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화 귀환
2017.11.06.
그린힐의 성문이 가까워지자 제드는 말을 더욱더 빠르게 몰았다.
그 모습을 본 버나드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사랑에 빠진 자는 원래 저런가?
하루 빠르게 도착하거나 늦게 도착하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수도에 있는 아이딘 백작 영애가 사라질 리도 없는데 대체 왜 서두르는 것인지.
버나드는 지나치게 서두르는 제드의 모습에 지난날 고생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성문을 지나자, 문을 지키고 있던 1기사단 기사들이 내려와 그를 맞이했다.
“단장님!”
눈에 띄게 반가워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제드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나 빨리 와주시다니, 정말 감사드립니다.”
평소 그는 기사단 업무를 보지 않아 기사단원들과 데면데면한 사이였기에, 이런 열띤 환영 인사는 반갑기는커녕 꺼림칙할 뿐이었다.
“수도에 무슨 일이라도 벌어진 건가?”
제드의 물음에 그들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시선을 교환하다가 겨우 말을 꺼냈다.
“어떤 일이 벌어진 건 아닙니다. 다만, 이럴 때 단장님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라서…….”
“‘이럴 때’라니?”
제드의 물음에 기사들이 다시 서로 눈치를 보았다.
그들은 제드가 궁금해했던 수도의 정황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이들은 폭풍 전야와도 같은 수도의 정세에 휘말릴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제드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1기사단이 충성을 맹세한 이는 미래의 황제가 아닌 황가와 황제 폐하다. 흔들리지 말도록.”
제드는 그들의 어깨를 툭 두드리며 자리를 떠났다. 그에 기사들의 표정이 감동으로 물들었다.
버나드는 억울한 표정으로 제드를 보았다. 만약 자신이 저 기사들처럼 행동했으면, 또 머리는 머리카락 키우는 화분이냐, 이런 것 하나에도 중심을 못 잡냐는 핀잔을 들었을 것이다.
지금 그의 관대한 태도를 보아 그는 아이딘 백작 영애를 만날 생각에 기분이 좋은 게 분명했다.
“단장님, 거긴 백작저 쪽이 아니잖습니까…….”
“여기서 별로 멀지 않으니 한번 돌아보지.”
제드는 기사들이 말한 이야기에 흥미가 생긴 모양이다. 아이딘 백작가에 바로 달려갈 줄 알았는데, 이런 이성도 있나 보군.
버나드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그를 따랐다.
그들이 향하는 곳, 문제의 수도 서부는 그의 예상과는 달랐다.
그들이 하인트 공작령에서 보고를 받았을 때는 모든 것이 다 타서 까맣게 재가 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장면은 결코 그런 절망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겨우 한 달이 지났는데 이 정도면 금세 복구가 되겠군요.”
“그 녀석이 첫발을 내디딘 것치고는 화려하군.”
제드가 중얼거렸다.
“이오지프 녀석이 이곳에 어마어마한 기부금을 냈다지?”
“네, 분명 그 기사들은 2황자 전하라고 말했습니다.”
산불 때문에 거의 다 타버린 상업 구역은 이오지프가 갑자기 들고 온 어마어마한 기부금 덕분에 빠르게 원상태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제 시간과 노력만 들인다면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모양인지, 사람들의 얼굴에는 절망 따윈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그 녀석이 그렇게 돈이 많았나?”
제드가 사람들을 보며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이곳을 복구시킬 만한 자금력이 있으면, 황위 싸움이 어렵지는 않았을 텐데 그 녀석은 왜 굳이 자신의 도움을 청했던 것일까.
“그러게 말입니다. 2황자 전하가 이렇게나 자금이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
버나드 역시 의아한 표정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오지프가 이 정도의 자금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들이 그것을 몰랐을 리 없다.
그렇다면 이 자금은 최근에 생겼다는 뜻인가?
그때 마침, 길 너머에서 환호성이 들렸다.
“황자 전하!”
“황자 전하께서 이쪽으로 오셨어!”
사람들이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달려갔다.
제드는 그에 자동적으로 그쪽을 바라보았다. 기사 몇과 병사들을 거느린 이오지프가 길 한복판을 가로지른 채 복구에 애쓰고 있던 사람들에게 다가왔다.
제드의 뒤에 있던 평민들까지 몰려들어 그를 에워쌌다. 이들은 열띤 표정으로 이오지프를 환영했다, 그에 이오지프가 활기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고생이 참 많으십니다! 우선 지금 여러분들이 드실 식량을 가져왔습니다.”
이오지프가 손짓한 곳에는 병사들이 검 대신 커다란 바구니를 들고 서 있었다.
커다란 바구니 안에는 한눈에 봐도 먹음직스러운 빵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그것을 본 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제드는 얼굴을 찌푸렸다. 이렇게 인파가 많은 곳에서 빵을 나눠주면 주변이 혼잡스럽지 않겠는가.
아니나 다를까, 빵을 보고 흥분한 이들이 병사들에게 뛰어가려고 했다. 그때, 이오지프가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빵은 넉넉합니다. 설령 넉넉하지 않더라도 또 금방 가져올 테니, 순서대로 줄을 서서 받아 가십시오!”
하지만 빵을 보고 흥분한 사람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
그것을 본 이오지프가 말에서 내리더니, 바구니를 가진 병사 바로 앞에 서서 말했다.
“줄을 서지 않으시면 빵을 못 받으실 겁니다.”
그에 사람들은 그제야 병사들의 통솔에 따라 줄을 섰다.
빵을 보며 이성을 잃었던 이들이 이오지프의 한마디에 질서를 지키기 시작한 것이다.
제드는 그것을 보며 실소를 지었다.
책벌레이자 괴짜라고 불리던 제2황자가 이렇게나 단시간에 수도 국민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 것이다.
일반 노동자들과 농민에 이어서 중소상인들까지. 고위 귀족들만큼 절대적인 세력은 아니었지만,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었다.
그때 이오지프와 제드의 눈이 마주쳤다.
제드는 이오지프가 또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자신에게 치근댈 거라 생각했기에 자연히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나 이오지프는 움직이지 않은 채 미묘한 표정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말을 걸지 않을 생각인 건가?’
그동안 어찌 되었는지,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했기에 제드는 이오지프와 대화를 나눌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켜보는 사람들 때문에 대화가 곤란하다는 것일까? 이오지프는 그럴 생각이 없는 듯했다.
제드는 이오지프의 그런 태도에 의아해하며 말을 돌려 저택으로 향했다.
길목에 모여들던 사람들이 제드를 두려워하는 시선으로 피했다. 아주 당연한 반응이었으나, 제드는 그것을 보며 잠시 말을 멈춘 채 자신의 옷차림을 점검했다.
중간에 아이딘 백작저로 향하는 길이 있었으나, 그는 그 길목을 지나쳤다.
“아이딘 영애는 안 만나십니까?”
“피 냄새가 나는 것 같아.”
공작성에서 벌어진 살육은 한참 전의 일이었으며 그마저도 공작성에서 제드는 아주 오랫동안 피를 씻어내고 옷을 깨끗하게 갈아입었다. 피 냄새가 날 리가 없었다.
버나드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안 나는데요?”
“경은 계속 내 옆에 있었잖나.”
루시펠라를 보고 싶은 마음은 앞섰지만, 여행의 행색이 드러난 꼬질한 모습으로 마주할 수는 없었다.
또한 그는 오랜만에 그녀를 보면 약혼자라는 핑계로 진한 포옹을 오랫동안 할 원대한 계획을 세웠는데 행여나 자신에게서 풍기는 냄새 때문에 모든 걸 그르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게다가 그 냄새가 피 냄새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그러던 그가 그녀의 표정을 상상했다.
다시 만난 그녀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나를 보고 웃어줄까? 아니면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툴툴거릴까. 어쩌면 좀 늦었다고 화를 내지는 않을까?
어느 쪽이든 그 얼굴만 본다면 기분이 좋을 것 같았다. 그는 루시펠라의 얼굴을 상상했다.
정확히 한 달하고 보름만의 귀환이었다.
***
말 머리를 돌려 금세 사라진 제드를 보며 이오지프는 옅은 한숨을 쉬었다.
“전하?”
“아니, 아무것도.”
옆에 서 있던 윈터의 얼굴이 굳었다.
“요새 한숨이 잦아지셨습니다.”
“그냥, 제드 녀석을 보면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서.”
“…….”
“공작은 지금 아이딘 백작 영애를 만나려고 말을 돌렸겠지?”
“그렇겠죠.”
윈터 경의 대답에 그는 얼굴을 굳히며 빵을 배급받는 평민들을 바라보았다.
허름한 골목의 아이들이 그에게 인사하자 이오지프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잡아주었다.
마지막까지 사람들에게 온정을 내밀던 이오지프는 황궁에 돌아가려 말에 올랐다.
병사들이 호위를 하기 위해 대열을 짜는 동안, 이오지프는 잠시 동안 말 위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가 중얼거렸다.
“아이딘 영애는 내게 도움이 될까, 아니면 내게 최악의 패가 될까?”
“대체 무슨 말씀입니까?”
“아니, 아무것도.”
이오지프는 지친 표정이었다.
“‘그’의 도움을 받은 것 역시 여신의 안배인가.”
“신전에 다녀오신 이후로 그런 유의 말을 자주 하시는군요. 신관이 무슨 말을 했습니까?”
“아니, 아무 말도. 그냥, 내게 교리를 설명해 줬을 뿐이야.”
이오지프는 대충 얼버무리며 신전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당시, 루시펠라와 에스텔의 관계에 대해 혼란을 느끼던 이오지프는 로에르 후작 영애와 관련한 상황이 정리되자마자 수도 외부에 있는 신전으로 향했다.
수도 내에 있는 신전들은 지나치게 세속적이라 그가 무슨 문의를 했는지 황제 귀에 들어갈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오랜 고민 끝에 은둔한 상급 신관이 있는 신전을 방문하기로 했다.
신관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상급 신관 한 명은 수도와 아주 가까운 도시의 신전에 거하고 있었다.
신관은 젊었으며, 긴 자색의 머리카락을 지닌 여자였다.
신관은 이오지프를 바로 알아보곤 공손하게 인사했다. 이오지프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혹시,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는 게 가능합니까?”
허무맹랑한 질문임에도 신관은 놀라지 않은 듯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불가능합니다. 여신님께서 가진 건 인간을 깨우는 능력이지, 인간을 소생시키는 능력이 아닙니다.”
이오지프는 역시나 자신이 들었던 건 꿈과 같은 일이라며 안도했다.
본디 사람이란 자신의 상식을 넘어선 일에 거부감을 느끼게 마련이었다.
“그렇다면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는 경우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겠군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죽은 사람의 의식을 가지고 행동한다거나…….”
“성서를 통해 유추하자면,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는 것은 가능합니다.”
“…….”
그것이 무슨 말인가.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는 것은 불가능하고, 살아 돌아오는 것은 가능하다니.
“영혼은 인간을 이루는 순수한 본질이고, 그 영혼을 담는 그릇이 육신입니다. 우리가 맞이하는 죽음이란 그 그릇, 즉 육신이 낡거나 망가져 영혼이 떠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오지프 역시도 육신과 영혼의 관계에 대해 알고 있었다.
“아스트라께서는 낡은 그릇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시간까지는 지배하실 수 없으니까요.”
“…….”
“그러나 순수한 영혼을 다른 그릇에 넣는 것은 가능하지요.”
“다른 그릇이요? 그렇다면 하나의 육신에 다른 영혼을 넣는다는 게 가능하다는 말입니까?”
“그래서 전사들의 영혼을 모두 하늘의 별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닙니까? 신학적으로 풀이하자면, 여신은 영혼을 다루는 것이 가능하시다는 말입니다.”
즉 그 말은,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것은 불가능해도 육신 안에 있는 영혼을 바꾸는 것은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전하는 신위(神威)를 믿지 못하십니까?”
이오지프가 웃으며 말했다.
“아니요, 믿습니다.”
그러나 이오지프의 대답에도 신관은 그의 진짜 답을 아는 것처럼 빙그레 웃었다.
이오지프는 머쓱해져서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영혼이 바뀐다니, 그런 건 듣지도 보지도 못했습니다. 저로서는 그것은 믿기 힘들군요.”
이오지프의 말에 신관이 입을 열었다.
“성서, 개안기(開眼記)에 따르면 여신의 빛은 인간을 잠에서 깨워 시야를 선물했고, 시야를 통해 만물에 대한 인식이 생겨나 비로소 세상이 존재했다고 합니다. 전하는 이 기록을 믿지 않으십니까?”
“믿지 않을 리가요. 그건 어렸을 때부터 배워왔던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여신께서 영혼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은 왜 믿지 않습니까. 그 기록하는 자들은 대체 어떻게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개안의 때를 기억한 것일까요.”
이오지프는 신관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았다.
이오지프는 아스트라에 의해 인간이 창조되고 죽은 영혼은 아스트라의 품에 안긴다는 것을 믿었다.
그렇게 따지면, 그 성서의 내용은 어떻게 믿겠는가. 결국 성서 역시도 인간들의 기록에 지나지 않았다.
신관은 이오지프의 복잡한 표정을 보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전하, 작년 가을쯤 여신이 내려준 별이 떨어졌습니다.”
“별이요?”
“신관들은 이것을 여신의 계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모든 신관은 이 징조를 해석하지 못해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오지프는 당시 신전 쪽에서 떨어진 별을 가지고 술렁거림이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소란은 금세 사그라들었고, 당시 하인트 공작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렸기에 그도 사람들도 그쪽만 신경 쓰고 있었다.
“아스트라 님의 품 안에 있는 별이 다시 지상에 내려온 것입니다. 공교롭지 않습니까? 전장의 전사들은 모두 별이 되어 아스트라의 품에 안깁니다. 그렇다면 그 별이 떨어졌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별은 즉 영혼이다. 그렇다면 영혼이 다시 지상에 내려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영혼이 여신의 인도에 따라 영혼을 담는 그릇을 찾았다면?
이오지프는 눈을 크게 떴다. 선대 하인트 공작이 죽은 시기라면, 루시펠라 아이딘이 황궁 호수에서 투신했던 시기와 일치하지 않는가?
“저는 전하께서 이 질문을 하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되살아난 사람과 떨어진 별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이런 결론을 유추하는 게 그리 이상할 일은 아니지요.”
아, 그는 그제야 답을 얻었다.
루시펠라 아이딘이라는 진짜 인물은 호수에 뛰어내렸을 때 사망했고, 그 비어버린 육신에 그녀가 들어가 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여신께서 왜 그러신 겁니까? 이슈타르께서 올라간 이후로 신들은 인간사에 전혀 관여안 하지 않았습니까?”
“여신은 인간의 간절함에 대한 자애를 버리시지 않았습니다. 여신을 움직일 만한 매개가 있었던 겁니다.”
신관은 확정적인 어조였다. 그에 이오지프는 문득 궁금함이 일어 다시 물었다. 아무리 신관이더라도 이런 허무맹랑한 것에 술술 대답할 리가 없었다. 그는 신관의 태연함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혹시 저 말고 이 질문을 한 이가 또 있습니까?”
“글쎄요.”
신관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누군가가 이미 물어본 모양이군요.”
이오지프의 말에 신관이 대답했다.
“제가 부정하더라도 전하께서는 그분이 누구신지 이미 알고 계신 모양입니다.”
이오지프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과 똑같은 의문을 가진 칼리드 루이르크가 절박한 표정으로 신관에게 물어보는 장면을 상상했다.
“그렇다면 신관께서는 그 별에 대해 어떻게 결론 내리셨습니까?”
“제 개인의 결론을 물으시는 겁니까?”
이오지프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주저 없이 말했다.
“만약 정말로 별이 내려왔다면, 전하, 그 별이 길성(吉星) 이슈타르일지 흉성(凶星) 아레스일지 알 수 없는 법입니다. 부디 그 별을 지켜보십시오.”
그리하여 이오지프는 지금 고민하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에스텔이라면, 그녀는 뛰어난 기사였다. 그러나 에스텔은 얀스가르를 증오할 것이다.
그런 사람을 그대로 두어도 되는 것인가? 아니면 무엇인가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다못해 제드로부터 떨어뜨려 놓아야 하지 않을까?
아직까지 아무 일도 없었고, 루시펠라의 육신에 에스텔이 들어 있는 것이라면, 루시펠라는 절대로 제드에게 해코지를 할 수 없었다. 일반 여성의 신체 능력으로, 기사 중의 기사인 제드를 공격하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참으로 다행이긴 하군.’
게다가 에스텔은 이제 기사가 아닌 레이디였다. 가문에 부속되어, 어떤 권력도 손에 넣을 수 없기에 그녀는 어떠한 위협도 될 수 없었다.
“조금 더 생각해 봐야겠어.”
그는 아주 신중한 입장이었다.
“전하,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병사의 말에 이오지프가 윈터와 함께 말을 돌려 황궁으로 돌아갔다. 본격적인 싸움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
“아가씨!”
로이자가 호들갑을 떨며 들어왔다. 루시펠라가 힘없이 일어났다.
현재 루시펠라는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에 몸이 말랐으며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
“무슨 일이야? 저택이 소란스러운데.”
“글쎄, 루이르크 공작 각하께서 방문하셨대요!”
루시펠라는 로이자의 환한 얼굴과 ‘칼리드 루이르크가 방문했다’는 끔찍한 사실이 대비되어 보였다.
“아무도 들이…….”
그녀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갈 때 문이 벌컥 열렸다. 그와 동시에 향기로운 냄새가 풍겨왔다. 그가 분홍 장미 꽃다발을 든 채 서 있었다.
#d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