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다나의 목소리가 조금씩 떨리면서 물기가 배어 나왔다.
“욕심 부리면 안 되나요…?”
다나가 울먹이며 묻자, 비아냥거리던 레온의 표정이 아주 조금 풀어졌다. 레온은 대답 대신 그녀의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 놨다.
그 행동이 부드럽고 상냥하여, 다나는 조금 더 용기 내어 그에게 물었다.
“내가, 나로 있고 싶다는 게, 욕심인가요? 대역이 아니면… 당신 곁에 있을 수 없는 거예요?”
다시 입술이 포개졌다. 맞붙은 입술 사이로 흐느낌이 새어 나왔다.
다나는 말을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게 됐다. 팔로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와 키스 하는 동안, 맞붙은 순간, 섹스하는 순간에 쾌락에 힘입어 자기 자신을 느꼈다. 그래서 더 간절했고, 중독되는 자신을 막지 못했다.
차마 알면서 꺼내지도 못했던 생각, 채우지 못한 갈증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나는 나로 있고 싶어. 나로서 그에게 인정받고 싶어.’
그에게서 넘어오는 타액으로 목을 축이며, 뜨거워지는 체온에 다리 사이를 서로 비볐다.
레온이 입술을 조금 떼어냈다. 입술 사이로 긴 은실이 이어지다, 더운 숨에 흔들려 톡 끊어졌다.
“그래, 욕심이야.”
단정적으로 말하는 그를 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 와중에 푸른빛 실크 드레스는 전혀 다나의 몸을 보호해주지 못했다. 치마 아래로부터 파고든 손은 거침없이 올라가 그녀의 가슴까지 움켜잡았다.
“아… 읏.”
순간 손아귀의 힘에 다나가 얼굴을 찡그렸다.
“네가 누군지 모르는데, 너로서 있고 싶다고? 신분도, 이름도, 모르는 널 있는 그대로 대공비로 앉힐 수 있다 생각하는 거야?”
“애초에… 안 되는 거 알아요. 그래서 안 한다는 거예요. 다나 더니즈가 될 바에야.”
그가 둥근 가슴을 아래에서 위로 잡아 뭉개며, 손가락 사이에 그녀의 유두를 끼워 넣었다.
“아, 으… 응.”
이런 대화를 하면서도 그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몸을 탐했다. 다나는 기가 막혔지만, 자신 역시 이미 제정신이 아닌 걸 인정하는 바였다.
“정말 보잘것없는 자존심이군.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그의 물음에 다나는 속으로 긍정했다.
옷 안에서 울퉁불퉁 튀어나온 그의 손마디가 계속해서 움직이며 그녀의 젖가슴을 주물거렸다.
이미 다리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유리 벽과 그의 손힘에 겨우 몸을 세우고 있을 뿐이었다.
손가락이 유두 끝을 빠르게 진동시켰다.
“아, 흐응… 흐… 읏.”
“알고 싶다면 잘 봐. 지금 내 손짓 몇 번에 거부도 하지 않고 금세 앙앙거리는 게, 바로 너야.”
귓바퀴에 축축한 것이 스치는가 싶더니 음란한 독설이 흘러들었다. 다나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레온은 다나의 목덜미에 키스하며, 조금 흐려진 자국 위에 짙은 자국을 덧새겼다. 흘러내리는 다나를 허리를 안아 고쳐 세웠다.
그리고 가슴을 만지작대던 손은 아래로 내려가 그녀의 다리 사이로 파고들었다. 다나가 그의 손을 가둔 채 다리를 꼬았다.
“나는 이미 널 잘 알아. 얼마나 야한 여잔지, 어떻게 하면 네가 자지러지는지. 벌써 봐, 이렇게 질질 싸고 있는걸.”
큭큭대며 웃는 소리를 뚫고 흥건하게 젖은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그는 속옷을 옆으로 젖히고, 그 안으로 손가락을 넣어 움찔대는 구멍 위를 문질거렸다.
“아, 아…흣!”
“그래, 네가 누구냐고? 넌 그냥 음란하고 야한 여자지, 그뿐이야. 네 말대로 너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어때?”
그 안으로 중지를 깊게 밀어 넣자, 다나가 레온의 어깨를 잡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흐린 눈으로 슬쩍 옆을 보자, 밖을 오고 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게다가 여기선 보이지 않았지만, 유리 온실 출입문 바깥에도 릴리와 아힐이 있었다.
이제야 그들의 존재가 생각이 난 다나는 입술을 깨물고, 레온을 조금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레온은 아랑곳 앉고 그녀와 더 몸을 밀착시켰다.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고하듯, 부풀어 오른 아래로 밀착된 곳을 쿡쿡 눌렀다.
“이제 와서 신경 쓸 것 없어. 저들은 들어도 못 들은 거고, 봐도 못 본 거니까.”
레온은 그녀의 한쪽 다리를 들어 자신의 허벅지로 받쳤다. 아래가 조금 더 벌어지자, 그의 손가락이 더 거침없이 드나들었다.
찔걱찔걱거리며 물기를 가르며 손과 마찰하는 소리가 더운 공기와 함께 유리 온실 안을 맴돌았다.
온실 안은 아름다웠다.
예전 왕가의 사람들만 드나들 수 있는 온실답게, 희귀하고 아름다운 꽃과 식물들로 가득했다. 물론 그것들이 다나의 눈에는 지금 들어오지 않았다.
“아, 흣… 흐읍, 아, 그만… 레온, 그만.”
손가락을 깊게 넣어 휘저어대자, 다나가 작게 경련하며 점점 무너져 내렸다.
레온이 그녀에게 손을 떼고 놔버렸고, 다나는 그대로 벽을 타고 내려와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오만한 눈으로 다나를 내려다보며, 자신의 바지 버클을 풀어냈다.
다나의 눈앞에 크고 긴 것이 꺼떡거렸다. 멍하니 그것을 보던 다나의 입술이 아주 조금 벌어졌다.
정작 레온은 아무것도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았다.
“이 와중에도 나랑 계속 이 짓은 하고 싶은 거지. 그게 너니까. 과거에 네가 누구였든, 이제 와서 다나 더니즈가 된들 무슨 상관이야.”
다나가 물끄러미 시선을 올려 그를 보았다. 왜 저 거친 말에 묘하게 설득되고 있는 건지, 자신이 체념한 건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지금 확실한 것은 그의 말대로 ‘이 짓’이 계속하고 싶다는 것.
“하지만… 진짜가 나타나면….”
“그런 걱정은 네가 할 게 아냐. 다 생각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입부터 벌려. 멍하니 있지 말고.”
혼인에 대한 이야기로 화가 났기 때문인지 레온의 태도는 평소보다 폭압적이었지만, 다나는 그게 딱히 싫지 않았다. 떼쓰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 같기도 했고, 이런 모습을 보기 위해 일부러 도발하기도 했고.
다나는 순종적으로 눈을 감으며 조금 더 입을 벌렸다. 아랫입술 위로 부드럽고 뭉툭한 것이 툭 건드리며 올라왔다.
다나가 스스로 페니스의 뿌리 부분을 손으로 잡고, 혀를 내밀어 귀두를 핥았다.
“후우.”
슬슬 올라오는 쾌감에 몸은 기꺼워했지만, 다나를 내려다보는 레온의 표정은 썩 밝지 못했다.
“괜찮은 건가?”
뒤늦게 다나를 살피는 듯한 질문에, 그녀는 성기를 입에 문 채 동그랗게 눈을 뜨고 그를 올려다봤다.
“이런 취급을 받아도, 내가 혼인을 멋대로 진행시켜도, 지금 이 태도는 괜찮다는 거야?”
다나가 입술을 오므려 그의 것을 빨아들이다 머리를 뒤로 뺐다. 붉게 달아올라 젖은 입술이 색기를 품고 달싹거렸다.
“제 선택권이 없다 했잖아요. 내가 있을 곳도, 내가 누구라는 것도 마음대로 못하잖아요.”
“그래, 맞아.”
“당신 말대로 난 야한 여자니까. 하는 건 좋아하니까, 그 와중에 나 좋은 걸 하는 거예요.”
“잘 생각했어.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살아.”
거의 체념에 가까운 말에 레온은 기쁠 만도 하건만, 뭔가 찝찝했다.
다나는 다시 아무렇지 않게 시선을 내리깔고 페니스를 입에 물었다. 따뜻하고 촉촉한 것이 기둥에 붉어진 핏줄을 핥으며 오르내렸다.
“하.”
레온도 결국 대화를 포기하고, 당장 치솟는 욕망에 집중했다. 끓어오르는 열기를 최대한 억누르며, 이 이상 그녀를 거칠게 다루지 않기를 스스로 바랐다.
레온은 슬슬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입안에 피스톤 질을 했다.
다나는 그게 조금 버거웠지만, 그가 지금 쾌락에 취해 있단 사실을 알고 참아냈다. 그런 레온을 보며, 묘한 성취감과 함께 자신도 흥분하고 있었다.
스스로 변태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다. 하지만 그게 싫거나 부끄러운 건 아니었다. 그의 말대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게 정말 나일지도 모르지. 과거의 나도 이렇게 야했을까.’
레온의 몸짓이 조금 빨라지다 확 허리가 뒤로 빠졌다. 레온은 조금 상기된 얼굴로 숨을 몰아쉬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래로 그녀가 보였다.
푸른 드레스를 입고 바닥에 주저앉은 그녀는 발그랗게 달아오른 볼을 한 채, 반쯤 눈이 풀려있었다.
레온의 색욕을 더 자극하는 모습이었다.
그가 다나에게 손을 내밀자, 다나가 순순히 그의 손을 잡았다.
레온이 천천히 끌어 올렸고, 다나도 그 힘에 기대 일어났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레온과 다나가 원하는 게 동일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나가 그에게 맞춰 벽을 짚고 뒤돌아섰다. 레온은 흘러내리는 다나의 치마를 한 손으로 잡으며, 반대편 손으로 탐스러운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아직 벗기지 않은 속옷이 안쪽에서부터 얼룩져 있었다. 그 부분을 손으로 슥슥 문질러보았다.
“아… 흐….”
얼룩이 점점 더 커졌고, 축축한 느낌이 바깥까지 느껴졌다.
갈라진 살 둔덕이 움찔거리며 뭔가를 원했다. 손톱으로 그어대자 계곡 사이로 속옷이 파묻혀 끼어 들어갔다.
그 상태에서 그는 부어서 툭 튀어나온 음핵을 찾아냈다.
“으응, 으… 아, 흐읏.”
속옷 위로 그것을 강하게 문질거리며, 그녀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찌릿찌릿한 감각이 느껴졌지만, 그것만으론 만족스럽지 않았다.
다나는 흘끔 뒤를 돌아보며, 붉어진 눈가를 한 채 무언의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레온이 픽 웃으며 그녀의 속옷을 끌어 내렸다. 다나가 발목에 걸쳐진 속옷을 벗기도 전에 그가 뒤로 바짝 붙었다.
“곧 수도에서 연회가 있을 예정이야.”
“으… 흐, 아…!”
묵직한 것이 내벽을 긁고 밀려 들어왔다. 유리벽을 짚고 있던 손바닥이 손자국을 내며 미끄러졌다.
유리 온실은 내부와 외부의 온도가 달라 창에 뿌옇게 습기가 맺혀 있었다. 덕분에 안이 훤히 보이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누군가 눈치채기에는 충분했다.
“그곳에서 널 혼약자로 소개할 것이다. 다나 더니즈로.”
어차피 다나가 한번 거절한 것은 그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어 보였다. 그는 느긋하게 허리를 움직이며, 계속해서 그녀에게 일방적인 통보를 했다.
그가 손을 뻗어 다나의 턱을 뒤에서 움켜잡았다. 확 젖혀지는 고개와 함께 허리까지 뒤로 꺾였다. 조금 더 빠르게 하체가 부딪히며 찰팍찰팍 소리를 냈다.
“이미 다 결정된 거야. 다나, 아무것도 하지 마.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그럼 널 대공비로 살아가게 해줄 테니. 물론 이렇게 매일마다 박아댈 테고. 그럼 된 거잖아? 네가 손해 볼 건 아무것도 없어.”
다나가 함께 전율하며 쾌감 속에 흔들렸다. 이 느낌, 이 기분에 중독되어 있었다. 오로지 자신의 감각에 집중하며 살아있다는 실감을 강렬하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아아, 그래서 난 결국 벗어날 수가 없는 거야.’
자꾸만 미끄러지는 손에 다나의 상체가 함께 미끄러지자, 그가 뒤에서 다나를 끌어안았다. 가슴을 양손으로 세게 주무르며, 더 강하게 치받았다.
온실 안은 습하고 더웠다. 땀인지 습기인지 모를 것이 열기에 녹아 서로의 살갗을 끈적이게 만들었다. 맞부딪힐 때마다 살끼리 붙었다 떨어지길 반복했다.
“아, 아… 하읏, 아, 으응!”
다나는 조금 더 느끼기 위해, 본능적으로 엉덩이를 조였다 풀었고 그때마다 레온이 탁한 목 울음을 냈다.
장소가 장소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의 성질대로 하는 건지 레온은 페이스 조절 없이 마구 추삽질했다. 그래서 평소보다 사정이 빨랐다.
뿌리까지 깊게 박아넣은 페니스가 울컥울컥 하얀 정액을 안쪽에 토해냈다.
그의 팔 안에서 다나가 경련하며 바들바들 떨다 조금씩 힘이 빠졌다. 팔다리가 축 늘어지고, 잠시 후 그가 그녀의 구멍에서 페니스를 빼냈다.
다나는 제대로 서 있지 못하고 휘청거렸고, 레온이 그녀를 끌어안은 채 진득한 집착을 담아 목 뒤에 키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