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화. 첫 동침
이겸의 젖은 입술이 음핵에 닿았다. 통통하게 부푼 그곳에 대고 입술을 비빌 때마다 우희는 간지러움에 몸을 틀었다.
일부러 괴롭히려고 가하는 자극 같았다. 절정에 이를 순 없지만, 흥분은 계속 유지된다.
이겸이 우희의 반응을 살폈다. 열 오른 두 눈이 우희가 무의식중에 벌린 입술에 닿았다. 입술 사이로 보이는 붉은 혀에 이겸의 시선이 집요히 머물렀다. 왠지 사람을 긴장하게 만드는 눈빛이었다.
우희는 혀끝으로 입술을 핥았다. 물기가 흥건한 아래에 비해 다른 곳은 바싹 마르는 기분이었다.
“살짝 물어도 될까요?”
“으, 응…… 응?”
신음을 흘리던 우희가 되물었다.
“물어요? 어디를……. 잠깐, 설마…….”
이겸이 입술로 음핵을 꾹 누른 뒤 말을 이었다.
“이는 안 세울게요. 입술과 혀로만.”
“좀 불안한데요.”
“언제든 그만두라고 하시면 됩니다.”
이겸이 말할 때마다 더운 숨결이 그곳에 닿았다. 우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게 이겸에겐 믿음이 있었다. 한참 몸을 겹치다가 절정에 도달하기 직전에 그만두라고 해도 이겸은 우희의 말에 따를 터였다.
허락을 얻은 이겸이 천천히 입술을 내렸다. 먼저 혀끝으로 음핵을 쓸어 올린 다음, 밀려 올라간 그것을 윗입술로 눌렀다.
극도로 예민하게 곤두선 알맹이가 아래위로 짓눌렸다. 입술과 혀, 어느 하나 부드럽지 않은 것이 없는데 그 사이에 물리는 자극은 어마어마했다. 우희가 새된 비명을 질렀다.
“아! 이겸, 핫……. 아, 아아, 아직! 혀로 그렇게 하면……!”
이겸이 입술로 음핵을 누른 채 혀끝으로 탁탁 튕겼다. 아까까지만 해도 감질나기만 했던 성감이 이제는 무서운 속도로 커져 갔다.
따뜻한 점막이 알맹이를 튕겼다가 다시 핥을 때마다 찌르르한 자극이 음핵 주변에 고였다. 좋은 기분이 너무 거세게 밀어닥치니까 저절로 엉덩이를 들썩이게 됐다.
“하, 윽! 앙……! 이겸, 읏! 그, 그만. 아! 녹을 것 같아…….”
“그렇게 말하시면.”
이겸이 말을 짧게 끊었다. 도톰한 정점이 또다시 이겸의 혀끝에서 튀었다. 진정될 틈 따윈 없었다.
“정말 그만두라는 건지.”
“하아, 읏!”
“계속 하라는 건지.”
우희의 허벅지가 바들바들 떨렸다.
“헷갈려요.”
새하얀 아랫배가 저리도록 조여들었다. 우희는 쾌감을 버티기 위해 애꿎은 보료만 긁어 댔다.
아래를 자극당하는 기분이 어떤지 익히 알고 있었다. 우희는 1만 년 수련한 색선이었고 이겸은 색선의 첫 상대가 아니었다.
‘한데 몸이 왜 이러지?’
익숙한 줄만 알았던 감각이 이토록 생경할 수가 있나. 아니면 이 몸으로는 처음이라서 그런 건가.
이겸의 혀 놀림 한 번에도 숨이 멎었다. 대전에서도 우희의 다리 사이에 입 맞추는 순간을 상상했다던 그는 과연 달고 집요하게 우희를 맛보았다.
조그만 방울이 이겸에 의해 끊임없이 울려 댔다. 층층이 쌓인 쾌락은 터지기 일보 직전까지 차올랐다. 우희는 눈 옆으로 무언가가 흐르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흐으윽……!”
우희가 눈을 질끈 감으며 절정의 순간을 견뎠다. 머릿속이 망치질을 하듯 울리고, 온몸에서 맥박이 요동쳤다. 우희의 비부가 강하게 오므라들었다가 맥이 풀림과 동시에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래쪽에서 맑은 액이 울컥 흘러나왔다.
잠시 그렇게 늘어진 채로 호흡을 골랐다. 이겸은 맥없이 늘어져서는 졸린 듯 눈을 깜빡이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절정을 겪은 우희의 얼굴엔 발그레한 혈색이 돌았다. 물이 잔뜩 오른 복숭아 같은 빛깔이었다. 만족감이 고운 입가를 느슨하게 만들었고,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시지도 않은 술에 취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겸은 생기와 색기가 묘하게 어우러진 모습에서 도무지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하여 결국 우희의 호흡이 미처 다 가라앉기 전에 음핵을 다시 머금게 됐다. 완전히 가시지 않은 쾌락의 잔재가 이겸의 입술에 되살아났다.
“움직이지 마세요.”
이겸이 말했다.
“제가 조심하고 있지만, 계속 이렇게 움직이시면 이에 긁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못 참겠는걸요.”
우희가 눈물자국을 닦으며 항의했다.
“그렇게 자극하는데 어떻게 가만히 누워만 있어요…….”
“그럼 제가 더 신경 써야겠네요.”
이겸이 웃음기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토록 민감한 곳을 자칫, 이에 건들리기라도 하면.”
그는 말을 하면서 점점 고개를 숙였다. 누워서 지켜보는 우희의 가슴이 가쁘게 오르내렸다.
“아프겠죠.”
엄포와 달리 긁지 않았다. 대신 이겸은 혀 위에 올린 정점을 이로 아주 느리고 매끄럽게 스치고 지나갔다. 몸에서 가장 연약한 부분이 손톱보다 딱딱한 이에 건드려지는 느낌은 섬뜩한 쾌감이 되었다.
우희는 신음을 삼키며 허리를 들어 올리다가 아슬아슬한 순간에 멈췄다. 이겸이 고개를 뒤로 빼지 않았다면 이번에야말로 이에 긁혔을 터다.
“그건 그렇고 아래가 정말 많이 젖으셨습니다.”
이겸은 푹 젖은 질구를 손가락으로 벌렸다. 한 치의 틈도 없이 붙어 있던 점막은 이겸이 벌리는 만큼 벌어졌다.
“먼저 손가락을 넣어야 할까요?”
“손가락은 왜요?”
우희의 질문에 그가 조금 당황했다.
“너무 뻑……뻑하면…… 손가락으로 풀어 주는 방법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누구한테 들었는데요?”
뻑뻑하다는 표현도 입에 올리기 주저하는 사람이 내 음핵은 어떻게 핥았데? 그거랑 이건 별개인가. 우희는 이겸의 얼굴을 빤히 올려다봤다.
“읽었습니다.”
이겸이 얼른 정정했다.
“교접을 다룬 서책에서요.”
“하긴……. 전하께선 글자로 배우시니까.”
우희는 이겸의 어깨에 걸쳐진 제 다리 한쪽을 내렸다. 편하게 뻗는 척하다가 이겸의 배에 발바닥을 갖다 댔다. 힘을 실어 눌렀지만 이겸은 당연히 뒤로 밀리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찌르면 눌러지지도 않을 만큼 탄탄한 복부였다. 우희는 엄지발가락을 세워 옷 너머로 느껴지는 이겸의 것을 건드렸다.
침이 고였다. 밑에 넣기 전에 입으로 한 번 머금어 보고 싶었지만 첫 동침부터 그랬다가는 이겸은 충격에 쓰러질지도 몰랐다.
‘여태 아무도 여길 핥아 본 적이 없다는 말 아냐. 어쩜 좋아. 내가 처음이겠네. 어떡해.’
우희는 저도 모르게 입맛을 다실 뻔했다. 누구에게도 허락하지 않은 처음이란 표현이 이토록 짜릿할 줄이야. 사내가 주는 쾌감에 취하는 것도 좋지만, 우희는 열락에 망가지는 상대를 지켜보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
‘언젠가는 이겸을 침상 기둥에 묶어 놓고 맘껏 주물러야지. 다리도 결박할 거야. 워낙 힘이 좋으니까 옴짝달싹도 하게 해선 안 돼.’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엉덩이만 들썩일 이겸이 떠올랐다. 음란한 상상에 우희가 몸을 꼬았다.
“이겸.”
우희가 그를 향해 팔을 뻗었다.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안아 달라는 몸짓에 이겸이 동요했다.
“손가락은 다음에. 지금 필요한 건 따로 있어요.”
“하지만…….”
“넣어 보면 알겠죠. 내 안이 뻑뻑한지, 아니면 달콤하게 당신을 빨아들일지.”
이겸이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앞섶을 풀어헤쳤다. 허리띠와 겉옷과 흰 속옷을 거의 동시에 벗었다. 겉옷 너머로도 느낄 수 있었던 굵다란 성기가 우희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이겸의 입술보다 조금 더 탁한 분홍색이었다. 한 손에 쥐어지지 않는 굵기의 그것은 빳빳하게 일어선 채 끝에서 묽은 액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이겸의 아랫배 앞에서 끄덕거릴 만큼 길기도 했다.
그가 무너지듯이 자세를 잡았다. 우희의 젖은 비부에 성기 전체를 갖다 댄 다음 시험 삼아 아래위로 문질러 보았다. 그것만으로도 자극이 큰지 이겸이 미간을 찡그렸다.
“그럼 이제 넣을게요.”
긴장된 숨을 내쉬더니 성기 끝을 질구에 맞췄다. 곧이어 엄청난 압박감이 우희의 안을 조금씩 밀고 들어왔다. 이보다 느릴 수 없는 속도로 내벽이 벌려졌다.
뭉툭한 선단이 내벽의 주름을 긁으며 들어오는 감각에 우희가 발가락을 오므렸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한계까지 벌려지는 기분이었다.
“흐, 으읏…….”
우희는 제 머리 양옆으로 손을 짚고 있는 이겸을 향해 신음했다. 그는 우희만큼이나, 어쩌면 우희가 느끼는 것보다 더한 쾌감을 견디는 중이었다. 얼핏 보면 통증을 참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청염한 얼굴이 색으로 물든 모습에 우희의 아래가 죄어들었다. 이겸이 숨넘어가는 소리를 눌러 참았다.
“제발, 힘을 좀…… 풀어 주시면.”
“내 맘대로 안 돼요.”
우희가 새빨간 거짓말을 뱉었다.
“어쩔 수 없어요. 당신이 워낙 커서. 지금 이것도 최대한…….”
“아.”
어쩐지 탄식 소리가 섬뜩하다 싶었다. 다 들어오려면 아직 절반이나 남은 성기가 좁은 내벽을 한 번에 가르며 들어왔다. 묵직한 살 기둥이 가장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강하게 쿡, 쑤셨다. 우희는 말을 하다 말고 순간 숨을 멈췄다.
“하아…….”
우희의 머리 위에서 이겸이 색음을 흘렸다. 촘촘한 주름이 이겸의 것에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았다. 그야말로 성기가 빠듯하게 쥐어짜이는 열락에 이겸이 몸을 떨었다.
쾌감이 너무 강한 나머지 통증과 구분이 힘들 정도였다. 그래도 들어오자마자 토정할 순 없었다. 이겸은 애써 호흡을 고르고는 몸을 뒤로 뺐다.
방금 했듯이 즈윽, 박아 넣자 이겸과 우희 양쪽에서 신음이 터졌다.
“하윽!”
“으, 하아…….”
눈앞에서 하얀 불꽃이 튀는 것만 같았다. 이겸은 다시 한 번 몸을 박았고, 그다음에는 좀 더 익숙하게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이겸……. 응! 그렇게, 아……!”
굵직한 성기가 끝까지 치고 들어와 우희의 안을 쿡쿡 쑤셨다. 내벽이 난 방향을 가늠할 필요도 없는 게, 이겸이 특정한 쪽을 자극하고 싶어도 안에서 움직이는 게 불가능했다. 완전히 넣는 것만으로도 여유가 없었다.
“핫, 아, 이겸, 읏……! 점점 거칠어지고…… 있잖아요. 아흣!”
“혹시 아프신 거라면―.”
“그건 아니지만요. 앗……!”
이겸이 우희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입을 맞추려나 싶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갔다. 우희의 귓불을 가볍게 깨문 그가 귀에 대고 속삭였다. 뜨겁고 짙고 탁한 음성으로.
“그렇다면 제가 늦출 이유가 없죠.”
“……응?”
이겸에겐 오늘이 처음이다. 난생처음인 이를 배려해 너무 심한 짓은 자제해야겠다던 색선의 결심이 무너지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자제는 무슨. 웃기는 소리. 정작 자제력이 필요한 쪽은 이겸이었다.
“이겸, 읏, 아, 앗! 이제 슬슬, 아! 끝내고 싶지, 않아요?”
“조금만 더요. 지금 너무, 좋아서.”
“으응……!”
반 시진 후.
“앙! 하읏……! 거긴, 흐!”
한 시진 후.
“얌전히 씻기로 했잖아요. 왜 손을 거기에……. 아…….”
둑이 터지다 못해 콸콸 흐르고 있었다.
* * *
깊은 밤.
한참 자는 줄 알았던 이겸이 대뜸 물었다.
“서문우란의 시에 나오는 선인이 그대였습니까?”
우희는 단잠을 자기 바빠서 즉각 답하지 못했다. 잠결에 닿은 이겸의 가슴을 흐뭇하게 주무르다가 ‘우으응.’ 하는 소리로 얼버무렸다.
“그럼 백일몽 장군도?”
“네.”
짧고 명료한 답에 이겸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우희는 단단한 가슴을 달래듯이 쓸어 주었다.
“이겸, 어쩔 수 없어요. 분하겠지만 너무 오래전 사람들이라서 부관참시도 못해. 옛날 옛적에 흙이 됐을걸요.”
그가 묘하게 날 선 목소리로 되받아쳤다.
“인간은 환생한다면서요.”
“저런.”
새로 습득한 지식을 그런 데에 적용하다니. 우희가 눈도 뜨지 않은 채 웃었다.
“환생하죠. 근데 당신 주변사람으로 다시 태어났으면 어쩌려고요. 가령…… 서문우란의 문재를 이어받은 장 책사라거나 백일몽이 울고 갈 위 장군이라거나?”
말하고 보니 썩 그럴듯했다. 잘 갖다 붙였다고 생각 중인 우희와 달리 이겸은 나름 충격에 빠진 모양이었다.
좋아. 이제 다시 자야지.
“늘 그랬듯이 본왕을 놀리려고 한 소리죠. 그렇죠?”
그렇다마다요. 우희는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노곤한 만족감이 다시금 우희의 사지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이겸의 음성이 의식 너머로 멀어졌다. 점점 더 아득히 들렸다.
“우희……?”
우희는 꿈도 꾸지 않는 단잠에 푹 잠겨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