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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부인과 두 남자-75화 (75/115)

75.

그녀가 절정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그의 품 안으로 쓰러지자 아실은 그녀가 흘린 액체로 흠뻑 젖은 손가락 하나를 질 안으로 밀어 넣었다. 절정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몸속이 멋대로 남자의 손가락을 조여 댔다.

끝부분이 선액으로 번들번들해진 그의 성기가 아랫배에 닿을 만큼 일어서며 부피를 늘린 것이 보였다.

“아프지는….”

나디아는 대답 대신 고개를 저었다. 어느덧 두 개째의 손가락이 안으로 파고 들어와 내부를 벌리고 있었다.

고통은 조금도 없었다. 오히려 목덜미로 쏟아지는 아실의 호흡과 뜨겁게 달아오른 체온 그리고 희미하게 스며 나오기 시작한 비릿한 냄새가 그녀를 애타게 만들었다.

입 안이 바짝 말랐다. 나디아는 아실의 목을 끌어안으며 붉은 기가 도는 그의 살결을 깨물었다. 희미하게 땀이 배어난 탓인지 혀끝에 짠기가 돌았다.

무언의 재촉이었다. 그 신호를 어렵지 않게 이해한 듯 내부를 들쑤시며 흥분을 부채질하던 손가락이 빠져나갔다.

그는 축축하게 젖은 손으로 제 성기를 위아래로 몇 번이고 문질렀다. 커다란 살덩이가 충분히 미끈한 액체로 뒤덮였다 싶었는지 아실이 나디아의 허리를 붙잡아 일으켰다. 그리고 한 손으로 제 성기를 붙잡아 위치를 맞추었다.

힘이 풀린 허벅지가 바들바들 떨렸다. 반쯤 떠 있던 그녀의 몸을 아실의 손이 천천히 끌어 내렸다. 나디아의 납작한 아랫배가 급하게 오르내렸다. 그의 것이 서서히 몸 안으로 파고 들어왔다.

좁은 곳이 흉흉하게 부푼 성기의 모양대로 벌어지는 느낌에 숨이 자꾸만 막혔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한순간도 놓칠 수 없다는 듯 바라보는 아실과 눈이 마주쳤다.

이윽고 완전히 결합한 것처럼 두 사람의 하체가 빈틈없이 맞물렸다. 버티던 허벅지에 힘을 빼자 체중이 아래로 몰리며 그의 성기가 더욱 내부를 압박하는 게 느껴졌다.

한계에 가깝도록 예민해진 내부가 침입해 온 살덩이에 달라붙어 그녀가 제어할 수 없는 움직임으로 조였다 풀어 대는 것은 스스로도 알 수 있었다. 나디아는 저도 모르게 아랫배를 감싸며 숨을 몰아쉬었다. 뱃속이 가득 찬 것처럼 거북했다.

그녀가 숨을 고르는 동안 아실은 말을 잘 듣는 충견처럼 그녀를 기다려 주었다. 그의 목젖은 쉼 없이 오르내리고, 근육의 윤곽이 선명한 팔과 굴곡진 복근은 당장이라도 그녀를 짓누른 채 마구 탐하고 싶다는 것처럼 움찔거리기를 반복했다.

그의 눈에 선명하게 그림자를 드리운 욕망을 읽자 조금 잔잔해지나 싶었던 뱃속의 불길이 다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나디아는 아실의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그의 어깨를 붙잡고 천천히 허리를 띄웠다.

내부를 가득 채웠던 성기가 빠져나가자 빈틈없이 맞물려 있던 내부가 아쉽다는 듯이 달라붙어 댔다. 애써 숨을 고른 소용도 없이 다시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귀두를 간신히 물고 있을 만큼 허리를 들어 올렸던 나디아는 다시 그 위로 주저앉았다. 삽입은 한순간이었다. 둥근 선단이 배 속 깊은 곳을 쾅 올려쳤다. 둔한 통증과 그보다 더욱 큰 쾌감이 척추를 타고 올라와 머릿속을 뒤흔들었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그 감각이 멎기를 기다렸지만 아실은 더 참지 못했다. 몸이 순식간에 뒤로 넘어갔고 나디아는 침대 위로 파묻히다시피 짓눌렸다.

머리끝까지 차올랐던 쾌감의 잔재가 미처 흔적을 지우기도 전에 아실이 거센 허릿짓을 시작했다. 그녀의 허벅지를 꽉 움켜쥔 손으로 거칠게 다리를 옆으로 벌리며 쾅쾅 쳐올렸다.

온몸이 흔들렸다. 철퍽거리는 소리가 날 만큼 젖은 접합부에서 튄 액체가 남자의 아랫배와 그녀의 허벅지 위로 몇 번이고 튀며 주위를 온통 미끄럽게 만들었다. 풀어헤친 긴 머리채가 시트 위로 아무렇게나 흩어졌고 나디아는 소리를 참을 생각도 못 한 채 울었다.

“흐윽, 앗! 응, 읏, 아, 아아…!”

뱃속이 마구 경련했다. 그녀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절정을 맞이했지만 아실은 아랑곳 않고 한껏 좁아진 안을 가차 없이 들쑤셨다. 정점에 도달했던 감각은 추락하기는커녕 자꾸 치솟기만 했다.

쾌락 그리고 더 큰 쾌락. 발끝이 곱아들고 시야가 흐려졌다. 어느샌가 관자놀이를 타고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안 돼. 안, 하읏, 더, 아앙….”

그녀는 스스로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 고개를 저었다. 헉헉거리는 숨소리가 귓가로 파고들 때마다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땀이 솟은 몸은 미끈거렸고 쉴 새 없이 마찰하는 허벅지 안쪽과 음부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나디아는 자신을 짓누르는 아실의 커다란 몸 아래에 깔려서 마구 울부짖다가 그의 어깨를 콱 깨물었다. 그는 그녀의 행동을 자극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인 것이 분명했다. 귓가로 쏟아지는 숨소리가 한층 더 거칠어졌다. 이보다 더 격렬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움직임이 끝을 모르고 치받았다.

“흑, 읏. 안, 앗, 부서, 부서져…!”

그녀는 두서없이 지껄였다. 나디아가 그리 느끼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마구 밀어붙이는 그의 힘에 떠밀린 몸이 침대 위로 자꾸만 밀려 올라갔다. 함께 벽으로 떠밀려 잔뜩 구겨진 베개 덕분에 머리를 쾅쾅 부딪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디아는 아실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밀어내고 싶은 건지 움켜쥐고 싶은 건지 알 수 없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휘발됐다. 살포시 얹어 놓았던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단단한 근육이 꿈틀거리는 아실의 어깨를 꽉 잡아 쥐려던 나디아의 손끝이 땀으로 미끈거리는 피부 위를 미끄러지며 긴 상처를 남겼다. 그 날카로운 감각은 자극이었을 뿐이라는 듯 흥분한 아실의 신음 소리가 나직하게 쏟아졌다.

나디아는 눈을 질끈 감은 채 남자의 목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지금 이 손을 놓치면 영영 다시 붙잡을 수 없게 되기라도 한다는 듯.

“나디아….”

촉촉하게 젖은 입술이 귓가에 닿고 소름이 돋을 만큼 뜨거운 숨이 솜털을 간지럽혔다. 저도 모르게 몸에 힘이 풀렸다. 아실의 목을 꽉 끌어안고 있던 팔이 허물어지듯 아래로 흘러내렸다. 남자의 입술이 눈가를 흠뻑 적신 눈물 위로 내려앉았다.

나디아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손으로 간신히 그의 팔을 움켜쥐었다. 그녀가 흘린 눈물을 꼼꼼히 핥던 혀가 뺨에 입을 맞추며 천천히 내려왔다. 어느덧 빠르게 마찰하던 하체의 움직임도 느릿하게 변해 있었다. 가슴이 울렁거렸다.

거친 숨을 몰아쉬느라 벌어진 입술 사이로 혀가 침입했다. 나디아는 감았던 눈을 떴다. 희미한 빛 사이로 코끝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던 아실과 시선이 마주쳤다.

혀가 뒤섞였다. 짐승의 것같이 그르렁거리는 신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디아는 남자가 제 안에서 절정을 맞이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혀가 깨물렸지만 아프기는커녕 달콤하기만 했다.

***

엘란츠 성을 떠나 떠돌기 시작한 지 얼마나 지났는지 몰랐다. 해가 지고 뜨는 것을 일일이 기억하고 셈하기에 나디아는 너무도 지쳐 있었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는 생각에 보름이 넘어가면서 날을 세는 것도 그만두었더랬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는지 모를 어느 날, 수수께끼와도 같은 암호는 바닥났고 그들이 마지막으로 얻은 좌표를 따라 다다른 3층짜리 저택만이 여기가 너희의 끝이라는 듯 우뚝 서 있었다.

저택은 마지막으로 지나쳤던 마을에서 족히 네 시간은 말을 달려야 하는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자작나무 숲속을 한참 헤매느라 시간이 지체되었다. 뒤로 거대한 산을 등지고 주위로는 높고 빽빽하게 우거진 자작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저택은 제법 아늑해 보였다.

“여긴가?”

“그런 것 같습니다.”

“꼭 누가 사는 것 같네.”

아실이 날카로운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디아 역시 집을 올려다보았다. 어스름이 내려앉기 시작한 주위는 조용했다. 간간이 새 우는 소리나 바람이 나무 사이를 스치고 지나가며 나는 스산한 소리를 제외하면 들리는 거라곤 유독 크게 느껴지는 그녀의 숨소리뿐이었다.

제법 아늑해 보인다고 생각했던 그녀를 비웃듯, 어둠에 삼켜지기 시작한 집은 석양을 등지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흘리기 시작했다.

불안해하며 지낸 시간이 너무 길어서 그런 것뿐일 것이다. 창문도 모두 멀쩡했고 현관문도 제대로 달려 있는걸.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걸 다행이라 여겨야 하는지, 나쁘게 여겨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나디아는 불안한 속내를 감추려 쉴 새 없이 눈을 굴리며 저택을 살폈다.

“일단 제 뒤로 오십시오.”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

“조심해서 나쁠 건 없죠.”

맞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일순 안심했지만, 생각해 보면 그건 그것대로 이상했다.

혹시라도 위치가 발각됐을 때를 대비한 호위 인력이 득시글거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지나치게 조용했다. 저택 정면에 보이는 창문으로는 불빛 한 점 비춰 나오지 않았다.

아실은 한 손을 검 손잡이 위에 댄 채 조심스럽게 대문을 밀었다. 커다란 철제 대문이 소름 끼치는 끼익 소리를 내며 열렸다. 나디아는 흠칫 놀라며 멈춰 섰다.

“말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어?”

그녀의 말을 들은 아실의 움직임도 멎었다. 두 사람은 굳은 듯 멈춰 선 채 귀를 쫑긋 세웠다. 찬바람이 한차례 휘잉 불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흠칫 떨었다. 그것이 추위 때문인지, 불길한 예감 때문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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