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얕게 엉덩이가 들썩거렸고, 진득한 액체가 기둥을 적시고 내려와 성긴 음모 위에 덕지덕지 맺혔다.
다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그런 뜻이…….”
조금 빠르게 흔들리는 와중에 다나가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마주쳤다.
“흣, 하아, 곁에 있게 해주세요, 난… 무엇이든 할게요. 난 당신이…….”
간절하게 매달리는 다나에게 그럴 필요 없다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레온은 퉁명스럽게 답했다.
“무엇이든 이란 말은 하지 않는 게 좋아, 뭘 시킬 줄 알고.”
“당신이, 아… 읏, 좋아요, 처음 본 순간부터, 좋아 했, 하… 어요.”
살기 위해 매달리는 것과 이어지는 고백이 쉽사리 이해되진 않았다. 하지만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내 곁에 있는다 해도 고작해야 정부일 수도 있어.”
정부라는 단어에 다나의 눈동자가 잘게 진동했다. 또 뭔가 떠오를 것 같으면서도 감정만 올라올 뿐 구체적인 장면은 기억나지 않았다.
뭔가 생각하던 표정을 짓던 그녀는 곧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
“…그래도 상관없어요.”
“상관있어 보이는데.”
“아… 앗.”
유유자적하게 그의 손에 이끌려 골반을 움직이던 다나는 레온이 하체를 툭 하고 쳐올리자 저절로 기댔던 상체가 꼿꼿하게 세워졌다.
“움직여봐. 곁에 있고 싶다면 쓸모를 증명해야지.”
눈을 마주치자 레온은 짓궂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다나는 입술을 달싹이며 잠시 망설이더니, 그의 복부 위로 손을 올려 상체를 버텼다. 그리고 무릎을 이용해 천천히 골반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좀 더, 더 빨리.”
“하, 으응, 읏. 아흣.”
그의 재촉에 다나는 엉덩이를 위아래로 흔들며 스스로 자극점을 찾아 문질렀다. 살과 살이 맞닿는 자리가 찰팍찰팍 빠르게 소리를 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레온의 붉은 눈동자가 더욱 짙어졌다. 그는 상체를 일으켜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아…!”
그리고 자신의 힘으로 그녀를 흔들어댔다. 순식간에 주도권을 빼앗긴 다나는 짓쳐지는 아래에 연신 신음했다. 그의 어깨를 이로 물며 쾌감을 견뎌냈다.
관계를 하면 할수록 서로에게 중독되며, 점점 이성이 마비되어갔다.
그렇게 아주 오래, 하루 종일, 밤이 지나 새벽이 올 때까지 그들은 자다 쉬다를 반복하며 서로를 탐했다.
***
“리안, 이러지 말아요. 오늘은 내가 좀 피곤해요.”
헤일즈 케밀턴은 침대 속에서 은근하게 더듬는 리안의 손길을 거부했다.
“…알겠소, 부인.”
리안은 머쓱하게 손을 물리고 몸을 떨어트렸다. 헤일즈 케밀턴은 그런 리안을 무시한 채, 등을 돌려 잠을 청했다.
리안은 아쉬운 눈으로 흘끔 그녀를 보더니 소리 없이 한숨 쉬었다. 일 년의 연애 기간 동안 아주 가볍게 손목 한 번 잡아 본 게 스킨십의 다였다. 그래도 그땐 그게 불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명망 있는 케밀턴 공작가의 영애였고, 그러니 행동거지가 조심스러운 것이라 스스로 이해하며 넘겼다. 게다가 그때는 다나와도 만나고 있을 때라, 그곳에서 욕구를 풀었기 때문에 별로 상관없었다.
‘하지만 결혼 후에도 이럴 줄이야.’
기다리고 기다리던 결혼식 첫날밤.
드디어 합방을 하고, 첫 관계를 가졌다. 리안은 다나에게 늘 하던 대로, 케밀턴 헤일즈에게도 애무 없이 바로 삽입을 시도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헤일즈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그와의 관계를 거부하고 있었다.
리안은 침대에서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헤일즈의 얼굴 앞에 손을 이리저리 저어보았다. 그녀는 아주 곤히 잠들어 있었다.
리안은 소리 없이 침대에서 빠져나와 겉옷을 들고 방문 밖으로 나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다나를 좀 더 살려둘 걸 그랬어.’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그는 아예 공작의 저택을 빠져나왔다. 당연하게도 리안이 케밀턴 공작의 데릴사위로 들어갔다.
원래 리안은 펠리스 백작 가문의 사생아였고, 원래대로라면 작위를 받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우연히, 펠리스 가문의 장남이 탄 마차 바퀴가 빠져 마차가 뒤집어졌고, 장남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렇게 가문을 이을 하나뿐인 정실 부인의 자식이 사라졌지만, 펠리스 백작은 여전히 리안을 후계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던 어느 날, 또 다시 펠리스 백작마저도 우연처럼 갑자기 죽어버렸다. 그는 전날 밤 침대에서 잠든 그대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그 일은 리안과 다나가 친구에서 비밀스런 관계로 발전하기 시작할 때 일어났던 일이었다.
‘그때 노인네를 치우느라 고생 좀 했지.’
리안은 잠시 옛일을 떠올리다,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걸어갔다.
그가 향하는 곳은 시내에 있는 스필플라츠였다. 스필플라츠는 고위급 귀족들만 출입할 수 있는 일종의 사교 공간이었다.
이곳에는 바와 룸이 있었고, 삼삼오오 모여 도박을 즐기기도 했다. 사교계의 은밀한 거래와 대화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이전의 리안이라면 발도 들여놓지 못할 곳이었지만, 이제 그는 그곳에 당당히 들어갔다.
이제 본인이 백작이 되기도 했고, 케밀턴 공작의 사위였기 때문이다. 또 거기에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리안을 보자마자 그곳의 종업원들이 몰려나와 깍듯이 인사했다.
“…헉! 귀빈실로 모시겠습니다.”
귀족이라 해서 다 같은 귀족은 아니었다. 스필플라츠의 귀빈실은 좀 더 특별한 곳이었다.
“금발들로 준비했지?”
“예, 물론이죠. 가서 한번 보십시오.”
스필플라츠의 지배인이 직접 나와 허리를 숙이며 귀빈실 문을 열어주었다. 그곳에는 푹신한 침대와 소파, 각종 고급술과 다과들이 차려져 있었다. 언제 와도 대접할 수 있게 모든 건 미리 준비되어 있었다.
그들이 리안을 이렇게 깍듯하게 대접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리안은 소파에 아무렇게나 털썩 앉으며 다리를 꼬았다.
“데려와, 몇 명이나 있어?”
“금발은 총 네 명입니다. 들어와!”
지배인이 박수를 치자 옆문에서 여인 넷이 걸어 나왔다. 그가 주문한 대로 모두 금발 머리를 하고 있었다.
리안은 그녀들을 차례대로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모두 속이 비칠 듯한 얇은 소재의 옷으로 주요 부위만 가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백작님. 듣던 대로 정말 멋지시네요!”
여자들은 리안에게 윙크를 날리기도 하고, 다리를 더 노출시켜 각선미를 뽐내기도 했다. 명백히 유혹을 위한 몸짓이었다.
여자들은 한결같이 금발의 내로라할 미인들이었지만, 리안은 영 성에 차지 않는 듯 혀를 찼다.
지배인이 쩔쩔매며 조심스레 물었다.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어렵게 구한…….”
“됐어. 얘랑 쟤, 둘 남기고 다 나가봐.”
탁- 소리와 함께 리안은 테이블에 엄청난 금액의 수표를 놓고는 대충 둘을 지목하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두 여자의 얼굴엔 화색이 돌았고, 리안의 양쪽에 자리하여 앉았다.
지배인은 그 수표를 챙기고는 몇 번이나 그에게 허리를 숙이고 밖으로 나갔다.
그들이 이렇게까지 깍듯한 이유는 단 하나, 돈을 물 쓰듯이 쓰는 그의 재력과 태도 때문이었다.
한 여자가 술병을 집자 리안이 손으로 막았다.
“시간이 별로 없으니 바로 시작하지.”
여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술병을 놓았다. 그리고 그의 손을 이끌어 침대로 데려갔다. 한 명이 그의 상의를 벗기고, 나머지는 하의를 벗겼다. 그녀들을 보면서 리안은 또 작게 고개를 저었다.
‘예전에도 다나만 한 미인은 본 적이 없었으니까. 괜히 눈만 높아져서…….’
옷을 벗고 편히 눕자 여인들이 차례로 침대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그의 맨살을 쓰다듬으며 자신들의 몸을 바짝 붙였다.
아쉬운 건 아쉬운 대로, 일단 지금을 즐기기로 했다. 자신의 페니스가 여인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하고는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 그리고 자신을 제일 흥분시켰던 그 여자, 다나를 상상했다.
‘정말 끝내줬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그로서는 무척이나 아쉽고 후회스러웠지만 어쨌든 딱 그 정도의 감정이었다.
여자의 입이 그의 성기를 물고 몇 번인가 오르내리자 점점 그곳에 피가 몰렸다. 다른 한 명은 리안의 손을 자신의 가슴 위로 올려놓고 주무르게 했다. 리안은 성의 없이 몇 번인가 주무르다 벌떡 일어났다.
“감질 맛나게 구네. 그만하고 둘 다 엎드려, 아니지. 넌 엎드리고 넌 다리 벌리고 누워.”
여자들은 조금 당황하면서도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는 바로 시키는 대로 했다. 일단 바로 누워있는 여자에게 다가가 발기된 물건을 삽입하려 했다. 하지만 전혀 젖지 않은 그곳은 아직 뻑뻑했고, 그의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당황한 건 그가 아닌 여자였다.
“자, 잠시만요! 백작… 님!”
그는 한 번에 들어가지 않자 미련 없이 다른 여자에게 갔다. 그리고 엎드린 그녀의 엉덩이 아래 바로 성기를 밀어 넣었다. 다행히 이번엔 한 번에 무리 없이 삽입됐다.
“후우, 그래. 이 정도는 돼야지. 뭐 해? 나가.”
누워있던 여자가 머뭇거리자 리안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귀가 처먹었나. 빨리 안 나가면…….”
“알았어요, 나… 나갈게요!”
여자는 자신의 몇 안 되는 옷을 주워들고는 후다닥 밖으로 나섰다.
“아앙! 백작… 님! 하응!”
나가자마자 문 안에선 높은 신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쫓겨난 여자는 그곳을 벗어나며 욕지거리를 중얼거렸다.
“아주 지가 왕이라도 된 것처럼 굴어. 백작 나부랭이 주제에 어디서 돈맛을 봐서는…….”
투덜거리면서도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저 백작과 자고 나면 한몫 단단히 챙길 수 있다는 소문을 그녀도 들은 적 있기 때문이었다.
리안은 뻐근한 아래를 마구잡이로 쑤셔 박기 시작했다. 여자는 그의 잠자리 매너를 익히 듣긴 했지만, 예상보다 더 별로라 속으로 연신 욕을 해댔다.
어쨌든 이 스필플라츠에 드나드는 귀족들은 본성이 어떻든 간에 나름 매너가 몸에 익어서, 하룻밤 여자라 하더라도 웬만하면 함부로 다루진 않았다.
물론 때에 따라 괴팍한 인사도 있었지만, 그 경우에도 초면부터 이렇게 경박하게 굴진 않았다. 무엇보다도 지금 여자는 전혀 쾌락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아앗, 하앙…!”
하지만 여자는 그의 기분을 맞춰 주느라 좋은 척 높은 신음을 흘리며 연기했다. 점점 쾌락에 취한 리안이 손바닥으로 찰싹찰싹 여자의 엉덩이를 때려댔다.
벌겋게 달아오른 그녀의 엉덩이를 보면서 더 강하게 치받다 확 뒤로 빼냈다.
‘벌써?’
여자가 놀라 뒤를 보자, 그는 이미 사정액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차마 표정 관리를 못 하고 황당한 눈으로 보던 그녀와 리안의 눈이 딱 마주치자 그가 피식 웃으며 당연한 듯 내뱉었다.
“좋아 죽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