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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신선-25화 (25/100)

25화. 첫 입맞춤

우희는 귀를 의심했다. 이렇게까지 야릇한 분위기가 잡혔는데 지금 진심으로 놀란 거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왜냐면 상대가 이겸이기 때문이다.

요즘 그가 도가 수련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은 알고 있었다. 동시에 이겸이 책 내용을 진짜 믿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이겸은 단왕비가 사고를 계기로 마음 붙일 곳을 찾다가 도가 사상에 빠졌다고 이해했다. 이제껏 외면해 온 그녀와 가까워지고 싶고, 좀 더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책을 파고들기 시작한 거다. 왕비가 입에 달고 사는 ‘양기’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필요가 있겠다 싶었던 거다.

우희는 진이겸이 딱 거기까지라고 생각했다. 이겸과 동침을 하긴 할 테지만 그건 우희의 유혹이 성공한 것이고 이겸 내면의 정욕이 발동한 것이지, 그가 이런 식으로 먼저 다가올 줄은 몰랐다.

‘어떤 노력을 해야 내 마음이 풀리겠냐고 물었지? 그 전에는 내가 자기한테 진짜 복수심을 품고 있는지 궁금해했고.’

갑자기 이전에 건녕각에서의 기억도 떠올랐다. 당시 이겸은 우희 때문에 마음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겸이 지었던 표정은 상당히 복잡하고 외롭고 쓸쓸했던 것 같다.

‘잠깐. 외로워했다고?’

우희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물론 속으로.

‘감정을 다스리는 데에 익숙한 사내가 내게 쓸쓸함을 비쳤다고?’

1만 년째 사는 생의 단점은 기억이 자꾸 깜빡깜빡한다는 것이다. 별로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그 즉시 머릿속에서 흘려보냈다.

신선을 만난 인간들이 입을 모아 ‘정중하지만 왠지 모르게 무정한 느낌’이라고 평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길어 봤자 90년을 사는 존재와 영생을 사는 존재 사이엔 넘을 수 없는 강이 있다.

우희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서 건녕각에서의 일 또한 크게 마음에 담아 두지 않았다. 하나 다시 생각 해보니 아차 싶었다.

‘우희야, 우희야. 중요한 실마리를 놓칠 뻔했구나. 선계를 떠난 지 얼마나 됐다고 ‘그걸’ 잊는단 말이냐.’

단순한 정욕으로부터 시작된 동침도 좋다. 양기를 얻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는 진실로 깊은 감정이 어우러진 동침과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그 감정은 사랑이어도 되고 분노나 원망처럼 어두워도 된다. 외로움은 아주 좋은 실마리였다.

‘이런 상태의 진이겸과 입을 맞춘다면?’

우희의 입안이 말랐다. 드디어 과실을 따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한편 고대하던 순간이 막상 다가오자 동침은 다음 날로 미루자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먹어도 달겠지만 세상엔 숙성이라는 방법이 있으니까.’

기다린 만큼 맛이 깊어질 터다. 무럭무럭 자라날 양기에 우희는 벌써부터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럼 오늘은 맛만 볼까?’

우희가 이겸을 보며 사르르 눈웃음을 지었다. 부채를 화장대에다 내려놓자 양손이 자유로워졌다. 섬섬옥수가 향할 곳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우희는 손끝으로 이겸의 턱을 들어 올렸다. 그는 우희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순순히 고개를 들었다. 이대로 입을 맞추나 싶을 만큼 가까이 다가갔던 우희였다.

부드럽게 다물린 이겸의 입술 위로 숨결을 흩어내더니 입술 틈새가 벌어진 순간 각도를 틀었다. 우희는 단단한 허벅지 위에 걸터앉았다. 그러고는 마치 고양이가 애정을 표시하듯 이겸의 뺨에 대고 자신의 볼을 비볐다.

고양이보다는 천천히, 덜 격렬하게.

그러자 입술 대신 서로의 뺨이 쓸리며 묘한 감각을 자아냈다.

우희가 이겸의 살결을 만끽하며 속삭였다. 달콤한 연기 같은 음성이 그의 고막을 파고들었다.

“전하.”

예상치 못한 귓속말에 이겸이 미미하게 움직였다. 우희가 소리 죽여 웃자 그것까지 모조리 전달됐다.

“힘을 흡수할 때 쓰는 기 운용법이 따로 있답니다. 전하께서 이를 배우신다면 앞으로 저와 함께할 때 음기를 취하실 수 있을 거예요. 하나 전하의 목적은 신선이 되는 게 아니라 제 마음을 여는 것이니 굳이 제가 가르쳐 드릴 필요는 없다고 봐요.”

우희의 손가락이 이겸의 귀에 닿았다. 귓바퀴를 따라 느리게 만지작대던 손은 이윽고 귓불에 다다랐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 도톰한 귓불을 끼우고 비비던 우희는 예고 없이 손톱을 세워 말랑한 살을 잡아당겼다.

따끔한 자극이 가시기도 전에 찾아든 것은 우희의 혀끝이었다. 그녀는 애가 닳아 없어지기 직전의 상태에 이를 때까지 상대를 한 걸음, 한 걸음 꼭대기로 밀고 갔다.

우희가 열기를 끌어올리는 동안 이겸은 앉은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진작 우희를 껴안을 법도 한데 귓속말에 반응한 것 말고는 미동조차 없었다.

동의 없이는 손을 대지 않는 것. 지극히 이겸다운 행동이라 흐뭇하였다.

이만하면 충분히 달아오른 것 같다. 우희는 슬슬 희롱을 멈추고 본격적인 흡수로 들어가고자 했다.

“……원하던 바를 충족하고 계십니까?”

갑자기 이겸이 물었다. 그가 입을 열자 이겸이 상당히 한계까지 내몰렸음을 알 수 있었다. 호흡은 흐트러지지 않은 대신 목소리가 탁하게 잠겼다.

“과연 이런 걸로 왕비께 도움이 될까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거요? 이런 게 뭔데요?”

우희가 이겸에게서 얼굴을 뗐다. 여전히 가까운 거리에서 두 시선이 마주쳤다. 그의 목 뒤로 팔을 교차시킨 채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상대는 즉시 우희가 진짜로 궁금해서 물은 게 아니란 사실을 파악했다. 이겸이 대답을 주저하는 기색을 비쳤다. 그리한 이유는 그가 이다음에 입을 열자마자 알 수 있었다.

“본왕…… 저만 좋은 일 같아서요.”

“풉.”

우희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기껏 끌어올린 분위기가 식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이겸이 대답을 주저한 이유도, 그러다가 나온 대답도 웃겼다. 우희는 그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한참 웃다가 고개를 들었다.

“좋으시구나?”

수려한 얼굴에 홍조가 확 번졌다. 이겸이 시선을 비꼈다. 우희는 그가 다시 자신을 보도록 했다.

“전하께선 제가 기쁜 것처럼 보이지 않으세요?”

이겸이 우희를 빤히 응시하더니 방금 웃으셔서 기분이 좋아 보인다고 답했다. 우희가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그 말인즉, 제가 수련 때문에 별로 기쁘지도 않은 일을 참고 한다는 거네요.”

작게 혀를 찼다.

“제가 알기로 보통 궁에서는 황자가 열서너 살이 되면 필요한 교육을 시키는데…….”

“수업 내용 중에 왕비를 기쁘게 해 드리는 방법 같은 건 없었습니다. 기쁘신지 아닌지 확인하는 방법도요.”

“하긴.”

우희가 빠르게 수긍했다.

“황자는 평생 남의 시중을 받는 존재인데 뭐 그리 수고로운 것까지 가르쳤겠어요. 첩 많이 들여서 후손 많이 봐라, 이랬겠지.”

딱히 할 말이 없어진 이겸은 그저 눈만 조용히 깜빡였다. 우희가 손가락으로 이겸의 입술을 톡톡 건드렸다.

“천만다행히도 전하께선 저를 만나셨으니까.”

우희는 미소를 거두지 않은 채 이겸에게 다가갔다.

“배운 대로 하셔도 좋아요.”

“배운 대로라면.”

“가만히.”

이겸의 입술 바로 위에서 우희가 말했다.

“얌전히 계세요. 이 몸이 알아서 받아 갈 테니.”

더는 미룰 이유가 없었다. 색선 하우희는 몸이 바뀐 이후로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웃고 떠들고 책을 읽고 황궁을 두 번이나 다녀왔으며 매끼 진수성찬을 먹었으나 늘 어딘가가 허전했다. 채울 수 없는 갈증에 허덕였다.

소천이 돌아온 후를 생각하니 단왕비의 외면을 하고서는 지나다니는 아무 사내나 잡아서 양기를 뽑아먹을 수가 없었다.

해답은 이겸뿐이었다. 우희는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입술을 겹쳤다. 겉은 매끄럽고 단단하면서도 힘주어 누르면 뭉개지는 이겸의 입술은 과일을 닮았다. 우희는 입술을 맞댄 채 입을 벌렸다. 우희와 닿아 있는 이겸의 입술도 저절로 벌어졌다.

먼저 이겸의 안으로 짧은 숨을 불어넣었다. 숨결 다음에 넘어간 것은 혀였다. 젖은 혀가 이겸의 고른 치아 사이로 들어가 물고기의 지느러미처럼 그를 휘감았다. 우희는 만족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이겸의 혀를 자극했다.

이 순간이 제일 좋았다. 혀와 혀가 처음으로 맞닿는 순간. 간지러움과 쾌감 사이에서 서로 촉촉한 살덩이를 문지르는 행위는 무엇보다 음란하기 짝이 없었다.

“아…….”

조금씩 고양되는 감각에 우희는 이겸에게 더욱 몸을 붙였다. 엉덩이에 깔고 않은 이겸의 것이 나무토막처럼 딱딱했다. 이것 또한 우희가 좋아하는 느낌이었다. 직접 넣고 흔드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옷 입은 채로 뭉툭한 자극을 주고받는 것도 짜릿했다.

게다가 몇 겹의 옷 너머로도 알 수 있을 만큼 이겸의 중심은 존재감이 뚜렷했다. 엉덩이 골에 끼우고 앞뒤로 비비면 저 위의 정점까지 한 번에 자극할 수 있었다. 굵은 압박감에 우희의 몸이 열렸다.

“하, 아……!”

양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희는 이겸의 몸에 대고 민감해진 가슴을 비볐다. 오뚝 솟은 유두를 이겸의 가슴팍에 대고 문지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게 좋았다. 교성이 터져 나오는데 두 입술이 떨어지는 찰나가 아까워서 속으로 삼켰다.

‘말도 안 돼.’

백 일 동안 물을 못 마셔서 바싹 마른 혀에 차갑고 맑은 이슬이 떨어진다면 바로 지금과 같은 느낌일 것이다. 이게 우희가 처음으로 이겸의 양기를 접한 소감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정순하기는 또 얼마나 정순하며 강하기는 또 얼마나 강한 기운인지.

정신없이 입술을 맞대는 와중에 단왕 진이겸은 평생 여색을 가까이하지 않았다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24년 동안 밀봉되어 있던 양기가 콸콸콸콸!

우희는 대상이 정해지지 않은 감사를 마구 흩뿌렸다. 벅찬 감동이 해일처럼 밀어닥쳤다.

‘자, 이제 그만 먹자.’

이성과 욕망이 치열하게 싸웠다. 몸을 뗀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아쉬워서 죽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래야만 했다.

처음으로 양기를 빨리는 이겸이 걱정되어서가 아니었다. 우희 자신이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딱 기분 좋을 만큼 넘어오고 있던 양기 뒤로 무시무시한 기운이 넘실거렸다. 지금까지 나눠 준 것은 우희를 홀리기 위한 미끼였을 뿐이라는 듯.

‘뭐야? 이거 뭔데? 잠깐, 아니, 잠깐만.’

맛있다고 계속 먹다간 큰일 날 것 같았다. 목마른 사람이 원하는 건 시원한 물 한 대접이지 물에 빠져 죽는 게 아니다. 우희는 필사의 인내심을 발휘해 입술을 뗐다.

오랜만에 양기를 취해서인지 눈앞이 핑 돌면서도 오색구름이 전신을 채우는 듯한 만족감이 일었다. 양기의 질도 훌륭하고, 양도 넉넉하며, 마음을 통하기 시작한 부부사이라 안정적으로 공급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이대로라면 소천을 만나러 가는 것도 오래 걸리지 않겠다. 우희가 장담컨대 계절이 바뀌기 전에 둘의 만남이 성사될 듯싶었다.

그때가 되면 소천은 예전의 섬약한 몸이 아닐 터다. 우희가 양기를 빨아들이는 족족 내공으로 삼을 테니, 앞으로 단왕비는 섣달그믐에 맨발로 돌아다녀도 감기조차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인연이로다. 수많은 인간 중에 유독 네 슬픔이 눈에 밟혀 일을 이런 식으로 진행하게 되었으니……. 내게 널 도울 힘이 있다는 게 다행이구나.’

몇 모금 뒤에 도사리고 있던 기운은 우희 자신의 통제력으로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방금처럼 적시에 몸을 떼면 되니까.

‘그리고 장륜언, 나를 가리켜 요물이라고 손가락질할 일이 아니다. 네 주군이야말로 요물 중에 요물이지 않니.’

우희가 배시시 웃으며 이겸의 품에 머리를 기댔다. 충만감에 저절로 몸이 그리 붙었다.

세상사 두고 봐야 알겠지만 진이겸은 다른 여인에게 눈을 돌리지 않을 성정이니 앞으로도 그는 단왕비만 보고 살 것이다. 이런 요물이 언제 다시 나올까 생각하니 벌써부터 아쉽고 눈앞에 삼삼한 기분이었다.

‘인간의 환생 주기 같은 게 있던가? 배운 지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나네. 품질이 이대로만 보존된다면 진이겸의 다음 생을 노려볼 법도 한데.’

소천이는 이번 생. 언니는 다음 생. 훌륭한 양기를 쪽쪽 빨아먹어요.

우희는 나중에 극락정으로 돌아가면 대사형에게 편지를 써서 물어보자고 생각했다.

“전하, 제가 움직이지 말라고 했지 말하는 것까지 금지하진 않았는데요.”

우희가 이겸의 옷깃을 장난기 가득한 손길로 건드리며 물었다.

“어째서 아무런 말씀이 없으세요?”

우리 이겸이 혹시 방금 전이 첫 입맞춤이었니? 그렇다면 얼이 빠질 만도 하지. 색선을 모신다는 것이 그런 뜻이란다.

우희의 웃음이 깊어졌다. 그녀는 꿀이 떨어지는 눈으로 이겸을 올려다봤다. 미소가 살짝 굳었다.

이겸은 줄곧 우희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그는 상대를 고요히 집어삼키기 직전의 분위기를 풍겼다.

입술을 뗌으로써 봉인했다고 여긴 기운이 이겸의 눈을 통해, 젖은 입술을 통해, 떨리는 숨결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싹했다.

“본왕은 정말 움직이면 안 됩니까? 아주…… 조금도?”

이번엔 우희가 말없이 눈만 깜빡일 차례였다.

“앞으로도 왕비께서 양기를 취하실 때마다 오늘처럼 미동도 않고 있어야 할까요?”

“꼭 그, 그런 건 아니지만.”

“어디까지 가능하죠?”

이겸이 득달같이 물었다. 우희가 한계를 정해 주는 즉시 모든 것을 되돌려줄 기세였다.

안녕하세요, 거기 천계죠? 여기는 인간계인데요. 전 어쩌다 인간 몸에 들어온 색선이고, 지금 그 인간의 남편 품에 안겨 있는데요. 이자가 절 유혹해서 죽이려고 합니다. 아뇨, 무기는 없고요. 그냥 이 사람 자체가 무기예요. 살아 있는 무기. 저 좀 구해 주세요.

‘욕심 부리다가 양기에 잠겨 죽게 될 거야.’

우희가 침을 꼴깍 삼켰다. 마침 이겸의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무의식중에 혀끝으로 입술을 핥는 게 보였다. 색선의 동공이 커졌다.

요오오오물.

“말해 주세요, 왕비. 본왕은 궁금한 것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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