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화. 뜨겁고 촉촉한 수련
오늘부터 시작하자는 말에 이겸이 답했다.
“배우는 거라면 자신 있습니다.”
“당신이 뭐든 빨리 익히는 건 알아요.”
우희가 입매를 다소 짓궂은 느낌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색선의 수련은 무조건 매일 교접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서.”
이겸이 희읍스름한 목욕물로 시선을 내렸다. 미미한 실망이 느껴지는 이유는 어째서일까. 아마 ‘무조건 매일 교접’하려는 뜻이 꺾여서가 아닐까.
“서책에서 봤습니다. 절정감을 기운으로 치환한다더군요.”
“그 말인즉.”
우희가 이겸의 말을 받았다.
“더 많은 절정을 경험할수록 더 많은 내공을 얻을 수 있겠죠? 이때 전하께서 원래 품고 있는 양기는 기폭제 역할을 해요. 양기, 절정, 내공. 다 선순환인 거예요.”
“천하제일의 양기라 하셨죠…….”
이겸이 자기가 들은 바를 되짚듯이 중얼거렸다. 되짚다 보니 색선들이 서로 짜기라도 한 양 본인의 하체를 응시하던 눈빛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이겸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건 주화입마인데요. 생성된 기운이 내 통제력을 넘어설 때, 온몸의 기혈이 막히면서 의식을 잃는 거거든요.”
“다시 깨어날 수 없습니까?”
“깨어날 순 있어요.”
딱 들어도 조건이 있는 말투였다.
“신선이 도와주면 3년 안에 일어나요.”
“신선이 안 도와주면.”
“도와주는 신선을 찾아봐야죠.”
절대 못 깨어난다고는 하지 않는다. 무엇이 이겸을 건드렸는지 모르겠지만 그가 입술 끝을 살짝 늘렸다.
“그렇군요.”
“손으로 해 보세요.”
이겸이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고 우희를 빤히 쳐다봤다. 우희의 손이 물속으로 사라지더니 이겸의 중심을 감싸 쥐었다.
“전하께서 직접 여기를.”
“읏…….”
“이렇게.”
기둥을 부드럽게 밀어 올리자 이겸이 미간을 일그러뜨렸다.
“혼자 해 보신 적 없나요?”
우희가 손가락을 꼬물거렸다. 이겸은 반사적으로 우희의 손을 떼 내기 위해 자기 손을 움직였다가 순식간에 위치 바꾸기를 당했다.
우희는 이겸이 손을 떼지 못하도록 그의 손 위에 제 손을 겹쳤다. 굵직한 기둥은 이중으로 감싸 잡힌 모양새가 됐다.
“열대여섯 살 때는요? 제일 왕성할 때잖아요.”
“……없습니다.”
“그럴 리가. 그럼 몽정은요?”
이겸은 도통 이런 문답이 익숙지 않은 듯했다. 곤란함이 역력한 기색이었다. 그는 눈만 거듭 깜빡이다가 우희에게 되물었다.
“그런…… 정보도 색선 수련에 필요합니까?”
“오.”
우희가 반색했다.
“경험이 있는 모양이에요?”
“아뇨. 그게.”
“누구였어요? 꿈에서 어떤 상황이었죠? 더러워진 속옷은 어떻게 처리했나요?”
“저기.”
“딱히 어려운 질문은 아니잖아요? 다 전하에 관한 건데.”
우희가 답을 재촉하듯 손을 움직였다. 이중으로 쥐어짜이자 이겸의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 자극 때문인지 이겸이 앉은 자리에서 엉덩이를 뗐다.
그러나 우희가 한발 빨랐다. 우희는 손안의 것을 놓지 않은 채 이겸의 뒤로 돌아가 젖은 등에 찰싹 달라붙었다. 겨드랑이 아래를 파고들자 뒤에서 끌어안은 자세가 됐다. 풍염한 가슴을 그의 맨살에 대고 사정없이 짓눌렀다. 헉, 하고 숨 받치는 소리가 이겸에게서 터져 나왔다.
“여기는 상흔이 앞쪽보다 적네요.”
우희는 이겸의 등에 제 뺨을 비볐다. 엉거주춤한 자세가 된 이겸은 등을 간질이는 숨결에 신음을 누르며 주저앉았다.
“무장이 등을 다쳐선 안 되죠.”
목소리가 탁했다. 체격 차이 때문에 우희는 앞쪽을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볼 수만 없을 뿐 느낄 순 있었다.
한 손에 다 감싸지지도 않는 성기를 주무를 때마다 이겸이 움찔거렸다. 처음엔 우희에 의해 반 억지로 대고 있던 본인의 손을 스스로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용하던 욕탕 안에 규칙적으로 찰박거리는 소리가 깔렸다.
“전하, 그래서요? 아직 제 질문에 대답하지 않으셨잖아요.”
이겸의 등 근육이 느리게 물결쳤다. 우희는 그의 복부에 적당히 대고 있던 왼손을 즈윽, 미끄러뜨렸다. 칼자국처럼 깊게 새겨진 근육이 우희의 손길을 따라 조여들었다. 이를 악문 채 헐떡이는 소리가 감미로웠다.
“이겸.”
“아, 으흑…….”
“말해 줘요.”
약았다. 반칙이었다. 이런 상황에 조르듯이 이름을 부르는 건, 손으로 가하는 자극만큼이나 아찔했다. 이겸의 턱이 덜덜 떨렸다.
“이겸. 응?”
이겸은 자신의 등이 이렇게나 민감한 곳인 줄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우희가 입술을 오물거리며 말할 때마다 하얀 깃털이 등을 간질이는 것 같았다.
제 등을 눌러 대는 가슴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커다란 손바닥으로 감싸도 넘칠 듯 비집고 나오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알고 있어서 더 애가 탔다. 이겸은 물속이 비치지 않음을 다행으로 여기며 발기한 제 것을 더욱 세게 훑어 올렸다.
차라리 교접 중이라면 모를까. 우희가 보는 앞에서 스스로 만지고 있다는 수치심과 쾌감이 이겸의 머릿속을 헝클어 놓았다. 그러는 사이 뭉툭한 입구의 틈으로 점액이 쉼 없이 새어 나왔다.
“이겸, 여기가…… 되게 뜨거워요. 막 제멋대로 움직이고.”
“하아, 아, 그…… 그렇게……. 윽!”
이제 알아서 움직이고 있으니 우희가 손을 더해 줄 필요가 없었다. 우희는 이겸의 것에서 손을 뗐다. 대신 팽팽하게 긴장이 들어간 하복부를 양손으로 쓸었다. 조여드는 근육을 느끼다가 손가락으로 장골을 길게 더듬자 이겸이 경련하듯 몸을 튕겼다.
체온이 훅 올라갔다. 우희가 처음 손을 넣었을 땐 목욕물이 상당히 따뜻했는데 이젠 이겸의 몸이 물보다 뜨거웠다.
탄력적인 피부 아래로 열기가 뭉치는 게 느껴졌다. 우희는 수련을 돕는 동안 자신의 다리 사이도 젖어 든 것을 깨달았지만 지금은 이겸을 가르치는 게 더 중요했다.
“나였구나. 그렇죠?”
우희가 집요하게 대답을 요구했다.
“전하의 지기 말이에요. 꿈에서 먼저 만난 제 모습. 그걸 마음에 품었다가 제가 안 나타난 날, 아주 야릇한 꿈을 꾸신 거야.”
“아, 뇨, 잠깐……. 흐, 우희…….”
“절 어떻게 하셨어요?”
우희의 손바닥이 이겸의 복부 위로 둥글게 원을 그렸다. 차츰 더 빠르게 찰박이는 물결, 끊어지는 호흡, 웅크리듯 고여 드는 색정.
“말해 주세요. 네?”
“싫……!”
“흐응…….”
이겸이 끝끝내 짓씹듯이 말했다.
“후원에서, 읏……. 나비, 구경을 하다가…….”
“그땐 이미 왕부를 하사받으셨을 텐데. 후원이라면 설마, 저기 돌 탁자에서?”
우희가 의외라는 듯 입을 벌렸다. 한없이 단정한 외면에 이겸 본인조차 당혹스러워하는 시커먼 음욕이 좋았다. 이겸은 더 이상의 고백은 무리인지 고개를 떨궜다. 이 이상 쾌감을 참는 것도 무리인 듯 보였다.
때가 왔다. 우희는 이겸의 어깨에 힘이 들어간 순간 단전의 혈을 힘껏 눌렀다. 이어서 등줄기를 따라 여섯 개의 혈을 찍자 이겸이 괴로운 신음을 흘렸다.
“하, 으윽……. 지, 지금…….”
“느껴져요? 여기 기운이 단단히 뭉친 거.”
단전에서 손가락을 떼지 않은 채 우희가 속삭였다.
“여기에 집중해야 돼요.”
절정 직전에 저지당한 만큼 이겸의 몸은 여전히 뻣뻣하게 경직된 상태였다. 우희는 왼손으로 달래듯이 등을 어루만졌다. 굳은 등 근육을 문지르며 올라가 어깨를 주물렀다. 누가 봐도 몸을 이완시키려는 손놀림이었다.
이겸이 호흡을 고르려 애썼다. 역시 배우는 게 빨랐다.
“그렇죠. 잘하고 있어요. 고양된 감각을 완전히 내려놓지는 말고…….”
단전을 누르던 손가락의 힘을 조금씩 뺐다.
“크, 흡.”
막혔던 기운이 사르르 풀리면서 이겸의 뱃속을 간질였다. 틈새로 정액이 몇 방울 흘러나왔지만 원래 분출되려던 양의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감지했어요?”
우희가 물었다.
“근육 아래서 한 바퀴 도는 듯한 감각이요.”
당장은 입을 열면 신음 소리밖에 안 날 것 같아서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꼭 조그만 금붕어가 물속에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나가는 것 같죠. 간지러우면서도 유연하고 매끄러워요.”
비유가 예뻤다. 이겸은 헛웃음을 지으려다 말고 입가를 일그러뜨렸다. 틀린 표현은 아니었다. 우희가 뭘 말하는 중인지도 알겠고.
다만 이겸 자신이 느낀 것은 금붕어의 반투명한 꼬리가 일으키는 물결이라기보다 찌르르 울려 대는 간지러움이었다.
“그러니까.”
입을 열자 잔뜩 쉰 소리가 나왔다.
“그 기운을 어떻게 하면 됩니까?”
“따라가요.”
우희가 이겸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업히다시피 한 자세였다.
“끝까지 따라가요. 더는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퍼지는 감각을 쫓아요. 처음엔 어려울 거예요. 느낌이 금방 사라지기도 하고요.”
“전쟁으로 치면…… 적의 꽁무니를 뒤쫓는 거군요.”
“참 싸우는 거 좋아해.”
우희가 말을 받았다.
“하지만 당신한텐 그런 비유가 쉽겠네요. 맞아요. 적을 뒤쫓는 거예요. 언제까지?”
“적을 따라잡을 때까지.”
“아이, 잘했어요.”
우희가 이겸의 뺨에 쪽, 하고 입을 맞췄다.
“나중엔 아주 미약한 쾌감으로도 기운을 생성할 수 있어요. 그렇게 만든 기운을 몸 안에서 자유자재로 굴리게 되면? 이후부터는 그걸 몸 밖으로 빼는 연습을 할 거예요.”
극락정 제자들의 무기 소환도 바로 그런 수련 끝에 나온 결과라고 말했다.
“인간이 보기엔 허공에서 갑자기 도끼며 창이 두둥실 나타난 것 같잖아요? 하지만 기운을 몸 밖으로 빼내서 무기의 형체로 만든 거거든요.”
“자유자재라 하면…….”
이겸은 새로 습득한 지식을 머릿속에서 빠르게 정리했다.
“위쪽에서 날아드는 적의 검을 확실히 막았지만 돌연 맞대고 있던 검이 사라지더니 제 옆구리에서 나타날 수도 있는 거군요.”
“그렇죠! 그거예요.”
우희가 신나서 맞장구를 쳤다. 이겸의 어깨에 매달린 채로 몸을 방방 띄웠다. 그럴 때마다 말랑한 가슴이 이겸의 등을 짓누르는 걸 의식 못하는 듯했다.
“와, 금방 이해하네요.”
“크게 어렵진 않습니다만.”
“근데 나도 이렇게 빨리 알아들었던 것 같단 말이죠……. 그럼 진짜 우리 애들이 느린 건가?”
우희가 문득 상제의 말을 곱씹으며 혼자 중얼거렸다.
“다들 둔하긴 하지만 나름 귀여운 면이 없지 않은데.”
흐음, 하고 딴생각에 빠지는 소리와 함께 이겸의 목덜미에 대고 머리를 치댔다. 무의식적인 반응이었다. 어깨가 있으니 거기에 매달리고, 기댈 데가 있으니 얼굴을 갖다 비비는 정도의 행동이었다.
알고 있는데도 우희가 이렇게 바르작거리면 이겸은 왠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냥 해도 이럴진대 마음먹고 조르기라도 하면.
‘그게 무엇이든…….’
조금 더 닿고 싶어졌다. 이겸은 제게 두르고 있는 우희의 팔을 조심스레 더듬었다. 좁은 소매의 연지색 상의가 물을 머금고 피부에 달라붙어 있었다.
“우희.”
끌어당기고 싶었다. 나긋한 몸이 욕조 안으로 풍덩 잠기면 두 다리를 벌리고 앉게 하고 싶었다. 아래가 젖을 때까지 한동안 서로 비비기만 하다가.
“한 번 더 해 볼까요?”
우희가 이겸의 귀에 대고 말했다.
“다시 스스로 만져 보세요.”
“……설마.”
이겸이 말끝을 흐렸다.
“응, 왜요?”
“설마 계속, 이런 식으로 수련하는 건가요? 자극했다가 멈췄다가.”
우희가 당연하다는 양 고개를 끄덕였다. 이겸에게서 낙담 짙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넣고 싶은데.’
우희의 얼굴은 교육열로 가득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