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화 사람을 믿는다는 것
2017.09.04.
루시펠라가 트라케너를 타고 싶다고 말한 이는 제드 외에 클로렌스밖에 없었다.
“로에르 후작 영애 이외에는 없나? 하인들에게라도…….”
“클로렌스에게 말을 했을 때 장신구를 파는 가게 안이었어. 그걸 누가 들었을지도 모르지.”
“그 시점이 내가 영애와 기마회에 간다고 포에르 백작에게 답장을 보내기 전이었나, 후였나?”
“전이었지.”
그 말은 멜로즈가 그녀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했을지도 모르는 뒷조사를 벌이기 전이었기에 이 정보를 얻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리였다.
“영애.”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클로렌스를 의심해야 한다는 거지?”
루시펠라가 제드에게 대놓고 묻자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루시펠라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어색한 침묵이 지속되었다.
“영애, 영애가 사람을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건 나도 알고 있어. 그만큼 처음 사귄 친구가 소중하겠지. 하지만 수도는, 아니, 수도뿐만이 아니라 권력과 관련되어 있으면 사람들은 모두 가면을 쓸 수 있는 법이지.”
한참 후 제드가 입을 열었다. 그것은 루시펠라 역시 잘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에 루시펠라가 울컥하며 제드에게 말하려다 그의 표정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그의 표정은 루시펠라를 낮잡아보거나 뭘 모르는 어떤 이를 교육시키는 이가 짓는 표정은 아니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것은 걱정이었다. 친구를 처음 사귄 약혼녀에 대한 걱정, 사람의 가식을 모르는 순진한 이가 그 가식에 상처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
루시펠라는 제드가 어쩐지 그녀를 필요 이상으로 안타깝게 여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루시펠라는 묻고 싶었다. 어쩌면 이 사람도 이런 일에 상처받았던 것이 아닐까.
물어볼까?
순간적인 충동에 루시펠라는 망설였으나, 그녀는 이 사람과 자신이 그렇게까지 가까운 관계가 아니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자신이 가깝게 느끼고, 고맙다고 느끼며, 심지어 서로 약혼한 사이더라도 그런 것을 함부로 물어볼 자격은 없었다.
대신 루시펠라는 자신의 방어적인 태도를 누그러뜨렸다.
“이 부분에 대해 염려는 고마운데, 클로렌스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그렇게 누군가를 아무 대가 없이 믿다가 배신당하는 사람을 여럿 보았어.”
“…….”
“저번에도 말했던 그 기사, 에스텔은 가장 가까이하던 부관에게 목이 잘렸지.”
그 냉소적인 말에 그녀의 몸이 움찔했다. 그의 눈빛이 아주 잠깐 살벌한 빛을 띠었다가 금세 사라졌다.
루시펠라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저 인간에게 있어 에스텔 슈페르트라는 존재는 어리석게도 한 사람을 맹목적으로 믿다 허망하게 개죽음당한 사람인 모양이었다.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의 의심은 합당했다. 그녀가 만약 클로렌스에게 말했다면, 클로렌스를 최선으로 의심하고 경계해야 함이 옳다.
루시펠라는 그의 걱정과 염려가 거추장스럽지 않았다.
여전히 그는 죽은 에스텔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었고,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은 현재의 약혼녀를 염려하고 있었다. 어느 쪽이든 그는 제드의 호의를 받는 것이었다. 그녀는 제드의 진지함에 미소 지었다.
“그 기사가 어리석게도 부관을 믿다가 허망하게 죽은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 기사가 되살아났다면 그렇게 쉽게 누군가를 의심하지는 않을 거야.”
그에 제드가 무어라고 반박하려 할 때였다.
“에스텔이 믿었던 사람이 꼭 칼리드 루이르크만은 아니잖아. 예를 들어 그 리엄 히르카라는 사람도 에스텔이 믿었던 사람 중 하나야. 그리고 그 사람은 아직도 에스텔을 따라 얼샤를 독립시키려 하고 있지.”
“…….”
“그래서 나는 사람을 믿어야 한다고 생각해.”
모든 이가 에스텔을 배신했다면 그녀는 냉소적이 되었을지도 몰랐다.
칼리드의 배신은 여전히 뼈아프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료들이 에스텔을 모두 배반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믿었던 사람 중에 칼리드가 나쁜 사람이었던 것이다. 한 사람에게 배신당했다고 모든 이들을 믿지 않겠다고 결정해 버린다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겠는가.
“그리고…….”
당신 역시도 그 죽은 에스텔을 믿어주고 있지 않은가.
에스텔이 어떤 기사였을 줄 알고 그녀를 믿는단 말인가. 에스텔이 죽었기에 제드는 진실을 알 수 없다.
에스텔은 비굴하게 도망치려다 칼리드에게 살해당했을 수도 있고, 전투 전날 항복을 원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그녀가 칼리드를 먼저 배신했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제드는 에스텔의 죽음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며, 그녀를 훌륭한 기사라고 하고 있었다.
서로 ‘신뢰’라는 것을 전혀 가질 수 없었던 관계임에도.
제드는 스스로의 모순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루시펠라는 이 사람을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도저히 싫어할 수 없었다.
적국의 장수, 나라를 멸망시키는 데 일조했던 전장의 흑사자.
제더카이어 하인트라는 인간은 말투가 시건방지고 냉소적이었지만 참으로 따스한 사람이었다.
자신이 에스텔이고, 서로 검을 겨누는 적국 출신이 아니었다면, 에스텔은 저 사람을 꽤나 좋아했을 것이다.
그녀는 아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정황상 클로렌스가 수상하다는 건 알겠어. 하지만 그게 의도적인 건지 아닌지는 모르는 일이야. 트라케너를 타고 싶다는 정보가 굳이 비밀로 할 정도로 중요한 정보는 아니잖아.”
루시펠라가 한참 후에 내린 결론은 그것이었다. 그녀가 그 말을 타고 싶다는 걸 딱히 숨기지 않았던 사실이기에, 클로렌스가 무의식적으로 내뱉었을 수도 있는 말이었다.
정보란 사실 그렇게 새어 나가는 법이다.
“어쨌든, 걱정해 줘서 정말 고마워. 만약 클로렌스를 믿어서 배신을 당한다면, 어쩔 수 없지.”
“…….”
“그냥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도 내 몫이야. 그러니까 클로렌스를 믿을래.”
혹 기분이 나쁠까? 루시펠라가 슬며시 걱정했다. 이전 같으면 기분이 나쁘든 말든 내가 알게 뭐야, 라고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루시펠라는 왠지 그가 화를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제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화가 난 건가? 그 얼굴을 살펴보았지만, 잘 읽히지 않았다. 루시펠라가 슬며시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할 때였다.
제드가 피식 웃더니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저 고갯짓은 뭐지? 답이 안 나올 정도로 멍청하다는 뜻인가?
루시펠라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자 제드가 모아져 있던 루시펠라의 한 손을 잡아당겼다.
갑작스러운 접촉이었지만, 루시펠라는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궁금해서 그대로 두었다.
그가 상체를 살짝 숙이며 루시펠라를 올려다보았다.
그에 루시펠라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드의 표정은 다시 굳어 있었으며, 그 두 눈동자는 더욱더 짙게 가라앉아 있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 미묘한 눈빛, 그 적갈색 눈동자는 꼭 붉게 타오르는 것 같았다.
왜 그런 눈을 하는 거야?
루시펠라가 묻고 싶었지만, 마차 안에 짙게 내려앉은 분위기 때문에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느덧 그의 굳어 있던 얼굴이 부드럽게 풀리며 입술에 곡선이 서렸다.
그러자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손바닥에 상처가 나 있군.”
그러고 보니, 미끄러지는 고삐와 마찰 때문에 손바닥에 화상을 입어 물집이 잡혀 있었다.
그가 엄지로 부드럽게 손가락을 쓸자 따끔한 감촉 대신 야릇한 감촉이 들었다.
이 이상한 분위기, 도저히 참기 힘들었다. 그녀가 의도적으로 눈을 돌려 마차의 창을 바라볼 때였다.
“무슨!”
말캉하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그녀의 손바닥에 내려앉았다.
루시펠라가 놀라 앞을 보니, 제드가 루시펠라의 손바닥에 입을 맞추고 있었다.
루시펠라는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 버렸다. 왜, 왜 이렇게 입술이 뜨거운가. 아니, 그냥 그녀가 뜨겁게 느끼는 것이다.
“뭐, 뭐 하는 거야!”
그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에 제드가 고개를 들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그게 영애, 아니, 그대의 선택이라면, 존중하도록 하지.”
그 존중을 이런 방식으로 표현하는 건가? 자신이 예법에 대해 모르는 건가? 루시펠라는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그대가 혼자 대가를 치를 일은 없을 거야.”
제드는 웃고 있었으나, 그 두 눈은 더없이 진지했다.
“왜?”
루시펠라의 물음에 제드가 말했다.
“영애는 그냥 두면 가장 먼저 죽어버릴 것 같거든.”
“…….”
“기사가 레이디를 지키는 건 의무니까.”
루시펠라는 그에 살짝 손을 잡아 뺐다.
누군가를 지켰던 자신이 누군가에게 보호받는다.
이제 이 연약한 레이디의 몸으로 살아온 지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나 그녀가 지켜져야 하는 것도 알고, 그가 지켜준다고 말하는 게 든든하며 고마운 일이라는 것도 잘 안다.
그럼에도 왜 입맛이 쓸까. 그녀는 억지로 입술을 들어 올려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잘 되지 않았다.
제드 역시 루시펠라가 어색해하는 것을 눈치챘다. 그리고 자신이 지나치게 루시펠라에게 다가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음을 자각하니, 이 마음이 계속 미쳐 날뛰는 모양이었다.
혼자 너무도 앞서 나갔다. 그는 계속해서 속으로 되뇌었다. 루시펠라는 제드의 마음과 같지 않다. 그가 애정 표현을 해도, 그녀에게는 부담스러운 행위가 될 뿐이었다.
그가 루시펠라에게 애정을 가지고 그것을 표현했다고 해서 루시펠라마저 애정을 답례로 표현해 주어야 할 의무 따윈 없다.
그러나 입을 맞추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한 점의 흔들림 없는 마음. 순진하며 어리석다 비웃을지도 몰랐지만, 루시펠라는 분명 강철과 같은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에스텔 슈페르트가 살아난다면 바로 그렇게 말하지 않을까 생각할 만큼.
제드는 사람을 보는 자신의 기준에 자부심을 느꼈다.
아름다운 외양과 더불어 다분히 유혹적인 태도들, 언제나 그의 말을 신앙처럼 받들고 따르는 이들에게도 동하지 않던 마음이 루시펠라를 보자 너무도 쉽게 허물어졌다.
그녀는 진정 반할 만한 사람인 것이다. 그 자체로도 찬란하게 빛나는.
그는 자신이 왜 하필 이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겼는지 의문을 품는 것을 멈추기로 했다. 그저 그럴 만해서 그런 것뿐이다. 빨리 반하느냐, 늦게 반하느냐의 차이였을 뿐이다.
그녀는 그 자체로 매력 있는 사람이었으며, 그녀가 바깥으로 나서기 시작하자 모든 이가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가 조바심을 느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매력을 알고 있었고, 기회는 얼마든지 존재했다. 그는 루시펠라의 약혼자였고, 평생을 함께할 반려가 될 사이였다.
***
“일이 너무 순조롭게 풀리는데.”
이오지프가 말했다.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띤 채 다리를 꼬고 앉아 보좌관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아이딘 백작은 여전히 큰 소란을 원하지 않나 봅니다. 포에르 백작을 고발하지 않겠다고 폐하께 고했습니다. 재판도 열리지 않을 모양입니다.”
“예상한 바야. 그 마물을 말에 일부러 심었는지 아닌지의 여부가 불확실하니까. 그래도 정식으로 재판을 요청하면 조사가 이뤄질 텐데, 아이딘 백작은 딸보다는 계파가 더 중요하다는 건가.”
이오지프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말했다.
제드가 그 문제의 말을 포에르 백작가에서 왜 데려왔나 했더니, 결국 말의 이상 행동의 원인을 찾아냈다.
호수가 많은 나라인 얼샤와 카라얀에 주로 서식했기에 얀스가르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마물인 실뱀벌레의 존재는 그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제드는 얀스가르에서 거의 볼 수 없는 마물이 말의 뱃속에 있다면, 분명 누군가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그 일을 벌였을 거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포에르 백작은 그것이 사고라고 주장했다.
“제드 녀석이 화를 내겠군. 겨우 조사해서 증거를 내밀었더니, 영애의 아비라는 작자는 딸의 안위에도 그런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말이야.”
그것이 귀족의 생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참으로 씁쓸한 일이었다. 이오지프는 아이딘 백작의 심약한 모습을 보며 그라면 그런 행동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안 그래도 아이딘 백작과 한바탕 언쟁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오호라, 그래?”
이오지프의 두 눈이 흥미로 반짝였다.
아이딘 백작과 제드가 부딪쳤다고? 이거 참 흥미로운 일이었다. 제드는 본디 귀찮은 일을 싫어해 누군가가 자신을 건드리지 않는 이상 싸움을 피하던 이였다.
“그 녀석, 역시 아이딘 백작 영애에게 빠졌다니까.”
“벌써 수도에 소문이 자자합니다.”
기마회를 기점으로 드러나지 않고 조용히 퍼졌던 소문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소문의 내용은 간단했다. 제드가 정말로 약혼녀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었다.
“그리고 아이딘 영애도 소문이 많이 도는 모양이더군.”
“아무래도 기마회 때 활약이 대단하셨으니까요.”
“그래, 그런 모습이라면 그럴 만도 하지.”
이오지프가 중얼거렸다. 이오지프 역시 그때 루시펠라의 모습이 또렷하게 기억에 남았다.
말을 타고 오는 루시펠라의 모습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정확히는 아름답다기보다는 매력적이었다. 이오지프마저도 홀려 그 모습을 바라볼 정도였으니.
“이슈타르…….”
이오지프는 어떤 귀족 중 한 명이 그 모습에 홀려 중얼거리던 말을 떠올렸다.
얀스가르의 샛별이라고, 샛별과 전쟁의 여신인 이슈타르와 그녀를 빗대다니, 참으로 재미있는 언어유희이지 않는가.
가녀린 레이디에겐 무거울 법도 한 별칭이었지만, 분명 그때의 루시펠라에게는 잘 어울렸다.
“갑자기 에스텔 슈페르트는 왜 말씀하십니까?”
“어?”
“아닙니까?”
보좌관이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이오지프의 표정이 굳었다. 무언가 실마리를 발견한 것 같았다.
“에스텔 슈페르트. 루시펠라 아이딘!”
“……전하?”
“윈터. 너도 얼샤 정복전의 참전자라고 들었다. 에스텔에 대해 들은 적이 있나?”
“본 적도 있습니다. 바반드 백작이 이끄는 군대에 부지휘관으로 있었으니까요.”
“어땠지?”
“대단한 여자였습니다.”
이오지프는 에스텔 슈페르르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 여자라면 궁금하기는 했다. 대체 어떻기에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도 사람들이 에스텔을 기억하는가. 심지어 무관심하던 제드 역시도 에스텔을 기억하고 있었다.
“말은 잘 타겠지?”
“기사니까 당연히…….”
“혹시 에스텔이 살아 있을 확률은 있나?”
“없습니다. 에스텔의 목을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봤으니까요, 그…….”
“칼리드 루이르크가 직접 그 목을 들고 폐하를 찾아갔다고 했지. 부황께서는 녹록지 않은 분이니 거짓은 아닐 거야.”
이오지프는 턱을 괴며 생각에 잠겼다.
“윈터, 아이딘 백작 영애에 대해 조사해 봐. 성격이 언제부터 바뀌었고,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루시펠라는 그 존재만으로도 자신에게 지나친 이득을 주고 있었다.
테미르와의 불화로 테미르의 경솔한 행동에 황제는 격노했고, 그를 따르는 포에르 백작과 이드리스 공작가의 포에르 백작부인 역시 루시펠라를 노렸다가 제드에게 반격당했다.
아무 문제는 없겠지만 황제라면 누가 이 일을 꾸몄는지는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증거로 황제는 재판은 하지 않았지만, 기마회를 폐지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여 그들의 가문의 자랑거리를 없애 버렸다. 그리하여 유서 깊은 포에르 가의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
황제는 이오지프에게 황위를 이을 생각이 없냐고 넌지시 의중을 떠보기까지 했다. 많은 게 변해 버린 것이다.
“에스텔과 루시펠라. 서로 다른 샛별이라.”
그는 중얼거렸다. 아직도 알 수 없는 일투성이였다. 하지만 이오지프는 확신이 있었다. 만약 이 수수께끼가 풀린다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어느 정도 이룰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d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