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침실 문이 거칠게 닫혔다. 하녀들이 빠져나간 침실은 고요했다. 로렌디스는 캐서린을 침대 위에 눕히고 드레스를 끌어 내렸다. 옷을 벗기는 손길이 성급했다. 헐벗은 몸은 가벼웠다.
“하아…….”
탄식하듯 터트린 한숨이 그의 목덜미에 닿고 흩어졌다. 로렌디스가 척추를 쓸며 작게 속삭였다. 입 벌려. 로렌디스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혀를 비집고 넣었다. 그의 어깨를 손톱으로 긁자, 로렌디스가 상체를 더 숙여서 몸을 내어 줬다.
“읏!”
치열을 샅샅이 훑고, 혀를 얽어서 옭아맸다. 그 갈급한 입맞춤을 따라가지 못하고 숨만 헐떡이는데, 로렌디스가 목덜미를 손으로 감쌌다. 뭐든 다 먹어 치우고, 입안에 넣고 씹어 삼킬 것 같았다. 그 짐승 같은 욕정에, 캐서린은 울먹거리며 그의 등을 사정없이 긁었다. 숨을 허덕이면서 덜덜 떨자, 로렌디스가 단단한 손아귀로 골반을 움켜쥐었다.
“몸에 힘이 너무 들어갔잖아.”
“그,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에요.”
캐서린은 이불을 움켜쥐고 뺨을 비볐다. 입술이 떨리고, 목울대에서 울음소리가 긁듯이 터졌다. 그 울음을 막으려고 입술을 깨물었다. 입술이 따끔거렸다.
로렌디스가 그 모습을 지켜보며 혀를 찼다. 입술을 왜 깨무냐며 타박하는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로렌디스는 굵은 손가락을 입속에 넣고 혀를 꾹 눌렀다. 캐서린은 울먹거리며 시트를 쥐어뜯었다.
“입술 깨물지 마.”
“하아…….”
“너는 꼭 네가 불리할 때만 울먹거리는 버릇이 있어.”
로렌디스가 몸을 겹쳤다. 거대한 압박감이 뱃속을 덮쳤다. 빠듯하게 채워 오는 부피감이 아랫배를 자극했다. 그 속은 이미 뒤엉켜서 엉망이었다. 그 끝만 머금었는데도, 캐서린은 벌써 숨이 가빠 왔다.
몸은 열기로 들끓고 천천히 젖어 들었다. 몸이 너덜너덜 찢겨 나가는 것 같지만, 그게 또 마냥 아프기만 한 건 아니었다. 로렌디스는 집요하게 캐서린을 꺾어 눌렀고, 캐서린은 아래에서 바르작거리면서 그의 등을 긁었다.
“당신 진짜 나쁜…….”
“왜?”
“약간 거칠단 말이에요.”
“아파?”
“그건 아닌데, 기분이 이상해서요.”
그의 집요함은 아래를 파고드는 순간에도 노골적이었다. 노골적으로 탐했고 욕구 앞에서 솔직했다. 무미건조하던 로렌디스의 눈 속에 열기가 피어올랐다. 눈동자가 욕정에 사로잡혀 짙게 물들었다. 그 눈을 보는 순간, 캐서린은 본능적으로 다리를 버둥거렸다. 목덜미를 물어뜯기는 기분이었다.
“버둥거리지 마.”
“잠, 잠깐만……. 로렌디스!”
캐서린이 그 순간 그의 이름을 부른 건 실수였다. 무언가 뚝, 끊기는 것 같았다. 캐서린은 빠르게 밀려드는 자극에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파르르 떨리는 눈썹에 눈물이 맺혔다. 몸이 물을 가득 머금은 솜뭉치처럼 침대에 파묻혔다.
“왜 도망가?”
“으응.”
“나 그 발목이 도망가는 걸 보면 이상하게 쫓아가서 넘어트리고 싶어져.”
달아나는 발목을 붙잡아 다시 로렌디스의 아래에 가두기까지, 그 버둥거림은 가뿐하게 제압당했다. 로렌디스는 커다란 손아귀로 손목을 붙잡아서 캐서린의 머리 위로 올렸다. 그는 내리지 말라며 눈짓으로 압박했다.
‘그러면 진짜 무섭다니까요.’
그 순간까지도 캐서린은 그의 아래 깔려 있었다. 로렌디스는 그 미약한 반항마저도 꺾어 눌렀다.
몸이 들이닥쳤다. 빠듯하게 벌어진 속살을 헤집었다. 아래에서는 울먹거리며 울음을 토해 내고, 속살이 빠듯하게 조였다.
“이대로 지내자면서.”
그런 이야기를 스스로 하긴 했지.
“모두 이대로 지내는데 너라곤 못할 건 없으니.”
그 또한 내가 한 이야기가 맞지. 캐서린은 얼얼한 머릿속을 다잡으려고 아등바등 버텼다. 온몸이 엉망이었다.
캐서린은 허리를 젖히며 뺨을 베개에 묻었다.
미친 거지. 아주 단단히도 미쳤지.
젖은 몸은 열기로 뜨거웠다. 머릿속은 짓뭉개진 밀가루 반죽처럼 곤죽이 됐다. 하아, 미쳤지, 캐서린 헬렌…….
“약간.”
“왜?”
“짐승 같아요.”
로렌디스가 손목을 깨물었다. 한 입 가득 베어 물고 혀로 쓸어내렸다. 잘근잘근 깨무는 그 입술이 고스란히 흔적을 남기며 팔뚝 안쪽에 닿았다. 그리고 시선은 그 아래에 닿았다. 로렌디스가 고개를 파묻었다.
로렌디스는 끈질기고 집요했다. 잘근잘근 깨물고 씹으며 그의 흔적을 남겼다. 벅찬 압박감이 아랫배를 지배하고, 캐서린은 몇 번이고 목 놓아 울었다. 나중에는 목소리가 잠겨서 울먹거리며 앓을 때까지도, 캐서린은 그의 아래에 있었다.
* * *
새벽녘이 밝았다. 캐서린은 뻐근한 눈두덩이를 꾹꾹 누르며 침대 주변을 더듬거렸다. 그러자 낯익은 온기가 손에 잡혔다. 그는 늦게까지 캐서린을 놓지 않았고, 캐서린은 울고 또 울었다. 로렌디스는 무미건조해 보이는 성격과는 달리 집요했다. 집요한 본성은 캐서린을 향해 짐승처럼 눈을 번뜩였다.
‘이렇게 집요한 성격이라는 건, 예상하지 못한 부분인데…….’
로렌디스가 눈을 느릿하게 떴다. 서늘하게 잠긴 눈동자가 캐서린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캐서린은 움찔하며 몸을 웅크렸다. 어젯밤 이후로 몸에 새겨진 본능이었다.
“깼어요?”
“먼저 깼나?”
엎드려 있던 로렌디스가 상체를 일으켰다. 어깨가 위협적으로 벌어지더니, 허리의 근육이 오밀조밀하게 자리를 잡았다.
아직까지도 지난 기억이 선명했다. 어질어질하게 온몸을 헤집고 그 속을 긁으며, 절벽 끝까지 캐서린을 몰고 갔다.
어둑한 눈동자가 낮게 침전됐다. 오한이 들린 듯 허리가 부르르 떨리는데, 침의 아래로 보이는 몸이 유난히 파리했다. 캐서린은 침의 자락을 들춰 보고 슬쩍 덮었다.
‘조금 거칠었나?’
침대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 로렌디스의 시선이 따라붙었다. 그는 캐서린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머리카락을 손가락에 감아쥐고 물었다.
“어디 아픈가?”
“아니요. 다른 부부들은 다 이렇게 지낸다는 게, 진짜 그런가 싶어서요.”
“왜?”
“다들 이렇게 지내면, 음, 좀 개방적이다 싶어서요.”
이건 시한부가 아내라 진짜 아내라도 된 기분이잖아. 흠칫하며 목을 움츠리는데, 목덜미에 닿는 손이 뜨거웠다. 눈동자만 도르르 굴려 그를 흘긋거리다 그 시선마저도 피해 버렸다. 로렌디스는 ‘열은 없군.’이라고 혼자 중얼거리더니 손을 거뒀다.
“하녀를 올려 보낼 테니까 쉬어.”
로렌디스가 나가고 넨시가 바로 침실을 찾았다. 넨시는 침실에 흐르는 나른한 공기를 보며, 입술을 우물거렸다. 아이고, 후끈거려라. 이제 막 귀환하시더니 이제야 신혼 생활을 시작하셨구나. 넨시는 서랍에서 연고를 가져오더니 몸 구석구석에 펴 발랐다.
“드레스를 입으셔야 하는데 몸에…….”
“조금 그런가?”
“이건 각하께서 너무 배려심이 부족하셨습니다. 사람 몸을 물고 뜯은 것도 아니고…… 제가 너무 말이 길었군요. 치장을 도와 드리겠습니다.”
넨시는 홀린 듯 앓는 소리를 냈다. 각하……. 무슨 짓을 저지른 겁니까…….
“있잖아.”
“네, 네?”
“원래 이런 거니?”
넨시는 차마 답하지 못했다. 제 주인님께서 조금 과했던 것 같은데, 그 이야기를 주인마님 앞에서 하라니. 죽어도 하지 못한다. 넨시는 멋쩍게 웃으며 연고만 펴 발랐다. 캐서린은 목덜미를 만지작거리다 넨시의 눈초리를 받으며 멋쩍게 손을 내렸다.
“연고를 발라 두었으니 손으로 건드리지 마십시오.”
연고를 바르고 치장까지 끝내자 늦은 아침이었다. 목덜미는 고민 끝에 스카프로 가리기로 했다. 넨시는 다음부터 옷 밖으로 보이는 목과 손목은 조심하시라는 말만 남기고 입술을 다물었다. 마지막으로 스카프를 둘러 목을 가리자, 넨시가 거기에 어울리는 장신구를 덧대어 주었다.
“주인님께서는 기사단을 살피러 가셨습니다. 그래서 이른 아침부터 저택이 활기찹니다. 마님께서도 한번 나가 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아닌가, 방에서 쉬는 게 나으려나…….”
“단장도 했으니까 같이 나갈까?”
넨시는 안절부절못하며 캐서린의 뒤를 따랐다.
“마님, 그 몸으로 괜찮으시겠어요? 주인님께서도 배려심이 부족하십니다. 지금 마님께서 어떤지 알면서도…….”
“글쎄. 그분이 나를 배려했다면, 나는 그게 더 비참했을 것 같은데.”
캐서린은 맑게 웃었다.
“그리고 오늘은 나가 봐야지.”
“……그게 오늘이었습니까? 마님. 저는 마님께서 그런 사람 같지도 않은 분들을 배웅해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넨시가 울먹거리며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캐서린이 앞서 걷자, 뒤따라오던 하녀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며칠 휴가로 자리를 비웠던 하녀들이 있어서, 며칠 전 있었던 일을 모르는 이들이 몇몇 있었다.
“마님, 무엇이 오늘입니까?”
“가족들이 수도원으로 떠나는 날이잖아. 이제 모든 미련을 내려 두고 수도원에서 욕심과 탐욕을 버린다더라고.”
최근에 넨시에게도 가족들과의 일화를 이야기해 줬다. 내가 가족들과 사이가 나빴고, 그게 몸에 무리를 줬는지 몸이 그간 아팠다고. 데니스 교수와 제임스도 그 일로 나를 자주 찾았으며,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고, 로렌디스도 그걸 알아서 헬렌에 머무르고 있다고. 넨시는 그 이야기에 크게 아파했다.
‘마님께서는 그 이야기를 왜 이제야 하십니까!’
넨시는 울먹였고, 지난날 혼자 버텨 온 캐서린을 안쓰러워했다. 더 일찍 말했어도 달라질 건 없다는 이야기에 오열하며 무릎을 꿇었다.
‘그간 혼자 버텨 오신 겁니까?’
버텼다는 표현과는 괴리감이 있다. 그런 표현까지 쓸 만큼 어려운 시기를 버틴 건 아니라서. 따지자면 ‘그냥 지냈다.’라는 쪽에 더 가까웠다.
“저는 여전히 마님을 놓지 않았습니다. 세상은 아직 마님과 저희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캐서린의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입술 끝이 허물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