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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사가 레이디로 사는법-84화 (84/173)

#84화 불청객

2017.12.18.

황태자의 패악에 클로렌스가 놀라 흠칫했다.

루시펠라는 클로렌스가 해럴드 때문에 이런 종류의 행동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클로렌스의 팔을 잡고 마주 보며 괜찮다는 미소를 지어주었다.

황후가 황태자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 찰나, 클로렌스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황후 폐하,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게 어떨는지요?”

그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클로렌스를 향했다. 모든 이의 시선이 부담스러울 텐데도 클로렌스는 의연한 표정으로 황후를 보며 말했다

“이곳 정원도 운치가 있지만, 폐하께서 제게 말씀하시던 황후궁 내의 사루비아홀이 궁금해요. 그 방 전체가 대리석으로 이루어져서 여름에도 그리 시원하다지요? 그럼 뜨거운 차도 금방 식을 거예요.”

클로렌스를 마주 보던 황후는 이내 무엇이 생각난 듯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군요.”

황후는 고개를 돌려 준비를 명했다.

황태자는 당최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클로렌스의 말은 들으면 차가 뜨거우니 꼭 시원한 방으로 옮기자고 배려를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떤 의도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기에, 황태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면 준비가 되기까지 시간이 소요되겠군요. 우리 모두 휴게실에 가는 게 어떻습니까. 그곳에서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지요.”

그 말에 루시펠라는 클로렌스가 무슨 의도로 이런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

자리를 옮기려면 시간이 든다. 황후궁의 휴게실은 보통 황후가 여는 이런 작은 규모의 티 파티를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그리고 그곳에 출입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여자들뿐이다.

황궁의 여자가 외간 남자를 들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설령 여성만 출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더라도, 여자들이 쉬고 있는 곳에 남자가 가기는 다소 민망한 구석이 있었으므로 황태자는 그곳에 들어갈 수 없었다.

클로렌스는 ‘자리를 옮기자’는 그 한마디로 황태자를 배제했던 것이다.

루시펠라는 그에 속으로 감탄했다. 어떻게 그 짧은 순간 이런 생각을 했지? 그리고 클로렌스의 의도를 알고, 휴게실로 자리를 옮기자는 황후의 순발력 역시 대단했다.

아직 황태자는 이들이 자리를 옮긴다는 것 자체가, 자신이 배제된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전하, 그곳은 여성들밖에 갈 수 없는 곳이에요.”

멜로즈가 황태자에게 말을 건넸다. 루시펠라는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냥 얌전히 입을 다물고 있지 여기서 그 말을 굳이 꺼내서 황태자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멜로즈의 말에 황태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지금 자신이 무슨 취급을 받았는지 깨달은 것 같았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친애하는 어마마마, 지금 이게 무슨 짓입니까?”

황태자의 어조는 지나치게 불손했다. 황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보이는 대로, 자리를 옮기려는 것뿐이랍니다. 태자께서는 따로 쉬다가 오시면 될 것 같군요.”

어느 누구도 이런 모욕을 당하고도 멍청이처럼 다른 곳에서 쉬다가 티 파티에 참여하진 않을 것이다. 이미 이 티 파티는 참여가 아니라, 주도하는 게 누구냐의 주도권 싸움으로 변해 있었다.

“지금 이오지프 녀석이, 머리가 좀 컸다고, 이 나를, 무시하는 겁니까!”

루시펠라는 황태자의 상태가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 황후를 존중해야 한다는 최소한의 이성조차 없어 보였다.

지금 황태자는 상당히 초조해 보였다.

황태자는 황후에게 다가갔다. 키가 큰 남자가 버럭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그에 루시펠라와 클로렌스를 비롯한 몇몇 여자가 황후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지금, 그대들까지 날 무시하는 건가!”

황후가 초대한 이들은 모두 유력 가문의 여자들이었다. 이런 이들에게 이렇게 무례하게 나선다면 그에게 좋을 것은 없었다.

왜냐하면, 이제 안하무인으로 행동해도 이들에게는 2황자라는 ‘다른’ 선택지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루시펠라가 찬웃음을 지었다.

“테미르, 몸이 좋지 않은 것 같군요. 이만 돌아가셔서 쉬는 게 어떨는지요.”

“감히 내 이름을 부르다니!”

황후의 말에 그의 표정이 일변했다. 그가 테이블보를 잡아당겼다.

테이블 위에 있던 디저트와 차가 쏟아지고, 홍차의 빨간 물이 하얀 테이블보 위를 물들였다.

“꺄악!”

그에 영애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티 파티가 완전히 망쳐졌다.

그때 루시펠라는 황태자가 클로렌스에게 시선을 주는 것을 보았다.

“참으로 건방진 계집년 같으니라고!”

황태자의 눈빛을 본 클로렌스가 흠칫했다. 황태자는 클로렌스로 목표를 바꾼 모양읹니 그녀에게 곧장 다가갔다.

“영애가 그렇게 가벼운 사람일 줄은 몰랐어. 그런 앙큼한 구석이 있었다면 진즉 영애에게 다가가 볼걸, 아주 후회가 된단 말이야.”

황태자는 키득거렸다.

“황후 폐하 앞에서 무례한 행동을 삼가주세요, 전하.”

클로렌스가 단호하게 말하자 그가 이를 갈았다.

“네가 건방짐이 도를 넘었구나, 어? 네가…….”

루시펠라가 클로렌스와 그 사이에 섰다.

“루시.”

이 미친 자식은 자신의 권위와 남자인 자신의 폭력적인 행동이 여자들에게 위협이 된다는 걸 알고 이러는 것이다. 루시펠라는 그런 행동을 혐오했다.

그녀가 앞으로 나서자 사람들의 이목이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몇몇 영애는 안심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루시펠라가 나서자 황태자가 의외라는 얼굴을 하더니 부드럽게 웃었다.

“오랜만이야, 아이딘 영애.”

루시펠라가 대답 대신 그를 노려보자 황태자 피식거리며 웃었다. 그러다 그는 돌연 얼굴을 일그러뜨리더니 이를 갈며 말했다.

“정말이지 여기저기서 건방지게 설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루시, 너는 믿는 구석이 있나 보지?”

“…….”

“하인트 공작을 만나고 나서 어떻게 내게 단 한 번도 연락이 없을 수 있어? 내게 사랑을 증명한다고 호수에 뛰어들었던 너 아니야?”

“사랑을 증명하라고 호수에 뛰어들라고 말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어리석은 짓은 더 하지 않기로 했거든요, 전하.”

루시펠라가 입술을 비틀어 올리며 말했다. 루시펠라의 말대답에 황태자는 피식 웃었다.

“듣자 하니 칼리드 루이르크가 네게 구애한다는 것 같은데. 다들 내가 가졌다 버린 여자에게 왜 이렇게 관심이 많은 건지 원.”

그가 위협적으로 한 걸음 다가왔으나 루시펠라는 물러서지 않았다. 다만 조용히 경멸의 눈빛을 보낼 뿐이었다.

“대답해 봐, 루시. 나 안 보고 싶었어? 아닌가? 내가 로에르 영애와 약혼하려고 해서 그렇게 화난 거구나, 그렇지? 참 귀엽네.”

황태자가 손을 뻗어 루시펠라의 뺨을 쓰다듬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손을 쳐냈다.

“상대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접촉은, 분명 무례한 일이라고 배웠는데요, 전하.”

루시펠라의 음성에 그가 가소롭다는 웃음을 지었다. 루시펠라는 그의 손이 비정상적으로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보았다.

“이젠 네가 그런 말까지 할 정도란 말이야? 정말 세상이 다르게 흘러가는 걸 느끼는군. 어제 말이야, 아바마마께서 내게 황태자 자리를 내려놓으라고 그랬거든. 날 곧 폐위한다고.”

뭐? 사람들이 서로의 얼굴을 보았다. 그런 말이 돌았던가?

루시펠라가 슬쩍 황후를 보자 그녀 역시도 놀란 표정이었다.

풀려 있는 듯한 동공, 덜덜 떨고 있는 손, 분별없는 말까지, 황태자는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었다.

“내가 그래서 생각해 봤어. 그랬더니 모든 일이 다 네가 호수에 떨어지고 나서부터인 거야.”

“…….”

“다 네 짓이지?”

루시펠라는 황태자의 숨소리가 다시 빨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분노가 가득한 눈으로 루시펠라를 보며 소리쳤다.

“네가 공작에게 일러바친 거야? 공작이 아바마마를 움직인 거지?!”

그가 루시펠라의 손목을 낚아챘다. 미처 피할 새도 없이 그녀는 손목을 잡혔다. 손에 힘을 주어 빼내려고 했지만, 손목이 부러질 것처럼 아팠다.

“네 아비는 날 위해 그렇게 노력하는데 말이야! 어?!”

“이거 놓으……!”

“하인트 공작이 널 참 아끼나 봐. 둘이 벌써 밤이라도 같이 보냈나 보지? 네가 아주 마음에 들었나 봐?”

엄청난 모욕의 말이었다. 그 말에 황후가 얼굴을 굳히며 소리쳤다.

“이 무슨 망발입니까, 테미르! 얼른 영애를 놓아주고 사과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기사들을 부르겠습니다.”

“사과? 사과는 이 여자가 해야지. 감히 황족의 몸에 손을 대고 말이야! 어차피 황족모독죄로 죽여 버릴 여자야!”

루시펠라는 이 힘겨루기에 짜증이 났다. 당장에라도 저 급소만 차면 해결될 일인데 영 답답했다.

그러나 그녀는 황족모독죄가 무엇인지 이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지 않을 분별력은 있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머리를 차갑게 식혔다.

루시펠라가 고분고분해지지 않자 황태자가 이를 갈았다.

“루시, 하인트 공작이 널 언제까지나 사랑해 줄 것 같아? 그놈이 너랑 내가 어떤 밤을 보냈는지 안다면 어떻게 될 것 같아?”

“테미르!”

“네 몸 어디에 점이 있는지, 네 피부가 얼마나 하얗고 부드러운지, 네가 어떤 소리로 울부짖는지 말이야. 내가 이 말을 한다면 공작도 널 버리게 될걸?”

그의 발언은 점점 수위가 높아지며 더욱더 노골적이고 원색적으로 변했다.

이 새끼가 진짜! 진짜 이걸 그냥 들어야만 해?

“그놈은 네 처음을 모르잖아?”

“처음?”

“그 밤 말이야! 너도 기억하지? 넌 싫다고 도망가면서 울며 앙탈을 부렸지. 그때 너는 아주 까다로웠지만, 그게 볼만했어. 그놈은 네 우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모를 거야.”

싫다고 도망치면서 울었다고?

루시펠라는 눈을 커다랗게 떴다. 그 말이 주는 의미가 너무나 명확해서 그녀는 할 말을 잃었다.

그 말을 저 남자는 저렇게 당당하게 한단 말인가?

루시펠라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든 이들이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심지어 멜로즈마저도.

루시펠라는 과거를 더듬어보았다. 테미르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루시펠라의 머릿속에는 테미르와의 기억이 흐릿했다.

루시펠라는 이 사실을 깨닫자마자 마치 도움을 주듯, 알아달라고 속삭이듯 머릿속에서 기억이 떠올랐다.

아무런 경계심 없이 따라갔던 휴게실. 거부하자마자 돌변했던 황태자. 그녀는 도망을 치며 비명을 질렀고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그녀를 도와주지 않았다.

그 방에서 기억나는 것은, 원치 않음에도 접촉한 신체와 고통, 번들거리는 저놈의 눈빛이었다.

왜 이게 이제야 떠오른 거지? 그때 루시펠라가 된 에스텔에게 가장 먼저 떠오른 과거의 기억은, 황태자에게 당한 배신에 대한 비참함과 절망뿐이었다.

한데 이것보다 ‘배신’이 중요했던 거야?

왜 이런 일을 당하고도 루시펠라는 황태자를 사랑한 거지? 흘러들어 온 루시펠라의 감정을 보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린 루시펠라에 대해 떠올리자 그녀의 속이 메스꺼워졌다. 그녀는 주먹을 꼭 쥐며 말했다.

“전하, 그게 그렇게 좋으세요?”

루시펠라는 황태자에게 벗어나려고 힘겨루기를 했던 손의 힘을 풀었다.

그 고분고분함에 황태자는 미소를 지었다.

“제 알몸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게, 그렇게 대단한 제 약점이라도 잡은 것 같으세요? 그냥 저랑 잠자리를 했다는 게 그렇게 흠이 될 일인가요?”

단 한 점의 흐트러지지 않은 그녀의 얼굴을 보고 의기양양하게 웃던 테미르는 당황했다.

보통 굴욕감에 몸을 떨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루시펠라는 그게 대체 뭐가 대수냐는 표정이었다.

“제 피부는 원래 하얗고 부드럽고, 등 뒤와 가슴 아래 작은 점이 있어요. 저는 우는 모습만이 아니라 원래 예뻐요. 그런데 그게 뭐가 어때서 지금 커다란 치부라는 듯 제게 말씀하시는 거죠?”

“너, 너…….”

“전하는 제게 폭력을 썼다는 걸 과시하는 건가요? 그게 그렇게 자랑스러운 일인가요?”

황태자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예상과는 다른 그녀의 당당한 태도에 그는 이를 악물었다.

본디 수치를 주려고 해도, 그 상대가 수치심을 느끼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법이었다.

“너, 계집이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지!”

“부끄럽지 않아요. 그리고 제 약혼자에게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지요. 왜냐면 제 약혼자도 못지않은 무수한 역사가 있다고 알고 있거든요.”

“무슨 말을…….”

“제 약혼자의 전 애인이 그런 말을 하면 가소롭다고 생각할 거예요. 제 약혼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분명히 구질구질하며, 자기 자신에게 얼마나 자신이 없으면 이런 말을 해대나 생각할 텐데 말이에요.”

“너!”

루시펠라는 이제 와서 그의 기분을 맞춰줄 생각이 없었다. 그는 이미 그녀의 명예에 작정하고 흠집을 냈기 때문이다.

루시펠라가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황태자를 바라보았다.

황태자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너, 내가 황제가 되면 반드시 죽이고 말 거야!”

황태자의 고함이 울려 퍼졌다. 그는 루시펠라의 손목을 잡은 채 마치 저주를 퍼붓듯 말했다. 그가 고함을 치자 독한 술 냄새가 확 풍겼다. 입 냄새나. 루시펠라가 그 와중에도 생각했다.

“죽이는 것도 곱게 죽이진 않을 거야. 세상에서 가장 비참하게 만든 채로 내 친히 너를 천천히 죽여줄 거다.”

그 살벌한 말에 사람들이 차마 황태자를 말리지 못한 채 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러나 루시펠라는 한쪽 입꼬리만 들어 올려 황태자를 차게 비웃었다.

본래 하룻강아지가 요란하게 짓는 법이라고 했다. 저런 놈이 황제가 될 리가 있겠는가.

루시펠라의 조소에 이성을 잃은 황태자는 손을 치켜들어 내려쳤다.

그러나 루시펠라는 아주 가볍게 그 손을 피했다. 황태자는 그에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황태자에게 팔을 잡힌 루시펠라 역시도 덩달아 몸이 기울어졌다.

몸에 중심을 잃은 그녀는 누군가 자신을 허리를 단단히 끌어안아 잡아주었다는 것을 느꼈다.

클로렌스인가? 아니, 그녀라기엔 허리를 감은 손길이 지나치게 단단했다.

루시펠라가 뒤를 돌아보자, 제드가 자신을 끌어안고 있었다.

제드를 보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

제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무언의 시선에서 위압감이 뿜어져 나왔다. 무표정이 더 무섭다더니, 정말로 그랬다. 그것은 황태자 역시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갑자기 어디서…….”

“황후 폐하와 황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그의 인사는 이 어수선한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깔끔하며 품위 있었다.

검은색 제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아 그는 황실에서 일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괜찮아?”

“응.”

루시펠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드는 다행이라는 듯 작은 한숨을 내쉬더니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제 약혼녀에게 지나치게 무례하시더군요.”

“하인트 공, 대체 언제부터 서 있던 거지?”

제드의 물음에 대답하는 대신 황태자는 다시 다른 질문을 했다.

루시펠라는 갑자기 나타난 제드에 황태자가 당황한 상태라는 것을 알았다.

“아까부터.”

“아까라니.”

“전하가 제 약혼녀를 모욕할 때부터 말입니다.”

제드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와 동시에 은은한 살기가 흘러나왔다.

루시펠라는 제드의 얼굴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는 정중함을 가장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여기서 황태자를 죽일 정도의 살의를 억누르고 있었다.

#d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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