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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여진 상속녀-75화 (75/92)

75화

“죄송합니다, 전하!”

아힐은 그대로 고개를 들지 못했다. 리사는 그를 흘긋 보고는 슬그머니 지나쳐 다나와 레온에게 다가갔다.

“실력은 나쁘지 않지만, 제대로 일하려면 수련이 필요해.”

“무슨 일을 맡기려는 거지요? 사실 한창때도 장기전엔 약해서….”

리사는 말을 하면서도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중얼거렸다.

“내 아내를 맡길 생각이야. 아힐은 이번에 실수를 하기도 했고, 원래 하던 일이 많아서 계속 한 사람의 호위로 두기엔 무리였으니까.”

레온이 다나를 본격적으로 ‘아내’라고 지칭하는 말에 제각각 생각에 빠졌다. 그 와중에 리사의 표정은 아까보다 훨씬 진지해졌다. 그녀는 다나를 잠시 응시하고는 작게 한숨 쉬었다.

“후우, 그런 일이라면 내가 제격이긴 하지만…. 전하 말대로 좀 더 수련이 필요하겠군요.”

“아내가 나와 없는 모든 순간 가장 가까운 곳에서 호위하도록 해. 물론 호위 인력은 자네 말고도 보조로 더 배치할 테지만.”

“잠깐, 나와 없는 순간? 그럼 대공께서 함께 있을 때는 필요 없다는 말인가요?”

레온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피식 웃음 지으며, 다나를 조금 더 세게 끌어안았다.

“당연하지, 그땐 내가 지키고 있을 테니. 성안에서라면 그 시간 동안엔 훈련을 하러 사라져도 개의치 않겠다.”

리사는 잠시 어이없는 표정을 짓긴 했지만,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 생각했는지 곧 수긍했다.

레온은 차가운 눈으로 그제야 내내 바닥에서 무릎을 꿇고 있던 아힐을 봤다. 레온의 책망은 다나가 아닌 아힐에게 향했다.

정황상 다나가 사라진 게 콕 집어 아힐의 잘못이라고 할 순 없어도, 그가 호위를 맡은 이상 책임이 없다 할 순 없었다. 게다가 이렇게 중요한 일에 실수했다는 건, 레온의 성격상 더욱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전에 그를 문책하지 않은 건, 다나를 찾는 데 한 명이라도 더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저, 아힐 경. 미안해요.”

레온이 엄하게 그를 질책하려는데, 그의 옆에서 진심 어린 사과의 말이 흘러나왔다. 레온은 고저 없는 목소리로 그녀를 만류했다.

“그대는 이제 사과할 위치가 아니다.”

다나는 그 말뜻을 단번에 이해했다. 레온은 다나에게 사과할 ‘일’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다. 그녀가 대공비라는 지고지순한 위치이니 아랫사람에게 사과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다나는 곤란한 얼굴로 지그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고개 숙인 아힐을 바라보다 레온과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나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 크게 질책하지 말아 주세요. 그건 예기치 못한 사고였어요.”

“그 사고도 미리 예상하고 막는 게 저 녀석의 임무야.”

“레온.”

다나가 꽤 끈질기게 주장하자, 레온은 마음이 흔들리는지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리며 리사에게 명령했다.

“다나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

“또 나를 혼자 돌려보낼 건가요?”

예상하지 못한 물음에 레온이 다시 그녀를 보았다. 낮게 깔린 속눈썹에 서운함이 묻어나왔다. 물론 이곳은 테라티우스 성안이었고, 이제 대공비가 된 그녀는 누구보다 안전했다. 무엇보다 이제 리사가 호위로 다닐 테니 ‘혼자’라고 할 순 없었다.

물론 호위는 그림자와 같은 존재이니 명수로 세지 않는 게 보통이긴 했지만, 다나의 말이 그런 의미는 아닐 것이다.

“아아, 그래.”

정말 고집을 위한 투정이었음에도, 레온은 다나의 그런 말이 모처럼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내내 참고 있던 아래에서 욕구가 슬슬 올라왔다.

레온은 가볍게 그녀의 손을 잡고 손등 위에 키스했다. 슬쩍 치켜든 붉은 눈이 순식간에 굶주린 짐승을 보는 것 같았다.

“부인이 정 원하신다면.”

뒤에 읊조린 말은 다나만이 들을 수 있었다.

“대신 벌을 받는 걸로 하지.”

호선을 그리며 올라간 입꼬리가 야릇했다. 그것조차도 다나 만이 눈치챘을 뿐, 다른 이들은 대공비 덕분에 아힐이 살아남았다는 것만 알 뿐이었다.

다나는 뭐라 해야 할지 몰라 입술을 달싹였다. 그의 말이 두려우면서도 은근히 기대됐다. 자신의 입술을 보는 레온의 시선이 뜨거워서, 바짝 목이 타는 기분이 들었다. 다나는 자신도 모르게 혀를 내밀어 아랫입술을 핥았다.

“비와 함께 들어가도록 하겠다. 아힐은 다음 명령을 기다리며 자숙해라.”

레온이 빠른 어조로 명을 내리고는 다나의 허리를 감싸며 서둘러 안쪽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남겨진 리사가 머쓱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힐은 침울한 표정으로 바닥에서 일어나다, 두리번거리는 리사와 눈이 마주쳤다.

“저기, 할 일 없으면 훈련이나 도와줘요.”

아힐은 리사의 명령 같은 부탁에 멀뚱멀뚱 서 있다 고개를 끄덕였다.

***

“으응… 음….”

도톰하고 붉은 입술이 짐승의 아가리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레온은 다나의 입술 전체를 잡아먹을 듯이 세게 빨아들였다.

그 기세에 다나가 뒷걸음질치다 복도 한쪽 벽에 등을 기댔다. 아직 그들이 방에 도착하기도 전이었다.

가는 내내 은근한 손장난을 치던 레온은 2층 복도에 들어서자마자, 참지 못하고 다나의 입술을 덮쳐 버렸다.

처음부터 멀찌감치 떨어져서 따라오던 전속 하녀 릴리는 그들이 맞붙자마자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하아, 하아, 아… 읍.”

입술이 떨어지자마자 다나가 숨이 넘어갈 듯 헐떡거렸다. 레온이 휘청이는 그녀의 몸을 붙잡고 다시 입술을 겹치며 조금씩 복도를 이동했다.

그렇게 힘겹게 복도 끝 모퉁이를 돌자마자, 둘의 스킨십은 점점 더 대담해졌다. 여전히 침실까지는 좀 더 가야 했다.

다나는 쓰러지지 않으려 레온의 목에 팔을 둘러 매달렸고, 레온의 손은 그녀의 검은색 상의 속으로 파고들었다.

지금은 레이스 속옷 대신 넓은 붕대로 가슴을 칭칭 감은 상태였다. 볼록한 윤곽을 따라 손바닥이 거칠게 더듬거렸다.

“아, 흣… 레온….”

몸은 여전하게도 그의 손길에 빠르게 달아올랐다. 단단하게 굳은 페니스가 다나의 배꼽 근처를 꾹 눌러 압박했다. 서로가 원하는 건 분명했다.

레온이 감겨 있는 붕대 위로 손가락을 걸쳐 그대로 잡아 내렸다. 갇혀 있던 살들이 해방되며 동시에 바스락거리며 무언가 바닥 위로 툭 떨어졌다. 순간 둘의 움직임이 멈췄다.

“아아, 이건….”

다나는 이 봉투 속 내용 뭔지, 레온에게 보여도 되는지 아직 알지 못했다. 그 때문에 이런 식으로 들킨 것이 꽤 당황스러웠다.

레온은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잘게 떨리는 걸 보고 있다 느리게 한쪽 무릎을 굽혀 바닥에 떨어진 종이봉투를 손가락 두 개로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레온의 시야 정면에는 바지를 입은 다나의 하체가 있었다. 정확히 중앙 그 지점에 시선이 고정됐다.

“저, 레온. 그 봉투는… 앗, 잠시만. 아…!”

레온의 머리가 그대로 서 있는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향했다. 검은 천 자락과 함께 음부 전체가 그의 입안으로 들어가 타액으로 젖어 들었다.

속옷과 바지의 천에 가로막힌 상태에서 그는 이를 세워 다나의 중심부를 세게 긁어내렸다.

“으으응, 레온, 그만… 여기서….”

둔덕 안에 숨어 있던 돌기가 정확하게 자극받았다. 다나는 한쪽 다리가 들린 엉거주춤한 자세로 레온의 어깨를 잡아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레온은 일부러 그러는 건지 그녀의 음핵이 있을 만한 위치에 입술을 묻고 옷 위 그대로 물고 핥았다.

감질나는 자극이 계속되는 와중에, 버티고 있던 한쪽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며 꺾이기 직전이었다.

“하아, 제발, 레온… 아… 레온, 어서요.”

다나는 아예 그의 머리통을 손바닥으로 감싸며, 머리칼 사이사이로 손가락을 넣어 헤집고 있었다.

뜨거운 입김이 옷 속으로 스며들어 계곡 사이가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다나가 앉지도 서지도 못한 채 끙끙대는 사이 레온이 다리 사이에서 머리를 빼고 위를 보았다.

다나의 목덜미와 턱 아래가 잘 익은 과실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 레온은 소리 없이 웃으며, 봉투를 허리춤에 꽂아 넣고 일어섰다.

레온의 얼굴은 여전히 아무 일 없다는 듯 단정하고 말끔했다.

그는 다나를 제대로 세워주고는 조금 더 걸어가 문을 열고 기다렸다. 신사다운 그의 몸짓에 다나는 어이없으면서도 익숙한 듯 그에게로 걸어갔다.

그런 상반된 모습이 질릴 법도 하건만, 다나는 레온의 잘생긴 얼굴을 보며 우월감을 느꼈다.

‘아무도 모르겠지. 저 사람이 침대에서 어떤 표정을 짓는지.’

한 걸음씩 가까워질 때마다 반듯했던 그의 얼굴이 묘하게 흐트러졌다. 열기를 품은 붉은 눈동자가 마치 핥아 내리는 것처럼 느리게 그녀의 몸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 모습은 나만 알고 있어.’

그가 냉정을 잃을수록, 다나의 숨결은 차분해졌다.

그저 욕정과 필요에 의해 이어진 관계라고 생각했다. 감정을 공유했으나, 언제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얄팍한 관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끊어질 듯하면서도 지금까지 이어졌고, 현재 법적으로 그들은 부부였다.

다나가 레온의 코앞까지 다가가서 멈췄다. 생긋 웃는 다나 때문에 레온의 눈동자가 노골적으로 흔들렸다.

그때, 다나는 재빨리 레온의 허리에 꽂힌 봉투를 빼내 들었다. 그것을 팔랑팔랑 흔들며 다나가 먼저 방 안으로 들어섰다.

레온은 그 모습을 조금은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다나가 어서 들어오라는 듯 뒤돌아보며 손짓했다. 커튼을 젖혀 둔 창밖으로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기억을 되찾은 다나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자신의 곁으로 돌아왔다. 단지 옛 기억이라 여겼던 것들은 그녀에게 생동감을 부여했고, 의지를 불어넣었다.

레온은 쭉 그것을 경계했지만, 실제로 보니 훨씬, 훨씬 더 매력적이었다.

그것을 느낀 레온이 드물게 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목울대가 한 차례 위아래로 움직이고, 레온이 미미하게 웃음 지으며 그녀를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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