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부인과 두 남자-19화 (19/115)

19.

껍질이 바삭해지도록 구운 오리고기와 납작하고 조금 바삭한 식감의 빵, 매콤하고 약간 시큼한 맛이 나는 붉은 스튜와 버터를 발라 구운 새우와 가리비 요리, 와인 소스로 졸인 생선찜과 올리브가 듬뿍 들어간 샐러드를 먹었다.

식사하는 중간중간 홀짝였던 사과주가 네 잔째가 되자 나디아의 뺨이 술기운 때문에 발그레 물들었다.

뺨 언저리로 손끝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반쯤 몽롱해진 눈으로 손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에드윈이 아직도 나디아가 쥐고 있던 잔을 슬그머니 빼앗아 갔다. 크리스털 잔에 반쯤 채워진 옅은 황금빛 술이 찰랑였다.

그녀의 시선이 저도 모르게 술잔을 따라가는 것을 지켜보던 에드윈이 잔 가장자리를 나디아의 입술에 대고 기울였다. 그녀의 입술이 살짝 눌리고, 그가 잔을 기울이는 대로 술이 흘러 들어왔다.

에드윈과 눈이 마주쳤다. 보랏빛 눈이 어여쁘기 그지없었다. 나디아는 그 눈동자를 만져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입 안으로 흘러 들어오는 술을 받아 마시느라 그녀의 목울대가 오르내렸다. 그리고 잔이 떨어져 나가는 것과 동시에 목덜미를 콱 물렸다.

선명한 잇자국을 남기고 물러나는 그의 뒤로 하인들이 접시를 내어 가는 것이 보였다. 나디아가 다른 곳에 정신을 팔고 있는 사이 에드윈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를 답삭 안아 들고 어딘가로 향했다.

나디아는 반사적으로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술기운 탓인지 모든 일이 반쯤 현실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디아는 에드윈의 품에 안긴 채 욕실에 도착했다. 어느 틈에 하인들이 목욕 준비를 끝내 놓은 것인지 욕조 가득 찰랑이는 물 위로 푸른색 수국 꽃잎이 빼곡히 떠다녔다.

에드윈이 나디아를 욕조 앞에 내려놓더니 목욕 시중을 들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하녀들을 모조리 내쫓고 옷을 벗어던지기 시작했다. 멍하니 있던 나디아는 그가 바지까지 벗자 술이 확 깨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급하게 뒤돌아섰다. 옷을 모두 벗은 그가 욕조로 들어가는지 등 뒤에서 물이 넘치는 소리가 들렸다. 나디아의 발 아래로 수국 꽃잎 몇 장이 떠내려 왔다.

“뭐 해? 벗지 않고.”

그녀는 귀를 의심했다.

“네, 네?”

“벗으라고.”

못 들은 체하려 했지만 그는 친절하게 다시 말해 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같이 목욕을 하자는 건가? 이런 건 또 처음이었다. 단순히 목욕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그녀는 한참을 우물쭈물하며 어떻게든 이 상황을 피할 방법이 없을지 고민했지만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디아는 조심스럽게 다시 뒤로 돌았다. 편안한 자세로 등을 기댄 채 앉아 있던 그가 선반 위에서 꺼낸 손바닥만 한 유리병 속의 액체를 물속에 쏟아 부었다. 욕실 안으로 순식간에 진한 꽃향기가 퍼졌다.

다행히 꽃잎 덕분에 물속이 훤히 들여다보이지는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그게 아니었지만.

나디아는 제 입술을 씹으며 어깨에 달려 있던 브로치를 떼어 내고 허리띠를 풀었다. 고작 그것만으로 얇은 옷이 바닥으로 흘러내렸고 그녀는 순식간에 속옷 차림이 되었다. 바닥에 떨어진 옷이 물에 젖어 들었다. 나디아는 부끄러움에 떨리는 손으로 속옷을 마저 벗었다.

수줍어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지만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집요하게 따라붙는 시선 탓이 컸다.

그녀는 팔로 젖가슴을 가리려 애쓰면서 욕조 앞으로 다가갔다. 에드윈이 손짓했기 때문이다. 나디아가 욕조 안으로 들어가자 또 한 번 물이 넘쳤다.

물은 체온과 비슷한 온도로 적당히 미지근했다. 향유가 뒤섞인 물이 순식간에 피부를 미끈미끈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욕조 안에 앉은 채로 어깨까지 잠기도록 몸을 움츠렸다. 그의 시선으로부터 몸을 가려 보고자 하는 의도였으나 금세 아무 소용도 없어졌다. 에드윈이 그녀의 허리를 끌어당겨 제 무릎 위로 앉혀 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허벅지 위에 다리를 벌린 채 마주 앉은 꼴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어깨며 가슴 위로 꽃잎이 가득 달라붙었다.

“씻으려고 들어온 거 아닌가요…?”

“순진한 척하는 건가? 정말 씻기만 할 거라고 생각했어?”

말을 끝맺기 무섭게 그가 유두를 덥석 머금었다. 뜨겁고 습한 혀가 핥고 지나가는가 싶더니 콱 깨물렸다. 가슴 끝에서 따끔한 통증과 함께 희미하게 쾌감이 일었다. 나디아는 그의 매끈한 어깨를 잡으며 고개를 뒤로 젖히고 그 감각에 몸을 떨었다.

이내 그의 손이 엉덩이를 주무르며 그녀의 몸을 제 허벅지 위로 문질러 댔다. 단단한 허벅지에 음핵이 스치자 아래가 움찔거리며 물속임에도 알 수 있을 만큼 끈적한 액체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아랫배에 자꾸만 부딪히는 그의 성기가 점점 단단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몸이 평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술기운 때문인지도 모른다. 순식간에 머리가 몽롱해졌다.

그녀는 조르는 듯한 소리를 내며 가슴을 그에게 내밀었다. 그가 웃는 듯, 진동이 전해져 왔다. 에드윈은 가슴을 빨던 것을 그만두더니 입을 맞춰 왔다. 그리고 나디아의 혀를 빨며 젖가슴을 양손으로 꽉 쥐었다. 아플 만치 가슴을 주무르는가 싶던 손이 젖꼭지를 꼬집었다.

“아앗, 읍, 읏, 아프, 힛, 아파!”

“아프긴 뭐가 아파? 보지가 흠뻑 젖었는데.”

그가 그녀의 음부에 제 성기를 거칠게 문지르며 속삭였다. 살갗이 따끔거릴 만큼 달아오른 것이 느껴졌다. 그가 허리를 추어올릴 때마다 절로 발끝이 곱아들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나디아가 생각을 끝마치기도 전에 아래를 함부로 문질러 대던 성기가 조금의 고통도 없이 몸 안으로 쑥 파고들었다. 단번에 깊은 곳까지 가득 채운 감각에 나디아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몸을 떨었다.

에드윈이 절정으로 한없이 좁아진 내부를 거침없이 들쑤셨다. 기어코 나디아의 입에서 비명을 닮은 교성이 희미하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읏, 아앗, 안 돼, 아아!”

정상에 이르렀다고 생각했던 감각이 끝을 모르고 자꾸만 치솟았다. 나디아는 떨어질까 두려워 에드윈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잔뜩 곤두선 젖꼭지가 그의 단단한 가슴에 엉망으로 문질러졌다. 귓가에 에드윈의 거칠어진 숨이 흘러 들어오자 뒷덜미가 오싹했다.

더는 손장난을 칠 여유도 없는지 에드윈은 나디아의 엉덩이를 꽉 틀어쥔 채 몸을 거칠게 뒤흔들었다.

두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출렁이던 물이 결국 흘러넘쳐 바닥을 적셨다. 머리가 어지러울 만큼 흘러 들어오는 향기가 수국의 것인지 그의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가슴 근처에서 출렁거리는 따뜻한 물과 부드러운 꽃잎이 스치는 감각마저도 부드럽고 간지러운 쾌감으로 이어졌다. 나디아는 반쯤 눈을 감은 채 쉼 없이 헐떡이며 달콤한 교성을 뱉어 냈다.

넓은 욕실 가득히 물이 철썩이는 소리와 그녀의 신음 소리 그리고 에드윈이 헐떡이는 소리가 메아리쳤다.

나디아는 떨리는 손으로 에드윈의 어깨를 붙잡고 얼굴이 가까이했다. 제비꽃색 눈을 바라보며 홀린 듯 혀를 내밀자 그가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의 혀를 소리 내어 빨기 시작했다.

간지럽게 혀를 얽던 순간은 금방 끝났다. 흥분이 고조되자 에드윈은 귀여운 장단에 맞춰 줄 생각이 없어진 것처럼 나디아의 몸을 들어 벽으로 밀어붙이고 급하게 달려들었다.

그녀는 잡아먹을 것처럼 달려드는 입맞춤을 받아 내면서 남자의 커다란 몸과 미끈한 대리석 벽 사이에 짓눌린 채 이성을 흐리게 만드는 쾌락을 견뎌야 했다.

목숨 줄이라도 되는 것처럼 강하게 붙잡은 그의 어깨가 자꾸만 손바닥 아래서 미끄러졌다.

그녀의 손이 어깨와 팔뚝, 견갑골 언저리를 몇 번이고 미끄러지며 하얀 피부에 붉은 손톱자국을 남기는 동안 에드윈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반복적으로 나디아의 몸 안을 파고들었다.

“아아, 앗, 아응, 흣, 아, 조, 조금만… 흑!”

그녀는 몇 번이고 헐떡이다가 울먹이며 간신히 그의 귓가에 애원할 수 있었다.

“응, 아, 잠, 너, 너무 빨라…!”

경주마처럼 달려들던 남자의 움직임이 아주 잠시 느려졌다. 나디아 그사이를 틈타 턱까지 차오른 숨을 몰아쉬며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그러나 고작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에드윈이 참을 수 없다는 듯 다시 몸을 뒤흔들기 시작하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그의 어깨를 밀어냈다.

하지만 굳건한 벽을 밀어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소용없는 움직임이었다. 에드윈은 조금도 밀려나지 않았고 오히려 그녀를 더 짓눌러 왔다.

그의 팔에 걸려 있던 양쪽 다리가 부끄러울 만큼 더 벌어지고 거칠게 마찰하는 접합부에 연약한 피부가 붉게 물들었다.

소리가 울리기 좋은 욕실 안으로 그녀의 교성과 그의 성기가 드나들 때마다 나는 물이 출렁이는 소리 따위가 수치스러울 만큼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귀를 막고 싶었지만 그의 어깨를 붙잡은 손을 뗄 수가 없었다.

에드윈도 절정이 가까워지는지 목덜미로 쏟아지는 그의 숨이 점점 더 가쁘게 치솟았고 허리를 쳐올리는 움직임이 더욱 거칠어졌다.

순간적으로 그의 손이 나디아의 골반을 부술 것처럼 꽉 움켜쥐더니 제 쪽으로 한껏 끌어당겼다. 제 몸을 모두 욱여넣을 것처럼 하체가 달라붙었다. 깊숙이 들어온 성기가 몸 안을 짓누르며 압박하자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읏, 흐윽….”

여과 없이 뱉어 내는 그녀의 척척한 신음 소리가 에드윈의 귓가로 흘러들었다. 잔뜩 문질러져 민감해진 내벽 안에서 몇 번이고 꿀렁이며 쏘아지는 정액이 느껴졌다. 그 감각이 어찌나 야하게 느껴지는지, 나디아는 저도 모르게 사정하는 그의 성기를 조여 대며 가볍고도 긴 절정에 몸을 떨었다.

그녀가 간신히 땅에 발을 딛었을 때, 물은 반쯤 식어 있었다. 계속해서 벌어진 채로 긴장했던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지쳐 늘어진 그녀를 손수 씻겨 준 에드윈이 나디아를 안아 들고 침대로 향했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관계는 밤이 깊어지고 나서야 겨우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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