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화 레이디 루시펠라 아이딘
2017.07.20.
사람들은 여자들이 서로 경쟁하며 질투할 거라고 생각한다.
여자와 질투는 언제나 가까운 감정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었다. 이들 사이에는 분명 다른 감정도 존재했다.
예를 들면 ‘동경’ 같은 것.
열두 살, 사교계를 처음 접했던 클로렌스 역시도 사교계에 첫발을 떼는 루시펠라를 보며 그 아름다움에 홀린 사람 중 하나였던 것이다.
모든 사람의 시선을 잡아끈 너무나도 아름다운 레이디. 게다가 그녀는 국왕에게 샛별과도 같다는 칭호를 얻었다.
사교계를 동경해 왔던 클로렌스에게 열네 살의 루시펠라는 그녀가 되고 싶어 했던 모습 그 자체였다.
모든 사람의 이목이 자신에게서 떠나간 건 분명히 분한 일이었지만, 클로렌스는 인정했다. 루시펠라는 그럴 만한 사람이었다.
클로렌스는 루시펠라에게 다가가고 싶었지만, 다른 이들의 시선이 부끄러워 감히 다가가지 못하고 기회만 엿봤다.
클로렌스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사랑받고 자라왔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녀에게 친절했기에 루시펠라 역시 자신에게 친절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루시펠라가 휴게실 쪽으로 가는 것을 보곤 그녀의 뒤를 쫓아갔다.
“영애!”
그러나 루시펠라의 걸음은 느려지지 않았으며, 결국 클로렌스는 치마를 걷고 레이디답지 않게 뛰어야만 했다.
“아이딘 영애!”
바로 옆까지 쫓아가 루시펠라를 부르자, 그녀가 결국 멈춰 서며 클로렌스를 내려다보았다.
“뭐죠?”
차가운 음성이 울려 퍼졌다. 둘째 오라버니마저도 자신에게 이렇게 서늘하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차가운 루시펠라의 음성을 듣고 클로렌스는 멍해졌다. 이건 자신이 기대한 반응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영애, 저는 로에르 후작가의 삼녀, 클로렌스 로에르예요.”
클로렌스가 겨우 대답했다. 그러나 루시펠라는 ‘로에르’ 후작가라는 말을 듣고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을 지은 뒤 클로렌스에게 말했다.
“그래서요?”
클로렌스는 그에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다.
분명 이게 아닌데, 대체 왜 저런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것일까. 자신은 어떤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할 말이 없으면 이만 가볼게요.”
루시펠라는 클로렌스가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그녀를 지나쳐 걸어가 버렸다.
루시펠라가 복도 모퉁이를 돌았을 때였다.
“클로렌스.”
그 목소리를 들은 클로렌스의 몸이 크게 움찔했다. 클로렌스는 몸을 살짝 떤 뒤 고개를 돌렸다.
“오, 오라버니.”
클로렌스의 세상은 꽃으로 가득 차 있었다.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친절했다. 그러나 단 하나 예외가 있었다면 그건 오라버니 해럴드의 존재였다.
정확히 말하면 해럴드가 클로렌스를 예뻐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기분이 좋을 때 그는 누구보다 다정한 사람이었으니.
그러나 해럴드는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기분에 맞춰주지 않으면 난폭하게 행동하곤 했다.
특히나 견습 기사가 되고 나선 더욱 심해졌다. 심지어 가끔 그는 클로렌스에게 물건을 던지기도 했다.
부모님도, 첫째 오라버니도 해럴드 오라버니의 행동을 방관했다.
“적응하렴. 네 오라버니보다 더 까다로운 남편을 만나면 어떻게 하겠니?”
그녀의 남편이 될 사람이 이것보다 더 까다로운 성격일 수도 있었다. 남자의 성격은 무조건 맞춰줘야 한다. 이것이 가족들이 클로렌스가 당한 폭력을 방관한 이유 중 하나였다.
어린 여자아이가 또렷한 주관이 있을 리가 없었다.
결혼도, 남편도 정확히 모르지만, 클로렌스는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며 최대한 해럴드의 성격에 맞추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오늘의 해럴드는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아 보였다.
“이 골칫덩어리가 정신이 나간 모양이로구나. 궁에서 네 맘대로 돌아다녀! 어머니가 널 데려오라고 하셨다. 내가 네 뒤치다꺼리를 하려고 이곳에 온 줄 알아?”
“죄, 죄송해요, 오라버니.”
당시 클로렌스의 해럴드에게로 향한 공포는 정점에 달해 있었다.
한 달 전에 클로렌스가 ‘반항’이라는 것을 하자 해럴드는 예의 없는 여동생을 ‘훈육’한답시고 검집째로 검을 휘둘러 그녀를 때렸던 것이다. 때문에 그녀의 등은 멍투성이가 되었다.
“한참 재밌었는데 너 때문에 말이야, 내가!”
해럴드의 윽박에 클로렌스가 치맛자락을 꼭 쥐며 몸을 움츠렸다.
이제 집에 가면 또 맞는 걸까.
“대답 안 해?!”
그가 손을 쥐어 들며 클로렌스의 이마를 쥐어박으려 할 때였다.
“…….”
또각또각, 단정한 발걸음 소리가 났다.
다른 쪽으로 향했던 루시펠라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루시펠라는 여전히 눈썹을 살짝 찌푸리고 무언가 못마땅하든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해럴드의 시선이 클로렌스에서 루시펠라에게로 옮겨갔다.
해럴드의 눈이 커지며 루시펠라를 훑었다. 그는 루시펠라의 외모에 넋이 나가 있었다.
루시펠라는 클로렌스와는 달리 해럴드에게 살짝 무릎을 굽혀 인사했다.
“이런, 여기서 보다니 굉장한 우연이군요, 영애!”
해럴드가 언제 험악한 얼굴을 했었냐는 듯 활짝 웃으며 루시펠라에게 다가갔다.
멍한 표정으로 루시펠라를 바라보자, 루시펠라가 클로렌스의 두 눈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어?”
설마 가라고 하는 건가. 아무리 봐도 그런 뜻 같았다.
무어라 말해야 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대신 클로렌스는 해럴드를 지나쳐 연회장으로 돌아갔다. 다행히 해럴드는 이미 클로렌스의 존재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 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른다. 그녀는 무도회장으로 다시 돌아왔고, 해럴드가 그녀를 혼내지 않았다는 것밖에는.
왕궁에 한 번 갔던 것은 요행이었고, 클로렌스는 사교계에 데뷔한 열네 살이 되기 전까지 바깥에 나설 수가 없었다.
또다시 그녀의 세상은 한정되었으며, 그날의 그 특별한 기억은 점점 머릿속에서 흐릿해져 갔다. 그러나 밤하늘의 별을 볼 때면 가끔 그녀는 루시펠라의 얼굴이 떠올랐다.
참 예쁜 사람이었지.
루시펠라 아이딘에 대한 이야기를 했더니 어머니는 기겁하며 그녀는 오라버니에게 일부러 접근한 거라고 말했다.
클로렌스는 좋은 가문의 남자에게는 여자들이 혼인을 목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을 그때야 배웠다.
정말 그런 것일까. 아니면 그 사람은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어준 것일까?
사실 알 순 없었다. 그녀가 기억나는 것은, 루시펠라가 자신에게 싸늘했다는 것뿐이었다.
2년 후 열네 살이 된 클로렌스는 사교계 데뷔를 위해 왕궁 무도회에 참석했다.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고, 이날을 위해 맞춘 수십 벌의 드레스 중 가장 화려한 드레스를 입었다.
그녀가 데뷔하는 사교계는 2년 전과 다를 바 없었다. 모두가 그녀의 아름다움을 칭찬했다.
하지만 그녀가 자란 2년의 세월 동안, 그녀는 열두 살 난 여자아이의 세상과 본격적으로 사교계에 데뷔한 여자의 세상이 다르다는 것을 어머니에게 배워 습득했다. 이들의 대부분은 다 가식이었다.
갓 데뷔한 사교계는 그녀에게 결코 친절하지 않았다.
위세를 떨치고 있는 이드리스 공작가의 여자들, 공작부인과 공녀 멜로즈가 사교계를 주름잡고 있었다.
나라에서 가장 높은 여인이라고 생각했던 왕비인 2왕비는 허수아비와도 마찬가지였다.
열두 살의 그녀가 알고 있던 빛나는 세계는 모두 다 허상이었던 것이다.
멜로즈는 아름다운 클로렌스를 경계했다. 그러나 클로렌스는 미소 지으며 자신이 멜로즈에게 거슬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드러냈다.
어머니의 말대로 멜로즈는 콧대 높고 거만해서 대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겸손한 클로렌스는 환영받았으며, 그녀에게 일종의 세례가 주어졌다.
“천박한 졸부 계집이 이곳에 있다니, 믿을 수 없다니까요. 옷만 화려하면 뭐 해.”
험담에 맞춰 고개만 끄덕이면 되는 간단한 일.
클로렌스는 멜로즈가 욕을 하는 영애가 누구인지 궁금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자 그녀가 서 있었다.
루시펠라 아이딘.
가끔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던 여자였다.
저 여자가 어떻게?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으며, 이전과는 다르게 완벽한 수도식 유행을 따르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설마, 지금까지 자신의 편 한 명도 만들지 않았단 말인가.
클로렌스는 어이가 없었다. 이곳에서 루시펠라 정도 되는 사람이 친구를 못 사귈 리가 없었다.
“영애도 이전 왕궁 무도회 때 한 번 보셨다고 하셨죠?”
“네.”
“그때도 저렇게 건방졌나요?”
클로렌스는 루시펠라를 바라보았다. 루시펠라도 이 분위기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루시펠라가 고개를 돌리자 눈이 살짝 마주쳤다. 그러곤 루시펠라는 바로 고개를 돌렸다.
클로렌스는 그에 못마땅한 감정이 들었다.
“네, 그때도 제게 무례하셨답니다.”
클로렌스가 무리에 받아들여지는 것은 쉬웠다. 그러나 클로렌스에게 소문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멜로즈에게 대답했을 당시, 상당히 감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는지 자신이 아이딘 백작 영애를 싫어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건 상관없었다. 그러나 그 이유가 왕궁 무도회 당시 국왕의 관심을 빼앗겨서, 라고 모두 생각했던 것이다.
싫어하는 이유에 질투를 가져다 붙이는 것은 너무도 쉬웠다.
그때, 왕궁에서 클로렌스와 루시펠라는 사람들의 인상에 강하게 남아 있었고, 사람들은 클로렌스가 그 일로 루시펠라를 질투해서 그녀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이런 명제에 클로렌스의 행동이 전부 짜 맞춰지기 시작했다.
클로렌스는 그것에 불쾌했으나 그 당시 험담에 동의했던 자신의 잘못이 더 크다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았다.
아니, 적극적으로 해명하다가는 그것이 더 큰 소문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멜로즈 이드리스는 그런 소문을 더욱 부추겼다.
바로 그 ‘소문’이 멜로즈가 사람들을 다루는 방식이었고, 멜로즈가 자아낸 소문 아래 사람들은 사교계 안에 그녀의 꼭두각시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소문은 클로렌스에게 별로 치명적인 소문은 아니었고, 그녀는 자신이 입지를 잡아갈 때까지 그것을 묵묵히 인내했다.
마침내 클로렌스가 멜로즈가 무시 못 할 정도의 세력이 되었다. 그러나 그 소문은 여전히 암암리에 돌고 있었다.
한편, 그에 비해 루시펠라는 언제나 조용했다.
그녀는 자신이 있으면 괴롭힘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난번 멜로즈 영애의 지시를 받은 레이브나 영애가 대놓고 그녀의 드레스에 와인을 엎지른 이후로 루시펠라는 더욱 조용히 숨어 지내려고 했으며, 큰 파티 이외에는 나오지 않았다.
클로렌스는 루시펠라가 답답했다.
분명히 그녀가 원한다면 나올 수 있었다. 사람들이 졸부의 딸이라고 비웃어도 그건 한때일 뿐이다.
국왕 전하는 그녀에게 이미 샛별이라는 호칭을 내림으로써 그녀에게 권력을 주었다. 하지만 왜 그녀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바보같이 당하고만 있는가.
더욱 화가 나는 것은 클로렌스는 루시펠라에게 차마 다가갈 수 없었다는 것이다.
열두 살 때 둘째 오라버니에게 말을 걸었던 루시펠라의 행동이 호의에서 비롯된 건지 아닌지조차 애매했고, 루시펠라는 여전히 사람들을 거절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클로렌스는 루시펠라를 보면 가슴이 답답해졌다.
조용한 듯 조용하지 않아 보이던 그녀는 접근해 오는 영애들에게 이전에 클로렌스에게 했던 것처럼 무례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향하던 괴롭힘을 사용인들에게 풀었다고 했다.
그런 모습을 본 사람들은 루시펠라의 성격을 포악하다고 말했다.
클로렌스는 루시펠라에게 향하는 관심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한 번은 그녀를 쳐다봤다가 그것이 어떤 지시인 줄 알고 자신 쪽 영애 중 한 명이 루시펠라에게 시비를 걸지 않았던가. 그래서 이후부터 클로렌스는 그녀를 피했으며,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클로렌스가 열여섯이 되던 해였다. 얼샤가 얀스가르에 귀속되고, 왕국은 제국이 되었다.
안정을 되찾기 시작한 나라에서 귀족들은 더욱 자주 연회를 벌였다.
여름 연회 때의 일이었다.
“영애의 무례함을 참아주는 것도 오늘까지예요.”
“뭘 말하는 거죠?”
“영애가 했던 제게 행동은 모두 다 기억하고 있어요.”
“무슨 소리죠?”
루시펠라가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제가 왕비가 된다면 기대하세요.”
루시펠라는 멜로즈의 괴롭힘에 처음으로 반항했다.
“영애, 정말 농담도 재미있게 하시네요. 누가 보면 황태자 전하의 연인이라도 되는 줄 알겠어요.”
멜로즈는 그것을 비웃었다. 그러나 루시펠라의 표정은 자신만만했다.
“그만해, 루시. 그걸로 충분하잖아.”
그때 황태자가 다가와 루시펠라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의 손이 루시펠라의 드러난 어깨를 은근하게 만지작거렸다.
“멜로즈, 너도 이제 그만하지그래?”
황태자의 경고에 멜로즈는 처음으로 물러났다. 황태자가 루시펠라를 비호하고 있었다. 그 후로 루시펠라에 대한 괴롭힘이 사라졌다.
클로렌스는 루시펠라에게 황태자와의 교제를 멈추는 게 좋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자신의 어머니가 클로렌스에게 황태자와 가까이하지 말라는 경고를 주었기 때문이다.
황태자는 해럴드보다 더욱 포악하고 심지어 잔인함을 숨기지도 않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여색을 밝히기로도 유명했다.
가끔 클로렌스는 황태자의 묘한 눈빛을 받았는데, 꼭 그것이 뱀이 몸에 기어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녀는 요령껏 황태자를 피해 다녔다.
황태자와 루시펠라는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루시펠라가 황태자와 연인 관계가 되어 했던 행동 중 가장 현명한 일은 다른 영애들에게 복수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는 황태자에게만 집중하고 있었다.
클로렌스는 그것을 보며 생각이 바뀌었다.
만약 루시펠라가 황태자를 이용하는 거라면, 최고의 계책은 아니었지만 나름 괜찮은 방법이 아닌가.
루시펠라는 황태자와 자신이 사랑하는 사이라고 했으며, 황태자와 그녀가 맺어진다면 어떻게 될지에 대해 언급함으로써 자신에게 가해지는 괴롭힘에서 탈피했다.
결혼하기 전 황태자와 공공연한 연애를 하는 그녀의 행실을 문제 삼는 이들도 있었지만, 사실 레이디들의 덕목이 ‘정숙’이라고 해서 어디 정숙이 제대로 지켜진 적이 있었던가.
그녀가 황태자비나 황후가 된다고 한다면 그 역시 좋은 일이었고 아니어도 그만이었다.
황태자와 헤어질 시 고위 귀족과 맺어지긴 힘들겠지만, 어차피 루시펠라의 아이딘 백작가는 작위를 이어받을 아들이 없었으니 아이딘 백작이 자신의 대리인으로 루시펠라의 남편을 지정한다면 백작위는 루시펠라의 남편에게 계승된다.
루시펠라의 아름다운 얼굴과 가문이 지닌 재산이라면 후계권이 없는 귀족 남자들이 좋다고 구혼할 것이 뻔했다.
그녀 나름 영리한 전략이라고 판단한 클로렌스는 속으로 웃었다. 그녀를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그러나 그게 전략이 아니라 진심이었을 줄이야.
황태자는 여전히 다른 여자들을 건드리고 다녔으며, 루시펠라가 질린다고 대놓고 말했다. 심지어는 사람들과 있을 때 대놓고 그녀를 무시하기도 했다.
루시펠라는 평정을 잃었고, 가끔 황태자와 루시펠라는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심지어 그녀는 황태자의 관심이 향했던 시녀들에게는 무자비한 폭력까지 휘둘렀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꽤나 오래 관계를 이어 나갔다.
사람들은 가끔 그들이 사라졌다 나타나면 루시펠라의 옷차림이 흐트러져 있다고 손가락질을 했다.
황태자는 루시펠라를 놓아주지 않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이들의 관계는 계속되었다. 그 와중에 루시펠라는 자신의 구혼자들을 모두 매몰차게 쳐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멜로즈는 포에르 백작 때문에 연회에 거의 출석하지 않았고, 그녀의 휘하에 있던 레이디들만이 간간이 표나지 않게 루시펠라를 괴롭히고는 했다.
황태자는 가끔 보호해 주는 게 귀찮다는 듯 루시펠라가 당하는 괴롭힘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클로렌스가 열여덟이 되는 어느 날이었다.
루시펠라가 황궁 호수로 뛰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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