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기사가 레이디로 사는법-170화 (170/173)

#170화 내가 너를 미워하게 됐을 때 (5)

2018.10.15.

마음을 깨닫게 된 칼리드는 환희하면서 조용히 절망했다.

친구이자 가족 같은 사이.

곁에 있는 게 너무나 당연해서 떨어지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사이.

언뜻 보면 영원불변할 것 같은 안정된 관계였지만, 칼리드는 그것이 모래성 위에 쌓인 덧없는 관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에스텔은 그 어떤 진실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칼리드는 그녀를 속였다. 그녀가 진실을 알고 선택할 기회를 애초에 차단했다.

왜 하필 너일까.

칼리드는 자신의 마음을 부정했다.

너무나 오래 함께 있었기에, 그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마음일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주변에 있는 이성이 에스텔밖에 없기에 그런 거겠지.

다른 사람을 만나 연애를 하면 어떨까.

기사가 되어, 수도에 올라온 그는 본격적으로 연애를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생각보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가 많았다.

어머니를 빼다 박은 섬려한 외모와 더불어 기사로서 단련된 몸에 여자들이 열광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가 국왕에게 미움을 산 가브라인 가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꽤나 스스럼없이 다가왔다.

그는 생각보다 자신이 이성에게 매력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 매력은 에스텔에게 통하지 않았다.

에스텔은 칼리드가 이성과 교제하는 것을 보아도 별다른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녀는 언제나 검을 휘둘러 정진하는 것이 목표인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질투를 느끼지 않는다.

아마 그가 결혼을 한다고 해도, 그녀는 똑같은 태도를 보이겠지. 아니, 진심으로 축하해 줄 것이다.

그것에 칼리드는 절망을 느꼈다.

지금껏 자신이 한 행동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 역시 깨달았다.

이것 역시도 그녀에 대한 마음을, 심지어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라 사랑받길 원하는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는 여자들과 교제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

세월은 흘러갔다.

예상한 대로 국왕은 칼리드와 에스텔을 목숨이 위험하며 군공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임무에만 파견했다.

그것에 싸늘히 냉소 짓는 칼리드와 다르게, 그녀는 기사로 일하는 것이 기쁜 것 같았다.

에스텔을 보면 그림으로 그린 듯한 기사 같았다. 사람들을 위해 검을 들었고, 주어진 상황에 어떠한 의심조차 하지 않으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칼리드는 그렇게 에스텔 옆에서 필사적으로 같이 뛰었다. 혹 뒤에 있으면 에스텔이 그를 두고 가버릴까 봐.

그리고 에스텔의 옆에서 같이 뛰노라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영웅처럼 장대하게 최후를 맞이하여, 하늘에 아로새겨진 별이 된다면, 그럼 나름 괜찮은 인생이리라. 그렇게 착각할 수 있었다.

에스텔은 참으로 아름답고 찬란한 존재였다.

문제는 그것을 다른 사람들도 알기 시작했다.

왕궁에서 평민 여자가 기사가 되었다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녀를 비난했는가.

그러나 그 비난이 잠재워진 이유는 비단 국왕의 강력한 비호 때문만이 아니라 그녀의 실력과 태도 때문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녀를 우습게보면서도 한편으론 경외했다.

칼리드는 그것이 못 견딜 정도로 역겨웠으나, 애써 눌러 참았다.

에스텔의 세상을 망가뜨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했고, 에스텔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에스텔의 옆에 있으면, 칼리드는 자신의 고통스러운 세상을 공유하고 싶은 충동과 싸워야 했다.

에스텔이 이 사실을 안다면 무언가 해주지 않을까. 그를 벗어날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

그는 나약했고, 이 어둡고 무서운 세상에서 함께할 사람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것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더러워서 못 해먹겠네, 진짜!”

에스텔이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일이야?”

“동료 기사놈들 말이야. 이번 건국일 행진에 자기들끼리 나가는 걸 나한테 숨겼지 뭐야!”

“…….”

“걔들 변명이 뭔 줄 알아? 날 위해서 그랬대.”

“에스텔, 그건 네가 혹시 마음이 상할까 봐…….”

“자기네끼리 쉬쉬하는 게 더 기분 더러워! 그날, 나만 비번이라고 밖으로 내돌릴 때부터 알아봤어!”

에스텔이 울컥한 듯 소리쳤다. 그러던 그녀가 생각이 난 듯 눈을 가늘게 접으며 물었다.

“설마, 너도 숨긴 건 아니겠지?”

칼리드는 빙그레 미소 지었다.

“설마, 난 너도 참여할 거라고 생각해서 말하지 않았던 거야.”

거짓말이었다.

칼리드는 에스텔이 행진에서 제외되었다는 걸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그 역시도 에스텔이 상처 입을 것 같아서 숨겼던 것이다.

“됐어. 네가 내 성격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숨길 사람도 아니니까. 화풀이 미안.”

에스텔은 누그러진 표정으로 말하자 칼리드가 피식 웃었다.

“웃지 마!”

“화풀이해서 미안하다면서 왜 화를 내.”

“화풀이해서 미안하다는 거지 화풀이를 안 할 거라는 소리는 아니거든.”

에스텔이 씩씩거렸다.

“그게 그렇게 화가 날 일이었어?”

“아까도 말했지만 날 바보 취급 한 거니 당연히 화가 났…….”

“너를 위해서 숨긴 거잖아. 그 녀석들도 나쁜 의도는 없었을 거야.”

“의도가 어찌 되었든, 적어도 숨기지는 말았어야지! 그건 날 바보 취급 한 거야!”

“…….”

“나는 바보 취급이 제일 싫어! 끝이야. 그놈들하고는, 끝!”

“끝이라니?”

“내 마음속에서 끝.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면 계속 숨길 거라는 소리인데. 내가 그 녀석들을 어떻게 신뢰하는 동료로 여길 수 있겠어?”

“그렇다면 에스텔, 네게 무언가 숨기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과는 언제나 그렇게 끝낼 거야? 설령 널 위해서 그렇게 했다는데도?”

“무언가를 숨기거나, 거짓을 말하는 게 어떻게 날 위한 거야? 그건 날 위하는 게 아니야. 왜냐면 내가 그렇게 느끼니까.”

“…….”

“그리고 나를 위한다는 것도 개소리인 게, 그냥 나를 속이는 것도 본인의 마음이 편하고자 그런 거잖아? 그게 자길 위한 거지 어떻게 날 위한 거야.”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그녀의 말은 틀린 게 없었다.

저런 작은 일에도 에스텔은 화를 내며 끝을 말한다. 그렇다면 엄청난 일을 저지른 자신을 에스텔이 과연 용서해 줄까? 너를 위한 거라는 변명 역시도 단칼에 잘려 나갈 것이 뻔했다.

그녀와 함께 살아오면서 그녀에게 비밀로 한 일, 거짓은 점점 쌓여만 갔다.

국왕과 가브라인 공작가의 관계, 기사가 된 것이 국왕의 비틀림 때문이라는 하잘것없는 이유, 목숨을 잃을 뻔한 것은 결국 자신 때문이라는 것.

에스텔은 아무것도 모른다. 가브라인 공작은 그녀에게 검 이외에는 가르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예의를 모르며 정치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그저 주어진 명령에 따를 뿐.

그러나 그 명령을 내리는 국왕은 어떠한가.

칼리드는 국왕이 나라를 잘 다스리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귀족들은 탐욕스러웠고, 때문에 나라는 피폐해져 갔다. 그것을 묵인하는 것은 국왕이다. 그것을 알게 된 에스텔이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

“너는 안 그럴 거지?”

에스텔의 물음에 칼리드는 눈을 떴다. 신뢰를 담은 눈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연하지.”

칼리드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비밀들을 평생 간직하기로 하며.

***

“할아범!”

“그래, 어서 오거라.”

“몸도 안 좋은데 잘 지냈어? 어디 돌아다니는 건 아니지?”

“그래, 잘 지냈다.”

국왕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칼리드는 가만히 서서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았다.

칼리드는 항상 의문을 가졌다. 왜 국왕은 에스텔의 무례를 방관하는가?

그들의 대화는 너무나 소소했다. 에스텔은 국왕의 건강을 염려하는 잔소리를 했고, 심지어 맡은 임무가 너무 위험했다며 투덜거리기도 했다. 그녀의 투덜거림을 국왕은 미소를 지으며 들어주었다.

“그래서 군화에 구멍이 뚫렸다니까! 기사의 군화에 구멍이 뚫리는 게 말이 돼? 그거 분명히 구두장이들이 예산을 뜯어먹은 게 분명하다고.”

“그래, 새 군화는 지급하도록 하마. 짐은 잠깐 가브라인 공자와 할 이야기가 있으니 먼저 나가보겠느냐?”

“알았어. 몸 관리 잘하고, 너무 열심히 일하지 말고, 알았지?”

“알았다니까.”

국왕의 말에 에스텔이 웃으며 바깥으로 나가자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싸늘한 침묵이 자리했다.

국왕은 왕좌에 등을 기대며 한참 동안 칼리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를 관찰하듯이.

한참 후에 그가 입을 열었다.

“이번에도 살아 돌아왔더구나.”

“…….”

“참으로 질긴 목숨이로고. 네 아비나 너나 지긋지긋하구나.”

“…….”

낮게 가라앉은 음성은 에스텔을 대할 때의 음성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낮게 가라앉았다.

국왕은 대놓고 가브라인 공작과 자신을 죽이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다.

“아까부터 보아하니, 짐이 왜 저 아이를 아끼는지 궁금한 모양이더구나.”

칼리드는 그 말에 부정하지 않았다. 정말로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국왕이 에스텔에게 보내는 호의의 정체가 무엇인지.

국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

“아무것도 모른다. 복잡한 정치도, 귀족의 놀음도. 분수에 맞게 평민 여자에게 던져진 기사라는 직위에 만족하며, 되바라져서 더 큰 걸 원하지 않는다.”

“…….”

“짐을 위해 검을 드는 기사라니, 곁에 두고 보기 좋지 않으냐. 나는 에스텔만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거짓도, 가식도 없거든.”

“…….”

“심지어 그 두 눈. 그 눈을 보면 아낄 수밖에 없더구나.”

그것은 공교롭게도 칼리드가 에스텔을 좋아하는 이유와 비슷했다.

칼리드는 그 혐오감을 애써 억눌렀다.

“한 나라의 국왕인 내가, 평민을 그렇게 가까이에서 볼 기회는 흔하지 않지. 나를 경외하는 시선을 느낄 때마다 나는 이 나라의 왕으로서 살아 있음을 느낀다.”

국왕은 빙그레 웃었다. 칼리드는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고개를 들어 말했다.

“그렇다면 에스텔은 그대로 둘 수도 있지 않습니까. 왜 그 아이마저 위험에 처하게 두신 겁니까?”

“무언가를 착각하는 모양이로구나.”

“…….”

“사냥개의 목숨을 걱정하는 사냥꾼도 있더냐?”

“……!”

그에 칼리드의 가슴이 선뜩해졌다. 국왕이 에스텔을 어떻게 아끼는지 바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있어 에스텔은 주인에게 충성하는 충견에 불과했다.

아무리 그 개를 아끼더라도, 위험한 사냥터에 데리고 나가 사냥을 시킨다. 설령 그 개가 목숨을 잃어도 잠시 동안 아쉬워하며 애도할 뿐, 그저 그뿐인 것이다.

“왜 이런 일을 제게 말씀하시는 겁니까.”

칼리드의 덤덤한 표정을 보며 국왕이 미소를 지었다.

“그저,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나는 그 아이를 매우 아끼고, 계속 곁에 둘 생각이라는 것을.”

“…….”

“그러니 계속 입을 다물고 있거라. 모든 것을 알게 된다면, 그 아이를 죽일 수밖에 없지 않으냐.”

“…….”

“혹시 아느냐? 짐이 너와 그 아이만은 살려줄지.”

칼리드는 어째서인지 불길함을 느꼈다. 왕의 말에 가브라인 공작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칼리드는 애써 불안감을 억눌렀다.

***

“가브라인 공작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맨 처음 그것을 들었을 때, 칼리드가 들었던 첫 생각은 ‘결국’이라는 것이었다.

결국 국왕은 가브라인 공작을,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기에 성공한 것이다.

그 사실을 확인했을 때 느꼈던 것은 안심이었다.

그의 불길함은 결국 이렇게 실현되었던 것이다.

마물을 퇴치하다가 죽은 가브라인 공작. 참으로 명예로운 죽음이었다.

영지로 내려가 시신을 보러 갈 때까지도 그는 가브라인 공작의 죽음을 인지하면서도, 그것을 실감하지 못했다. 마차 안에서 그는 계속해서 괜찮다고 되뇌었다.

이미 예상했다. 그리 놀랄 것도 없다. 어차피 서로 간에 살뜰한 부자 사이는 아니었지 않나?

슬퍼할 필요도 없다. 그저 국왕의 눈에 들지 않게 요란스럽게 슬퍼하지 말고 조용히 장례를 치르자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어째서인지 기분은 가라앉았고, 칼리드는 피로함을 느꼈다.

그의 처참한 시신을 눈으로 봤을 때, 칼리드는 그제야 이 사람의 죽음을 실감했다.

마지막으로 만났던 게 언제더라?

기사 서임을 받고 나서 정식으로 근무하기 전 에스텔과 한 달간 왔다 갔을 때가 마지막이었다. 그 한 달마저도 대화는 거의 하지 않았다.

수도에 올라가서는 심지어 편지조차 주고받지 않았다. 그들의 부자 관계는 참으로 삭막했다. 그래서 그렇게 슬프지도 않았다.

참으로 덧없는 인생이었다.

아내를 국왕에게 잃고 그 국왕에게 비굴하게 빌어 목숨을 연명하다 결국 죽임을 당하지 않았는가. 칼리드는 불쌍한 그 남자를 서늘하게 비웃었다.

한때 얼샤에서 최고의 검사라고 불리던 기사, 일카이 가브라인.

아직도 그는 기사다운 강건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래 검은색이었던 머리는 대부분 하얗게 새어 있었다. 그의 고단한 생애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칼리드는 그것을 보며 문득 울컥, 하며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왜, 아무것도 하지 않으셨던 겁니까!”

왜 날 지켜주시지 않았습니까! 왜 그렇게 어리석게 당하고만 살고 계셨습니까!

알고 있었다. 이미 칼리드 역시도 알고 있었다. 가브라인 공작은 하지 않은 게 아니라 할 수 없었다.

국왕은 가브라인 공작을 지나치게 경계하고 있었고, 그 주변에 위치한 영지를 모두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어놓아 반란에 대비했다. 심지어 영지와 공작 성안에 자신의 사람들을 풀어놓아,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가브라인 공작이 조금이라도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면, 그 모두가 그를 반역죄로 몰아 처형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거대한 영지 대부분을 파비아누스에게 헌납하고, 후계자를 가지는 조건으로 아내를 잃었으며, 또 그 자식 역시 볼모처럼 왕실기사가 되어 임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을 살해할 도살장인 곳으로 몇 번이고 향할 수밖에 없었다.

허울 좋은 왕족이었지만 그의 생애는 어떠한가.

그는 살아도 산 게 아니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리다가 결국 예정된 죽음을 맞게 된 것이다. 그는 가브라인 공작의 시신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두 눈은 홉떠져 있었으며 그의 복부는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상처가 나 있었다.

그의 몸은 마물에 찢긴 이의 몸이 아니라, 누가 봐도 검으로 상처를 입은 이의 몸이었다.

어차피 사람은 죽는다. 국왕이 자신들을 죽이리라는 것은 이미 예상하는 바였다. 그렇다면 적어도…….

“조금 편한 얼굴로 죽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이제야 쉴 수 있으시지 않습니까. 대체 뭐가 아쉬워서 눈을 감지 못한 것입니까.

칼리드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가브라인 공작의 눈을 감기려 했다. 그러나 굳어버린 시체의 눈은 감기지 않았다.

결국, 가브라인 공작은 마지막까지 마음 편히 죽지 못한 것이다.

이로써 그는 마지막 혈육을 잃었다.

칼리드는 계속 되뇌었다.

견딜 수 있다. 슬프지 않다. 더 이상 이것을 마음에 두지 말자.

그는 계속해서 아버지의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넘기려 애썼다. 그를 더 이상 동정하지 말며, 그의 죽음에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고. 그것이 그의 마음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dark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