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기사가 레이디로 사는법-146화 (146/173)

#146화 이슈타르

2018.07.23.

루시펠라의 말에 회의장 안에 한참 동안 싸늘한 침묵이 자리 잡았다. 그 정적을 깨뜨린 것은 이드리스 공작의 커다란 웃음소리였다.

“하하하하하!”

이드리스 공작의 웃음에 다른 이들이 따라서 웃기 시작했다. 회장이 전부 웃음바다가 되었다.

“정말 웃기려고 작정했군! 정말 우스워 죽겠어! 그렇지 않나?”

이드리스 공작이 동의를 구하듯 칼리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칼리드의 얼굴은 창백하게 굳어 있었다.

“저는 반대합니다. 아이딘 백작과 신전 측에서 이미 인정한 사실입니다. 저는 대리인의 자격이 있습니다. 신관들께서도 어서 말씀해 주십시오.”

칼리드의 말에 신관들이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했다. 그들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헛기침을 했다.

“아이딘 영애, 아이딘 백작께서는 이미 의사를 밝히셨습니다. 아이딘 백작가의 대리인은 칼리드 루이르크입니다. 이는 정해진 사실로 아이딘 영애도 바꿀 수 없습니다.”

한바탕 떠들썩한 이야기가 끝나고 다시 진지한 대화가 오가기 시작했다.

루시펠라 아이딘이 한 행동은 지극히 우스꽝스러운 촌극이었다. 귀족들은 이때까지만 해도 오늘 있었던 일을 소문거리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루시펠라 아이딘은 그에 굴하지 않았다.

“누가 대리인의 자격을 거부한다고 했습니까? 대리인의 자격은 그대로 두십시오, 신관님.”

루시펠라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주장하는 건, 대리인의 자격이 아니라 제 작위입니다. 제 작위는 그대로 받고, 추후 제가 죽을 시 대리인을 루이르크 각하가 되면 되지 않겠습니까? 제 아버지는 작위를 누구에게 물려줄지에 대해 유언장에 적지는 않았습니다.”

그녀의 말은 옳았다. 아이딘 백작이 언급한 것은 ‘대리인’에 대한 부분이었다. 아이딘 가의 작위를 누가 계승하느냐는 결정되지 않았다.

“그건…… 아이딘 백작은 영애가 후에 낳으실 후계자에게 작위를 물려주실 생각이었기 때문입니다. 여기 보면 영애가 후계자를 낳을 때까지만 대리인의 자격이 유효하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작위를 물려받고, 제가 그 ‘후계자’를 낳을 때까지 루이르크 공작 각하께서 대리인의 자격을 얻는다고도 해석이 되는군요.”

그녀의 말에 신관이 할 말을 잃은 표정을 했다.

“영애, 지금 영애가 주장하는 건 신전의 방침과 어긋나는 것입니다. 여성이 작위를 물려받아도 된다는 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신전에서 ‘여자가 작위를 물려받으면 안 된다’는 법이 있었습니까. 제 짧은 지식으로는, 그런 법은 없다고 알고 있는데요.”

“…….”

“만약, 그런 법이 있다면 저기 계시는 얼샤의 라흐시 공작의 작위를 인정해 주는 것은 왜입니까?”

사람들의 시선이 앉아 있는 라흐시 공작에게 집중되었다. 라흐시 공작은 입꼬리를 들어 올리더니 그 시선을 여유롭게 받아들이며 말했다.

“제가 물려받은 작위는 엄연히 얼샤의 법에 따라 정식으로 계승된 것입니다. 제가 작위를 승계받았을 때 신전에서도 이를 허하였습니다. 신전은 모두를 똑같이 아스트라의 자손이라고 하는데, 저는 되고 아이딘 영애는 안 된다니 제가 알던 규율이 다른 겁니까?”

라흐시 공작의 말에 신관이 분노한 듯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그건 예외로 인정된 것뿐입니다! 신전에서는 여성을 적당한 적임자로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은 다시 루시펠라를 바라보더니 애써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어투로 말하기 시작했다.

“영애를 생각해서 하는 말입니다. 이건 너무나 위험하고 무모한 짓입니다.”

“루이르크 공작께 모든 것을 맡기십시오. 레이디께서 영지전을 일으키다니, 이 얼마나 무모한 짓입니까.”

“신전 측에서는 영애가 공동 대리인을 지지하거나 단독 대리인을 지정하더라도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또한 대리인이 바뀌어 영애가 가진 어려움에 대해서도 최대한 들어주고, 중재해 주겠습니다. 모두 다 영애를 생각해서 하는 말입니다.”

적당히 합의하고 넘어가겠다는 소리였다. 신전은 여성의 작위 세습이라는 것을 찬성한다는 것으로 보이는 일종의 ‘덤터기’를 쓰고 싶지 않아 했다.

루시펠라가 차갑게 굳은 얼굴로 물었다.

“그렇다면 신전 측은 제가 작위를 주장하며 벌일 영지전을 반대한다는 말이겠군요. 제가 전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이기 때문에.”

신관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동의한다는 말이었다. 그에 테미르와 이드리스 공작이 미소를 지으려는 순간이었다.

그때, 루시펠라가 서늘하게 눈을 빛내며 황제를 바라보며 말했다.

“폐하, 자격이 없는 자들이 신을 모시는 신관이라 외치며 이곳을 어지럽히고 있나이다! 저들을 이곳에서 쫓아내 주소서!”

루시펠라가 손을 들어 신관들을 가리켰다. 모욕을 당한 신관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신관들이 무어라고 말하려 했지만, 황제의 입이 먼저 열렸다.

“자격이 없다니?”

황제의 흥미롭다는 물음에 그녀가 신관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스스로의 신을 부정하고 있지 않습니까? 저런 자들이 어찌 신을 믿고 따르는 신관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그에 귀족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신관들에게 자격을 논하다니, 지금 아이딘 영애가 제정신인가? 그들은 벌어진 일들을 믿을 수 없었다.

혼란스러운 귀족 중 라흐시 공작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제드 역시 얼굴을 찌푸린 채 루시펠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 무슨! 아이딘 영애 이게 무슨 무례요!”

“지금 신전을 무시하는 것이오?!”

신관들이 펄펄 뛰기 시작했다. 그에, 루시펠라가 서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지금 신관들께서는, 이슈타르가 전쟁의 여신이라는 것을 잊고 계시는 겁니까?”

그 말에 신관들이 경악하여 입을 다물었다.

이드리스 공작과 칼리드 루이르크의 눈치를 본 나머지 루시펠라의 말에 걸려들었던 것이다.

여자는 전쟁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전쟁의 ‘여신’ 이슈타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말이었다.

“남신 아레스를 몰아낸 것은 이슈타르이며, 이슈타르는 전사들의 수호자이며 모든 이를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이슈타르와 똑같은 여자인 제가, 대체 왜 전쟁을 치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까?”

신관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깨달았다. 차라리 입을 다물어야 했다.

현재 그들로서는 루시펠라의 작위 계승 요구를 거부할 어떠한 명분도 존재하지 않았다. 여자이기 때문에 안 될 거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너무도 성급한 행위였다.

“여, 영애는 여신이 아닙니다!”

신관들이 발악하듯 말했다. 그에 루시펠라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당연한 소리를 하십니까? 전쟁을 치르는 남자들 모두 이슈타르가 아니듯 저도 이슈타르가 아닙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묻는 듯한 시선에 루시펠라가 풀어 말했다.

“여자인 제가 전쟁을 할 수 있는 것이 제가 신에 버금가는 능력을 갖춰야 할 정도로 그렇게나 대단한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남자들은 모두 ‘이슈타르’가 될 수 있는 겁니까?”

그 말에 신관들은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여기서 무슨 말을 해도 그녀에게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신관 중 한 명이 무언가 더 말하려는 신관의 어깨를 잡았다.

“영애의 말, 잘 알아듣겠소. 영애의 의사를 존중하리다. 아이딘 백작가의 작위 승계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겠소.”

그 대답을 들은 루시펠라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가장 큰 방해물이었던 신전을 침묵하게 했다. 이로써 첫 번째 작전은 성공이었다. 그녀는 이오지프를 슬쩍 쳐다보았다.

이오지프는 과연 대단한 사람이었다. 신관들이 어떤 말을 할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가 말해준 대답을 그대로 외워 읊으면 되었다. 루시펠라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황제를 올려다보았다.

“그렇다면, 제가 폐하께 말씀드리는 일만 남았군요.”

루시펠라와 바이두의 두 눈이 마주쳤다. 황제의 얼굴이 빛을 머금고 루시펠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힘 있는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전쟁에서 진 기사들은 목을 내놓습니다. 저 역시 제 목을 내걸고자 합니다. 만약 패배해 제가 죽는다면, 아이딘 백작가는 사라지고 가까운 친지인 이드리스 공작께 모든 것이 넘어가게 되겠지요.”

“그렇다.”

그에 이드리스 공작이 눈을 번쩍이며 칼리드 루이르크를 보았다.

이드리스 공작은 아이딘 백작가의 대리인 자격을 칼리드가 중간에서 강탈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칼리드가 그에게 우호적이었지만, 그 대리인에 대해 자신들에게 숨겼다는 것은 크게 불쾌한 일이었다. 후환이 될 싹은 남겨두지 않아야 한다.

그에게는 아이딘 백작가의 유산이 꼭 필요했다. 왜냐하면 공작령의 주 수입원이었던 은이 고갈되었기 때문이다. 아이딘 백작, 그 얼간이의 광산은 그에게 마련된 선물과도 같았다.

루시펠라의 말을 듣고 깨달았다.

좀 번거롭지만 영지전을 벌이면 될 일이 아닌가.

생각해 보면 패배할 리가 없는 싸움이었다.

이드리스 공작령과 아이딘 백작령은 그 규모와 인구수가 큰 차이가 났다. 게다가 상대는 계집이다. 드레스와 보석 종류나 줄줄 외울 레이디 나부랭이가 전쟁에 대해 무엇을 알겠는가.

더군다나 영지전에서 승리한다면 아이딘 백작의 죽음에 대해 의혹을 제기할 인간이 모두 사라지며, 아이딘 가의 재산을 합법적으로 쟁취하는 것이다. 지금 무례하게 덤비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 저 멍청한 여자 쪽이었으니.

이드리스 공작은 테미르를 바라보았다. 테미르의 눈이 휘어져 있었다.

그도 비슷하게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 역시도 입가에 서린 미소를 애써 참았다.

고지가 눈앞이다.

저 건방진 계집년을 혈육이라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루이보스 같은 어리석은 놈을 혈육으로 생각하지 않듯이.

그저 그는 저 건방진 년이 애걸하는 모습을 보고 싶을 따름이었다.

죽이는 것도 나쁘지 않으나, 살려서 지옥을 보여주는 것도 좋겠지. 그리고 자신은 조카와 함께 이 나라의 가장 높은 곳에 오를 것이다. 선대 하인트 공작조차도 오르지 못했던, 그런 높은 자리를 말이다.

그의 두 눈이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폐하.”

이드리스 공작이 황제를 바라보았다. 저 병든 늙은이는 자신의 아버지처럼 참으로 끈질기게 살고 있었다. 그러나 상관없다. 허리를 숙이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이드리스 가에서는 그 신청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이드리스 공작이 대답했다.

“안 됩니다!”

칼리드가 소리쳤다. 그에 황제가 칼리드 루이르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루이르크 공은 불만이 많아 보이는군.”

그에 칼리드가 초조한 표정으로 말했다.

“폐하, 이것은 아이딘 영애더러 죽으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딘 백작령의 병사를 차출해도 기껏해야 이천오백에서 삼천이 될까 말까 합니다. 이드리스 공작의 병사 수는 적어도 이만입니다!”

약 열 배 정도 되는 압도적인 차이.

사람들이 그에 다시 한 번 루시펠라가 벌인 일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짓인지 깨달았다.

“아이딘 영애, 당장 그만둔다고 말해. 지금 제발, 여기서 멈춰!”

칼리드가 소리쳤다. 그 애타는 얼굴을 보며 사람들은 칼리드 루이르크가 결국 이성을 잃고 말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가 보더라도 칼리드가 루시펠라에게 보내는 시선은 예사롭지 않았다. 언제나 부드럽게 웃던 칼리드의 가면은 이미 깨졌고, 이성을 잃은 듯 초조한 얼굴만이 남아 있었다.

“저는 제 선택을 무를 생각이 없습니다. 폐하께서 말씀하신 제 능력을 입증할 기회니까요. 만약 패하여 죽더라도 후회는 없습니다.”

그녀가 처음으로 칼리드를 마주하며 말했다. 그녀를 바라보는 칼리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짙은 감정이 그들 사이에 오갔다.

사람들이 서로 눈짓을 교환하며 저 남녀를 바라보았다. 한눈에 봐도 보통 사이는 아닌 듯했다.

바로 앞에서 그들의 보고 있던 제드의 얼굴이 서늘하게 굳었다.

칼리드가 더 말하려고 할 때 이오지프가 입을 열었다.

“이러면 어떻습니까? 군사 수 차이가 너무 나니, 이드리스 공께서도 이기셔도 명예롭지 못한 승리라는 소리를 들을 겁니다. 그렇다면 출전할 군사 수를 줄이는 게 어떨까요?”

“좋은 생각이다, 아우야. 나도 그리 생각했단다.”

테미르가 히죽거리며 말했다. 그는 이 상황이 아주 재미있는 듯했다.

“한, 오천 정도로 줄이면 어떻겠습니까? 너무 큰 군사를 움직이는 것도 제국에 불안감을 조성하고 비용만 많이 들 테니까요, 아바마마.”

오천이라고 해도 자그마치 두 배였다. 두 배 차이가 나는 군사를 대체 무슨 수로 이길 수 있단 말인가. 사람들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테미르의 제안에 황제가 이드리스 공작을 보며 물었다.

“공의 생각은 어떤가?”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저 역시 명예로운 승리를 원하니까요.”

이드리스 공작은 여전히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그에 황제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긴 듯 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러더니 황제는 루시펠라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흔들림 없는 눈으로 황제를 응시하였다.

그 시선은 맑았으며, 한 점의 두려움도 없었다. 웬만한 사내보다 더 마음에 드는 눈이었다. 그녀의 어머니, 루아나보다 더 단단하게 벼려진 눈.

황제는 귀족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그대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그에 라흐시 공작이 손을 들었다. 황제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 재클린 라흐시 발언합니다. 아이딘 영애, 아니, 아이딘 백작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그녀는 자신이 가문을 이끌 자격이 있음을 증명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녀의 말에 황제가 라흐시 공작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말했다.

“공은, 그래, 잘 기억하고 있다. 공은 얼샤의 한 부분을 잘 다스려 주고 있지.”

“마땅히 해야 할 의무를 하는 것뿐입니다.”

라흐시 공작의 말에 황제가 흡족한 듯 웃었다. 그리고 더 의견이 없냐는 듯 귀족들을 둘러보았다.

그에 이드리스 공작 일파 귀족들이 모두 손을 들어 찬성의 의사를 내비쳤다.

이오지프의 신호에 머뭇거리는 듯하던 중소 귀족들 역시 손을 들어 찬성의 표시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황제의 시선이 제드에게 닿았다.

“하인트 공작의 생각이 궁금하군.”

그녀의 전 약혼자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사람들의 호기심을 담은 시선이 그의 얼굴에 날아와 꽂혔다. 제드는 그 시선을 묵묵히 받아들였다.

그는 루시펠라를 알 수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루시펠라는 어째서인지 황제를 올려다보며 그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제드가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가 스스로 선택한 일입니다. 설령 죽음을 택하더라도 제가 반대할 이유는 없습니다.”

어투와 말에서 느껴지는 묘한 싸늘함에 사람들이 눈빛을 교환했다.

그 말에도 루시펠라는 여전히 제드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것을 본 황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루시펠라 아이딘은 오늘부로 아이딘 백작의 작위를 승계받는다. 단, 이것은 아이딘 영애가 스스로를 증명할 때까지 임시적으로 얻는 작위로 가문의 주인 자격을 준 것일 뿐, 유언으로 후계자를 지목한다거나 아이딘 가에 대한 재산은 함부로 처분할 수 없다.”

즉, 그녀의 백작 작위는 인정하되 실질적 권한을 모두 소유한 것은 아니라는 소리였다.

그에 이드리스 공작의 얼굴에는 미소가 서렸다.

“아이딘 가와 이드리스 가의 영지전을 허한다.”

루시펠라는 그 말에 의연히 눈을 감고 무릎을 꿇었다. 이렇게 또 하나의 불꽃이 맹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

회의가 파하고 돌아가는 길, 루시펠라는 회랑을 걷고 있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싫기에 그녀는 일부러 사람이 없는 곳으로 돌아가 가고 있었다.

새파란 하늘을 보며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오지프는 약속대로 군사 수를 반으로 줄여주었다. 이것으로 승산이 올라갔다.

아직도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자신이 이룩한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그녀는 해냈다. 해낸 것이다.

이제 돌아가서 전략을 짜야 한다. 앞으로 해야 할 것들을 머릿속에 점검하며 루시펠라는 생각에 잠겼다.

그때, 누군가가 루시펠라에게 다가왔다. 생각에 잠겼던 그녀가 놀라 고개를 들다 이내 미소를 지었다.

“제드.”

오랜만에 보는 그의 얼굴이었다. 그러나 제드의 표정은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

#d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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