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화
다나는 침대 위에 편하게 걸터앉아 봉투를 만지작거렸다. 그녀의 곁으로 다가오던 레온은 아까처럼 무릎을 굽혀 몸을 낮췄다. 그리고는 그녀의 신발을 벗겨 냈다.
수도에서부터 신었던 값비싼 구두는 산에서 구르면서 벗겨져서 잃어버렸고, 지금은 리사가 빌려준 투박한 워커를 신고 있었다.
레온이 신발을 벗기자마자, 다나는 봉투를 내려놓고 다급하게 그의 턱을 두 손으로 치켜들었다. 레온이 벗어나려 하자 더 꽉 잡고 눈을 마주쳤다.
“그, 안 돼요. 숙이지 말아요.”
“왜지?”
“그야, 내내 정신이 없었고.”
두서없는 핑계에 레온은 눈만 깜빡거렸다.
“신발을 벗을 틈이 없어서….”
“이대로 내게 키스하면.”
왠지 듣고 보니 짐작 가능한 이유였지만 레온은 짐짓 모른 체하며, 일단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로 했다.
“아래를 보지 않겠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나는 덥석 그의 입술 위에 입을 맞췄다. 쪽, 소리가 나고 다나는 바로 떨어지려 했지만 그에게 뒷덜미가 잡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그가 집요하게 입술을 탐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레온은 한 손으로 다나의 왼쪽 발목을 살짝 감싸 쥐었다. 그러자 다나가 크게 몸을 떨며 통증에 반응했다.
레온이 입술을 맞붙인 채 그대로 일어나 다나를 뒤로 눕게 했다.
“다쳤나?”
조금 화가 난 어조였지만, 다나는 그가 왠지 감정을 통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의문이 들었다.
‘이 사람은 왜 아무것도 묻지 않는 거지?’
그녀의 짐작대로 레온은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나 있었다.
질투에 눈이 멀어 그녀를 급하게 보내버린 것, 더 일찍 찾지 못한 것, 찾은 후에 다친 것을 알아채지 못한 것 전부가 후회되고 화가 났다.
‘멍청한 놈.’
다나가 더니즈 상단에서 잡혀 치안대로 끌려갔을 때, 리사의 일행 중 성에 편지를 전해주었던 제라스가 급히 다시 테라티우스 성으로 달려왔었다.
성문을 지키던 병사들은 제라스가 두 번째 왔을 때엔 바로 상부에 보고하여 그를 안으로 들여보내 주었다.
제라스는 레온 테라티우스 대공에게 덫에 빠져 있던 다나를 구한 것과 그녀가 치안대에 붙잡힌 과정까지 설명해주었다.
“의사부터 보는 게 좋겠군.”
레온은 조심스러운 손길로 부은 발목을 쓰다듬다 그대로 슥 일어나려 했다. 그런데 다나가 그의 옷깃을 세게 잡아당겼다. 몸을 일으키려던 레온이 다시 그녀의 위로 포개졌다.
“가지 마요.”
애처로운 음성이 들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시 입술이 겹쳐졌다. 다나의 검은 하의가 빠르게 벗겨졌다. 속옷까지 함께 벗겨져 부끄러운 곳까지 공기 중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레온은 손으로 납작한 배 위에서 몇 차례 원을 그리다, 망설임 없이 다리 사이로 내려보냈다.
단번에 찾은 구멍 속으로 굵은 손가락이 망설임 없이 파고들었다.
“으… 응….”
복도에서부터 이어진 스킨십으로 인해 질 내부는 이미 적당히 젖어 있었다. 안쪽을 둥글게 휘저어 넓히다, 쑥쑥 드나들었다.
다나가 엉덩이를 움찔거릴 때마다 빠듯하게 벌어진 균열이 우물우물 손가락을 조여들었다.
마주 댄 입술 틈 사이로 더운 공기가 헐떡헐떡 빠져나갔다. 다나는 안달 난 마음에 무릎을 세워 그의 중심을 툭툭 쳐보았다.
잔뜩 성난 물건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지만, 그는 묵묵히 손가락으로 하는 농락에 꽤 공을 들였다.
“하아, 아… 레온, 아, 으으응!”
입술이 떨어지자마자 뭔가 조르는 듯 끊어지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가 중지를 질 속에 깊게 찌른 채 엄지로 단단해진 돌기 위를 함께 자극시켰다.
“아…!”
“뭘 원하는지는 알겠는데. 일단 한 번 가자고.”
다나가 확 치솟는 쾌락을 느끼며 골반을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결국 그의 손만으로 이렇게까지 흥분했다는 게 자존심이 상하면서도, 이대로 끊어지지 않길 바랐다.
찔걱찔걱대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는가 싶더니, 귓바퀴에 축축한 감각이 느껴졌다.
뜨겁고 물컹한 것이 귓불을 핥아 대다 구멍 속을 드나들었다. 마치 아래에서 치대는 손가락이 그대로 귀 안을 쑤시는 것 같아, 그 이상하고 야릇한 감각에 몸을 비틀었다.
다나가 모르는 사이 손가락은 두 개로 늘어나 있었고, 그녀의 둔부가 들썩일 만큼 거세게 움직이고 있었다.
손가락을 굽혀 내벽 깊은 곳을 자극시키자, 다나는 치솟는 열기에 순간 나무처럼 몸을 굳혔다.
“아…! 하… 앗!”
동시에 다나가 막을 새도 없이 아래에서 맑은 액체가 뿜어나왔다. 침구가 젖을 거란 걱정은 아주 잠시뿐이었다.
머릿속은 번쩍이는 쾌락에 가득 찼고, 감당할 수 없는 열기에 그대로 재가 되어 버릴 것 같았다.
그렇게 레온의 손과 침대 위를 흠뻑 적신 후에야 다나의 몸이 축 늘어졌다.
“하… 아….”
몽롱하게 풀린 눈동자가 초점 없이 허공을 바라보았다.
레온은 축 늘어진 다나의 손을 잡아들고는 그녀의 손가락 하나하나에 짧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나는 조금 의아하단 눈빛으로 힘없이 그의 움직임을 바라보았다.
그는 깨끗한 수건을 들고 오더니, 흥분에 푹 절은 비부와 허벅지 안쪽을 조심스레 닦아주었다.
다나는 움찔거리긴 했지만 그의 손길을 피하진 않았다. 다만 지켜보다 기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안… 해요?”
레온은 다나의 얼굴을 한 번 슥 볼 뿐이었다. 부지런히 손을 놀려 아래를 닦아주고는 얼룩진 이불은 한쪽으로 걷어버렸다.
“레온?”
다나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그의 손목을 가볍게 잡아당겼다. 그제야 레온이 다시 허리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나직하게 속삭였다.
“먼저 의사를 본 후에 얼마든지 넣고 박아줄 테니. 이렇게 계속 안달 난 티를 내면 나도 곤란해. 그래서 한 번은 달래줬지 않나.”
바지 속 불룩한 것이 저렇게 선명한데도, 마치 아닌 것처럼 레온은 태연하게 말하며 몸을 세웠다.
그는 옷장으로 걸어가 안에 걸린 적당히 편한 원피스를 골라 다나에게 가져다주었다.
“입고 있어, 의사도 사내놈인데. 그렇게 헐벗은 걸 보이면 내가 그놈 눈알을 파버릴지도 모르니까.”
“무슨 그런 말을.”
섬뜩한 말을 아무렇게나 내뱉은 레온은 다나가 질색하자 아무렇지 않게 팔짱 끼며 내려다보았다.
다나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다 침대에 앉은 채 그에게 등을 돌려 앉았다. 팔을 올려 상의를 벗자, 레온이 원피스를 위에서부터 입혀주었다.
그러자 다나가 고개를 휙 돌려 레온을 보았다.
“왜?”
“…아니에요.”
“다 입었으니 의사를 불러오지.”
다나는 그렇게 말하고 성큼성큼 걸어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여전히 알 수 없단 표정으로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왜 이렇게 친절해졌지…?”
***
“아! 레온, 이제 그만….”
다나는 힘겹게 시트를 쥐며 침대 위를 엉금엉금 기어갔다.
“아, 안… 돼, 흣.”
“아직 멀었어.”
레온은 냉정하게도 그런 그녀의 다리를 잡고 쑥 잡아당겼다. 엉덩이 사이로 허연 액체를 질질 흘리며 뻐끔대는 구멍에, 아직도 멀쩡한 페니스를 푹 박아 넣었다.
“흡, 으… 읏, 아! 하읏!”
다나는 또다시 속수무책으로 엎드린 상태에서 흔들려야 했다. 그녀의 한쪽 발목엔 붕대가 감겨 있었다.
의사는 다나를 진료하면서, 그녀가 발목을 삐고 약간의 타박상을 입긴 했지만 비교적 멀쩡하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의사가 나가자마자, 레온은 아까의 신사다운 모습은 집어던지고 다시 다나가 알던 짐승으로 돌변했다.
“아앙! 아, 힘, 들… 어, 읏, 흣!”
떨어졌던 시간이 그리 긴 것도 아니었건만, 레온은 그 기간도 아쉽다는 듯 못다 한 것들을 다 쏟아내고 있었다.
이미 다나는 몇 번의 절정을 맛보았고, 배 속에는 그의 흔적이 넘칠 만큼 담겨 있었다. 그의 기둥이 드나들 때마다, 정액과 애액이 함께 뒤섞여 줄줄 딸려 나왔다.
다나가 까무러칠 만하면 속도를 늦췄다가, 조금 가라앉으면 퍽퍽 소리가 날 만큼 세게 밀어붙였다.
이미 감각에 없을 만큼 얼얼해진 비부인데도, 페니스가 박힐 때마다 아직도 흥분감이 느껴져 곤란했다.
개구리처럼 납작하게 엎드려 있는 다나의 허리를 레온이 팔로 감아 들어 올렸다. 축 늘어지는 다나의 몸을 곧추세우며, 레온이 침대에 앉은 채 그녀를 위에서 아래로 흔들었다.
영혼이 빠져나간 인형처럼 그저 흔드는 대로 움직였다.
“아, 하… 아앗, 아!”
목이 쉬어 끙끙대는 와중에, 안쪽의 민감한 부위를 쿡쿡 쑤시자 다나가 다시 신음을 높였다.
하얀 가슴골 사이로 땀방울이 맺혀 주르륵 흘러내렸다. 금발이 찰랑찰랑 춤을 췄다.
식지 않은 열기가 다나를 빠르게 지치게 했다.
레온은 출렁거리는 가슴을 뒤에서 안아 손으로 감싸며 마구 주물거리며 허벅지를 튕겼다.
살갗이 탁탁 부딪히는 소리가 점점 빨라졌고, 다나는 또 뒤로 허리를 꺾으며 자지러졌다. 이번엔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큭.”
동시에 레온도 낮은 신음을 토하며 그녀의 안쪽에 진득한 액체를 쏟아냈다.
경련하던 다나가 금세 축 늘어졌다.
“다나.”
그의 것을 품은 채로 다나는 눈을 감았고, 레온이 슬쩍 건드리며 흔들어봤지만 이제 정말 기절했는지 깨질 않았다. 어느새 그의 몸도 땀에 젖어 미끌거렸다.
“후우.”
이제야 그만둘 마음이 생겼는지, 레온이 맞물린 성기를 빼내고는 다나를 침대 위에 바로 눕혔다. 그 옆에 털썩 기대앉은 레온이 땅에 떨어진 봉투를 발견했다.
“아아.”
레온은 실컷 다나를 안고나서야, 욕정에 밀려났던 궁금증이 조금이나마 생겨났다. 약간 귀찮았지만, 그는 몸을 일으켜 그 봉투를 집어 들었다.
그것은 척 봐도 아무나 열지 말라는 듯 잘 밀봉되어 있었다. 상식적으로는 다나가 먼저 봐야겠지만, 레온에게는 없는 상식이었다.
게다가 이제 부부가 되었으니 더 거리낄 것이 없었다.
봉투 상단을 아무렇지 않게 찍 찢어버리고 안쪽의 서류를 꺼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