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나디아는 체념하고 발돋움을 해 그의 목에 팔을 감으며 바짝 안겨들었다. 그러자 그의 손아귀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에드윈의 팔이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다가 힘이 풀렸다. 배를 압박할까 봐 그런 것이 분명했다.
그의 입가로 살짝 웃음이 고였다가 다시 흘러 나갔다. 내내 그녀를 괴롭히던 생각이 다시 고개를 들어 올리자 참을 수 없는 죄책감과 불안이 스멀스멀 퍼져 나갔다.
불길하게 떠오르던 생각들은 등 뒤로 푹신한 침대가 닿아 오자 허무하게 스러졌다. 에드윈은 그녀가 다른 생각에 빠져 있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알몸이 된 그녀를 내려다보며 에드윈이 유혹적으로 입술을 핥았다. 제 셔츠 단추를 풀어내는 그의 섬세한 손놀림을 홀린 듯이 올려다보는 나디아의 뺨을 길게 핥은 에드윈이 눈웃음을 치며 물었다.
“자위해 본 적 있어?”
“…그게 뭔데요?”
“뭔지도 몰라?”
웃음소리가 들렸다. 제법 유쾌해 보이는 웃음소리였다. 나디아는 나른한 감각에 휩싸인 채로 그가 말한 것이 무엇인지 추측하기 위해 눈을 굴렸다.
“수도 귀족 아가씨들은 다 발랑 까졌던데 당신은 대체 뭘 했는지 모르겠군.”
그가 나디아의 다리를 활짝 벌리더니 그 사이로 몸을 들이밀었다. 발코니의 문이 활짝 열려 있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그녀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얼굴을 붉혔다. 혹시나 소리가 새어 나갈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에드윈….”
“괜찮아. 빗소리 때문에 안 들려.”
가끔 그는 독심술을 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는데 바로 지금도 그런 순간이었다. 에드윈이 나디아의 손을 잡더니 그녀의 다리 사이로 이끌었다. 나디아는 그가 또 그의 성기를 쥐게 하려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지만 손이 닿은 곳은 예상과 전혀 다른 곳이었다.
“뭐, 뭐 하는….”
“뭐긴, 자위하는 법 알려 줄게.”
그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했다. 그게 이런 의미였나. 나디아는 그가 알려 주려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그녀는 부끄러움을 참을 수가 없었던 탓에 어떻게든 그에게 잡혀 있는 손을 빼내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그는 그녀가 기겁하는 것을 더욱 즐거워하는 기색이었다.
“손에 힘 안 풀어?”
“에드윈….”
“어차피 하게 될 텐데 괜히 힘 빼지 말지.”
아무리 싫다며 애원해도 그가 물러서 준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을 떠올려 보면 맞는 말이었지만, 그래도 심리적 장벽을 넘기란 제법 어려운 일이었다.
씻을 때를 제외하면 손을 대 본 적이 없었다. 제 몸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디아에게는 미지의 곳이었다. 그와 몇 번이나 잠자리를 가지고 지금은 임신까지 했다고 해도….
가뜩이나 얼마 되지도 않는 인내심이 바닥이 났는지 에드윈은 그녀의 손을 꽉 틀어쥔 채로 고개를 숙였다. 그의 혀가 무방비하게 드러난 음부를 핥아 올렸다. 불시에 당한 일에 비명이 튀어나왔다. 나디아는 그의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읏, 앗, 안 돼, 으응….”
쾌감으로 순식간에 아래가 젖어 들며 머릿속이 몽롱해졌다. 그가 음순을 벌리고 음핵을 혀끝으로 굴리다가 질구를 넓게 핥아 올렸다. 저도 모르게 허리가 휘고 다리가 오므라들었다. 에드윈이 거칠게 허벅지를 잡아 벌리는 것마저 흥분되었다.
허리 아래에서부터 저릿저릿한 감각이 타고 올라와 머리를 마비시켰다. 나디아는 그저 눈을 반쯤 감은 채 그가 주는 감각에 속절없이 신음할 수밖에 없었다.
흠뻑 젖은 소리가 요란한 게 제 귀에도 선명했다. 다리 사이를 미끈미끈하게 적시며 줄줄 흘러내린 액체가 엉덩이 아래로 고여 들며 시트가 온통 척척하게 젖어 들었다.
“앗, 아앗, 응, 아, 아아!”
한껏 달아오른 쾌감이 절정을 향해 숨 가쁘게 치솟다가 그대로 멈춰 섰다. 잔 안에 가득 잠긴 물이 넘칠 듯 넘치지 않는 느낌이었다. 에드윈이 번쩍 고개를 치켜들었다. 나디아의 입술을 타고 스스로는 분명 인지하지도 못했을, 조르는 것이 분명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녀는 애가타서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흔들었다.
에드윈이 잔뜩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대충 쓸어 넘기더니 여전히 쥐고 있던 나디아의 손을 다리 사이로 이끌었다. 힘없이 늘어진 손끝이 잔뜩 충혈된 음핵에 닿자 그녀의 몸이 파득 튀었다.
“만져 봐.”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가 짧게 명령했다. 나디아는 머뭇거리다가 손을 가져다 댔다. 아래쪽은 온통 미끌미끌했다. 손톱까지 분홍빛으로 물든 손끝이, 에드윈의 혀가 했던 움직임을 어설프게 따라 했다. 뚝 끊겼던 쾌감이 희미하게 다시 이어졌다.
서툰 손길로 제 몸을 만지는 그녀의 모습을 보던 에드윈이 제 바지춤을 풀어헤치고 수음을 시작한 것은 그녀의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나디아는 눈을 질끈 감은 채 제 애액으로 젖어 매끄러워진 연약한 살점을 문질렀다.
“흐응, 응, 으응….”
에드윈이 그녀의 위를 덮은 채 몸을 기울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말랑한 살이 입술 근처를 꾹 눌러 왔다. 뜨거운 숨결이 느껴졌다.
“…눈 떠.”
나디아는 홀린 것처럼 그의 말을 따라 눈을 떴다. 열이 올라 흐릿하던 시야가 돌아오기까지는 조금의 시간이 필요했다.
뺨이 붉어진 에드윈의 얼굴이 코앞에 있었다. 서로가 뱉어 내는 뜨거운 숨이 부딪쳤다. 그녀는 뒤늦게 그가 그의 성기를 쥐고 흔들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동안 제대로 본 적이 없었던 에드윈의 흥분한 얼굴은 지나치게 도색적이었다.
땀에 젖어 이마에 달라붙은 금발과 욕망으로 흐려진 짙은 보라색 눈, 살짝 벌려진 입술을 타고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듯한 신음 소리가 참지 못한 듯 간헐적으로 새어 나올 때면 저도 모르게 배 속이 꽉 조여들었다.
나디아는 집요할 만큼 응시해 오는 시선에 속박이라도 된 것처럼 눈을 맞춘 채로 몸을 만졌다.
이미 한계까지 달아올랐던 몸은 쉽게도 절정에 이르렀다. 그녀는 다리를 오므렸지만 그 사이에 몸을 끼우고 있던 에드윈의 허리만 꽉 조이는 꼴이 되었을 뿐이었다. 그녀는 밀려오는 쾌감의 파도에 한껏 몸을 긴장시키며 휩쓸렸다. 전신이 가늘게 경련했다.
그의 손이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가쁜 숨이 입술 위로 닿아 오는가 싶더니 그가 이를 악물었다. 턱 근육이 경직하며 한껏 숨을 들이쉰 가슴팍이 부풀어 올랐다. 여전히 다리를 휘감고 있던 그의 허리께의 단단한 근육마저 긴장하는 것이 느껴졌다.
에드윈이 여전히 음부 위를 가리듯이 덮고 있던 나디아의 손을 밀어내며 그녀의 몸 안으로 귀두 끝만 삽입했다.
절정의 여운에 잠겨 있던 그녀가 깊숙한 삽입을 떠올리며 긴장하기도 전에 그가 사정하며 정액이 몇 번에 걸쳐 한껏 달아오른 내벽에 쏘아졌다. 안쪽으로 뭉클뭉클한 것이 차오르는 느낌에 몸을 떠는 사이 그가 여전히 사정하는 채로 성기를 쑤욱, 하고 밀어 넣었다.
나디아는 깜짝 놀라 아래를 조였다. 에드윈은 정액과 애액으로 흠뻑 젖어 끈적거리기까지 하는 내부를 멋대로 드나들며 후희를 즐겼다.
“으응….”
변태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녀에게도 기분 좋은 행위였음은 부정할 수 없었다. 천이 스치는 것에도 흠칫거릴 만큼 민감해진 피부가 느리게 움직이는 그의 가슴팍에 스칠 때마다 기분 좋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녀가 탈력감에 몸을 늘어트린 채 숨만 몰아쉬던 사이에 느릿하게 몸 안을 오가던 성기가 다시 부피를 키우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내 그의 것이 완전히 경도를 되찾았을 때 나디아는 안쪽이 빠듯하게 벌어진 느낌을 받았다.
“에드윈….”
그녀는 한숨과 같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 희미한 목소리를 용케도 놓치지 않은 남자가 왜? 하고 대답했다.
“…입 맞춰 줘요.”
에드윈은 피식 웃긴 했지만 그녀의 말을 거절하지 않았다. 입술이 빈틈없이 맞붙고 그의 타액을 받아 마시면서 나디아는 불안을 피어오르는 쾌감에 섞어 흘려보냈다.
***
슬슬 빗줄기가 약해지기 시작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회의실에 틀어박혀 언쟁을 하던 남부 귀족들은 어느 정도 이야기가 마무리됐는지 빗줄기가 약해진 틈을 타 각자 돌아갔다.
그들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았던 것을 본 나디아는 지레 겁을 집어먹었다.
뭔가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겠지. 마침 손수건의 자수를 완성한 참이었던 나디아는 출정을 배웅하기 위한 물건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고 괜한 것을 만들었다며 후회하기에 이르렀다.
성의 우중충한 분위기와 더불어 찾아온 불안을 참지 못했던 나디아는 밤을 보내기 위해 찾아온 에드윈에게 매달려 전쟁이라도 나는 거냐고 물어보았다가 멍청한 소리 하지 말라는 타박을 왕창 들어야 했다.
그가 별 황당한 소리 다 듣겠다는 듯이 반응했다는 것을 그나마 위안으로 얻고 나자 조금쯤 마음이 편해졌다. 그녀를 불안하게 하는 일은 그것 하나뿐이 아니었지만, 몇 번이나 심신을 소모하고 나자 끈기 없는 그녀는 자포자기를 해 버렸다.
그리고 마침내 지긋지긋하게 내리던 비가 완전히 그쳤다. 우기의 끝이었다.
***
“마님, 이제 내려가셔야 해요.”
수잔이 빼꼼 고개를 내밀며 그녀를 재촉했다. 나디아는 마지막으로 거울을 한번 들여다본 뒤에 방을 나섰다.
땅은 아직 다 마르지 않아 곳곳이 진흙탕이었지만 랑카드로 향하는 길은 도로가 깔려 있었기에 마차가 다니기에 무리가 없었다. 나디아는 서둘러 홀로 내려왔다.
성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엘하임으로 내려올 때 탔던 것 같은 커다란 마차, 함께 가기로 한 하녀 다섯 명 그리고 호위를 맡을 기사들이었다.
나디아는 또 무의식중에 기사들 사이에서 붉은 머리를 찾았다. 하지만 아실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어쨌거나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아실과는 최대한 마주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았다. 에드윈이 이상한 낌새를 느끼는 순간, 혹여나 자신의 아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자라기 시작할 것은 자명하니까.
나디아는 자신이 살얼음이 낀 물 위를 걷고 있다는 것을 잊고만 싶었다. 매 순간 되뇌다 보면 불안으로 머리가 어떻게 되어 버릴 것만 같았다.
이 시기에 바캉스를 조른 것도 그 마음의 연장선이었다. 늘 어려운 일이 생기면 마주하기보다는 도피하고 싶어 했던 나쁜 버릇을 버리지 못한 탓이기도 했다.
마차 앞으로 다가가자 때맞춰 내려온 에드윈이 그녀의 앞으로 걸어왔다. 그의 뒤에서 따라오던 아실과 눈이 잠깐 마주쳤지만 나디아는 의식적으로 시선을 피했다.
“준비는 끝났나?”
에드윈의 물음에 집사가 충실하게 대답했다. 에드윈은 나디아의 곁으로 다가와 다정한 체 귓가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 주었다. 그녀는 왜 어울리지 않는 짓을 하나 싶어 의아하게 그를 올려다보았지만 에드윈의 시선은 그녀에게 머물러 있지 않았다. 그가 바라보는 곳에는 아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