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이미 다 알아차렸으면서도 굳이 나디아의 입으로 대답을 듣고 싶다는 듯 에드윈이 물었다. 그녀는 도무지 남자의 얼굴을 마주 볼 자신이 없었다.
나디아는 눈을 질끈 감은 채 어떻게 해야 이 민망하기 짝이 없는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계속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너무 창피했다. 괴상한 성벽이 생긴 것 같다고 훌쩍거렸던 일은 물론이고 다섯 살 난 어린아이처럼 제멋대로 그의 탓을 한 것도, 결국 이렇게 그에게 들키고 만 것까지 모조리. 어른스럽지 못했다.
“싫지 않았다는 거잖아?”
에드윈의 목소리가 코앞까지 다가온 것이 느껴졌다. 이윽고 남자의 양손이 그녀의 허리를 붙잡아 끌어당겼다.
그의 음성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기류에 나디아는 용기 내어 손가락 틈새를 슬그머니 벌리고 그 사이로 눈을 떴다. 그녀의 행동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쫓아오고 있었던 에드윈과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가 급하게 들이켰던 숨을 다시 내뱉기도 전에 다리가 양옆으로 활짝 벌어졌다. 나디아가 당황하며 다시 다리를 오므렸을 때에는 이미 남자의 어깨가 사이에 자리 잡았다.
“빨아 줄게.”
“뭘요?”
생각하기도 전에 비명을 닮은 물음이 튀어나왔다. 나디아는 물음을 입 밖에 내어놓자마자 머릿속을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에 고개를 마구 휘저었다.
“말하지 말아요!”
대답하려 벌렸던 에드윈의 입술이 착하게도 그대로 닫혔다. 그녀는 분명히 그가 입에 담기 힘들 만큼 음란한 단어를 뱉으려 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예전보다 훨씬 더 다정해졌고 그녀가 싫다는 일은 모두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본래의 짓궂은 성격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런 점은 잠자리에서 특히나 두드러졌는데 그때만큼은 아무리 싫다고 외쳐도 들어주지를 않았다.
평소에 제멋대로 굴지 못한 성질을 모두 잠자리에서 풀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싶을 만큼 가차 없고 끈질겼지만 그리 끔찍하지 않았다.
사실은 정말로 싫은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고 말하거나, 정말 싫으면 지금 그만두겠다는 그의 말에 입술을 우물거리며 아무런 대답하지 못한 건 자신이니 누구의 탓을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싫지 않았다. 그리고 싫지 않다는 사실이 너무도 부끄러웠다.
갑자기 에드윈이 손을 뻗었다. 나디아는 펄쩍 뛸 듯 놀랐으나 그는 그녀의 목에 걸려 있던 목걸이를 끌렀을 뿐이었다.
잊은 지 오래였던 더위가 훅 몰려왔다. 순식간에 몸이 후끈후끈해졌고 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 모든 감각이 그저 여름의 열기 때문인지, 그게 아니면 성감 때문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불이 붙어 버린 남자가 이번에는 또 어디까지 그녀를 몰아붙일까 겁이 나는 동시에 기대감이 밀려왔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감정이 멋대로 뒤섞였다.
“잠깐, 잠깐만요.”
에드윈은 그녀의 말을 듣기는 한 건지 의심스러울 만큼 거침없는 태도로 치마를 들췄다. 커다란 손아귀가 허벅지를 꽉 쥐고 다시 벌렸다. 다리 사이가 온통 미끈거릴 만큼 젖어 있던 음부가 벌어지며 눈을 감고 싶을 만큼 부끄러운 소리를 냈다.
“아!”
예민해진 점막에 뜨끈한 숨이 닿았다. 허리가 움찔거렸다. 당장이라도 벗어나고 싶기도 했고 그녀의 음부를 핥고 있는 남자의 머리를 한껏 끌어당기고 싶기도 했다. 나디아는 그 어떤 행동도 하지 못한 채 입술을 깨물었다.
다리 사이에 자리 잡은 남자를 밀어낼 수 없으니 얌전히라도 있고 싶었지만 자꾸 몸이 튀어 올랐다. 그의 혀가 소음순 안쪽을 파고들었다.
점막 사이에 고여 있던 애액을 삼키는지 노골적으로 꿀꺽하는 소리가 들리자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욕실이라서 그런지 소리가 울렸다.
“앗, 흐으, 읏, 안….”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어떤 말을 꺼내려 했는지 떠올리지도 못할 만큼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고 손끝까지 저리게 만드는 쾌감이 전류처럼 흘렀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다리를 허우적거렸다.
나디아의 허벅지 안쪽을 쥐어 벌리던 에드윈의 손에 힘이 들어가더니 그녀의 몸을 확 끌어당겼다. 가느다란 다리가 남자의 어깨 위로 걸쳐지고 커다란 손이 엉덩이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자력으로는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자세였다. 나디아는 그의 어깨를 부여잡고 바들바들 떨었다. 하얗게 질린 손안에서 젖은 셔츠가 엉망으로 구겨졌다.
뭉클한 살덩이가 음핵을 강하게 핥아 올리자 몸이 파드득 경련했다. 남자의 어깨 위를 마구 더듬던 손이 올라가 그의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땀에 젖은 금발이 손가락 사이에 마구 휘감겼다.
“안 돼. 아, 읏!”
입 안에 흥건하게 고인 타액을 삼키는 것조차 힘겨울 만큼 감각이 몰아쳤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강해질 때마다 귀를 틀어막고 싶었지만 몸이 제어되지 않았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어떻게든 소리를 참으려 입술을 깨물거나, 엉덩이를 주무르는 손을 생명줄처럼 붙잡거나, 제멋대로 허우적거리는 다리로 근육이 꿈틀거리는 남자의 등을 문지르는 것뿐이었다.
에드윈은 그녀의 바르작거리는 몸짓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듯 거침없었다. 입술을 오므려 달아오른 음핵을 빨아들이듯 괴롭히다가 혀를 내밀어 음순 사이와 질구를 핥고 쑤셨다. 추잡스럽다고 여겨질 만큼 질척이는 소리가 끊이지를 않았다.
입을 크게 벌리면 한입에 삼킬 수 있을 것처럼 자그마한 음부를 희롱하며 나디아가 참아 내지 못해 흘려 내는 달짝지근한 신음을 게걸스럽게 음미했다.
오래지 않아 나디아의 몸이 잘게 경련했다. 마른 허리가 둥글게 휘고 벌어진 입술 사이로 가느다란 비명이 새어 나왔다. 에드윈은 헐떡이느라 빠르게 오르내리는 그녀의 복부에 손을 얹었다.
그는 그녀의 몸이 절정에 오를 때 이 내부가 어떻게 조여드는지, 어디를 짓누르면 견디지 못해 몸부림치는지 모두 알고 있었다. 절로 입 안에 침이 고였다. 하반신이 아플 만큼 부풀었다.
에드윈은 입술을 적신 액체를 손등으로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린애도 아니고, 그리 생각하면서도 바지춤을 풀어헤치고 아플 만큼 발기한 성기를 끄집어내는 손길은 다급했다. 힘없이 늘어지려는 나디아의 팔을 끌어당긴 남자가 그것을 제 목에 감게 했다.
멍하니 풀린 눈을 한 채 가쁘게 숨을 몰아쉬던 그녀는 다음에 벌어질 일을 짐작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수십 번을 겪더라도 태연하기 어려웠다. 매번 부끄럽고, 저도 모르게 기대한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라도 할까 무서웠다.
무심코 내려다본 시선이 흉흉하게 일어난 남자의 성기에 닿았다. 그녀는 불에 덴 듯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에드윈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능글맞게 씩 웃으며 제 것을 흠뻑 젖은 음부에 대고 문질렀다. 순식간에 남자의 것이 그녀가 흘린 액체로 번들번들해졌다.
에드윈이 허리를 한번 추어올릴 때마다 가라앉았던 성감이 들썩거리며 치솟았다. 둥글고 매끈매끈한 귀두 선단이 붉게 충혈된 음핵을 쿡 찌르면 저도 모르게 비명이 새었다.
“아!”
그는 짓궂게도 그녀가 참지 못하는 것을 즐거워했다. 단단한 남자의 성기가 예민하기 짝이 없는 음핵을 마구 짓누르고 문질러 댔다. 힘없이 벌어져 있던 허벅지가 바들바들 떨렸고 그 아래로 흘러내린 액체가 미끈거렸다. 반사적으로 다리를 모으려 했지만 그 사이에 버티고 있던 에드윈의 허리를 조이는 꼴이 되었을 뿐이었다.
축축하게 땀이 배어난 커다란 손이 허벅지를 꽉 움켜쥐었다. 미끈하게 젖은 성기가 어떤 예고도 없이 쑤욱, 하고 파고들었다. 조금도 아프지 않았건만 고통과 닮은 강렬한 감각에 온몸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흐윽….”
그가 어린아이를 어르듯 어깨를 매만졌다. 낮게 가라앉아 잠긴 목소리가 들렸다.
“힘… 빼야지.”
나디아는 울먹이며 마구 고개를 저었다.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질벽이 제멋대로 조여들었다. 안쪽을 빠듯하게 벌리고 들어찬 성기의 모양마저 떠올릴 수 있을 지경이었다.
절정은 길었다. 그 시간을 참아 내지 못한 것은 에드윈이 먼저였다. 그는 나디아가 정상에서 내려오기도 전에 허리를 뒤로 물렸다. 그의 것이 빠져나가며 내벽을 문지르고 가득 고여 있던 애액을 퍼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번졌다.
“힛, 응, 아아…!”
그녀는 멈추라는 말 대신 에드윈의 어깨를 마구 두드렸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반쯤 빠져나갔던 것이 다시 빠르게 짓쳐들어와 깊은 곳을 찧었다.
“헉, 후으… 예뻐.”
정신없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귀를 의심하게 할 만한 말이었다. 에드윈의 거칠어진 숨이 이마에 닿았다. 그는 홀린 것처럼 열에 들뜬 눈으로 그녀를 보며 몇 번이고 같은 말을 속삭였다.
가슴속이 간지러웠다. 나디아는 용기를 내 남자의 양 뺨을 감싸 쥐고 당겼다. 입술이 맞물렸다. 우물거리듯 그의 입술을 빨아들이던 그녀는 조심스럽게 벌어진 입술 사이로 혀를 넣었다.
간질거리고 달콤하게 느껴지던 입맞춤이 폭풍처럼 몰아치기까지 걸린 시간은 일순이었다.
나디아의 어깨와 도드라진 등뼈를 따라 미끄러지는 남자의 손길은 매우 소중한 것을 다루듯 부드러웠으나 허리 아래 사정은 전혀 달랐다.
한껏 좁아진 내벽을 거침없이 벌리고 들어오는 행위는 쾌락을 아득히 넘어섰다. 몸이 제멋대로 흔들렸고 언제부터인지 알아차리지도 못했건만 눈물이 줄줄 흘렀다.
짓쳐들어오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졌다. 거세고 빠른 속도로 하체가 부딪칠 때마다 그 충격에 몸이 밀려 올라갔다. 나디아는 흡사 배 속을 두들겨 맞는 것 같은 강렬한 삽입에 울먹이며 배를 감싸 쥐었다.
“죽으, 흑, 죽을 것 같, 아흑!”
“좋아서?”
귓가로 헐떡이는 숨과 함께 웃음소리가 흘러 들어왔다.
“이런 거 좋아하잖아, 보짓물 흐르는 것 좀 봐.”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그가 속삭이는 음란한 단어들은 귀에 쏙쏙 들어왔다.
“하아, 이 소리, 흣, 들려?”
에드윈이 그녀의 골반을 꽉 붙잡고 마구 쳐올렸다. 그녀는 제가 내지르는 비명 사이로 질척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나디아의 손이 목숨 줄이라도 되는 것처럼 부여잡고 있던 남자의 촉촉한 목덜미를 더듬었다.
그녀는 강렬한 쾌락에 버틸 수 없어질 때마다 저도 모르게 그 매끈한 피부 위로 손톱을 세웠다. 따끔한 그 통증에 에드윈이 더욱 자극받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