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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여진 상속녀-16화 (16/92)

16화

오갈 데 없던 다나의 시선이 문득 그의 다부진 목선과 쇄골, 풀린 단추 사이로 비치는 단단한 가슴까지 향했다. 침이 저절로 꼴깍 넘어갔다.

레온은 대답 없이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고, 그녀를 안아 일으켜 세웠다. 세워놓고도 다나가 정말 괜찮은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다나도 레온을 살펴봤지만 다행히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손이 많이 가는 타입이야.”

다나를 보고 있던 레온이 주위에 떨어진 책들을 보며 한마디 했다. 다나는 소리 없이 심호흡을 하며 달아오른 체온을 식히려 했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머쓱하게 떨어진 책 하나를 집으며 말했다.

“제가 정리할게요.”

“그럴 필요 없어, 어차피 일하는 녀석들이…….”

“아니에요, 저 때문에 이 난리가 났는데 제가 해야죠.”

“또 떨어지려고?”

실랑이 끝에 이긴 건 다나였다. 결국 레온이 높은 곳을 맡고, 다나가 낮은 곳을 맡아 책을 꽂았다. 참고로 레온으로 말할 것 같으면, 자기가 봤던 책도 제자리에 꽂지 않는 위인이었다.

“너 때문에 별걸 다 하는군.”

“레온 님은 게으른 왕자님이셨고요.”

“…너 말이 트이고부터 성격이 달라졌어.”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받아치는 그녀에게 레온이 중얼거리자, 다나는 혀를 쏙 내밀어보였다. 그리고 모른 척 다시 책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본 레온은 어쩐지 그녀를 바라본 채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레온의 머릿속에는 타액으로 젖어있는 작은 핑크빛 혀가 나왔다 들어가는 잔상이 길게 남아있었다.

레온이 들고 있던 책 하나를 아무렇게나 책 사이에 툭 끼워 넣고는 성큼성큼 다나에게 다가갔다.

다나는 그를 흘끔 보면서도 까치발을 들고 책의 위치를 찾기 위해 열심히 눈으로 붙어있는 라벨의 번호를 세고 있었다. 누가 봐도 애써 시선을 피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이리 내.”

레온은 다나의 손에 높게 들려있는 책을 뺏어 들더니 수월하게 꽂아 넣었다. 그는 들릴 듯 말 듯 피식 웃었다. 다나의 봉긋한 엉덩이가 자신의 중심부에 툭툭 부딪히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왜 그러고 계세요?”

다나는 할 일을 다 하고도 레온이 등 뒤에서 비키지 않자, 의아한 듯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정말… 지금은 모른 척할까 했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레온은 뒤에서 다나의 허리를 한 팔로 감았다.

“엇… 저…….”

“쉿, 마저 꽂아야지. 아직 여러 권 남았어.”

아직 다나가 한 팔로 안고 있는 책들을 눈짓으로 가리키곤 그녀의 귓가에서 나직이 속삭였다.

“잠시… 만, 읏.”

이번엔 다나의 몸이 움찔 굳어버렸다. 그녀의 치마 속으로 곧장 손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왜, 갑자기. 잠시만요… 아.”

레온은 그대로 엉덩이를 주물거리다, 속옷을 아래로 내려버렸다. 기승전결 없는 흐름에 다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대로 손길에 당하고만 있었다.

레온의 손이 은밀한 부위가 숨어있는 둔덕과 음모를 가볍게 전체적으로 쓰다듬었다. 다나가 슬쩍 몸을 비틀어 피하려 하자 일단 물러났다. 그리고 물러난 손이 바로 위를 향했다. 얇은 실내용 드레스 안의 봉긋한 가슴을 한 손 가득 움켜잡았다.

“아… 레온, 여기서는, 잠시만.”

레온은 다나의 가느다란 뒷목에 연신 쪽쪽거리며 키스해댔다. 다나가 어떻게든 빠져나오려 했지만, 그럴수록 허리를 안은 팔의 힘이 더 강해졌다. 그리고 애무가 짙어질수록 점점 다나 자신의 몸도 달아오르고 있었다.

“정말로 내가 짐승처럼 느껴져서, 참으려 했다고, 나는.”

조금 늦은 타이밍에 능글맞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동시에 그의 손가락이 유두 끝을 잡고 비틀어 꼬집었다.

“그런데 네가 나를 계속 자극해.”

“아응!”

아릿한 쾌감에 다나가 앙칼진 신음 소리를 냈다. 마치 고양이 같은 울음소리에 레온은 속으로 자신이 이름을 썩 잘 지은 것 같다는 생각을 언뜻 했다. 그렇게 옷 위로 튀어나온 유두를 레온이 연신 조물조물 괴롭혀댔다.

“하아… 으응……그래도 이런 곳에서.”

다나는 달아오른 숨을 길게 내쉬며, 조금 빼는 말과 달리 손을 뒤로 뻗어 그의 중심부를 더듬거렸다. 레온의 바지 아래도 불뚝한 것이 한껏 튀어나와 있었다. 그 위를 가볍게 쓰다듬자, 레온이 바로 바지의 버클을 풀어 내렸다.

“좋아, 이대로 들어가지.”

‘응? 벌써?’

긴장과 기대가 섞인 눈으로 다나가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기둥의 뭉툭한 끝이 여린 날개 사이를 가르며 파고들었다.

“으… 흣.”

혹시라도 통증이 느껴질까 싶어, 다나는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안쪽이 충분히 젖어있었다. 매끄럽게 들어오며 축축한 마찰음을 냈다.

뿌리까지 완전히 파고든 그의 페니스가 꿈틀대는 것이 느껴지자, 그녀의 얼굴이 목 안쪽부터 붉게 달아올랐다. 레온은 양손으로 골반을 잡으며 탁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아아, 그래. 이렇게 젖을 정도로 원했으면 말을 하지 그랬어.”

길들이는 과정도 없이, 바로 탁탁탁 소리와 함께 통통하게 부어오른 연약한 속살이 짓쳐졌다.

“핫, 으응, 읏, 내가… 뭘, 앗!”

처음부터 거세게 흔들린 다나가 나무 책장의 선반 위를 손으로 꽉 잡아 버텼다. 아까부터 어설프게 들고 있던 책 두 권이 발밑으로 투두둑 떨어졌다.

“제법, 내숭도 떨 줄 알고. 들어올 때부터 내내 날 봤지, 사라.”

기특하다는 뉘앙스의 말을 하면서도, 그는 마치 벌을 주는 것처럼 그녀의 엉덩이 살을 단단한 골반을 철퍽철퍽 때려댔다.

“네 시선이 날 핥는 것 같았어. 아니야?”

“아, 아앙… 핫, 아!”

다나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흔들릴 때마다 신음을 질러댔다. 너무 깊고 강해서, 소리를 참으려야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의 말이 맞았다.

실은 레온이 들어온 순간부터, 아니 복도에서 그의 등 뒤에 숨을 때부터, 다부진 어깨와 탄탄한 팔, 보기 좋기 붙은 엉덩이까지 자신도 모르게 샅샅이 훑고 있었다.

그러다 스스로 당황스러워 그 자리를 도망치듯 피해버렸다.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감춘다고 감췄지만, 한 번씩 눈길이 갈 때마다 배 아래가 뻐근하고 따끈해졌다.

‘다 이 사람 때문이잖아.’

덜컹덜컹 몸이 흔들리는 와중에 다나는 뒤를 보며 눈을 흘겼다.

그는 다나와 한번 관계를 가진 이후부턴,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그녀와 몸을 섞었다. 그때마다 다나는 황홀감에 몸서리쳤고, 쾌락에 자지러졌다.

하지만 요 며칠, 며칠이라고 해 봐야 이틀간은 레온이 바빴는지 통 볼 수가 없었다. 처음 겪는 고요한 이틀이 소중하면서도 불안했고, 그가 궁금했다.

‘그새 혹시 질렸을까 봐.’

그저 그의 부재를 궁금해했을 뿐인데, 막상 보자마자 몸이 먼저 반응했다.

다나의 새초롬한 눈동자와 마주치자, 레온은 그녀의 대답을 알아서 해석했다.

“계속 쭉 집무실이었다, 난 네가 먼저 찾아올 줄 알았어.”

빠르게 치받던 움직임이 확 느려졌다.

깊게 파고든 페니스가 그 상태에서 질벽을 압박하며 둥글게 움직였다.

“으으응…. 아… 흐. 거기 가도 되는지 잘… 몰라서.”

움직임은 느려졌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더 농염해졌다. 깊은 곳, 다나가 유난히 잘 느끼는 부위를 그가 집요하게 문지르고 있었다.

다나는 그때마다 바르르 떨며, 아래를 바짝바짝 조이곤 했다.

레온 역시 그럴 때면 오싹할 만큼 강한 사정감이 밀려왔다.

“후우… 네가 가면 안 될 곳은… 없어. 하지만 서쪽 별궁은 별로 추천하지 않아. 그분이 잘 거동하진 않으니 마주칠 일은 거의 없겠지만.”

참기 어렵다 느낀 레온은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접합된 비부 사이로 축축한 것들이 새어 나와 다나의 허벅지 아래를 타고 쭉 흘러내렸다.

“하아, 하아….”

덕분에 다나도 잠시나마 숨을 고를 수 있었다. 물론 배 속에 가득 찬 이물감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그가 한 말을 잠시 되새겼다.

‘서쪽 별궁? 누가 있나?’

그때 레온의 손이 드레스 위로 쑥 들어와, 맨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커다란 손안에서 살덩이가 마구잡이로 뭉개지고, 빨갛게 익은 유두가 손가락 사이에서 짓이겨졌다.

터질 듯이 쥐는 손길이 아프기보단, 쾌감을 부추기며 달아오른 체온을 유지시켜 주었다.

귓불에 축축하고 따뜻한 것이 스치나 싶더니, 따끔하게 깨물렸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점점 서 있기가 어려웠다.

“하… 레… 온. 흣.”

“…녀석이랑은 무슨 이야기를 했지?”

뜨거운 입김과 함께 들려온 목소리는 의외의 내용이었다.

다나는 순간 바로 알아듣지 못해 머뭇거렸다. 그러자 바로 뒤에서 강하게 치받았다.

“읏…! 그냥, 그림, 하응… 얘기를.”

몇 번이고 다나의 무릎이 꺾이는 와중에, 레온은 그녀의 허리를 안은 채 미친 듯이 움직였다. 다나는 힘겨워했지만, 선홍빛으로 달아오른 날개는 빠끔빠끔 그의 페니스를 잘도 삼켜댔다.

레온은 그 결합된 부위에 시선을 고정했다. 적나라한 장면이 그의 흥분을 더해 주었다.

그러다 문득 다나의 엉덩이 사이에 자리한 조밀한 구멍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가 움찔댈 때마다 함께 조였다 풀렸다 하며 함께 반응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얘기는?”

레온은 천천히 골반을 움직이며, 엄지로 그 구멍 위를 쓰다듬었다. 낯선 부위에 닿는 촉감을 느끼긴 했지만, 아래에 버겁게 밀려오는 감각이 너무 커서 다나는 거기까진 신경 쓰지 않았다.

“없었어요… 다른 건… 하….”

“남의 손 타는 건 질색이라.”

그리고 문득 그의 말 속에서 희미하지만 강렬한 감정이 느껴졌다.

“읏… 무슨… 뜻, 하아, 하아.”

‘…질투인가?’

그가 자신에 대해 소유욕을 갖는다면, 다나의 입장에선 나쁘지 않았다. ‘적당한’ 집착과 질투는 그녀가 이곳에 조금이라도 더 머물 수 있는 명분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레온은 손가락 하나를 입구 아래 갖다 대어 흐르는 액체를 듬뿍 발랐다. 그리고는 아까부터 눈에 띄는 조밀한 애널 위를 쿡쿡 찌르며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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