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 괴물 공작 놈이 갑자기 군대를 모아 반역을 일으킨 것도 충분히 놀라웠지만, 무엇보다 그에 협력한 세력들이 더한층 놀라웠다.

스펜드라 후작과 위그 백작, 로이엔느 대공 모두 아서의 ‘저주’ 때문에 기족을 허망하게 잃어버려 그 원한이 하늘을 찌르는 자들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그들 모두 펠릭스 공작의 편으로 돌아서서 황실과 자신을 향해 칼을 겨누었다니.

‘대체 그 괴물 놈이 어떤 조건을 제시한 거지? 혹시, 제국의 영토를 주기로 했나? ……아냐, 그런 조건으로 움직일 자들이 아니야. 괴물 놈의 무력이 두려워 참고 있었을 뿐, 기회만 된다면 그놈을 죽여 버리겠다 벼르던 자들이야. 그렇다면 대체 그자들을 어떻게 설득한 거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펠릭스 공작을 향한 그들의 원한이 누그러든 이유를 모르겠어서 답답해하던 그때였다. 그의 머릿속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한 가지 가정이 스치고 지나갔다.

‘……만약, 그자들이 모든 비밀을 알았다면?’

소중한 가족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이 펠릭스 공작이 아니라, 황실과 앨버튼 가문의 소행임을 알게 되었다면?

“…….”

불가능한 가정이나 현재 벌어진 상황에 대입해 보자 모든 의문이 간단히 해결되었다. 앨버튼 공작은 험악한 표정으로 황태자의 앞에 쓰러져 있는 그레이스를 향해 소리쳤다.

“설마, 넌 일이 이렇게 될 거라는 걸 다 알고 있었던 거냐?!”

“하.”

그 말에 그레이스는 당장이라도 자신을 해칠 것만 같은 앨버튼 공작의 험악한 모습에 두려운 마음이 들어 몸을 떨면서도 짧게 코웃음을 쳤다.

그녀의 행동에 조금 전, 자신이 떠올린 가정에 확신을 얻게 된 앨버튼 공작은 당장에 단상에서 내려오며 노성을 터트렸다.

“이 저주받을 계집! 감히 이 아비를 배신해!? 네가 그러고도 앨버튼 가문의 사람이더냐!”

“진정하게, 앨버튼 공작!”

당장 그레이스를 향해 한 손을 치켜드는 앨버튼 공작의 행동에 당황한 황태자가 그 앞을 가로막았다.

그레이스는 떨리는 다리로 간신히 몸을 일으킨 후, 한 발짝 뒤로 물러나며 분노로 흉측하게 일그러진 앨버튼 공작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

“날 ‘그레이스 앨버튼’으로 살게 하고 싶었으면, 세 번씩이나 죽음의 위기로 몰아넣진 마셨어야죠. 그리고, 이 모든 건 다 당신 때문에 벌어진 일들이에요. 자업자득이라고요.”

“이 망할 계집이!”

그레이스의 냉정한 일침에 또다시 흥분한 앨버튼 공작이 자신을 가로막은 황태자를 밀치려 하던 그때였다. 또다시 지하실의 문을 열고 한 병사가 다급히 들어와선 지하실 안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크, 큰일입니다! 조금 전 펠릭스 공작이 이끄는 반군이 황실 근위군이 구축한 방어선을 뚫고 황궁으로 진격해 들어왔습니다!”

“뭐라고? 황실 근위군들이 벌써 당했단 말이냐!”

“이, 이대로라면 반군이 황궁을 점령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당장 대피하셔야 합니다!”

“……빌어먹을!”

“폐, 폐하! 이를 어쩌면 좋단 말입니까!”

병사의 다급한 목소리에 단상 위에 있던 황제는 물론이고 황후와 앨버튼 공작 부인, 마리안느의 얼굴마저 사색이 되었다.

참다못한 황후가 황제의 팔에 매달려 소리치자, 황제가 어떻게 좀 해 보라는 듯 앨버튼 공작에게 시선을 돌렸다.

“칫……!”

그 시선을 받은 앨버튼 공작이 거칠게 혀를 차더니, 자신을 가로막은 황태자를 밀친 후 그레이스의 손목을 묶은 밧줄을 틀어쥐며 소리쳤다.

“벨리알! 지금 당장 우리를 제국 남부에 있는 여름 별궁으로 순간 이동시켜! 그곳에서 후일을 도모한다!”

“……뭐? 한 사람도 아니고 이 많은 수를 그 멀리까지 이동시키라고? 이봐,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다른 때라면 모를까, 난 아직 다친 날개조차 회복하지 못했을 만큼 마력이 약해진 상태야!”

“빌어먹을! 도움이 안 되는 악마 놈 같으니라고!”

벨리알이 인상을 찡그리며 난색을 표하자, 앨버튼 공작은 한 손으로 제 가슴을 치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더니 씨근덕거리며 황제를 향해 물었다.

“폐하, 지하실의 비밀 통로는 어디로 연결되어 있습니까?”

“황궁의 뒤편에 있는 태초의 숲으로 연결되어 있다네.”

“그럼 우선 그곳으로 도망치죠! 태초의 숲은 심어진 지 족히 수천 년은 된 나무들로 빽빽하니, 우리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럼 그사이에 이 계집을 죽여 황태자 전하의 생명을 잇고, 이후 폐하의 비밀 저택에 숨어 후일을 도모하는 겁니다!”

“그, 그래! 그러세!”

황제가 다급한 목소리로 동조하자, 앨버튼 공작이 허공에 뜬 채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벨리알을 향해 소리쳤다.

“벨리알! 지금 당장 여기 있는 모두에게 기척 차단 마법을 걸어! 이것마저 못한다고 한다면, 우리 사이에 맺은 계약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하겠어!”

“빌어먹을! 알았어, 알았다고!”

앨버튼 공작의 협박에 벨리알은 짧게 혀를 차더니 허공으로 손가락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손끝에서 생겨난 진녹색의 빛이 지하실 안으로 쏟아졌다. 앨버튼 공작은 그 빛이 모두의 몸속에 파고든 것을 확인한 후, 그레이스의 몸을 구속한 밧줄을 휙 끌며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폐하, 황후님! 이쪽으로 오십시오! 레지나, 마리안느! 힘들겠지만 당장 이쪽으로 와! 그리고 황태자 전하! 검을 챙기십시오! 이제는 망설일 시간조차 없습니다!”

“아, 알겠네!”

“알겠어요, 여보!”

“트리스탄 경! 뒤를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폐하! 부디 무사하십시오!”

앨버튼 공작이 재촉하며 그레이스를 질질 끌고 비밀 통로로 걸어가자 그 뒤로 트리스탄 경에게 뒤를 부탁한 황제와 황후, 앨버튼 공작 부인과 마리안느, 황태자가 뒤따랐다.

그레이스는 끌려가지 않으려 버텼지만, 자신을 잡아끄는 앨버튼 공작의 거센 힘에 밀려 짙게 어둠이 내려앉은 지하 통로로 끌려 들어갔다.

* * *

펠릭스 공작이 이끄는 군대가 수도의 최종 방어선과 같은 관문을 넘어 황궁에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30분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황궁의 드높은 성벽이 그들의 눈앞에 펼쳐지자 아서 펠릭스 공작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황궁으로 겨누며 소리쳤다.

“화살을 쏴라! 우리를 가로막는 자, 그 누구도 살려 두지 마라!”

아서의 명령에 후방에 위치한 궁병들이 황궁을 수호하는 근위군을 향해 수백 발의 석궁을 쏘았다.

그 화살들은 황궁 벽과 망루를 지키고 있던 근위군들을 명중시켰다. 아서는 강한 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떨어지는 황실 근위군들을 냉정히 살핀 후, 말에 채찍질을 가하며 전방의 기병대에게 소리쳤다.

“성문을 통과하라! 곧장 황궁을 장악한다! 올리버 경과 그 휘하 부대는 나를 따라 곧장 연회장으로 간다!”

“예, 각하!”

그 후, 연회장으로 달려가는 아서의 말을 올리버 경과 그 휘하의 기병대가 따랐다.

아서는 연회장으로 가는 내내 자신을 가로막는 근위군을 거침없이 베어 내며 황궁을 장악해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새어 나오는 연회장 문 앞에 도착한 그가 서늘한 시선으로 그곳을 살피고는 명령했다.

“내가 연회장 안으로 들어가면, 경들은 곧장 주변을 전부 포위하도록 해. 그리고, 그레이스 외에 이 연회장 밖으로 나오는 이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베어 버리도록.”

“예, 각하!”

기사들에게서 대답이 터져 나오자, 아서는 곧장 연회장 문 앞에 서서 말고삐를 젖혔다. 그러자 그를 태운 말이 시끄럽게 울며 곧장 두 앞발로 문을 찍어 내렸다.

쾅―!

그 강한 힘에 닫혀 있던 연회장 문은 경첩에서 떨어져 나와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그 순간, 연회장이 무너질 듯 울리는 시끄러운 소리에 놀라 문 쪽을 바라본 황족들과 귀족들은 말을 타고 연회장으로 들어서는 아서의 모습에 혼비백산하며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악――!”

“누, 누구냐! 무슨 일이냐!”

아서를 태운 말을 시작으로 순식간에 연회장을 포위한 펠릭스 기사단의 모습에 황족들과 귀족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개중에는 황급히 빠져나갈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자들도 있었으나, 곧 출구 앞에 서서 검을 겨누는 기사에게 밀려 연회장으로 돌려보내졌다.

아서는 말을 탄 채 연회장 안을 샅샅이 살폈다. 그는 가장 먼저 연회장의 가장 높은 단상에 위치한 왕좌를 확인한 후, 그곳이 비어 있자 자신을 두려움에 찬 시선으로 올려다보는 황족들과 귀족들을 살폈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봐도 그가 찾는 그레이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서는 짧게 혀를 찼다. 그러고는 황족들과 귀족들 사이에 섞여 자신을 증오스러운 눈길로 노려보고 있는 황궁 시종장, 로쉬 백작에게 검을 겨누며 물었다.

“황제와 황태자, 앨버튼 공작은 지금 어디 있나?”

“저도 모릅니다.”

“황제의 가장 최측근인 네가 황제의 행방을 모른다고?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나?”

“당신이 믿든 안 믿든 상관없습니다. 확실한 건, 당신이 날 어떻게 겁박해도 내가 해 줄 수 있는 대답은 없다는 겁니다.”

아서가 자신의 날카로운 검을 더욱 가까이 들이밀며 위협했지만, 로쉬 백작은 싸늘한 표정으로 똑같은 대답만 반복했다.

더 이상 추궁해 봐야 별 소득 없을 것 같아 아서가 검을 거두자, 마침 연회장 전체를 봉쇄한 올리버 경이 그의 곁으로 다가와 말했다.

“각하, 연회장으로 이어지는 모든 통로에 기사들을 배치했습니다.”

“그곳에서 수상한 자는 발견하지 못했나?”

“네. 연회장으로 술과 음식을 운반하는 시종들과 시녀들뿐이었습니다.”

“……쯧, 그렇군.”

올리버 경의 보고에 아서는 또다시 마땅찮은 듯 혀를 찼다.

그러고 보니 조금 전 자신들을 막아 세우던 황실 근위대에도, 그리고 이곳에도 황실 근위대의 대장인 트리스탄 경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그놈은 지금쯤 그들이 그레이스를 숨겨 둔 은신처로 향했을 테지.’

그 또한 로쉬 백작 못지 않게 황실에 충성하는 자이니, 전황이 불리해진 순간 곧바로 황제를 호위하기 위해 전열에서 이탈했으리라.

아서는 그렇게 짐작하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레이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그녀를 찾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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