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길들여진 상속녀-7화 (7/92)

7화

레온은 그녀를 나른한 시선으로 보고만 있을 뿐, 딱히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다나는 그 시선을 느끼며 타박타박 화장대 앞으로 걸어갔다.

탁탁 머리를 털다 보니 가슴 위로 동여맨 수건의 매듭이 느슨해졌다.

“아…!”

스르륵 나신이 드러나며 다나가 깜짝 놀라 손으로 가슴과 배 아래를 가렸다. 그러자 머리를 털던 수건도 바닥으로 떨어져버렸다.

물기에 젖은 몸이 공기 속에 노출되자 다나가 파리한 하얀 나신을 부르르 떨었다.

레온은 그제야 침대에서 일어났다. 뚜벅뚜벅 걸어오는 그를 보며 다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벗은 몸을 샅샅이 훑으면서 몸을 낮춰 큰 수건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넓게 펼쳐 다나의 머리 위에 툭 걸쳐놓았다.

“정말 일부러 이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늘진 아래로 다나의 바다 같은 눈동자가 물끄러미 그를 올려다봤다. 일부러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레온을 움직였으니 그녀가 원하는 대로 흘러갈 것이다.

레온은 무감정한 표정으로 다나의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슥슥 문지르기 시작했다. 다나는 두 손을 교차하여 가슴 부근을 가리고 있었다.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는 알고 있겠지.”

레온이 그녀의 손을 가볍게 치웠다. 고스란히 드러난 여체를 노골적으로 바라보며 조금 더 바짝 붙어 다나의 반응을 살폈다.

“그리고 지금부터 내가 뭘 할지도, 넌 알아.”

다나는 고요히 시선을 내리깐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그의 옷자락을 그러쥐며 살며시 눈을 감았다. 마치 자신을 바친다는 듯.

‘원래 이럴 생각이었잖아. 이 사람도, 결국 이런 걸 좋아할 거야. 이 몸을.’

그녀를 잠시 말없이 보던 레온이 묵직하게 입을 열었다. 다나가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가 뭔지 그도 정확히는 몰랐지만 지금으로선 무엇이라도 상관없었다.

자신이 이렇게 유혹에 약했는지, 새삼스러우면서도 이 순간조차 피하면 바보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차려진 정찬을 일부러 걷어찰 필요는 없지 않은가.

“…거절하지 않겠다.”

나름대로 합리화를 끝낸 레온은 다나의 어깨 위를 덮은 머리칼을 한쪽으로 넘겼다. 하얗고 가느다란 목덜미와 쇄골이 눈에 들어왔다.

움푹 파인 그곳에 서서히 입을 맞췄다. 뜨거운 입술이 훑고 지나간 자리마다 붉은 자국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흣…….”

다나의 잇새에서 가느다란 신음이 흘러나왔다. 커다란 품 안으로 차게 식은 여체가 안겨들었다. 바들바들 떨리는 몸을 안아 침대 위로 눕힌 레온은 젖어 있는 머리를 넘겨주며 그녀와 잠시 눈을 맞췄다.

“네가 누구인지, 뭘 원하는지, 말하지 않으면 나는 알 수 없다.”

나직한 목소리가 다나의 귓가에서 들끓듯 속삭였다.

‘내가 원하는 것.’

다나가 천천히 눈을 깜빡여 속으로만 대답했다.

‘나도 알고 싶어, 내가 누구였는지.’

그녀는 팔을 뻗어 그의 목에 둘러 아래로 끌어당겼다. 그러자 그의 얼굴이 숨결이 입술에 닿을 만큼 가까이 붙었다.

솔직히 조금은 망설여지기도 했다.

‘너무 육탄공세인가.’

하지만, 살고 싶어 그에게 매달린다는 구차한 이유라 할지라도 다나는 그를 원한다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뭇 수많은 남자의 시선을 접했던 다나의 육체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의 속은 아주 조금만 건드려도 터질 듯이 들끓고 있다.

“자신이 누군지도.”

레온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물컹한 가슴 한쪽을 꽉 움켜잡았다.

“흣.”

그의 목소리는 흥분한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냉정했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위험하단 생각은 하지 않는 건가?”

짓이겨지는 살덩이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다나는 가까이 다가온 입술을 스스로 먼저 겹쳤다.

잠시 놀란 것 같던 레온은 미세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다나가 제가 아팠던 걸 복수라도 하는 듯, 그의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어버린 것이다.

레온은 핏방울이 맺힌 입술로 만족한 듯 호선을 그렸다.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건가, 좋아. 이런 것도 나쁘진 않지.”

그리고 말을 끝마치기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잡아먹을 듯이 덮쳐버렸다.

“으… 으… 흡…!”

입술 전체와 혀까지 그에게 사로잡혀 정말 먹힐 것만 같았다. 빨아들이는 압력에 숨이 막히다가도, 입안에 들어오는 혀는 부드러웠다.

비릿한 피 맛이 점막에 닿아 타액 속에 녹아들었다. 다나는 버거운 키스에 당황하다 서서히 눈을 감았다. 아프게 가슴을 움켜쥐었던 레온이 손에서 조금씩 힘을 빼며 천천히 원을 그려 마사지했다.

레온은 지금까지의 복잡한 생각을 일단 멈추기로 했다. 그리고 매혹적인 성배를 일단 먼저 취하기로 했다. 여기서까지 자제하는 건 자기 자신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어쩌면 독이 든 성배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이 여자가 누군지 모르는 건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피어오르는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이 끓어오르는 성욕은 참을 수가 없었다.

방금 씻고 나온 그녀의 체취가 아찔할 만큼 달콤하게 다가왔다. 삼켰던 입술을 뱉어내곤 갈증 난 짐승처럼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거친 숨결이 흩어지며 살갗 위를 간지럽혔다. 순간 긴장한 다나의 몸이 뻣뻣해졌다.

‘잠시만, 이런 건….’

“왜 이러지? 이런 걸 원했잖아?”

묻는 건 그저 말일 뿐, 이제 와서 멈출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레온은 긴장감을 풀어주려는 듯 그녀의 허리와 골반 위를 다독이며 쓰다듬었다. 하지만 그의 의도와 달리 다나는 발그레 얼굴을 물들이면서도 다리를 비비 꼬아 힘을 줬다.

사실 다나는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왜 이렇게… 몸이 뜨겁지?’

겨우 그와 이 정도 접촉만으로 몸이 달아올랐다. 그뿐만이 아니고 스스로가 느껴질 만큼 아래가 젖어 들고 있었다.

레온은 그런 그녀를 일단 내버려 두고, 자신의 상의 단추를 위부터 아래로 차례차례 풀어 내렸다. 잘 조각된 탄탄한 가슴과 복근이 드러나며, 그가 벗은 셔츠를 아무렇게나 바닥으로 던져버렸다.

다나는 벗은 그를 보는 것만으로 배 아래에 더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와는… 달라.’

스쳐 지나가는 생각 속에서 다나는 또 지끈거리는 두통을 느꼈다.

‘그…? 그가 누구.’

“…읏.”

다나가 얼굴을 찌푸리며 두 손으로 이마를 감쌌다. 목 아래가 답답하고 숨이 막혔다.

실체 없는 두려움이 또 엄습하는 순간, 그녀는 자신을 감싸 안는 단단한 팔을 느꼈다. 그 안온한 무게감에 훅 하고 고통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하아…….”

그렇게 마음을 놓으려는데, 모아진 다리를 그가 자신의 무릎으로 벌리며 들어앉았다. 그녀의 허벅지에 자연스레 힘이 들어갔다.

“긴장 풀고 다리 벌려, 아프게 하진 않을 테니.”

무뚝뚝한 명령조와 달리, 그는 새삼 다정하게 다나의 몸을 어루만졌다. 그의 손길을 따라 긴장과 이완이 반복되며 점점 그녀의 힘이 풀려 다리 사이가 벌어졌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레온의 손 하나가 가랑이 안쪽을 파고들었다.

“…으응.”

조금 부끄러웠다. 기억에 없는 과거였지만 그녀는 자신이 남자와 몸을 섞는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았다.

‘하지만 이렇게 젖어서…….’

정작 그는 아직 뭔가 시작조차 하지 않았음에도, 어쩐지 이렇게 혼자 달아오른다는 건 생소했다.

손가락이 틈새를 파고들자 다나는 자신의 안쪽에서 질척이는 소리를 직접 귀로 듣고 말았다.

“이렇게까지 젖다니, 더 빨리 널 안지 않은 게 미안할 지경이야.”

그는 굳이 그것을 언급했다. 그녀는 새삼스레 밀려오는 수치심에 눈을 아예 질끈 감아 버렸다. 차마 레온의 표정을 볼 자신이 없었다.

‘안 돼, 이렇게 어색하게 굴어서야… 비웃겠지?’

매력 없어 보이진 않을까, 속으로 걱정하면서도 신경은 온통 그의 숨결과 손끝에 집중되어 있었다.

“눈을 떠서 날 쳐다봐.”

그의 음성은 명령조이면서도 어딘가 초조함이 깃들어 있었다. 다나는 겨우 게슴츠레 실눈을 뜨고 그를 보았다.

“…아.”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그는 비웃기는커녕 아까보다 더 맹수 같은 눈빛으로 그녀를 샅샅이 훑고 있었다. 언뜻 보이는 붉은 눈동자에 넘실대는 욕정과 집착이 섬뜩하면서도 묘하게 섹시함을 불러일으켰다.

다나는 그 모습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 뭔가 머릿속에서 위험신호가 느껴졌지만, 매력적이고 완벽한 수컷의 모습은 차마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이 사람은… 대체.’

두근대는 심장에 반응하듯 처음으로, 다나 역시 그가 누군지 궁금해졌다.

“하, 아… 흣.”

하지만 생각도 잠시, 손가락이 민감한 부위를 깊숙이 들어와 헤집기 시작하자 머릿속이 하얘지며 자극에 신음이 새어 나왔다.

레온은 그녀의 다리 사이로 손가락을 여유롭게 움직이면서, 그녀의 가슴과 복부 위를 끊임없이 입술로 오고 갔다.

바짝 선 유두 끝에 축축하고 부드러운 감각이 느껴지는가 싶으면, 어김없이 단단하고 짜릿한 자극이 잇달았다.

그가 이를 세워 잘근 깨물 때마다 다나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아픔보다는 생소한 감각에 의한 몸짓이었다.

‘기억이 없어서 그런 걸까.’

이 모든 게 처음인 것처럼, 유혹한다는 결심이 무색하리만큼 다나는 그에게 끌려가고 있었다.

“아… 으응.”

다나는 손을 뻗어 그의 검은 머리칼 사이를 헤집으며 끌어당겼다. 그러자 그녀의 손에 이끌려 뜨겁고도 단단한 남체가 부드러운 몸 위에 겹쳐졌다. 다리가 그의 하체를 사이에 두고 한없이 벌어져 있었고, 그 공간을 레온의 손이 자유롭게 오고 갔다.

민망함을 느낄 새도 없이 벌어진 틈에 자리한 돌기가 그의 손가락 끝에 닿아 비벼졌다.

“하… 아윽!”

아찔한 감각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휘몰아쳐 솟구쳤다. 그 순간 다나는 확신했다.

‘처음이야.’

“정말 야하고 음란한 몸을 가졌어.”

지나치게 낮은 음성이 귓가를 간지럽혔다. 그 음성을 실은 바람에도 다나는 움찔거렸다.

‘이런 건… 느껴본 적 없어.’

짜릿함이 지나가며 황홀함이 덮칠 때마다, 다나는 거듭해서 그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것은 머리가 아닌 몸이 알려준 본능적인 부분이었다.

“하… 으응, 아…….”

한 손으로 침대를 짚고, 엎드린 채 다나를 내려다보던 레온이 조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혀를 내밀어 그녀의 관자놀이부터 눈꼬리까지 핥아주었다.

그제야 다나는 자신이 울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왜, 뭐가 생각났지?”

“아, 아흑.”

선홍빛 진주알이 손끝에서 둥글게 뭉개질 때마다 부풀어 오르며, 아래에선 왈칵 애액을 쏟아냈다. 다나는 그때마다 자지러지느라, 그의 목소리에 담긴 미세한 불안을 눈치채지 못했다.

축축하게 젖은 계곡 사이를 미끄러져 내려가, 손가락 하나가 움푹 파인 우물 속으로 쑥 들어갔다.

“아…!”

다나는 짧게 탄성을 지르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

“제발 뭐라도 좋으니, 말을 해봐. 떠오르는 것들을.”

‘왜 당신이 그런 눈을?’

마치 매달리는 듯, 레온이 바라보는 시선은 간절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찔걱대는 음란한 마찰음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다나는 뭔가 말하려 했지만, 여전히 부유하는 생각들이 입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그렇게 다나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손가락이 움직이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다.

“하앙, 아, 아아.”

말 대신 언어라 할 수 없는 것들만 그녀의 입안에서 연이어 터져 나왔다.

레온은 손가락을 두 개로 늘려 그녀의 구멍 속을 빠르게 치댔다. 찰팍찰팍 소리가 날 때마다 흐르던 액체가 사방으로 튀어 침대를 적셨다.

다나는 손으로 그의 어깨를 꽉 움켜잡았다. 견딜 수 없는 쾌락이 멈추길 바라면서도 지속됐으면 좋겠다는 이중적인 생각이 번갈아 찾아왔다. 무언가 터질 듯 터지지 않는 느낌이 그녀를 미치게 만들었다.

“아앗, 아… 아… 그, 그만…….”

그 바람에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말이 터진 걸 깨닫지 못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