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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드 월드 챔피언십 결승 진출, 역사적인 라이벌 주이와의 대결]
오는 토요일, 오후 5시에 열릴 결승전 마지막 티켓의 주인공은 제라드로 정해졌다. 체스와의 경기에서 월드 챔피언십 최다 킬 수를 갈아치우며 화끈한 경기력을 보여줬던 제라드는 올해도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서머 시즌 결승전에서 주이에게 쓴 패배를 맞았던 제라드가 리벤지를 할 수 있을지 모두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나 경기력이 떨어졌던 SUHO와 MOO의 폼이 월드 챔피언십에서 물오른 상황이기에 제라드의 승리를 예측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하지만 주이는 4년간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거머쥔 굳건한 팀이기에 제라드의 승리가 힘겹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주이가 우승을 했을 당시 주력 멤버였던 SUHO의 팀 이적이 과연 두 팀에게 어떤 식으로 작용하게 될지도 결승전을 보는 묘미이다.
e-sport 매거진 김승태 기자
[OZ, 이번 경기로 세체에 서고파. 당돌한 포부 밝혀……]
중국 CPL 리그에서 데뷔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올해 주이로 이적한 OZ는 추후 행보가 기대되는 선수로 꼽힌다. 특유의 도박적인 플레이와 판단으로 많은 팬의 환호를 받는 선수로, 이번 결승전에서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지도 기대가 크다.
특히나 서머 시즌에서 SUHO를 솔로킬 내며 세체 자리를 노리고 있던 OZ는 이번 월드 챔피언십 우승으로 확실하게 SUHO에게서 세체 자리를 빼앗아 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어린 나이와 독보적인 플레이로 팬심을 사로잡은 OZ는 앞으로의 CKR의 미래라고 불리고 있다.
과연 오랜 세월 굳건히 세체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SUHO에게서 정상의 자리를 빼앗을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코스모스 한용우 기자
[게임/11102006] 체스 팬은 오늘도 웁니다...
이번 결승도 주이랑 제라드네. 서머 때만 해도 제라드는 결승 문턱도 못 밟을 것처럼 보였는데 그새 기량 회복했나 봄... 체스 팬이라 이번에는 체스가 결승 갈 수 있을까 기대했었는데 진짜 아쉽다.
왜 갑자기 DOYOU가 탑으로 오고 난리야... 포변했으면 서포터로 계속 뛰지... 왜 올라와, 대체 왜.
└ 체스 너무 아쉽다... 2세트에서 피플이 봉 때려잡는 거 보고 살짝 기대했는데 다음 세트에 두유 탑 온 거 보고 진짜 체념함...
└ 진짴ㅋㅋㅋㅋㅋㅋㅋ 난 픽 잘못한 줄;; 왜 서포터가 탑 챔피언을 해
└ 222 나도 실수해서 픽한 줄 알았는데 보니까 서포터가 DOYOU더라고... 그러면 인정하지... 다른 서포터가 했으면 미친새끼라고 욕했을 텐데...
└ 박선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오랜만에 탑 갓다고 겁나 신나 보이더랔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저렇게 조아하면서 포변은 왜 한 거임??ㅋㅋㅋㅋㅋ
└ 그니깤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오늘 두유 탑 라인 서는 거 보고 진짜 오랜만에 감동했다. 나 탑 솔러 중에 두유 제일 좋아했었는데... 서포터로 포변한다고 했었을 때 진짜 오열했는데 다시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음.
└ 나도 너무 좋았다.
└ 그 와중에 바르다 서폿 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장난하냨ㅋㅋㅋㅋㅋㅋㅋ
└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팀의 탑들과 서폿은....뭐하는 것들이냐;;
└ 진짴ㅋㅋ바르닼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와중에 잘해 ㅅㅂㅋㅋㅋㅋㅋㅋ
└ 어정쩡한 정통 서폿은 안 될 거 같으니가 바르다 한 거 같은데 나름 잘한 선택인 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정통 서폿했으면 라인전 졌겠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걸 어떻게 대처해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 체이스 바텀들 불쌍해...
[게임/11102037] [OZ, 이번 경기로 세체에 서고파. 당돌한 포부 밝혀……] 기사 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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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Z 이미 서머에서 세체 된 거 아니냐, 월챔에서도 제일 잘하는 것 같은데.
아직도 퇴물 수호가 세체라고 하는 거 보니까 역겹네. 주이가 올해도 우승하고 진짜 세체 수호라고 하는 새끼들 울게 해주면 좋겠다.
└ 이건 무슨 병신이냐. 타 선수 좋아하는 팬들 존나 까네;; OZ 팬은 너 같은 새끼들만 있냐?
└ 수호 팬 발작 오지죠?
└ 수호 퇴물된 거 인정 못 하는 듯ㅋㅋㅋㅋ
└ 객관적으로 OZ가 아직까지 세체는 아니짘ㅋㅋ 수호 솔킬 한 번 냈다고 지가 뭐 되는 줄 아나 보네;;
└ 그니깤ㅋㅋㅋㅋㅋㅋㅋ 우승도 못 해보고 세체 언급하는 거 진짜 웃기넼ㅋㅋㅋㅋ
└ 아직까지 세체 아니긴 한데, 1, 2년만 있으면 OZ가 세체 먹지 않겠냐? 수호도 연차 됐으니까 이제 몇 년 더 못 뛸 텐데...
└ 그렇게 되면 자립으로 세체 먹는 거 아니라 어부지리로 세체 되는 거 아님??
└ 그때까지 실력 더 늘겠지. 경험치 축적할 거 아냐.
└ 아무리 경험치를 먹어도 못 하는 것들도 많은데...
└ 이 새끼는 화려하기만 하면 제일 잘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 그런듯? 주이 팀 자체가 미드 캐리 필수인 팀이니까 당연히 OZ가 눈에 띄는 플레이 할 수밖에 없는 거임. 그래서 OZ만 보이는 거고. 제라드는 전체 밸런스가 좋으니까 돌아가면서 캐리하는 거고. 다들 팀원들이 잘하는데 굳이 수호가 OZ처럼 무리해서 플레이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
└ 22. 정리 잘하네. 다른 애들도 잘해서 티가 안 나는 거지 4강전에서도 수호 미드에서 병사 밀어 넣은 다음에 상대 정글 시야 밝혀주고, 바텀 백업도 가주던데;; 존나 안정감 있게 잘하는 데 뭐가 못한다는 거냐.
└ 여기서 토로하지 말고 너네끼리 얘기하셈;; 수호 안 궁금함.
└ 내가 보기엔 OZ 빠는 새끼들이 울 것 같은데.
└ 2222222222222
└ 333333333. 제발 그래라.
└ 애초에 OZ가 수호 이기겠다고 그래서 세체 서겠다고 말한 시점에서부터 OZ는 이미 수호 인정하고 잇었던 거 아님? 근데 왜 너네들이 더 지랄이야;;
└ ㅇ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호가 개좆밥이었으면 OZ가 인터뷰를 저렇게 하지도 않았을 텐데.
└ 난 오즈랑 수호 팬들 싸우는 게 제일 재밌더랔ㅋㅋㅋㅋㅋㅋ
└ 진짜 지들끼리 개진심이얔ㅋㅋㅋㅋㅋㅋㅋ
└ 팬들 욕하는 건 아닌데 진짜 저렇게 타팀 까내리려고 이 악무는 새끼들은 진짜 역겹다. 그냥 좋아하는 팀 응원만 하면 되지 왜 부들거리면서 타팀 욕하는 거임??
└ 못 배워서 그래...
└ 띠어쓰기나 똑바로 하고 못 배웠다고 해라;
└ ;;; 진심이냐? 띠어쓰기 ㅅㅂ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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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진출을 확정한 그날 이후 제라드는 연습 지옥의 빠졌다. 그 지옥 같은 연습을 함께해 준 것은 체스였다. 대회에서 먼저 떨어진 팀들은 이미 휴가를 즐기고 있는 와중에 체스가 연습 상대가 되어줘서, 제라드는 그 덕을 톡톡히 봤다.
서머 후반, 그리고 월드 챔피언십에서 있었던 주이의 경기 영상을 낱낱이 분해했다. 팀 단위의 전술은 물론이고 순간순간의 전략, 각 선수의 플레이 성향 등 심혈을 기울여 분석했다. 분석 이후에는 자료를 토대로 전략을 짜 모의 테스트를 진행한 것은 물론이다.
“아아, 작년에는 이렇게까지 빡세지는 않았던 거 같은데. 아무리 봐도 감독님이 진짜 이 갈고 있는 것 같아.”
오래 앉아 있어 허리가 뻐근한지 우찬이 허리를 두들기고는 그대로 냅다 소파에 드러누웠다. 격하게 꿀렁이는 소파에 먼저 앉아 있던 은기가 우찬을 불만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곧이어 여느 때처럼 두 사람의 말다툼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선우는 지독한 연습이 끝난 후에도 기운이 팔팔한 우찬과 은기를 참 대단하다는 듯 바라봤다.
연습은 끝났지만, 아직 감독님이 돌아가라는 말이 없어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선수들은 하나같이 늘어져 옆방에서 회의 중인 코치와 감독이 오기를 기다렸다.
수호와 주오도 데스크탑 의자에 마주 보고 앉아 손장난을 치면서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당당하게 손을 잡고 있을 수는 없으니 손가락 씨름 같은 놀이를 핑계로 서로를 만지작거리는 거였다.
얼마나 그렇게 시간을 보냈을까. 닫혀 있던 문이 열렸다. 회의를 마친 진형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는지 너털웃음을 지었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 봐라. 생각보다 오늘은 피드백 줄 게 많지 않아서 내일까지 보고 한 번에 하도록 하자.”
“넵!”
숙소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기쁜지 늘어져 있던 우찬이 방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 음절만으로도 행복에 겨운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져 다들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귀엽다는 듯 우찬을 보던 진형이 시선을 돌려 주오를 바라봤다.
“그리고 주오는 남아서 얘기 좀 하다 가라.”
여전히 주오와 손가락을 맞대고 있던 수호가 주오를 힐끔 보았다. 주오는 어렴풋이 진형이 자신을 부르는 이유를 짐작했는지 별다른 질문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는 먼저 들어갈래?”
“오래 걸려요?”
“잘 모르겠어. 음, 얼마 안 걸릴 것 같긴 한데…….”
“그러면 기다릴게요. 다녀오세요.”
오래 걸린다고 해도 수호는 기다릴 생각이었다.
곧 있으면 결승전이었고, 그게 끝나면 주오는 제라드에서 떠난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을 늘리려 수호는 열심히 주오와 붙어 다녔다.
숙소로 돌아가는 시간도 놓치지 아쉬웠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 수호뿐만이 아니었는지, 주오가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금방 다녀올게.”
“네, 다녀와요.”
주오가 진형과 함께 회의실이 있는 옆방으로 넘어간 것을 확인한 수호는 의자에 몸을 기댔다. 시야에서 사라지니 벌써 아쉬웠다.
한 해의 궁극적인 목표였던 월드 챔피언십 결승, 우승을 통해 그간의 노력을 보상받는 시기가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모든 선수가 그렇게 바라던 날이었지만, 수호는 차라리 그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기도 했다.
그날이 빨리 와버리면 그만큼 주오와 이렇게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도 빨리 끝난다는 게 너무나 아쉬웠다.
아쉬운 마음에 손가락만 꿈지럭거리고 있자 얼마 지나지 않아 닫혔던 문이 다시 열리고 주오가 들어섰다. 수호의 고개가 번쩍 들린 건 당연한 일이었다.
수호는 침울해진 마음을 달래며 방긋 웃는 주오에게 다가갔다.
“얘기는 다 마쳤어요?”
“응. 그런데 아직 더 말할 게 남아서 남은 건 결승 이후에 정해질 것 같아.”
“그래요?”
그렇다면 얘기를 듣는 것도 결승 이후의 일이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수호를 보며 주오는 미묘한 눈을 해 보이고는 계속해서 웃었다. 진형과 대화를 하면서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건지 얼굴 가득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주오를 보며 수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좋은 일 있었어요?”
“조금? 우리 한 달 정도 여행 가기로 한 거 갈 수 있을 것 같아.”
“정말요?”
나름 연습에는 호랑이 같은 감독이라 허락받기 쉽지 않았을 텐데.
주오에게 묻지는 않았지만 수호의 시선에 궁금함이 가득 차자 주오가 어색하게 귀를 문질렀다.
“응. 아무튼 일단 돌아가서 쉬자. 많이 피곤하지?”
주오의 물음에 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연습실을 나섰다. 관광객이 많은 도시다 보니 거리에는 사람이 가득했다. 늦은 시간에도 길거리에 가득 밝힌 불 때문에 낮처럼 환했다.
사람들과 어깨가 부딪힐 정도로 바글바글한 거리에서 둘은 자연스럽게 붙어 걸었다.
“월챔 준비하느라 이렇게 산책할 시간도 없었네.”
“그러게요. 오랜만에 산책이나 하다 갈까요?”
“나야 좋지만, 수호 피곤하지 않아?”
걱정 어린 주오의 음성에 수호는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이런 생활이 익숙해진 지 오래였다. 그리고 월드가 끝난다고 해도 제라드는 바로 서울로 돌아가야 했기에 언제 주오와 부산에서의 시간을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수호의 대답이 좋았는지 주오는 활짝 웃었다.
“저쪽으로 가면 해수욕장 나오는데 바다나 보고 갈까?”
“좋아요.”
“맥주도 한 캔씩 사 가자.”
술도 못하는 사람이 하기에는 참 귀여운 소리였다. 수호는 한 캔 먹고 귓가가 붉어질 주오를 떠올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귀에 울리는 낮은 웃음소리에 주오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재미있는 일이라도 생각났어?”
“아니요. 그냥 형이 취할 거 생각하니까 귀여워서요.”
“……한 캔으로는 안 취한다니까.”
민망하면서도 억울한지 주오가 시선을 피하며 웅얼거렸다. 수호는 정말 신기했다. 어떻게 저런 거구로 저렇게 귀여울 수가 있을까. 신기하면서도 그런 그가 사랑스러워 수호의 시선이 주오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수호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주오의 귀가 붉어졌다.
“형, 좋아해요.”
“……바다는 다음에 갈 걸 그랬나 봐.”
울상을 지은 주오가 번뇌를 참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수호가 주오의 팔을 꾹 잡았다.
“그러면 빨리 보고 숙소로 돌아가요.”
주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월챔을 위해 잡은 숙소는 정말 좋았다. 시설도 시설이었지만 무엇보다 방이 나뉜 게 좋았다. 서울에서의 숙소는 다섯 명이 모두 한집에서 살았지만, 이곳에선 주오와 수호뿐이었다.
어떤 일을 해도 다른 팀원이 볼 일도, 들을 일도 없다는 거였다. 수호는 오늘 밤에도 있을 일들을 떠올리며 가볍게 걸음을 옮겼다.
주오의 말처럼 바다는 그렇게 멀지 않았다. 사이좋게 330㎖ 캔을 사 들고 바다를 찾은 수호와 주오는 검게 물든 바다를 따라 하얀 모랫길을 걸었다.
11월, 가을과 겨울에 사이에 있어 바람이 찼다. 하지만 여전히 바다는 인기가 좋았다. 친구들과 가족, 연인 등 다양한 여행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는 사이를 헤치며 수호와 주오는 해수욕장 끝쪽으로 향했다.
사람들과 제법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주오가 모래사장 위에 주저앉았다. 일어날 때 엉덩이에 하얀 모래가 우수수 붙겠지만 그런 건 상관없다는 듯한 태도였다. 수호도 고민 없이 주오의 옆에 앉았다.
“날이 추운데도 사람이 제법 있네요.”
풀톱을 딴 수호가 맥주를 한 모금 마시자 옆에서 주오도 캔을 땄다. 알루미늄 캔이 열리는 소리가 청량했다.
“바다는 언제나 인기가 좋으니까. 우리도 추운데 여기 와 있잖아.”
해수욕장 끝이라 가로등도 없었다. 길거리에서 빛나는 가게의 간판 빛들과 수면에 반사되는 달빛만이 유일한 빛이었다. 은은하게 보이는 서로를 마주하고 주오와 수호가 웃었다.
“수호랑 이렇게 바다 보는 거 처음이네.”
주오가 찰랑거리는 수면을 보며 중얼거렸다. 제주도에서 봤던 바다는 참 예뻤지만, 그때는 주오와의 사이가 묘해서 제대로 구경할 겨를이 없었다. 그것을 제외하면 처음이 맞았다.
그때 제주도 바다도 참 예뻤는데. 주오와 그때 제대로 함께 보지 못했다는 게 아쉬웠다.
“앞으로 자주 보러 다녀요.”
“하하, 그래. 월챔 끝나면 백수 되니까 나 시간 많다?”
장난스럽게 웃는 주오를 수호가 물끄러미 바라봤다.
“아직 은퇴 후에 뭐 할지는 못 정하신 거예요?”
수호의 물음에 주오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웃는 것 같으면서도 굳은 것 같기도 하고, 참 어색한 얼굴이었다.
“실망했어?”
대체 실망할 일이 뭐가 있을까.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갸웃하자 주오가 괜히 뒷머리를 쓸며 입을 열었다.
“그냥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사는 사람처럼 보일까 싶어서.”
“그게 뭐예요.”
이상한 소리에 수호가 옅게 웃었다. 애초에 은퇴하는 이유가 휴식을 위해서였다. 그러면 쉬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나태하고 게으른 사람처럼 보일까 걱정하는 주오를 보며 수호는 고개를 저었다.
“조금 쉰다고 형 게으르다고 생각 안 해요. 몇 년을 쉬면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그렇게까지는 쉴 생각 없어…….”
시무룩하게 말을 내뱉은 주오는 이내 싱긋 웃으며 수호의 손을 잡아왔다. 수호도 자연스럽게 손가락을 엮었다.
“일주일 뒤면 프로 생활도 끝이네. 조금 아쉽다.”
스무 살부터 스물일곱이 된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온 길이었다. 열정을 쏟아가며 보냈던 그 시간을 이제는 놓아준다는 게 아쉽지 않을 리가 없었다. 바다를 보는 주오의 시선에서 그의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수호가 주오의 손을 꽉 붙잡았다.
“너무 아쉬우면 조금 쉬다가 돌아오세요. 형은 여전히 잘하니까 다시 할 수 있잖아요.”
“……그래. 그때도 나랑 같이해 줄래?”
“형이 그렇게 하고 싶으면요.”
만약 주오가 다시 프로판으로 돌아온다고 하면 수호는 망설임 없이 주오가 있는 곳으로 갈 것이다. 단호한 수호의 시선에 주오는 활짝 미소 지었다.
“너무 좋다. 그런데 이제 슬슬 갈까? 수호 손 차갑다.”
11월의 바닷바람은 차가웠다. 체온이 낮아져 차가워진 수호의 손을 주오가 양손으로 감싸 쥐었다. 수호는 한결 따스해진 온기를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더 많은 주오의 온기가 필요했다.
“빨리 가요. 형이랑 자고 싶어요.”
“……그런 말 벌써부터 하면 숙소로 어떻게 돌아가.”
아래를 세운 채로 걸을 자신이 없다는 주오의 우는소리에 수호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서 어느 때보다 빠르게 숙소로 향했다. 두 사람이 향하는 발걸음마다 웃음소리가 떨어졌다.
* * *
숙소에 들어와 문이 닫히는 순간부터 두 사람은 서로가 한 몸인 것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주오는 수호의 아랫입술을 혀로 핥으며 살며시 깨물었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혀를 밀어 넣자 수호가 주오의 목을 끌어당겼다..
수호는 침대로 이끄는 주오에게 몸을 내맡기며 주오의 앞섶에 손을 가져다 댔다. 부드러운 옷감 아래에서 단단한 성기가 자신의 형태를 갖춰가고 있었다.
기둥을 따라 쓸어내리던 수호의 손이 이내 바지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그와 동시의 주오의 손도 수호의 두툼한 후드티와 그 아래 받쳐 입은 티셔츠 아래로 파고들었다.
바닷바람 때문에 차가워진 주오의 손이 달아오른 살결에 닿자 수호는 몸이 떨렸다. 움찔거리는 근육을 따라 올라온 주오의 손끝이 톡 튀어나온 살점을 꾹 눌렀다.
“하아……. 갑자기 든 생각인데 형 혼자 살면 우리 매일 이러고 있는 거 아니에요?”
부산에서 숙소를 잡은 그날부터 수호와 주오는 신혼부부처럼 눈만 맞으면 배를 맞췄다. 주오가 자취를 시작하면 아마 지금 같지 않을까. 그 생각은 주오도 이미 해본 적 있는 듯 생긋 웃으며 수호의 귓바퀴를 입술로 지분거렸다.
“수호가 싫으면 안 그럴게.”
숨과 함께 흘러들어 오는 주오의 낮은 음성에 아랫배가 찌르르 울렸다.
싫을 리가 없었다. 수호는 주오의 뺨을 잡아 시선을 맞추고는 입을 맞췄다. 수호가 먼저 그의 입술을 가르고 혀를 살짝 핥았다.
“……싫다고 한 적 없어요.”
말을 끝마친 수호는 더욱 진하게 주오의 혀를 빨았다. 혀뿌리와 목구멍 깊은 곳을 좋아하는 수호와 달리 주오는 앞니 바로 뒤, 볼록 나온 부분을 핥아주는 걸 좋아했다.
그 부분을 간질이듯 혀로 문지르자 주오의 손길이 더욱 급해졌다. 맞춘 입을 떼지 않은 채 수호의 하의를 급하게 벗겨낸 주오가 마른 허벅지를 타고 올라가 앞부분이 살짝 젖은 수호의 속옷을 벗겼다. 이제는 완전히 형태를 갖춰 버린 성기가 속옷을 벗기자 튕겨 나왔다.
귀두가 젖은 수호의 성기를 한 손에 쥔 주오는 손바닥으로 귀두 끝을 문질렀다. 얕게 파인 손바닥 주름이 기분 좋게 귀두를 긁었다.
수호도 주오의 바지를 벗겨내며 맞닿았던 입술을 떨어뜨렸다.
“아래 빨아주면 안 돼요?”
“해줄게.”
당연한 걸 왜 묻느냐며 주오가 수호를 침대에 눕혔다. 자연스럽게 아래로 내려가려는 주오를 수호가 고개를 저어 가로막았다. 주오의 눈이 깜빡거렸다. 왜 그러냐며 묻는 주오의 다갈색 눈동자에 의아함이 가득했다. 수호가 입을 열었다.
“저도 형 거 빨래요.”
“……어?”
주오는 무슨 소리를 들은 건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멍한 얼굴로 수호를 바라봤다. 이미 수호에게 아래를 여러 번 내준 주오였지만, 동시에 한 적은 없었다.
수호가 말하는 게 자신이 생각하는 그게 맞는지 곰곰이 생각하는 사이 주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수호가 생각은 그만두라는 듯 주오의 팔을 끌어당겼다. 가끔 주오는 자신을 너무 어리게 볼 때가 있었다. 스물셋, 알 만한 건 아는 나이었다.
수호는 여전히 감을 못 잡겠다는 듯 혼란스러운 눈을 하고 있는 주오를 향해 입을 열었다.
“같이 하자고요. 형은 저, 저는 형.”
“……진심이야?”
“그러면 거짓말이겠어요? 형도, 저도 둘 다 급하잖아요.”
그러면 같이 하는 게 효율이 좋지 않겠냐며 차분히 말을 잇는 수호였다. 주오는 입을 손으로 막았다. 감격한 건지 놀란 건지 모호한 얼굴로 수호를 보던 주오가 이내 눈까지 손으로 가려 버렸다.
“……수호는 배우는 게 너무 빠른 것 같아.”
“해본 적이 없는 거지, 알고는 있었어요.”
수호는 여전히 망설이는 주오를 끌어다 침대에 눕혔다. 수호는 주오 위로 올라가 반대로 엎드려 성기를 바라봤다.
“수, 수호야.”
민망하고 걱정스럽고 이래도 되는지 혼란스러운 주오의 마음이 음성에서 드러났다. 수호는 대답하지 않고 주오의 곧게 선 성기부터 붙잡았다.
성기를 붙잡힌 주오가 고개를 숙여 수호를 힐끔 바라봤다. 수호는 주오의 성기 끝에 혀를 가져다 댔다. 천천히 귀두를 핥으며 입안에 머금는 수호를 보며 주오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윽고 망설이던 주오도 수호의 엉덩이를 잡아 아래로 내리며 입을 벌렸다.
성기를 감싸는 축축하면서 따스한 감각에 수호는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 침대를 디디고 있는 무릎에 힘이 풀릴 것 같아서 수호는 몸을 웅크렸다.
주오는 수호의 허벅지를 단단히 붙잡으며 성기를 더욱 깊게 빨아들였다. 그럴수록 수호는 끙끙거렸다.
“형, 잠깐…… 자세 좀 바꿔요.”
이러다가는 진짜 주오 위로 쓰러질 것 같았다. 하지만 성기를 빠는 주오의 입술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허벅지를 쥐고 있던 손을 움직여 수호의 하얀 엉덩이를 쓸었다.
이윽고 주오가 벌어진 다리 사이만큼 열린 볼기 사이에 자리한 꽉 닫힌 주름을 꾹꾹 눌렀다. 이제는 주오의 손이 닿는 순간 자연스럽게 기대하게 되어버린 몸이 저절로 떨렸다.
“형, 저 힘 빠지는…… 읏.”
자세가 무너지지 않도록 힘겹게 지지하던 수호는 갑자기 안으로 파고든 손가락에 입을 꾹 닫았다. 막힘없이 들어와 내벽을 문지르면서 더욱 깊이 파고드는 손가락에 수호가 주오의 허벅지에 이마를 쿵 박았다.
주오는 내벽을 톡톡 건드리며 파고들 때마다 움찔거리는 수호의 성기가 귀여운지 쪽쪽 입을 맞췄다. 그러면서도 내벽을 헤집는 손은 멈추지 않았다.
“……아!”
꾸역꾸역 안으로 파고들던 손끝이 결국 예민한 부위에 닿자 참고 있던 신음이 박 터지듯 터져 나왔다. 수호는 더욱 주오의 허벅지에 얼굴을 비비적거렸다.
살짝살짝 올라오는 감각이 척추를 타고 찌르르 울렸다. 이제는 이런 얕은 느낌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수호는 두꺼운 성기가 안을 파고들 때 주는 쾌감을 떠올리고는 여전히 곧게 선 주오의 성기를 부여잡았다. 기둥을 핥으며 재촉하자 주오가 구멍에서 손가락을 빼냈다.
“수호야, 일어나 봐. 콘돔 꺼내야 해.”
침대 옆 탁상까지 손을 뻗어도 닿지 않자 주오가 수호를 불렀다. 수호는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주오가 서랍을 열기 전에 주오의 허벅지에 앉은 수호가 주오의 성기를 붙잡았다.
“안 껴도 되니까 그냥 해요.”
“어? 하지만 뒤처리하기 힘들잖아.”
전에도 고여 있는 걸 스스로 빼지 못해 주오가 빼준 적이 있었다. 그때의 기억에 주오가 당황해 물었지만, 수호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그때 느낀 거지만 그냥 하는 게 주오가 더욱 잘 느껴졌다. 단단한 맨살의 느낌이 좋았다.
수호는 그대로 주오의 성기를 잡고 몸을 아래로 내렸다.
“수, 수호야?”
주오는 자신 위에 올라타 스스로 성기를 품는 수호를 당황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수호는 상체를 숙여 주오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매일 몸속에 넣는 물건이었지만, 막상 스스로 넣으려니 마음처럼 쉽지가 않았다. 입구를 한껏 벌리고 들어오는 감각에 소름이 돋았다. 소름 돋게 짜릿한 감각이었다.
“읏…… 형, 도와줘요.”
귀두만 품은 채 어정쩡하게 멈춰 선 수호가 매달리자 주오가 수호의 눈가에 입을 맞추고는 그의 허리를 부여잡았다.
마른 허리를 단단하게 붙잡은 주오가 단숨에 허리를 쳐올렸다.
“……아!”
주오의 성기가 내벽 깊은 곳에 처박혔다. 그렇게 어렵던 일을 순식간에 끝내 버린 주오가 부들부들 몸을 떠는 수호를 끌어당겼다.
“수호야, 괜찮아?”
주오는 아직까지 찌르르 울리는 쾌감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수호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주오가 달래주듯 수호의 얼굴 이곳저곳에 입을 맞췄다. 수호는 엉금엉금 상체를 세워 주오의 단단한 복근 위를 손으로 짚었다.
“이렇게 하니까…… 으, 너무 깊은 것 같아요.”
“그러면 바꿀까? 이런 자세면 수호도 힘들잖아.”
주오가 팔을 잡아 자세를 뒤집으려는 수호가 말렸다.
“괜찮아요. 매일 형만 힘드니까, 오늘은 제가 해볼게요.”
수호는 천천히 허리를 들어 올렸다. 성기 표면에 달라붙은 내벽이 쩌적거리며 천천히 떨어져 나갔다. 그러면서 뭉툭한 귀두가 입구 주위를 꾹꾹 누르며 자극했다.
그 쾌감을 좇아 수호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하지만 어리숙한 몸은 마음처럼 쉽게 움직여지지 않았다. 성기의 표면이 내벽을 긁을 때마다 수호는 멈칫거리며 신음을 흘렸다.
애타는 감각에 수호가 주오를 간절히 바라봤다. 감질 나는 건 주오도 마찬가지인 듯 주오의 미간이 찡그려져 있었다. 참고 있는 게 느껴지는 주오의 표정을 물끄러미 보던 수호가 주오의 미간에 입술을 꾹 눌렀다.
김주오는 무표정한 것도, 인상을 찡그리는 것도, 웃는 것도 모두 멋있다. 그래도…….
“형은, 읏…… 웃는 게 더 멋있…… 아!”
대체 어디서 자극받은 건지 모를 주오가 허리를 쳐올렸다. 방심하고 있는 사이 배를 쿵 치며 들어온 성기에 수호는 무너져 내렸다. 주오의 몸 위로 쓰러진 수호를 주오는 더욱 단단히 붙잡고 움직였다.
아래에서부터 힘차게 치고 올라오는 주오 때문에 몸이 자연스럽게 들썩였다. 빈틈없이 꽉 물린 하체에서 쾌감도 함께 들썩였다.
“아, 앗, 형…… 빠르!”
휘몰아치는 감각에` 수호가 주오를 다급히 붙잡았다. 그러자 주오가 수호의 입술을 찾아 혀를 엮었다.
“수호는, 사람은 너무…… 하, 부추겨.”
아래에서 움직이는 게 불편했는지 주오는 몸이 연결된 채로 수호를 침대에 눕혔다. 그 위로 올라탄 주오가 수호의 다리 한쪽을 팔에 걸고는 그대로 허리짓을 이어갔다.
한쪽 다리를 무릎으로 버티고 선 주오의 다리 사이에 갇힌 탓에 똑바로 눕기에는 자세가 불편했다. 수호가 편한 자세를 찾아 옆으로 돌아눕자 성기가 낯선 곳에 박혀왔다. 옆으로 치우쳐져 퍽퍽 박히는 성기에 수호는 한순간에 이성이 날아가는 것을 느꼈다.
“잠, 형! 아, 으읏! 흐, 이 자세, 이상한 것 같……!”
주오는 혼란스러워하는 수호의 허리를 더욱 끌어당겼다.
“아니야, 좋은 거, 흣 맞아.”
거침없이 박히는 성기에 수호는 시트를 붙잡고 버둥거렸다. 깊은 안쪽에 성기가 박히는 순간 수호의 성기에서 백탁액이 터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주오가 사정했다.
“하아, 하…….”
“사랑해, 수호야.”
주오는 땀에 젖어 이마에 붙은 수호의 앞머리를 쓸어 넘겨주며 입을 맞췄다. 격한 섹스에 축 늘어져 있던 수호도 화답하듯 주오의 목을 끌어당기며 입을 벌렸다.
주오와의 섹스 후에 느껴지는 이 나른함과 충족감이 좋았다. 정말로 평생 이렇게 살면 좋을 것 같았다.
수호는 한껏 뜨거워진 주오의 온기를 품 안에 끌어당기며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