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길들여진 상속녀-90화 (90/92)

외전 4

레온의 표정을 가만히 지켜보던 다나가 그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레온이 어설프게 아기를 안은 채 그녀의 곁에 앉았다.

“기쁘지… 않아요?”

“아니, 너무 기뻐.”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요?”

“표정이? 내 표정이 왜? 너무 기쁘고 행복한데.”

그의 말에 다나는 그의 뺨을 슥슥 쓰다듬었다.

“당신 거울이나 좀 보고 말할래요?”

“…아.”

레온은 아기를 시녀에게 넘겨주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까 내내 긴장했더니 그게 남아 있었나 봐. 정말 기뻐.”

“하지만 한편으론 아쉽죠? 당신은 딸을 원했잖아요.”

레온과 다나의 시선이 시녀에게 안겨있는 아기를 향했다. 한숨처럼 중얼거리면서도 그는 시선을 떼지 않았다.

“딸을 원한 건 사실이지만… 아들이라고 싫다는 건 아니었어. 딸이든 아들이든 당신을 닮았으면 했는데, 그건 좀 아쉽기는 해.”

시녀는 연신 탄성 어린 목소리로 아기의 외모를 칭찬했다.

“아기님이 정말 잘생겼어요. 태어날 때부터 이런 미모라면 앞으로가 참 기대가 크네요.”

“아기가 잘생겨 봤자지.”

“아니에요, 정말 당신 닮아서 잘생겼어요. 이목구비가 똑 닮았잖아요. 나는 좋아요.”

다나가 팔을 뻗자 시녀는 다나에게로 아기를 안겨주었다. 아기를 어르고 달래다 문득 레온을 바라보았다.

“왜?”

“이름을 지어주세요. 생각해둔 거 없어요?”

“음.”

레온은 잠시 말이 없더니 담담하게 답했다.

“생각해보고 말해줄게.”

“그래요, 그럼.”

레온은 아기를 토닥이는 다나를 바라보았다. 아까 산통이 시작됐다고 했을 땐 정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그리고 그게 사고로 인한 거였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그놈들을 찢어 죽이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무사한 모습들을 보니 한결 마음이 누그러졌다. 그래서 레온은 끓던 분노를 자제할 수 있었다.

‘그래, 좋은 날이니 피를 볼 수야 없지.’

그래서 한결 관대한 처분을 내리기로 결심을 했다. 놈들이 순순히 자백하고 사과만 한다면야.

‘가택과 영지, 작위를 몰수하는 것으로 끝내야겠다.’

그게 귀족에게는 사형선고보다 끔찍하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레온은 태평하게도 그렇게 생각했다.

***

그렇게 출산 후 보름이 지난 어느 날, 다니엘은 주변을 살핀 후 잽싸게 대공비 방의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소리가 들리자 그는 서둘러 들어가 문을 닫았다.

“후.”

“다니엘, 어서 와요.”

“비 전하, 말씀하셔서 가지고 오긴 했습니다만… 제발 쉬십시오. 대공 전하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제가 비 전하가 걱정이 돼서 그렇습니다.”

“쉬고 있어요. 가만히 침대에만 있는 것도 얼마나 고역인데요. 그리고 그냥 정말 보기만 할 거예요.”

다나는 다니엘이 건네주는 서류들을 받으며, 이제 잔소리 말고 가라는 듯 손을 흔들었다. 다니엘이 고개를 숙이고 나가려는 데, 곧 문이 열렸다.

들어오는 사람을 보자마자, 다니엘은 그만 바닥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전하! 그런 것이 아니오라…!”

“다니엘, 분명히 출산 후 적어도 한 달 이상은 이곳에 얼씬도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다니엘은 속으로 그 말에 대꾸했다.

‘저도 그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 성에서 대공 전하보다 대공비 전하의 말씀이 지엄한 것을 어쩝니까? 비 전하께서 다니엘이 내 말을 무시한다, 말하면 또 화낼 거잖아요!’

하지만 다니엘은 현명하게도 입을 열지 않고 바닥에 납작 엎드려버렸다. 그때 천상에서 구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레온, 어서 오세요. 다니엘은 그만 가보시고요.”

늘 겪던 상황, 다니엘은 지체 없이 일어나 두 전하에게 꾸벅꾸벅 인사하고는 훌쩍 떠나버렸다. 이럴 때 대공의 허락은 필요 없었다.

레온도 더 이상은 다니엘을 붙잡지 않았다. 그에게는 오로지 다나 만이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그가 나가고 레온은 한숨을 길게 쉬며 다나 곁에 앉았다.

“당신이 나보다 더 바쁜 것 같아.”

“그럴 리가요, 맨날 이렇게 안에서 쉬고만 있는데요. 다니엘을 부른 것도 오늘이 처음이에요, 정말이라니까요!”

“당신이 이렇게 일 중독자였다니.”

그러면서도 레온은 다나의 손에 든 서류들을 흘긋 보며 그녀에게 물었다.

“뭐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 건데.”

“사업 확장에 따른 인력 보강이 필요한데… 단순 노동 인력이라… 하지만 필요 인원이 많아서….”

다나가 서류를 뒤적거리며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레온이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으음, 그 녀석들을 쓸 수 있으려나.”

“누구요? 누가 있어요?”

“성 밖에 있던 사람들.”

“어… 아!”

말을 하자마자 바로 떠올렸다. 물론 다나가 그때 그들 때문에 큰일을 겪은 건 사실이었다.

레온은 그 일을 계기로 하여, 성 밖의 사람들의 처우에 대해 적극 개입을 했다.

일단 각각의 영주들에게 약간의 값을 치뤄 그들에 대한 소유권과 사면권을 부여받았다.

그리고 일단 성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그들을 위한 간이 주거지를 만들어 주고, 그곳에 머무르게 했다. 성에서 최소한의 지원은 해줬지만, 사실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았다. 자력으로 생존하려면, 역시 일자리가 필요했다.

“그 사람들에게도 좋은 일이겠네요, 레온. 좀 알아봐 줘요!”

다나의 반응에 레온은 기쁜 듯, 혹은 난처한 듯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그녀가 한 번 더 말했을 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옆에서 곤히 자고 있던 아기가 칭얼거렸다. 그러자 다나가 웃음 지으며 아기를 안아 올렸다.

“아르티안, 깼구나.”

레온은 아기에게 ‘아르티안 테라티우스’라는 이름을 선물했다. 아기도 사랑스러웠고, 아기를 안고 있는 다나도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레온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일상이었다.

***

이제 다나의 몸도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고, 아기도 쑥쑥 자라나 아장아장 기어 다닐 무렵이었다.

그들은 다시 브림드 베이에서 테라티우스 성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다나를 위해 튼튼하게 제작된 마차는, 지금 그 비싼 값을 톡톡하게 해내고 있었다.

“레…온… 흣, 여기서…!”

레온은 잡아먹듯이 그녀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덮어버렸다. 몇 번이나 의사에게 묻고, 확인을 했다. 그로서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아드리안은 이미 다른 마차에 유모와 함께 타고 있었다.

다나를 의자 위에 길게 눕히고, 그는 그 위에 엎드린 채로 그녀의 가슴 끈 매듭을 스르륵 잡아끌었다.

그러자 얼마 전까지 모유를 먹였던 가슴이 풍성하게 드러나 그의 커다란 손아귀에 사로잡혔다.

“읍….”

봉긋 솟아있는 유두를 잡아 비틀자 가느다란 신음이 타액과 함께 레온의 입 안으로 사라져버렸다.

“하, 하아… 레온, 가서, 성에 가서 하면….”

“안 돼, 나 미치는 꼴 보고 싶어? 이미 너무 오래 참았어.”

그는 조금 막무가내로 굴고 있었다. 다나의 치맛자락을 들치고 그 안으로 손부터 집어넣었다.

다나 역시도 그와의 정사는 그리웠지만, 이곳에서 이런 식으로 시작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시작은 그저 가벼운 키스였는데, 어쩌다가 여기까지 온 거지?

다시 입술이 겹쳐졌다.

레온은 다나의 입 안으로 깊숙하게 혀를 넣어 입천장과 치아 하나하나를 쓰다듬었다. 임신과 출산 기간 동안에는 이런 깊은 키스조차 하지 않았다. 자제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다나가 숨 가빠하면 잠시 멈추다가도 다시 맞붙여 그녀의 입 안을 맛보고 탐색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치마 안쪽의 손은 슬그머니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여린 살갗의 감촉이 그를 더욱더 흥분시켰다. 레온은 타액에 젖은 입술 그대로 내려가 그대로 붉고 단단해진 유두를 머금고 빨아들였다.

다나 특유의 다디단 체향이 코끝에 머무르면서, 손끝은 스르륵 더 예민하고 은밀한 곳으로 파고들었다.

속옷 위를 부드럽게 쓰다듬다가도 우악스럽게 잡아 주물렀다.

“아, 흣… 레온, 제발, 살살….”

다나는 더 이상 레온을 밀어내진 않았다. 하지만 오랜만에 하는 이런 행위가 꽤 긴장되는 건 사실이었다.

레온은 애써 욕구를 꾹꾹 참아 누르며, 그녀의 몸을 풀어주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엉덩이 밑으로 손을 받쳐 속옷을 끌어 내렸다.

맛있게 익은 유두 끝을 혀로 간지럽혔다.

“…아, 으응.”

그러자 다나의 입 안에서 달콤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레온의 손이 다나의 동그란 엉덩이를 주물거리다 이내 다시 앞으로 와 다리 사이 깊은 곳으로 파고들었다.

내내 거침없던 그의 손길이 갑자기 조심스러워졌다. 붙어있는 둔덕을 가르고 작은 구슬을 더듬거리다 조금 더 내려와 질구 주변을 문질렀다.

“으, 흣.”

다나는 움찔움찔하면서 레온의 목을 팔로 끌어안았다. 미세하게 젖은 하얀 목덜미에 입을 맞추며, 레온은 손가락 끝을 이용해 조심스럽게 문지르다 이내 몸을 뒤로 물렸다.

“감질맛 나서 안 되겠어.”

“하아, 레온? 앗, 아앗…!”

그를 부르던 다나가 깜짝 놀랐다. 레온은 그대로 치마를 걷어버리더니 다리 사이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버둥거리는 허벅지를 손으로 벌려 고정하고는 혀를 길게 빼어 사이를 길게 핥아 올렸다. 축축한 감각에 다나가 바르르 몸을 떨었다.

날개를 양쪽으로 밀어젖히고 안쪽의 예민한 살덩이를 혀와 입술을 이용해 살살 물고 빨았다.

“아앙… 아흣, 레온… 아, 항….”

찌릿한 기운이 배 속에서부터 시작되어 척추를 관통하여 올라왔다.

다나는 너무 오랜만에 느끼는 쾌감에 온몸이 뒤틀리는 경험을 했다. 레온은 그 와중에도 좁은 구멍 안으로 혀를 쑤시며 길을 만들어냈다.

그러자 질구가 움찔거리며 스멀스멀 애액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담뿍 젖은 그곳을 입술로 훔쳐내고는 손가락 하나를 길게 뻗어 천천히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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