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부인과 두 남자-53화 (53/115)

53.

머리 위로 끌어 올린 잠옷을 벗어 던지자 긴 머리카락이 엉망으로 헝클어졌다. 에드윈의 손이 그녀의 가슴을 꽉 움켜쥐었다. 부드러운 살덩이가 그의 커다란 손안에서 모양을 바꾸었다. 잠에서 깬지 얼마 지나지 않아 따끈따끈한 피부 위로 서늘한 손이 닿자 몸이 흠칫 튀었다.

어깨를 움츠리는 나디아의 귓가와 목덜미에 입술을 찍어 누르던 에드윈이 동그란 어깨를 꽉 깨물었다. 그녀는 작게 놀라며 숨을 들이켰다.

가슴을 주무르던 손이 미끄러지듯 허리를 타고 내려갔다. 골반과 허벅지를 끈적하게 어루만지고 떨어져 나가더니 군더더기 없는 손길로 바지춤을 풀어헤쳤다.

그 틈에 그녀의 어깨 위에 선명한 잇자국을 새겼던 입술이 가벼운 키스를 흩뿌리며 아래로 흘러 내려가 단단해지기 시작한 가슴 끝의 붉은 점을 삼켰다.

나디아는 그의 머리를 붙잡았지만, 끌어당기지도 밀어내지도 못한 채 속절없이 그가 주는 감각을 받아들이기만 했다. 부드러운 금발이 손가락 사이로 스르르 빠져나갔다.

뭉클하면서도 단단한 살덩이가 유두를 핥고 살짝 통증이 일 만큼 깨물 때면 온몸이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짜릿하게 떨렸다.

그녀는 가쁜 숨을 내뱉으며 멍한 눈으로 에드윈의 머리꼭지만 바라봤다. 그녀가 헤집은 탓에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그의 매끈한 이마를 타고 아무렇게나 흘러내렸다.

나디아가 가슴을 빨리는 감각에 정신이 팔린 사이에 아래로 뜨겁고 단단한 것이 노골적으로 문질러졌다. 제법 낯익은 감각이었다.

직접적인 애무 없이도 축축하게 젖어 든 음부에 성기가 마찰할 때마다 질척이는 소리가 들렸다.

나디아는 붉어진 얼굴을 감추기 위해 손을 들어 올렸으나 귀신같이 눈치챈 에드윈이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그리고 동시에 그의 것이 안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남자의 것이 내부를 압박하며 들어오는 느낌은 쉽게 적응하기 어려웠다. 삽입하는 순간의 표정을 관찰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뚫어지게 응시해 오는 에드윈의 시선 역시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끝이 없을 것처럼 자꾸만 밀려들어 오는 감각에 나디아가 숨을 들이쉬기만 할 뿐 제대로 내뱉지 못하자 에드윈이 손을 들어 그녀의 배를 살짝 눌렀다.

“숨 쉬어.”

명령조로 내뱉는 목소리는 덤이었다. 그녀는 마치 속박에서 풀려난 것과도 같이 한껏 들이마셨던 숨을 가쁘게 뱉어 내며 몸을 떨었다. 가늘게 경련하는 입술 사이로 흐느끼는 듯한 소리가 함께 흘러 나갔다.

“흐, 잠시만, 으응….”

이윽고 그의 것이 완전히 들어오며 아랫배가 맞닿았다. 몸 안이 무리하게 벌려진 것만 같았다. 나디아는 숨을 몰아쉬며 손을 뻗어 그녀의 옆을 짚고 있는 에드윈의 팔을 붙잡았다. 움직이지 말라는 뜻이었지만 그가 제대로 알아들었는지는 모를 노릇이었다.

아래에서부터 근질거리는 듯한 성감이 진득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에드윈이 시험이라도 하는 것처럼 한번 몸을 추어올리자 나디아는 한껏 몸을 굳혔다. 배 속이 경련하며 그의 것을 쥐어짜는 것이 스스로도 느껴졌다.

“아, 아아…!”

높고 가느다란 교성이 그녀의 귓가에 마저 닿았다. 나디아는 온몸을 분홍빛으로 물들인 채 움찔거리며 떨기만 했다. 짧은 절정이었다. 멍한 머릿속으로 웃음 섞인 에드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좋아?”

안개가 낀 듯 흐릿했던 머릿속으로 단어들이 들어오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는 다시 얼굴을 가리려 했으나 에드윈이 그러지 못하게 했다. 부끄러움에 속눈썹이 축축이 젖어 들었다.

고작 삽입만으로 절정을 느꼈다는 것보다 에드윈이 웃었다는 것이 더 부끄러웠다. 그가 허리를 숙여 눈가를 핥았다. 거친 숨이 닿았다.

“울긴 왜 울어.”

“다, 당신이….”

절로 칭얼거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다가 끊겼다. 에드윈이 움직임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껏 달아올라 민감해진 음부에 거친 음모가 문질러지자 나디아의 손끝이 미모사처럼 움츠러들었다.

느릿하게 짓쳐들어오는 움직임이 반복될 때마다 내벽이 빠듯하게 벌어졌다. 안쪽의 연약하고 민감한 점막이 마찰되면 눈앞이 새하얗게 탈색됐다. 나디아는 그가 이끄는 대로 에드윈의 목덜미를 끌어안고 흐느끼듯 신음했다.

“아응, 응, 흐… 아, 앗!”

그의 움직임이 점점 더 빨라졌다. 기분 탓인지 접합부가 점점 더 젖어 가는 듯했다. 찰싹이며 살갗이 부딪치며 나는 소리가 어느샌가 철벅이는 물기 가득한 소리로 변한 것도 미처 깨닫지 못했다. 귓가에 한껏 거칠어진 숨이 닿아 올 때마다 등줄기가 저릿해졌다.

붉게 달아오른 손끝이 땀에 젖은 남자의 목덜미를 매만졌다. 에드윈은 그녀가 저를 만지는 것을 견디기 힘들어 했다. 나디아가 에드윈의 몸에 닿을 때마다 흥분을 이기지 못한 그의 목에 핏대가 섰다.

흡사 안쪽이 얻어맞는 듯한 감각마저 들 만큼 강렬해진 행위에 몸이 정처 없이 흔들렸다. 나디아는 더욱 필사적으로 에드윈에게 매달렸다.

그의 셔츠를 잡아 뜯고, 허공에 흔들리던 다리가 그의 허리를 휘감았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근육의 꿈틀거림이 허벅지 안쪽에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나디아의 머릿속으로 지금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어디인지, 어떤 상황을 앞두고 있는지 따위의 생각들이 휘발되어 사라졌다.

느껴지는 것이라고는 귓가를 척척하게 적시는 가쁜 숨소리와 그녀의 몸을 뒤덮듯이 장악한 남자의 몸과 새빨갛게 달아오른 질내를 몇 번이고 짓찧는 강렬한 감각이 전부였다. 흐릿한 시야로 반짝이는 금발이 그녀가 흔들리는 것처럼 흔들렸다.

두 사람이 무아지경에 빠져드는 찰나,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듣기 힘들 만큼 작은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에드윈의 움직임이 멎었다. 더 움직여 주지 않는 그를 의아해하며 멍하니 올려다보던 나디아도 두꺼운 문 너머로 들려오는 숨죽인 목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

“각하, 여기 계십니까? …이제 가셔야 합니다.”

에드윈에게서 또 한 번 낮은 욕설이 튀어나왔다. 침을 삼키는 그의 목울대가 크게 오르내렸다. 잠시 숨을 가다듬던 에드윈은 짧은 망설임 끝에 몸을 뒤로 물렸다. 아니, 그러려 했다. 나디아가 그에게 다시 매달리기 전까지는.

그녀는 에드윈의 갸름한 턱을 타고 흐른 땀방울을 핥으며 안 된다고 칭얼거렸다. 그 어설픈 유혹에 에드윈은 쉽게도 무너졌다. 그가 씹어뱉듯이 소리쳤다.

“기다리라고 해!”

“…15분 후에 출발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문밖의 사내에게서 잠깐의 텀을 두고 대답이 들려왔다. 하지만 나디아는 듣지 못했다. 에드윈이 성난 경주마처럼 달려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항상 여유로운 모습뿐이던 그가 안달하는 모습은 제법 짜릿했다. 그러나 이내 그런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한 감각이 밀려들었다.

에드윈은 망설이던 사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정사에 몰두했다. 쉴 새 없이 부딪친 허벅지 안쪽과 엉덩이의 얼얼한 감각마저도 마비된 게 아닐까 싶었을 즈음에야 에드윈이 허리를 숙이며 깊게 입 맞춰 왔다. 남자는 나디아의 혀를 빨고 타액을 훔쳐 마시며 그녀의 안에 정액을 쏟아 냈다.

폭풍 같은 일이 끝나고 나서도 제대로 정신을 추스르기 힘들었던 나디아는 눈을 감은 채 가쁜 숨만 내뱉었다. 에드윈이 곧 떠날 테니 작별 인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도무지 몸에 힘이 들어가지가 않았다.

녹초가 된 그녀와 달리 에드윈은 정액과 애액이 뒤엉켜 엉망인 사타구니를 수건으로 대충 닦은 뒤, 바지춤을 추스르고 머리를 쓸어 넘기는 것만으로 완벽한 성장 차림으로 돌아왔다.

나디아가 움켜쥔 탓에 이리저리 구겨졌던 셔츠는 서코트를 걸치자 감쪽같이 가려졌다. 그는 거울에 제 모습을 한번 비춰 보더니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침대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나디아에게 돌아와 시트를 덮어 주었다.

말끔한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아직 그의 숨이 거친 것을 느끼자 그녀는 약간 웃음이 샜다.

“돌아올 때까지 간수 잘하고 있어.”

그가 엉덩이를 툭툭 두드렸다. 무엇을 간수하라는 말인지 듣지 않아도 뻔했다. 평소 입버릇처럼 하던 고약한 농담이었다. 화낼 기력도 없던 나디아는 그냥 고개를 돌렸다. 실패하면 몰살이 기다리는, 절대로 실패해서는 안 되는 일을 앞둔 사람이 가질 만한 긴장감 따위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걱정을 해야 할지 안심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녀에게 자세한 것은 이야기해 주지 않았으니 그저 막연하게 불안해할 수밖에. 나디아는 그가 덮어 준 시트 자락을 붙잡고 다시 그를 바라보았다.

“승마 연습은 좀 더 해 두는 게 좋겠더군. 당신이 말을 타는 게 아니라 말이 당신을 태워 주고 있으니.”

에드윈은 다시는 못 보게 될지도 모르는 사람이 하는 작별 인사라고는 믿기지 않는 소리만 늘어놓았다.

“농담하는 거 아니니까 좀 새겨들어.”

“조심….”

언제 인사말을 건네야 좋을지 계속해서 눈치를 살피던 나디아가 드디어 틈을 잡았다.

“…조심해요.”

아름다운 얼굴 위로 정말 기분이 좋다는 듯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

마지막으로 가볍게 키스하는가 싶던 그가 그녀의 입술을 쭉 빨고는 제법 서두르는 기색으로 방을 나섰다. 소리 없이 닫힌 문밖에서 자그마한 말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두 사람의 발소리가 멀어졌다.

그 소리를 잠자코 듣고 있던 나디아는 잠시 동안 나른함이 가시기를 기다렸다가 후들거리는 팔에 힘을 줘 몸을 일으켰다. 다리 사이로 흘러내리는 정액을 시트로 대충 훔친 그녀는 한쪽에 걸려 있던 실크 가운을 걸쳤다.

나디아는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스러운 손길로 발코니를 열었다. 차게 가라앉은 밤공기가 훅 끼쳤다. 고요한 밤이었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그녀의 숨소리와 희미한 바람 소리뿐이었다. 그녀는 가운의 앞섶을 조금 더 여미며 난간 가까이 다가갔다.

저만치 성문을 빠져나가는 에드윈과 기사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이 탄 말은 순식간에 멀어졌다. 나디아의 시선이 항구에 정박한 상선에 머물렀다. 그녀가 한참이나 시선을 주는 사이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못 박혀 있던 배가 조용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펼쳐진 돛이 이윽고 강바람에 팽팽하게 당겨졌다. 커다란 범선이 강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출항을 알리는 나팔 소리와 선원들의 노랫소리 같은 소란은 없었다.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은밀하고도 고요한 출항이었다.

에드윈이 몸을 실었을 배가 멀어지는 것을 멍하니, 한참이나 지켜보던 나디아는 몸이 차갑게 식어 으슬으슬 떨릴 즈음이 되어서야 침대로 돌아왔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같은 성에 머물러도 며칠에서 몇 주씩 못 보는 일이 부지기수였고, 애초에 그리 사이가 좋은 편도 아니었으니까. 때때로 찾아와서 하던 얄궂은 짓도 없을 테니 한동안 평화로울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 마음 한구석이 도려져 나간 듯 허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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