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아실의 행동이 그저 자신에게 수치심을 안겨 주려는 것이라고만 생각하던 그녀는 그의 입술이 음부를 뒤덮듯이 달라붙으며 연한 살을 빨기 시작하자 절로 무릎이 꺾였다.
지난밤에도 나디아를 수치로 떨게 했던 액체가 아래쪽에서 울컥 새어 나왔지만 아래로 흐르지는 않았다. 그 이유가 아실이 거리낌 없이 입을 대고 마시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걸 깨닫자 그녀는 거의 패닉에 빠졌다.
후들거리는 무릎을 지탱하려 애쓰며 손을 휘둘러 그의 머리를 밀어내려 했지만 아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움직임에 허리께에 뭉쳐 있던 드레스 자락이 그의 머리 위로 흘러내리기만 했을 뿐이었다.
“아앗, 응, 흐읍….”
나디아는 비명과 같은 자신의 신음 소리가 바깥에 들리기라도 할 새라 입술을 깨물며 손으로 틀어막았다.
그리고 그녀가 걱정하던 상황이 찾아왔다. 정중한 노크 소리가 들린 것이다. 나디아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길 바랐다. 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애원해도 멈추지 않던 아실의 움직임이 잠시 멈춘 것을 보니 착각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녀는 혹시라도 밖의 사람이 안으로 들어오기라도 할까 봐 다급하게 아실을 밀어내며 억지로 허리를 세웠다. 그러나 치마 속에 머리를 처박은 그를 밀어내는 것은 실패했고, 뺨을 덮은 눈물 자국을 닦아 내고 치마를 모두 끌어 내려 아실의 등을 간신히 덮었을 때 문이 벌컥 열렸다. 나디아는 펄쩍 뛸 만큼 놀랐지만 평정을 가장하기 위해 애쓰며 들어온 자를 쳐다봤다.
궁정 연회에서 몇 번인가 스치듯 본 적 있는 젊은 시종이었다.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기라도 할 것처럼 뛰어 댔다.
그녀의 두 배는 거뜬히 넘을법한 덩치의 사내를 드레스 안에 모두 숨긴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나디아는 누가 보아도 ‘치마 속에 머리를 들이박은 남자가 한 명 있네요.’ 하고 말을 건네 올 법한 꼴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당장이라도 기절하고 싶었지만 이윽고 시종이 서 있는 위치에서는 소파에 가려 아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표정을 수습할 수 있었다.
“내가 들어오라고 했던가?”
제삼자를 마주하고 있는 상황인데 아래로 허벅지를 움켜쥔 남자의 손이 느껴진다는 것과 천 한 겹 걸치지 못한 엉덩이 위로 뜨거운 숨결이 닿고 있다는 사실에 정신이 혼미해질 것 같았다.
이런 꼴은 누구에게도 들킬 수 없었다. 만약 지금 들어온 사람이 후작이었다면 어땠을지에 대한 가정으로 이어지자 순식간에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귀족들은 결혼하고도 정부를 두는 것이 흔하다지만 결코 드러내 놓고 할 만한 행위는 아니었다. 그건 모두 후계자 생산 같은, 부부의 의무가 모두 끝난 이후에나 암묵적 합의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그녀는 바로 어제 결혼식을 올린 참이었고, 이런 일을 들킨다면 그녀의 의지가 개입했든, 하지 않았든 이혼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눈이 마주친 어린 시종은 당황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무도 안 계신 줄 알고….”
시종과 눈을 마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조금 트이는 듯했다. 한순간이라도 안심한 것을 비웃듯이 아실이 그녀의 엉덩이를 깨물었다.
나디아는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쓰라린 감이 남아 있는 질 안으로 손가락마저 파고 들어오자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혔다.
이 남자는 미친 게 분명했다. 발길질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무슨 생각인지 몰라도 타인 앞에서 정체를 드러낼 생각이 없어 보이는 그를 자극할 수는 없었다. 마음이 바뀌어 지금 상황에서 치마 속에서 머리를 빼내고 일어선다면, 그 다음엔 어떻게 될지….
그가 가만히 있는 것을 조금이라도 감사히 여겨야 한다는 사실이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나디아는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쥐어 짜냈다. 지금으로서는 최대한 빨리 시종을 쫓아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가장 좋은 것은 아실을 쫓아내거나 그녀 자신이 뛰쳐나가는 거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최악을 면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래서 무슨 일이지?”
“아! 네, 엘란츠 후작 부인이시죠? 엘란츠 후작 각하께서 연회장으로 오시라고 전하라 하셨습니다.”
당황한 기색을 금세 지워 낸 시종이 잘 교육받은 듯 정중한 태도로 말을 전했다. 부어오른 내부를 꾹꾹 눌러 보던 손가락이 예상보다 싱겁게 빠져나갔다. 나디아는 내심 안도했다. 그녀는 초조함이 드러나지 않길 바라며 재빠르게 대답했다.
“늦지 않게 갈 테니 그렇게 전해.”
“알겠습니다.”
시종이 인사한 뒤 문을 닫고 나가자 전신을 딱딱하게 휘감고 있던 긴장이 한순간에 빠져나갔다. 나디아는 서둘러 치마를 걷어 올리며 아실의 머리통을 찾았다.
앞으로 물러나 그와의 거리를 벌리려 했으나 그 기색을 알아챈 것인지 그의 손이 다시 허벅지를 꽉 쥐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나디아는 그의 손을 떼어 내려 애썼다.
“다, 당신도 들었지? 없었던 일로 해 줄 테니까 정말 그만해. 난 가 봐야겠어.”
“나는 안 끝났어.”
그가 일어서며 몸을 붙여 왔다. 언제 바지춤을 풀어헤쳤는지 모를 노릇이었다. 잔뜩 부푼 아래가 엉덩이에 닿는다 싶더니 아실이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는 몸을 살짝 들어올렸다.
힘에 이끌려 까치발을 든 나디아가 말리기도 전에 그의 성기가 음순을 벌리며 젖은 아래를 함부로 문질러 댔다.
쓰라린 통증이 일었다. 나디아는 다급하게 그의 배를 밀어내며 횡설수설했다.
“이러, 이런 짓을 하면 당신도 무사하지 못해. 기사잖아, 기사는… 읏!”
돌덩이처럼 단단한 몸은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말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거침없이 밀고 들어왔다.
부어오른 내벽을 벌리며 느리게 침입하는 것의 열기가 지나치게 선명해서 몸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나디아의 입술을 타고 쉴 새 없이 안 돼, 안 돼, 하며 속삭임이 흘러나왔지만 마치 벽을 대하는 것처럼 튕겨져 나왔다. 그는 그녀의 말을 조금도 듣고 있지 않는 것 같았다.
“아읏, 아실, 아파!”
“…이제야 내 이름을 불러 주는구나.”
아실은 성기를 모두 밀어 넣고는 더 들어가고 싶어 안달을 하는 것처럼 그녀의 엉덩이에 하체를 눌러 대며 말했다.
나디아는 배 속이 꽉 차 버린 듯한 감각에 숨을 몰아쉬었다. 몸이 터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찾아왔다. 아실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아랫배를 감싸고 지그시 힘을 주어 누르기 시작했을 때에는 그 감각이 극에 달아 나디아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몸부림치기에 이르렀다. 그녀는 아실의 손을 떼어 내려 애쓰며 흐느꼈다.
“싫어, 시, 읏, 싫, 아읏, 누르지….”
그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성기를 반쯤 빼냈다가 느릿하게 끝까지 밀어 넣는 움직임이 반복되며 안을 자극했다. 나디아는 제 몸이 걷잡을 수 없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겁에 질렸다.
왜 이러는 거야, 싫은데, 싫어서 소름이 돋을 지경인데. 그녀는 억울해서 어쩔 줄을 몰라 했지만 몸의 감각이 갑작스럽게 마비된다든가 하는 기적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벗어날 수도 없었다. 그의 움직임이 격렬해짐에 따라 나디아의 몸도 흔들렸다. 시야가 어지러워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는 아실의 손을 떼어내려던 것을 포기하고 제 입을 틀어막았다.
눈을 감자 감각은 더욱 선명해졌다. 빠른 속도로 안을 들쑤시는 남자의 성기와 그것이 문지르고 지나갈 때마다 번개가 치듯 짜릿하게 등허리를 전율케 하는 달콤한 감각. 여전히 허리를 끌어안고 있는 굵은 팔뚝과 까치발을 서느라 긴장한 다리에 늘어진 치맛자락이 몇 번이고 스치고 지나갔다.
나디아는 다시 눈을 떴다. 눈물로 흐릿해진 시야에 황금 포도 넝쿨무늬가 새겨진 붉은 벽지 따위는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고 생각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애썼다.
이 방으로 들어온 지 얼마나 지났는지, 혹은 머리 모양이 크게 망가지지는 않았을지 같은 것을 끊임없이 생각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허리를 쓰다듬고 드레스를 끌어 내려 가슴을 주무르는 손길과 뜨거운 체온에,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와 체향에 휩쓸려 버릴 것만 같았다.
“하아, 하아, 계속… 후회했어.”
그가 허리를 숙여 목덜미에 입술을 댔다. 나디아는 흠칫 놀라며 몸을 앞으로 숙였지만 금세 따라잡혔다.
“너를 가졌어야 했다고… 이렇게 놓치기 전에 말이야.”
그리고 콱 깨물렸다. 후작이 잇자국을 새겼던 그 위치였다. 나디아는 비명과 같은 교성과 함께 절정에 올랐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당장이라도 어디든 엎어져 기절해 버리고 싶을 만큼 지쳤지만 억지로 그녀의 허리를 붙잡아 지탱한 아실은 멈추지 않았다.
퍽퍽 소리가 날 만큼 아래가 부딪히고 접합부에서 찔꺽이며 들려오는 물소리가 정신을 혼미하게 했다.
허릿짓이 더욱 격렬해졌다. 요령 없이 그저 밀어붙이는 것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절정으로 예민해진 곳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지나친 감각이었다. 나디아는 전력 질주를 한 것처럼 숨을 몰아쉬며 그의 품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 쳤지만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소용없는 행동이었다.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다고 생각했을 무렵 그가 몸을 굳히며 폭발했다. 안쪽 깊은 곳에 걸쭉한 액체가 차오르다 못해 밖으로 새어 나왔다. 그녀가 흘린 액체로 엉망이 된 다리 사이와 허벅지 위를 희끄무레한 것이 다시 적시며 흘러내렸다. 나디아는 짧은 절정에 몸을 떨며 무너졌다.
그는 마치 어린아이라도 다루는 것처럼 그녀를 일으켜 세우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드레스를 끌어 올려 가슴을 가려 주고 허리께에 말려 있는 치마를 펼쳐 주었다. 나디아는 그 손을 있는 힘껏 뿌리치고 싶었지만 숨을 가다듬으며 기절하지 않도록 버티는 것이 고작이었다.
저녁 연회에 참석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결혼 축하 연회였다. 그녀는 그 연회의 주인공이었으니 빠질 수 없었다.
나디아는 제가 멀쩡한 정신으로 하객을 대하고 춤을 출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기에 떨리는 손으로 옷차림을 정돈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