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화 내가 너를 미워하게 됐을 때 (6)
2018.10.18.
국왕은 혈족의 죽음을 애도하며 가브라인 공작의 장례를 위해 하사품을 보냈다. 참으로 뻔뻔한 작태였다.
국왕에게 분노가 일었으나 칼리드는 그것을 애써 가라앉혀야 했다.
그도 알고 있었다. 다음 차례는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국왕이 마음만 먹으면 그는 언제든 살해될 것이다.
칼리드는 죽은 가브라인 공작이 너무나 부러웠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죽어 편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언제 도살될지 몰라 두려움에 떠는 가축이 되는 것은 이제 너무나 지겨웠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자결하면 되지 않을까? 어렸을 적엔 죽는다는 게 무서웠다.
그 미지의 세계로 가는 것은 너무나 두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무섭지 않았다. 어쩌면 에스텔의 말대로 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칼리드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신관이 머뭇대며 유언장을 주었다.
칼리드는 그것을 바라보다 눈을 크게 떴다. 그러다 그의 입가에 허탈한 미소가 서렸다.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 이것을 유언이라고 남긴 것인가. 가브라인 공작이 남긴 유언은 너무도 간단했다.
―가브라인 공작의 가주, 나 일카이 가브라인은 칼리드 가브라인과 에스텔 슈페르트의 혼인을 허한다. 그 누구도 에스텔 슈페르트의 신분을 문제 삼을 수 없으며, 이들이 원한다면 그 누구도 이 결혼을 막을 권리가 없다.
겨우 에스텔과 자신의 결혼을 허락한다는 게 유언이라니!
가브라인 공작은 칼리드의 마음을 알고 있었던 것인가?
가브라인 공작과 자신은 거의 교류가 없었다. 심지어 칼리드는 자신이 에스텔을 좋아한다는 것 역시도 늦게 자각했다.
한데 자신조차 늦게 자각했던 감정을, 어떻게 알고 결혼을 시키려 한단 말인가. 차라리 처음부터 그러려고 했다는 쪽이 설득력 있었다.
‘잠깐, 처음부터?’
그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왜 가브라인 공작은 에스텔이 여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데리고 있었던 것일까? 심지어 그는 에스텔에게 검까지 알려주었다.
가브라인 공작은 분명 여자는 검을 드는 데 적절치 않다고 말하던 사람이었다.
귀족과 가신들의 반대를 무릅쓰면서 에스텔을 데리고 있었던 건 확실히 이상했다.
그는 가브라인 공작이 다른 뜻이 있었음을 생각했다.
정말로 저 유언이 마지막이란 말인가.
저 유언의 뜻은 무엇일까. 칼리드는 몸을 일으켜 혹시나 가브라인 공작이 남긴 말이 더 없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그는 검소했으며, 심지어 죽기 며칠 전에는 죽을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그럼 그렇지. 칼리드는 한숨을 내쉬며 공작의 집무실을 둘러보다 문득 어머니의 초상화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빼다 박았다는 초상화 속 어머니는 자신을 보고 미소 짓고 있었다.
예전, 국왕이 자신을 낳은 죄로 어머니를 죽였다는 말을 했다. 그렇다면 죽어가면서 어머니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자신을 원망하진 않았을까?
그런 생각 때문에 칼리드는 어머니의 초상화를 그때 이후로 단 한 번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그런 어머니의 초상화를 집무실에 걸어두고 보곤 했던 아버지.
아버지는 어머니를 사랑했을까?
그는 금색 액자 한 귀퉁이가 색이 바랜 것을 보고 쓰게 웃었다.
그러다 문득 그는 액자가 비틀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칼리드는 자신도 모르게 액자 쪽으로 다가갔다.
그가 액자를 다시 고정시키려고 잡자, 칼리드는 자신이 손을 댄 부분과 색이 바랜 부분이 일치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에 칼리드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액자를 벽에서 떼어냈다. 그러자 뒤에 네모 모양으로 파여 있는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공간 안에는 곱게 접힌 편지봉투가 빼곡하게 쌓여 있었다.
그가 슬쩍 건드리자 쌓인 편지가 우르르, 모두 바닥으로 쏟아졌다.
칼리드는 한숨을 내쉬며 그 봉투를 집어 들었다.
—나의 아내, 페넬로페에게.
이것은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죽은 자신의 아내에게.
이것을 읽어도 되는 것일까. 이것은 가브라인 공작의 비밀스러운 마음이었다.
그러나 대화가 거의 없었던 아버지의 본심을 알 수 있는 기회였다.
칼리드는 편지를 들어 읽기 시작했다.
편지는 그리 길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브라인 공작은 그 종이를 적어서 꼼꼼하게 접어 봉랍까지 찍어 이곳에 보관했다.
마치 하늘에 있는 아내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처럼.
칼리드는 그 편지를 읽고, 또 다른 걸 집어 들어 읽었다.
쏟아진 탓에 순서가 뒤죽박죽이었다.
그러나 이 편지들을 읽고 알 수 있었던 것은 단 하나였다.
검에 미쳤다는 가브라인 공작은 아내를 잃고 그리움에 미쳐 갔던 한 인간일 뿐이었다는 것을.
—오늘도 당신이 없는 하루가 우울하기만 하오.
당신은 내가 식사를 항상 거른다고 걱정했지. 그래서 이제 식사만은 거르지 않고 있다오.
며칠 전 칼리드가 처음으로 검을 잡았소. 당신의 얼굴을 쏙 빼닮아 나약할 줄 알았는데, 검을 잡는 매무새가 생각보다 쓸모가 있어 보였다오. 당신이 보면 정말로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오.
기특하다며, 장하다고 그 아이를 칭찬해 주고 싶었지만 스스로에게 한 맹세를 지키기 위해서 그럴 수는 없었소.
내겐 너무도 과분한 당신, 대체 왜 꽃다운 나이에 내게 와 이렇게 가버린 거요?
당신은 조금 더 나은 남편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릴 권리가 있는데 말이오.
왜 모든 걸 알면서 내게 와준 거요?
당신을 마음에 담은 만큼, 당신을 잃은 나는 하루하루 숨을 쉬기가 버겁다오.
칼리드만 없었다면 나는 그때 당신을 따라갔을 거요.
—꽃이 지더니 이파리가 돋아났소. 비가 내리는 걸 보니 이제 여름이 시작되었소.
당신은 여름을 가장 좋아했지. 특히나 비 내리는 날을.
칼리드도 비 내리는 날이 좋은 모양이오. 그날은 아무것도 안 하고 창밖을 바라보다 얌전히 책만 읽는다고 하오.
나는 검사들은 책을 읽는 걸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아닌 모양이오. 칼리드는 잘 해내고 있소. 똑똑하다고 칭찬이 자자하오.
—칼리드가 살아 돌아왔소. 아마 당신이 지켜주기 때문이겠지. 아니면 에스텔, 그 녀석이 지켜주었던지.
이렇게 그 녀석의 귀환에 안심하는 걸 보면, 내가 스스로에게 한 맹세는 절반은 깨진 모양이오. 참으로 한심하고 못난 아비요.
—에스텔을 데려온 건 잘한 일 같소. 글쎄, 칼리드 그 녀석이 그놈과 주먹질을 했다지 뭐요. 칼리드 그 어른스러운 녀석이 그렇게 골이 난 표정을 하다니. 웃음을 참느라 혼이 났소.
—다음 생애에 우리 다시 만난다면, 그땐 내 모든 걸 다 바쳐서 당신을 지키리다. 내 태생이 저주받아 내 아들도, 당신도 지키질 못하니, 내 죽음으로 모든 것이 지켜지길 바라오.
나는 결국 맹세를 어기지 못해 미련이 남았지만, 절반은 지켰으니 이젠 됐소.
칼리드는 고통스럽게 눈을 감았다. 가브라인 공작, 자신의 아버지가 스스로에게 했던 맹세는 무엇이었을까. 칼리드는 그것이 궁금했다. 그래서 또다시 편지를 집어 들었다.
—이 녀석들이 드디어 기사가 되었소.
에스텔은, 칼리드의 곁에 꼭 붙여놓을 생각이오.
칼리드가 그 아이를 좋아하는 것 같으니, 내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는 것 같소.
에스텔은 당신처럼 꽃과 같은 여린 이가 아니니, 능히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을 거요. 어쩌면 에스텔이 칼리드 녀석을 지켜줄지도 모르지.
평민과 맺어진다면 국왕 역시도 안심하겠지. 평민의 피를 가진 이가, 정통성을 가질 리가 없으니.
이로써 칼리드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거요. 저 녀석들이 서로를 바라볼 때가 되면, 그땐 내가 직접 맺어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말이오.
맹세에 대해 찾으려던 칼리드는 그제야 에스텔을 왜 데려왔는지 알았다.
그제야 그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시체를 보고도, 그를 땅에 묻고도 보이지 않던 눈물이.
칼리드는 입술을 꽉 깨물고 흘러나오려는 울음을 삼켰다.
그는 숨을 몇 번이고 헐떡였다. 그러곤 그 편지들을 모두 모았다.
더는, 더는 알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가 죽은 어머니에게 품은 애정이 얼마나 거대했는지, 자식인 칼리드를 얼마나 아꼈는지. 그리고 그가 스스로에게 했던 맹세가 무엇인지.
몇 개의 편지만 봐도 그 짙은 감정이 또렷이 드러나는데, 이 거대한 감정을 알게 된다면 그나마 견딜 수 있었던 그의 죽음을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괜찮다. 이미 예상했던 헤어짐이다. 그러니, 괜찮다. 어차피 우린 남보다도 못한 사이였으니까.
그는 비틀거리며 벽난로로 걸어갔다. 그리고 불을 붙여 그것들을 모두 태워 버렸다.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살기 위한 그의 선택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계속해서 입을 틀어막았다.
에스텔을 데려온 것은 아버지의 선택이었다. 자식은 자신처럼 외롭지 않게 하려고, 여린 자신의 아내처럼 허망하게 잃지 않게 하려고 에스텔을 고른 것이다.
칼리드의 곁에 있는 유일한 사람으로서, 에스텔은 가브라인 공작이 그에게 남긴 가장 귀중하고 소중한 보물이었던 것이다.
칼리드는 애써 울음을 참았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이런 죽음 따윈 견뎌낼 수 있다고 자신에게 되뇌면서. 그렇게 생각하니 제법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칼리드의 머릿속엔 난생처음 자신을 안아주던 공작이 떠올랐다.
“네 어미를 지키지 못해서 미안하다. 사랑해 줄 수 없어서 미안하다. 앞으로도 너를 사랑할 수 없어서 미안하다.”
그렇게 말하는 아버지는 눈물을 보였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 했음에도 어째서인지, 칼리드는 그가 스스로에게 했던 맹세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고 생각했다.
***
“칼리드?”
칼리드는 에스텔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여기에.”
“어떻게 여기는 개뿔! 아저씨 장례식인데 당연히 나도 와야지.”
칼리드는 에스텔이 행여나 가브라인 공작의 죽음이 석연치 않다는 것을 눈치챌까 봐 그녀를 떼어두고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이곳으로 온 모양이었다.
“내가 장례식 준비 도와줄게. 아, 아니, 나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낫나?”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머리가 맑게 개는 것 같았다. 그는 ‘장례식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에스텔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그걸 본 에스텔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너 괜찮아?”
“응, 괜찮아.”
에스텔은 그 얼굴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알잖아, 아버지는 검에 미쳐서 원래 날 거들떠보지도 않으셨던 거. 별로 슬프지도 않아.”
“그렇구나.”
그녀는 낮게 가라앉은 한숨을 내쉬었다.
“에스텔, 나는 정말로 괜찮아.”
“알아, 네가 나한테 거짓말을 할 리가 없잖아.”
그녀는 칼리드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녀는 칼리드를 너무 쉽게 믿었다. 심지어 그의 입에서 나온 괜찮다는 말도 믿었다.
사실은 괜찮지 않다며, 무너져 내리고 싶었다. 그러나 무너져 내린다면, 어쩌면 자신은 에스텔에게 모든 진실을 말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 거짓이 진실보다 더 커져 버렸고, 더 이상 되돌아올 수 없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그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그는 심혈을 기울여 그녀에게 거짓을 말해왔고, 거짓된 세상 속에 살게 했다.
칼리드는 두 팔을 뻗었다. 그러곤 에스텔을 껴안았다.
에스텔은 조용히 눈을 감고 칼리드의 등을 토닥였다.
“이젠 너와 나 둘뿐이구나.”
칼리드가 속삭이자 에스텔이 고개를 끄덕였다.
“칼리드, 기억나?”
“뭐?”
“예전에 했던 말 말이야. 우리가 전사가 되고 죽어서 별이 되자는 약속.”
“기억나.”
“약속했으니, 내가 널 떠날 리는 없을 거야. 그리고 죽어서도 우린 다시 만날 거고.”
칼리드는 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여전히 별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아스트라의 품에 안긴 전사가 되자고, 지금 이 순간까지도.
그는 지금 쓰러지고 싶은데, 에스텔은 일어나 걸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칼리드는 그녀가 원망스럽기 시작했다. 그래서였다. 그녀를 더욱 꼭 껴안았다. 그러곤 충동적으로 입을 열었다.
“에스텔, 내가 말이야, 사실은…….”
“국왕 전하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어.”
그때, 에스텔과 칼리드의 입이 동시에 열렸다.
칼리드의 목소리는 작아서 에스텔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에스텔의 목소리는 칼리드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칼리드는 멍한 표정을 지으며 에스텔로부터 몸을 뗐다.
방금 자신이 무슨 짓을 할 뻔했나. 에스텔은 국왕을 믿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자신이 어떻게 사실을 말하겠는가.
에스텔은 자신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칼리드, 뭐라고 했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칼리드는 입을 다물었다. 에스텔이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
“괜찮아질 때까지 같이 있어줄게.”
“…….”
“칼리드, 나는 널 소중한 친구라고 생각해. 너는 내 생에 만난 사람 중 가장 좋은 사람이야.”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자신을 ‘친구’라고 말했다. 아니야, 에스텔. 나는 너를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아. 칼리드는 말하고 싶었다.
어째서 우리 둘 사이에 어떤 가능성도 너는 생각하지 않는가.
“너는 내 목숨을 바쳐도 될 사람이야.”
에스텔은 말을 이었다. 너무나도 굳건한 신뢰와 애정.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애정이 아니라는 것에 칼리드는 절망했다. 그러면서도 ‘목숨을 바쳐도 될 사람’이라는 말에 희열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한다.
“나도 마찬가지야, 에스텔.”
칼리드가 쓰게 웃었다.
“그러니, 언제나 함께하자.”
칼리드는 에스텔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에스텔 역시 그 손을 꽉 잡아왔다.
“너만 있으면 돼. 정말 상관없어.”
아버지가 유일하게 자신에게 남긴 유산.
언제나 함께하며, 죽어버린 어머니와 다르게 스스로를 능히 지킬 수 있는 사람.
그러나 칼리드는 품 안에 있는 이 사람이 미워졌다.
에스텔은 자신을 믿는다. 칼리드를 가족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칼리드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의 마음을 의심하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조금은 자신을 의심하고, 자신에 대해서 알아봐 주면 안 되는 것일까? 왜 에스텔은 항상 옆을 보지 않고 달려 나갈까?
자신은 이렇게 봐달라고 하는데. 칼리드는 그녀의 찬란함과 올곧음이 원망스러웠다.
정작 그녀를 그렇게 만든 것이 자신임을 알면서도. 단 한 번쯤은 멈춰 서서 자신을 바라봐 주길 원했다.
“에스텔.”
네가 미워.
하지만 널 사랑해.
그는 또다시 자신의 마음을 숨기며 에스텔을 끌어안았다.
그렇게 칼리드는 자신이 품어왔던 에스텔에 대한 미움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미움 역시도 그가 에스텔에게 느낀 지독한 사랑의 결과물이었다.
그녀를 미워하기 시작했을 때, 칼리드는 자신의 안에서 낮게 일렁이는 지독한 사랑을 느꼈다.
이것은 지나가는 바람과도 같은 감정이 아닌 운명이었다.
언젠가 다가올지도 모르는 죽음 속, 그에게 조금이나마 남을 행복을 감히 꿈꾸며 칼리드는 절망하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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