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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공작의 후처가 되었다-101화 (101/142)

괴물 공작의 후처가 되었다 101화

한편, 그레이스와 샐리가 의도한 대로 그레이스의 소식은 펠릭스 성에 숨어 있던 첩자들에 의해 발 빠르게 황실과 앨버튼 공작에게로 전해졌다.

그 소식을 가장 먼저 접한 로쉬 백작은 당장 첩자의 서신을 들고 태양의 방으로 향했다. 마침 오늘은 결혼식 전, 친목을 다져 두자는 의미로 황후가 개최한 티파티에 앨버튼 공작 일가가 참석하기로 한 날이었다.

로쉬 백작은 복도를 지나며 벽에 붙은 괘종시계를 확인했다. 아마도 지금쯤 태양의 방엔 앨버튼 공작 부부와 그 딸 마리안느가 도착해 있을 터였다. 그것을 깨달은 로쉬 백작의 걸음이 빨라졌다.

이윽고 태양의 방 앞에 도착한 그가 문 앞을 지키는 기사에게 다급히 고했다.

“폐하께 기다리시던 서신이 도착했다고 고해 주게.”

그러자 정중히 허리를 굽힌 기사가 태양의 방 안으로 들어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와서는 로쉬 백작에게 말했다.

“얼른 안으로 드시지요.”

“고맙네.”

로쉬 백작은 기사가 열어 준 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오늘을 위해 준비한 화려한 티테이블에 둘러앉아 차를 즐기고 있는 황제 일가와 앨버튼 일가가 있었다.

조금 전까지 대화가 잘 이어지고 있었던지 황제와 황후, 그리고 앨버튼 공작 부부와 그 사이에 앉은 마리안느 영애의 표정이 밝았다. 단 한 사람, 황제의 곁에 앉은 황태자를 제외하고 말이다.

로쉬 백작은 그런 황태자를 잠시 안쓰러운 듯 바라본 후, 자신을 응시하는 황제를 향해 깊이 허리를 숙여 예를 표했다.

“폐하를 뵙습니다.”

“오오, 그래. 그대가 갖고 온 그 서신을 짐에게 가져다주겠나?”

“여기 있습니다, 폐하.”

로쉬 백작이 테이블 앞으로 걸어가 정중히 황제의 앞에 서신이 든 상자를 내밀었다.

황제는 얼른 그 상자를 열고 안에 든 서신을 눈으로 읽어 내렸다. 그리고 잠시 후, 황제가 기쁨이 가득한 얼굴로 앨버튼 공작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아! 이렇게 기쁠 수가! 앨버튼 공작, 드디어 짐의 숙원이 이루어졌네! 그대 덕분이야!”

황제가 감격으로 눈물까지 글썽이며 두 손으로 앨버튼 공작의 손을 포개듯 붙잡았다. 그 모습에 앨버튼 공작은 서신의 내용을 단번에 눈치채고는 음흉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드디어 펠릭스 공작 부인이 깨어났습니까?”

“그래, 그렇다네! 서신에 따르면 오늘 아침 멀쩡한 모습으로 펠릭스 성을 산책했다는군!”

“예상보다는 좀 늦어졌지만, 그래도 3일 안에는 깨어났군요.”

“그렇다네. 이것 참, 사실 내색은 못하고 있었지만 내심 조마조마했지 뭔가.”

그 말에 앨버튼 공작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황제를 바라보다 슬쩍 그 옆을 곁눈질했다. 그 시선이 닿은 곳은 당연하게도 황태자 오웬이었다.

‘꼴 좋군.’

앨버튼 공작은 뭐라 형언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표정을 한 채 반쯤 넋이 나가 있는 황태자를 보며 속으로 크게 비웃었다.

사랑하는 여인이 천신만고 끝에 살아난 것이 기쁘지만, 그 여인을 결국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 할 운명에 처하고 만 탓에 기쁨과 더불어 절망하고 있을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난 넋 빠진 얼굴이 참으로 우스웠다.

앨버튼 공작은 당장이라도 황태자를 비웃어 주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황제에게 말했다.

“이젠 안심하십시오, 폐하. 이제 제물이 무사히 살아 돌아왔으니, 남은 일은 그 제물을 납치해 황태자 전하의 앞에 끌고 오는 것뿐입니다.”

“그래. 이제 남은 건 펠릭스 공작 부인을 무사히 황태자 궁의 지하로 데려오는 것인데……. 언제, 어떤 핑계로 그 제물을 납치하느냐가 관건이겠군.”

그렇게 중얼거리며 생각에 잠긴 황제에게 앨버튼 공작이 음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 생각엔 황태자 전하와 저희 마리안느의 결혼식을 치르기 전날이 적절한 듯 보입니다만. 어떻습니까?”

“결혼식 전날?”

“예. 예로부터 황태자 전하의 결혼식 전날에는 황실이 주최하는 파티가 열리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 파티엔 제국의 귀족 모두가 참석하고요.”

“그렇지.”

“파티가 한창일 때, 폐하께서는 잠시 그 괴물 공작 놈의 주의를 끌어 주십시오. 기왕이면 그놈이 파티장 밖으로 나가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그때, 제가 제물에게 접근해 기절 마법을 걸겠습니다. 그 후 적당히 저주를 받아 쓰러졌다고 핑계를 대며 병사들에게 공작 부인을 황태자궁의 지하실로 운반하게 하고, 장내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 황태자 전하께서 지하실로 내려가시면…….”

“오오! 그래! 그럼 되겠군! 의식을 치른 다음 날 제물의 시신과 그 몸을 찌른 칼을 황실 근처의 숲에 던져다 놓고, 파티에 참석한 황족들과 귀족들에겐 ‘제물이 저주로 인한 광증에 휩싸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식으로 둘러대면 되겠어!”

“그렇습니다. 폐하께서 그리 공표하시면 무지몽매한 귀족들은 전부 속아 넘어갈 테죠. 그리고, 설령 그중에 의심을 제기하는 자들이 나온다 해도, 감히 황태자 전하의 결혼식이 있는 신성한 날에 분위기를 망칠 셈이냐며 입을 틀어막아 버리면 되고요.”

“하하! 맞아, 그러면 되겠군!”

앨버튼 공작은 여전히 음흉한 미소를 띤 채 들뜬 황제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황제의 웃음소리가 넓은 태양의 방 안에 울려 퍼졌다. 그 호탕한 웃음소리에 동조하듯 황후 또한 부채로 입을 가린 채 미소를 지었고, 맞은편에 앉아 있던 앨버튼 공작 부인과 마리안느 또한 따라 웃으며 분위기에 동조했다.

황태자, 오웬을 제외하고는. 그가 분노와 혐오로 얼굴을 붉히며 황제를 향해 소리쳤다.

“부황이시여, 지금 웃음이 나오십니까!”

“웃음이 나오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냐. 드디어 너와 황실을 좀먹던 그 끔찍한 저주가 끊기는 순간이 왔는데!”

“다른 것도 아니고 사람이 죽는 일입니다! 그것도 아버님의 사촌인 펠릭스 공작 부인의 아내가 죽는다고요! 그리고, 그녀가 죽는 동시에 펠릭스 공작 또한 목숨을 잃고 말겠지요. 그런데 어찌 그리 기쁘게 웃으실 수 있으십니까? ……다들, 다들 미친 겁니까!?”

오웬이 증오와 경멸에 찬 목소리로 황제와 그를 따라 웃는 황후와 앨버튼 일가를 비난하자, 황제가 잡고 있던 앨버튼 공작의 손을 내려놓더니 웃음을 멈췄다. 그를 따라 웃고 있던 황후와 앨버튼 공작 부인, 마리안느 또한 미소를 거두고 어색하게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리고 앨버튼 공작은 무표정한 얼굴로 황제를 응시했다. 굳이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그가 나설 것임을 알고 있는 듯한 태도였다.

아니나 다를까, 마치 조금 전까지 웃고 있었던 것이 거짓말인 양 싸늘하게 표정을 굳힌 황제가 오웬을 향해 빈정거리듯 말했다.

“……오, 황태자. 내 아들아. 짐은 지극히 정상이다. 오히려 정상이 아닌 것은 네 목숨보다 제물과 그 남편을 걱정하는 네 쪽이지.”

“아버님!”

“그리고 내 아들아, 다른 이들은 몰라도 네가 짐을 힐난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구나. 지금껏 다른 펠릭스 공작의 부인이나 약혼녀들이 너를 위해 죽거나 미쳐 갈 때는 아무렇지 않았잖느냐. 왜? 그들은 네 마음을 빼앗지 못한 여인들이니 죽어도 별 상관없었던 것이냐?”

“…….”

황제의 노골적인 말에 오웬의 표정이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 말은 다른 이는 몰라도 그레이스만은 살리고 싶다 염원하는 오웬의 이기적인 주장을 정면에서 비웃는 것이었다.

오웬은 지금까지 자신의 다소 이기적인 주장을 너그럽게 받아 주고, 또 품어 주던 황제가 처음으로 자신을 비난하며 비웃자 큰 충격에 빠졌다.

황제는 그런 오웬을 안타깝다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도 연신 차갑고 날카로운 말을 퍼부었다.

“이제 그만 철없이 굴거라. 아무리 네가 그 제물을 마음에 품었어도 이젠 돌이킬 수 없다. 네가 살기 위해, 너는 그 제물의 심장을 칼로 찔러야만 한단 말이다.”

“……아버님.”

“그러니 그만 헛된 마음은 버리고, 네 눈앞에 있는 마리안느 영애와 함께 살 궁리나 하거라.”

황제는 자신의 싸늘한 일갈에 절망하면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한 줄기 오기로 자신을 노려보는 오웬의 시선을 무시하며 마리안느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굳은 표정을 풀며 억지로 웃고 있는 마리안느의 손을 꼭 붙잡았다.

“미안하군. 지금이야 저리 철없는 소리만 늘어놓아도, 나중에는 반드시 영애에게 정을 줄 테니 걱정 말게.”

“……예, 폐하.”

“그러니 영애는 이 제국의 황태자비이자 미래의 황후로서 격식을 갖추는 것과 황손을 낳고자 몸을 가꾸는 일에만 집중하도록 하게. 짐은 얼른 손자, 손녀를 품에 안아 보고 싶거든. ”

“……아, 알겠습니다. 폐하.”

황제의 질문에 마리안느가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그 모습에 황후 또한 옅게 미소 지으며 그녀를 향해 말했다.

“그래요, 마리안느 영애. 예로부터 황실에 손이 귀한 것은 알고 있죠? 그대는 아무런 걱정 말고 황손을 낳는 것에만 집중해요. 그를 위해서라면 저 또한 온 힘을 다해 그대를 도울 것이니.”

“……예, 황후 폐하.”

“하하! 벌써부터 두 분께서 이리 제 여식을 예뻐해 주시다니! 분명 마리안느는 이 제국. 아니, 이 대륙에서 가장 행복한 신부가 될 겁니다!”

“어머, 그러게요! 호호!”

황제 부부가 마리안느에게 건네는 덕담에 앨버튼 공작 부부가 호들갑을 떨며 거들었고, 분위기는 다시 화기애애해졌다.

오웬은 철저히 자신을 무시한 채 웃고 떠드는 그들 사이에 앉아 어색하게 분위기를 맞추는 마리안느를 경멸 섞인 시선으로 노려보았다.

그러자 오웬의 시선을 느낀 마리안느가 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러더니 자신을 징그러운 괴물을 보는 것과 똑같은 눈으로 보고 있는 오웬에게 싸늘하게 웃어 보였다.

승리감으로 가득한 마리안느의 미소에 오웬은 치를 떨며 분노했다.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자신처럼,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그녀는 결혼이라는 제도로 자신을 묶어 놓고 제 모든 것을 착취할 것이다.

그녀와 꼭 닮은, 독사 같은 앨버튼 공작이 계획한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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