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 달고나
놀이공원과 멀지 않은 숙소에 도착했을 때 주오와 수호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입을 맞췄다. 타액과 타액이 섞이는 축축한 소리와 함께 급하게 신발을 벗어 던지는 소리가 입구부터 이어졌다.
주오의 거대한 몸뚱이가 급하게 밀고 들어오자 상대적으로 체격이 작은 수호의 몸이 기울어졌다.
“형, 잠깐…… 넘어질 것 같아요.”
침대로 가기 전에 바닥에 고꾸라질 것 같아 다급히 겹치던 입술을 떼어내자 주오가 수호의 허리를 더욱 강하게 감쌌다.
“아니야. 내가 잘 잡고 있어서 괜찮아.”
반쯤 수호를 들어 올린 주오는 무겁지도 않은지 그대로 침대로 수호를 앉혔다. 어느새 수호 위로 올라타듯 침대를 무릎으로 짚고 올라선 주오는 어딘가 다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런 얼굴은 오늘로 두 번째였다. 색다른 주오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열기가 펄펄 치솟았다.
“그런 얼굴 하면 야한 거 알아요?”
담백하고 다정한 얼굴에 성욕이 비치는 순간. 수호는 주오의 그런 얼굴이 너무 좋았다.
주오의 목을 끌어당기며 그의 아랫입술을 살짝 핥자, 살며시 맞닿은 입술에서 거친 숨이 새어 나왔다.
“수호 너도, 이러는 거 야해.”
그대로 입술을 겹친 주오는 수호의 입안 깊은 곳을 핥았다. 혀를 뭉근하게 누르며 혀뿌리와 입천장을 자극하는 주오로 인해 허리께가 찌르르 울렸다.
수호는 슬랙스에서 주오의 티셔츠를 빼내곤 그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손끝에 닿는 탄탄한 살결이 지나치게 뜨거웠다.
“잠깐, 땀 흘려서 더러워.”
허리춤에 닿는 수호의 손을 빼낸 주오는 당황한 얼굴을 했다. 수호는 주오를 불퉁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이렇게 시작 전부터 멈출 거였으면 현관에선 왜 달라붙었어요. 불만스러운 수호에 시선에 주오는 미안하다는 듯 웃어 보였다.
“씻고 하자.”
“싫어요.”
고개를 젓자 주오가 곤란하다는 눈을 해 보였다. 수호는 망설이는 주오의 팔을 당겼다.
“어차피 땀 흘릴 거 아니에요? 그냥 해요.”
“그래도…….”
냄새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하는 건 알겠지만, 수호는 이 상황에서 조심스럽기만 한 김주오가 답답했다. 가까워진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형, 나 급해요. 형은 아니에요?”
이미 입구에서부터 찰싹 몸을 겹치며 들어왔던 두 사람이었다. 주오의 성기가 그때부터 단단해져 있다는 걸 모를 수가 없었다. 수호는 주오의 목에 감겨 있던 손을 내려 그의 벨트를 잡았다.
수호의 손이 닿는 순간 주오는 한계라는 듯 눈가를 찡그렸다. 그 후에 수호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김주오가 위에서 덮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아, 흐…… 형.”
“진짜 이러기 싫은데, 못 참겠어.”
주오의 손이 다급하게 티셔츠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유독 큰 손이 복부를 감싸자 아랫배에 열기가 더욱 몰렸다.
수호도 지지 않고 주오의 벨트를 풀어내며 입을 벌렸다. 요즘 들어 최고의 호흡이라고 불리는 명성대로 주오가 그 틈새로 혀를 밀어 넣었다. 자연스럽게 주오의 혀를 감싸며 끌어당겼다.
질척이는 소리와 난잡하게 섞이는 숨결은 어느새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었다. 꼭 술에 취하는 기분과 같았다. 두둥실 몸이 떠오르는 느낌.
바지 속 주오의 음모를 손가락으로 문지르던 수호는 성기를 그러쥐었다. 한껏 발기한 성기는 이런 게 어떻게 속옷 아래에 눌려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팽팽했다. 표면에 두드러진 혈관이 수호의 손길이 닿자 움찔거렸다.
“귀여워……. 아!”
손안에 가득 차는 두께와 묵직한 질량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하지만 손이 닿는 족족 움찔거리는 게 귀여웠다. 맞닿은 입술 사이로 수호가 작게 속삭이자 주오가 아랫입술을 물어왔다. 그런 소리는 하지 말라는 듯.
아프진 않았지만 놀란 마음에 수호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러자 주오가 수호의 아랫입술을 달래듯 핥았다.
“이수호, 귀여워.”
귀엽다는 말로는 모자라는 듯 수호를 보는 주오의 시선은 너무나 뜨거워 차갑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번엔 수호가 주오의 아랫입술을 살며시 깨물었다. 그러자 주오의 미간과 함께 아래에 잡힌 성기가 함께 움찔거렸다. 움직이는 혈관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귀두로 향하자 주오의 입에서 탁한 숨이 터져 나왔다.
“하, 좋아. 수호야, 너무 좋아해.”
탄성과 같은 주오의 말 한마디는 수호에게 불을 지피기에 충분했다. 수호는 아래를 답답하게 구속하는 청바지와 속옷을 급하게 벗어 던졌다.
“형, 빨리.”
길쭉한 하얀 다리를 스스로 벌리며 자신을 보는 수호를 보자 주오는 이성이 모래알처럼 부서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팽팽하게 발기한 수호의 색이 고운 성기를 붙잡고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흣! 잠깐, 형……으응.”
수호는 성기를 감싸는 축축한 점막에 놀라 다급히 주오의 어깨를 잡았다. 이게 뭔가 싶어 당황한 수호가 주오를 꾹꾹 밀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양 허벅지를 단단히 고정한 주오는 그대로 수호의 성기를 입으로 희롱했다. 벗어나고 싶어도 돌부처처럼 밀리지 않는 주오로 인해 수호는 처음 겪어보는 쾌감에 빠져 정신없이 허덕였다.
이게 뭐야. 아래를 가르고 들어오는 성기가 주던 쾌감과는 전혀 다른 감각이었다. 혀가 기둥을 쓸어 올리며 귀두를 감싸고 쿡쿡 찌를 때면 허리가 저절로 들썩였다. 주오를 밀어내던 수호의 손은 어느새 멈춰서 그저 주오의 어깨를 꽉 잡고 있을 뿐이었다.
“형, 진짜, 아…… 흣. 그만.”
“하…… 조금만 더.”
입술 사이에서 성기를 빼낸 주오는 허벅지가 떨릴 때마다 움찔거리는 입구를 손으로 문질렀다. 앞에 가해지는 감각에 온 정신을 팔고 있던 수호는 뒤에 닿는 온기에 흠칫 몸을 떨었다.
“더, 더러워요.”
수호는 성기를 다시 입에 물려는 주오의 어깨를 밀었다. 주오와 마찬가지로 수호도 급한 마음에 바로 침대로 올라온 상태였다. 고개를 젓는 수호의 얼굴은 어느새 발긋한 물이 들어 있었다.
영상이나 사진으로만 수호를 접한 사람들은 절대로 볼 수 없는 표정. 주오는 그런 얼굴로 자신을 보는 수호가 더없이 좋았다.
“안 더러워.”
“아, 진짜 하지…… 으, 하지 말라니까…… 흣!”
자신의 어깨를 미는 수호의 손을 잡아 내린 주오는 그대로 성기를 입에 물었다. 혀끝이 닿자 움찔거리며 부피를 키우는 솔직한 모습이 귀여웠다.
주오는 더욱 깊이 성기를 입에 머금으며 한층 더 움찔거리는 입구 속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뻑뻑한 내벽과 입구는 단단하게 주오의 손가락을 조였다. 주오는 천천히 점막 구석구석을 문지르며 수호가 느끼던 부분으로 향했다.
주오가 침착하게 수호의 쾌감을 끌어내려고 하면 할수록 수호의 떨림이 심해졌다. 수호는 지금 딱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 사실 진짜 울고 싶었나 의문이 들었지만, 자연스럽게 눈에 물이 차올랐다.
수호는 당장에라도 사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주오의 입안에서 그럴 수가 없어 꾹 참으며 벗어나려고 버둥거릴 따름이었다. 수호의 표정이 다급했다.
“형, 제발. 그만 뱉…… 아! 흐, 아앗!”
정말 조금만 더 있으면 참지 못하고 사정할 것 같아 주오를 꾹꾹 밀던 수호는 순식간에 등골을 타고 올라오는 감각에 신음을 터뜨렸다. 어느새 주오의 손가락이 내벽 깊숙이 박혀 어느 지점을 찌르고 있었다.
바르르 떨며 몸을 웅크린 수호는 그대로 주오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으응, 하, 형, 그만……!”
평소의 김주오라면 금방 물러서겠지만, 섹스를 할 때는 집요한 편이었다. 주오는 여전히 수호의 성기를 자극하면서 뒤를 쑤셔댔다.
“아아! 흣…….”
수호는 머리를 울리는 날카로운 감각과 함께 사정했다. 결국 주오의 입안에 정액을 토해낸 수호는 밭은 숨을 내쉬며 주오의 어깨를 쳤다. 주오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듯 성기를 조이고 나서야 입을 뗐다.
“형, 빨리, 하아…… 뱉어요.”
주오는 입안 가득 찬 정액을 손바닥에 뱉어내고는 손가락에 펴 발랐다. 입에 비릿한 향이 개의치 않다는 얼굴로 주오는 정액이 묻은 손가락으로 입구를 자극했다.
“나 방금 갔…… 읏!”
“괜찮아. 조금만 더 하자.”
주오는 입술에 묻은 정액을 혀로 삭삭 핥아 삼키고는 수호의 뺨과 발긋한 눈가에 입을 맞췄다. 정액이 윤활제 역할을 해서 손가락이 한결 부드럽게 진입했다. 주오의 손이 예민한 부분을 건드릴 때마다 수호의 허리가 움찔거렸다.
“이제 손은…… 하, 그만.”
아득한 수호의 시야로 팽팽하다 못해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터질 것처럼 꼿꼿하게 선 주오의 성기가 들어왔다. 저렇게 세우고 참고 있는 주오가 얼마나 힘들지 같은 남자로서 모를 리가 없었다.
수호는 가시지 않는 쾌감을 억누르며 주오의 성기를 붙잡았다.
“읏, 지금 건드리면 안 돼.”
역시 자극이 심한지 주오의 미간이 신경질적으로 일그러졌다. 수호는 탁상으로 손을 뻗어 들어오기 전에 산 콘돔을 찾아 포장을 뜯었다.
“빨리요. 손가락 말고, 형이 해요.”
여전히 묵직한 성기가 들어올 때는 눈가가 찡그려질 만큼 벅찼지만, 그래도 그것이 주는 감각은 손가락과 비교가 되질 않았다.
주오를 끌어당긴 수호는 서툴게 콘돔을 성기에 씌웠다. 그러는 중에 수호의 손가락이 성기를 스칠 때마다 주오의 눈매가 움찔거렸다. 마침내 수호는 주오의 목에 팔을 감고 다리를 벌렸다.
“수호야, 나 무서워.”
“뭐가요?”
수호는 가까워지는 주오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뭐가 무섭다는 걸까. 도통 이해 못 할 말을 하는 주오의 표정이 심각했다.
주오가 수호의 뺨에 뺨을 비비며 걱정스럽다는 듯 입을 열었다.
“수호가 벌써 이렇게 적극적이면, 나중에는 어떨까 싶어서.”
나중에 난 설레고 좋아서 죽을지 몰라. 정말로 걱정된다는 듯 심각하게 뒷말을 속삭이는 주오가 귀여워 수호는 그를 꽉 끌어안았다. 열기가 몰려 주오의 귓가도 붉은 기가 돌고 있었다.
“익숙해져요. 저도 익숙해지는 중이에요.”
몇 번 몸을 섞은 것도 아니지만, 수호도 천천히 주오에게 적응해 가는 중이었다. 주오가 입을 맞출 때도, 가볍게 손을 잡을 때도 수호는 가슴이 벅차올라서 숨이 막혔다.
이러다가 정말 큰일 나겠다 싶을 때도 많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좋았다. 분명 주오도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수호는 단단한 주오의 어깨에 이마를 쿵 박으며 속삭였다.
“……형이 너무 좋아요.”
“미안해. 더는 못 참을 것 같아.”
“뭐, 아……! 형, 흣!”
미안한 감정이 한가득 담긴 주오의 말에 뭐라고 대답을 하기 전에 두툼한 성기가 몸을 가르며 박혔다. 대화 중에 갑자기 이렇게 들이닥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기에 수호의 눈이 크게 벌어졌다.
벌어진 입술 사이에서도 새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수호는 인내의 아이콘 같았던 평소의 김주오와는 다르게 성급하게 성기를 박는 주오를 다급히 붙잡았다. 하지만 몸은 여전히 그의 움직임에 맞춰 정신없이 흔들렸다.
“너무 빨라…… 으응! 하, 형!”
“미안, 미안해.”
주오는 아래에서 템포를 따라오지 못하고 헐떡이는 수호의 얼굴 곳곳에 입을 맞췄다. 다정한 입맞춤과는 다르게 그의 허리짓은 거칠었다. 그만큼 안쪽의 자극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수호는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성기가 파고들 때마다 내벽을 뭉개는 감각이 선연하게 다가왔다. 단단하고 뜨거운 것이 민감한 부분을 쳐올릴 때마다 수호는 밭은 숨을 뱉어냈다. 이제는 벌어진 입술 사이에서 소리 없는 신음만이 새어 나올 뿐이었다.
“수호야, 너무 하, 읏…… 좋아.”
주오는 고개를 젖힌 채 큰 눈을 깜빡이는 수호를 바라보며 더욱 강하게 밀어붙였다. 수호의 눈가에 고인 눈물이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내렸다.
물기가 충만한 눈가만큼 아래도 어느새 축축하게 젖어 성기를 한껏 품었다. 성기와 내벽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음란했다.
주오는 수호의 속눈썹에 맺혀 아롱거리는 눈물을 새가 모이를 먹는 것처럼 쪼았다. 짭짤한 맛이 입안 가득 맴돌았다. 주오는 질끈 감은 수호의 눈가를 혀로 핥았다.
“으, 아흐…… 형, 개 같……!”
“응, 윽, 좋아. 하아…… 뭐든 좋아.”
수호가 뭐라고 생각하든 괜찮았다. 주오는 정말 수호의 말처럼 개같이 허리를 흔들었다.
그럴 때마다 하얀 시트에 흩날리는 수호의 검은 머리가 주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단정한 이수호의 이런 모습은 어디서도 볼 수 없었다. 오로지 자신만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주오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그만 핥아요…… 아! 나, 잠깐.”
발기한 수호의 성기가 성난 주오의 움직임에 맞춰 흔들렸다. 때 타지 않은 빛깔이 예쁜 성기가 만져달라고 유혹적으로 외치는 것 같았다. 주오는 목을 감싼 수호의 손을 풀며 성기를 쥐여 줬다.
수호는 무의식적으로 손에 닿는 성기를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뒤에서 치고 올라오는 감각과 함께 앞에 가해진 쾌감에 수호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주오는 허리를 감싼 수호의 다리를 어깨 위로 올리고는 입을 맞췄다.
허리가 들어 올려지면서 주오의 성기가 더욱 깊게 박혀왔다. 아랫배가 터질 것 같았다. 수호는 성기를 흔들던 손으로 아랫배를 감쌌다.
“형, 배 터질 아흣! 으, 으응!”
“괜, 헉, 괜찮아. 아니야.”
수호는 허리가 반쯤 접힌 채 주오를 받아내느라 정신을 놓아버릴 것 같았다. 허리가 뻐근했다.
주오가 빠르게 전진과 후퇴를 하는 입구도 얼얼했다.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지금쯤 한껏 벌어져 힘겹게 성기를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다.
주오가 수호의 입구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아! 만지지 말…… 아, 흑!”
주오가 지독하게 참아왔다는 게 느껴졌다. 한층 더 사나워진 기세에 수호는 다급히 주오를 바라봤다. 자신에게 향한 주오의 시선이 지나치게 뜨거웠다.
사납게 느껴지는 낯선 시선이었지만, 그 깊은 곳에 자리한 애정을 확인한 수호는 주오를 향해 손을 뻗었다.
“형, 나 키스…… 으응! 하, 하고 싶……!”
“읏, 하아…… 수호야 입, 벌려봐.”
주오의 말대로 밭은 숨을 내쉬며 입을 벌리자 그 사이로 주오가 혀를 넣어왔다. 그 덕에 더욱 몸이 반으로 접힌 수호는 끙끙거리며 주오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코로 숨을 내쉬는데도 숨이 차 고개를 뒤로 물리며 입술을 살짝 떼며 숨을 몰아쉬었다. 하지만 만족할 만큼 폐에 공기를 넣기도 전에 주오가 다시 입술을 겹쳤다.
“으응, 흥…… 하아!”
“귀여워, 섹시해. 하, 윽 너무 좋아.”
다리에 힘이 빠져 주오의 어깨에서 주르륵 흘러내렸다. 주오는 수호의 늘씬하게 뻗은 종아리를 다시 어깨에 걸치고는 두 손으로 수호의 뺨을 잡아 입을 맞췄다.
“미안해, 너무 거칠지…… 하.”
“천, 천히…… 아, 흐!”
수호의 애원에도 주오의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뿐이었다. 이제 끝에 도달해 가는 듯 고환을 엉덩이에 처박을 만큼 깊이 성기를 넣었다. 물기 어린 소리가 더욱 빠르게 울렸다.
“으, 아읏…… 으응!”
“하아, 읏!”
수호도 더는 깊이 들어올 수 없다고 느낄 만큼 주오의 성기가 안쪽을 자극하자 시야가 아득해졌다. 수호의 성기에서 정액이 터져 나왔다. 수호가 사정하는 동시에 주오가 눈가를 찡그렸다. 한껏 성기를 조이는 내벽에 주오도 사정했다.
맞닿아 떨어지지 않았던 두 사람의 입술이 떨어진 건 남은 정액까지 모두 비워낸 후였다. 수호는 신선하게 느껴지는 공기를 가득 들이마시며 헐떡였다. 주오도 거친 숨을 몰아쉬며 눈가에 아롱아롱 물기를 머금은 수호를 꽉 끌어안았다.
수호의 성기에서 나온 정액이 서로의 배에 가득 문질러졌지만, 두 사람은 개의치 않았다. 수호도 이 정사의 여운을 더욱 즐기고 싶었다. 무겁게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주오의 등을 힘없는 팔로 감싸 안았다.
“……힘들어요.”
한 번뿐인 관계였음에도 수호의 목소리는 이미 갈라져 있었다. 수호는 주오의 어깨에 이마를 문질렀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땀이 느껴졌다. 하지만 둘은 더욱 서로를 끌어안았다.
“많이 힘들었어?”
“조금요.”
주오는 눈을 감은 채 자신을 꽉 끌어안은 수호의 귓가에 입술을 맞췄다.
“미안해. 진짜 미안.”
힘들게 한 게 미안했는지 계속 사과하는 주오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직 몸 안쪽에 자리한 성기는 어느새 다시금 단단해져 있었다.
“조금 쉬면 안 돼요?”
“미안……. 한 번만 더하고 쉬면 안 될까?”
주오는 다갈색 눈동자를 도로록 굴려 수호를 바라봤다. 방금까지 사납게 굴던 사람은 어디 갔는지 다시 온순해진 눈으로 자신을 보는 주오였다. 수호는 주오의 뺨에 입술을 꾹 찍었다.
“……좋아요.”
하지만 수호가 쉴 수 있게 된 건 그 뒤로 시간이 조금 더 흐른 뒤였다.
* * *
“형…… 진짜 더는 못 하겠어요.”
체력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닌 수호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침대에 늘어졌다. 힘겹게 눈을 깜빡이던 수호를 놓아주자 그는 한순간에 잠에 빠져들었다.
잠든 수호를 깨끗하게 씻긴 것은 주오였다. 성교의 흔적들이 하얀 피부 이곳저곳에 가득했다. 주오는 괜히 뿌듯해졌다.
잠든 수호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히자 수호가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수호가 잠결에 움직일 때마다 평소랑은 다른 향이 퐁퐁 새어 나왔다.
주오는 수호가 덮은 이불 안으로 파고들어 가 색색 고른 숨을 내쉬며 잠든 수호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피부가 유독 하얀 편이라 검은 속눈썹과 연한 입술의 색감이 도드라져 보였다. 주오는 괜히 손가락으로 수호의 볼을 쿡 찔렀다.
“으음…….”
피곤함에 곯아떨어진 수호는 닿아오는 자극이 귀찮은지 눈가를 살며시 찡그렸다.
수호는 뚱한 얼굴만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가까이서 지내면서 본 수호는 생각보다 많은 표정을 지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수호가 자신을 보며 처음 웃었던 날을 떠올리면 아직도 심장이 뛰었다.
주오는 이런 날들이 오래오래 가기를 바라며 수호에게 몸을 더욱 붙였다.
“너랑 같이 데뷔했으면 좋았을걸.”
프로게이머의 수명은 짧다. 요즘은 전보다 길어졌다면 길어진 편이긴 했지만, 올해로 7년 차인 RAIN은 이제 막바지였다. 주오는 그게 아쉬웠다. 조금이라도 나이가 어렸더라면, 수호랑 더 오래 한 팀에서 뛰는 게 가능했을 텐데.
잠든 수호를 보는 주오의 다갈색 눈에 짙은 아쉬움이 묻어났다. 주오는 조심스럽게 수호를 끌어안았다.
끌려오는 수호의 눈가가 다시금 찡그려졌지만, 이내 주오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고는 표정이 풀어졌다.
주오의 가슴에 등을 기대며 편안한 자세를 잡은 수호는 다시금 고른 숨을 내쉬며 더욱 깊게 잠에 들었다.
주오는 수호의 검은 머리칼에 얼굴을 비비적거렸다.
“그래도 너랑 같은 팀 해볼 수 있어서 좋았어.”
작년까지만 해도 꿈이라고 생각했다. 늘 수호와 올스타전에 함께 참여했던 주오였다. 하지만 수호는 언제나 거리를 주오와 거리를 뒀었다. 그 이유를 이제는 알지만 그때는 너무 슬프고 아쉬웠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밀어붙인 게 이렇게 잘될 줄 알았더라면 처음부터 그랬을 텐데. 그러면 수호와 조금 더 빨리 같은 팀이 되지 않았을까.
많이 아쉽고 아쉬웠지만, 주오는 지금이 좋았다. 앞으로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니까. 다만 그게 수호의 바로 옆이 아니라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래도 닿지 못할 사람에 불과했던 그에겐 그것조차 엄청난 행운이었다. 주오는 수호의 뒷머리에 짧게 입을 맞췄다.
“너랑 우승컵 들고 싶다.”
그것이 김주오가 프로게이머의 삶에서 바라는 마지막 목표였다.
주오는 수호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눈을 감았다. 몇 개월 뒤에 스포트라이트가 가득한 무대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상상했다.
상상 속 수호가 자신을 향해 미소 짓는 걸 보면서 주오도 마주 웃었다.
* * *
[오늘도 어김없이 굉장한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제라드 GG!!!]
[이야, 요즘 기세가 굉장한데요? 오늘 승리로 순위 싸움이 쟁쟁한 상위권 경쟁에서 제라드가 1위로 올라갑니다!!]
박동진 해설이 열 개 팀의 순위표를 내려놓으며 소리쳤다. 세트 승 하나로 인해서 순위가 바로 바뀔 만큼 쟁쟁한 상황에서의 1위였지만, 그래도 연습에 시간을 아끼지 않은 선수들에겐 단 꿀열매와 같았다.
“1위다, 1위!”
대기실로 향하는 우찬의 걸음이 가벼웠다. 너무 가벼운 나머지 장비가 든 백팩이 덜렁거리자 은기가 낮은 욕설과 함께 우찬을 붙잡았다.
“미친놈아, 조심해.”
“그러게 말이다. 그러다가 장비 망가진다?”
백팩 손잡이를 잡아챈 은기의 욕설 뒤로 웃음기가 밴 선우의 음성이 우찬을 타박했다. 버둥거리며 은기에 손에서 벗어난 우찬이 두 사람을 팽하니 돌아봤다.
“재수 없는 소리! 근데 그건 됐고, 우리 숙소 가서 축하 파티하자. 1위 기념 축배, 어때?”
“순위 싸움 치열한 거 모르냐. 2위 팀이 2:0으로 승리만 해도 공동 1등이다.”
실없는 우찬을 은기가 못마땅해하자, 옆에 있은 선우가 고개를 돌려 뒤에서 오던 주오와 수호를 바라봤다. 그 때문에 닿은 듯, 안 닿은 듯 있던 두 사람의 손이 거리를 벌리며 떨어졌다.
“형, 간단하게 캔맥주 사서 먹는 거 어때?”
“좋아. 요즘 계속 연습만 했으니까 오늘 하루는 풀어지는 것도 괜찮겠지.”
주장의 허락이 떨어지자 우찬이 다시금 백팩을 이리저리 흔들며 덩실거렸다. 은기는 아직 시즌이 끝난 것도 아닌데 벌써 그러면 되냐는 눈으로 주오를 바라봤다.
“너도 오늘은 머리 좀 비워라. 요즘 예민해져 있잖아.”
플레이오프 진출 팀을 가리는 시기가 다가오자 부쩍 예민해지기 시작한 은기를 달래며 주오가 방긋 웃었다. 은기는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지만 이내 어쩔 수 없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레인 씨 최고야! 빨리 가자. 빨리! 안주는 뭐 시켜 먹을까?”
“먹고 싶은 거 아무거나 시켜.”
기대감이 잔뜩 서린 우찬의 질문에 은기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우찬은 그런 은기의 태도에도 여전히 신이 난 채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핸드폰 어플로 메뉴를 둘러보는 우찬은 바빠 보였다.
“주오 형은 매운 거 별로 안 좋아하니까 회랑 닭발 시키자.”
“그 조합은 대체 무슨 조합이냐?”
“내가 오늘 먹고 싶은 조합이지.”
선우의 말에 하하호호 즐겁게 대답한 우찬은 그대로 루퍼 코치에게 달려갔다. 음식 도착하기 전에 빨리 가달라는 음성이 대기실 복도에 아주 성대하게 울렸다.
“뭐야, 오늘 술이라도 먹으려고?”
뒤늦게 코치진들과 대화를 끝내고 나온 진형이 웃으며 다가왔다. 주오가 고개를 끄덕이자 진형이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래. 고생했으니까 적당히들 마시고 오늘은 쉬어라.”
“네. 내일 봬요.”
“그래그래. 들어가라.”
진형도 1위로 올라선 게 기쁜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들어가 보라고 손을 흔드는 진형에게 우찬이 손을 머리 위로 크게 흔들며 소리쳤다.
“감독님 안녕이에요!”
“김우찬, 이 미친놈아. 인사를 왜 그렇게 해.”
“감독님도 푹 쉬세요.”
소란스럽게 인사를 건넨 선수들은 코치를 따라 차에 올랐다. 막힘없이 차가 숙소로 향하는 와중에도 루퍼를 보채는 우찬의 음성은 끊이질 않았다. 숙소 앞에 차를 멈춘 루퍼가 뒷좌석으로 손을 뻗어 우찬의 머리에 꿀밤을 놨다. 그래 봤자 장난 어린 손짓이었지만, 우찬은 머리를 감싸 쥐며 아픈 소리를 흘렸다.
“운전하는데 정신 사납게 하지 마라.”
“감독님한테 이를 거예요.”
“됐고 내리기나 해라. 그러다가 음식 오겠다.”
“아! 나는 올라가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맥주 좀 부탁해!”
우찬은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파트로 뛰어 들어갔다.
“제가 갔다 올게요. 들어가 있어요.”
백팩을 메고 내린 은기가 자진해서 손을 들었지만, 이내 그 손은 다시 내릴 수밖에 없었다. 선우는 은기의 팔을 잡고 주오와 수호를 돌아봤다.
“궂은일은 주장이 해야지. 그럼 부탁합니다.”
그렇게 말해봤자 둘이 있을 시간을 따로 빼주려고 한다는 걸 주오는 모르지 않았다. 복도에서 주오와 수호의 손이 애매하게 닿고 있는 걸 봤을 때 선우의 눈이 둥글게 휘어졌던 걸 주오는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종류는?”
“아무거나 상관없어. 은기, 너는?”
선우는 자신보다 큰 은기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아래로 끌어내렸다. 정말 싫다는 듯 얼굴을 구긴 은기였지만 반항 한 번 없이 허리를 굽힌 채로 주오를 바라봤다.
“저도 상관없어요.”
“알겠다. 그러면 들어가 있어라. 금방 올라갈게.”
“네.”
“아, 맞다 자잘한 간식거리도 사다 줘. 그럼 먼저 간다.”
허리를 굽힌 채 걷는 게 불편한지 불만스러운 은기의 음성이 들렸지만, 가볍게 웃음으로 승화시킨 선우가 그대로 은기를 끌고 아파트 입구로 들어갔다.
사람이 모두 사라지자 주오는 얌전히 옆에 서 있던 수호를 바라봤다. 수호의 시선도 주오에게 향했다.
“나는 선우가 참 좋더라.”
“저는 형을 선우 형이랑 공유할 생각 없어요.”
“……어?”
말간 수호의 시선에 어딘지 불만스러운 기색이 엿보였다. 이윽고 수호의 말을 이해했는지 주오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다 결국은 웃음을 터뜨렸다.
어둑해지는 하늘과 환하게 웃는 주오, 그리고 낮게 터지는 행복 어린 웃음이 순간적으로 수호에게 파고들었다.
정말 공유하기 싫다. 수호는 자신이 독점욕이 있다는 걸 이럴 때 체감했다.
묘하게 수호의 속이 꼬이는 와중에도 주오는 여전히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내 웃음을 그치고 주변을 둘러본 주오가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숙여 짧게 입을 맞췄다.
“평생 나를 남과 공유하지 말아줘.”
주오만 허락한다면 수호는 그럴 생각이었다. 이렇게 한 사람에게만 떨리는 마음이 좋다는 걸 알아버린 수호는 놓칠 생각이 없었다.
수호는 여전히 불퉁한 시선으로 주오를 바라봤다.
“그래서 선우 형이 좋아요?”
“아, 선우는 그냥 친구로 좋아. 너랑 이렇게 둘이 있을 수 있는 시간 만들어주잖아. 참 착해.”
생각해 보면 그랬다. 주오와 둘이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건 보통 선우였다. 수호의 뚱하던 음성이 조금 누그러들었다.
“그런 거였어요?”
“응. 나는 언제나 수호만 좋아해.”
단언하는 주오의 음성에 수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저도요.”
좋아해, 라는 말은 정말 마법 같았다. 듣는 순간 기분이 좋아졌고, 말을 꺼내는 순간에도 심장이 떨렸다. 주오도 마찬가지인지 그의 미소가 설렘으로 가득 차올랐다.
주오의 미소를 멍하니 감상하던 수호는 부르릉 울리는 오토바이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우찬이 특히나 자주 시키는 가게의 상표가 보였다.
“닭발 왔나 봐요. 어서 술 사서 들어가요.”
“조금만 더 늦게 오지.”
신속 배달된 닭발이 야속한지 주오의 눈빛이 불만스럽게 변했다. 수호는 그런 주오의 팔을 잡아끌었다.
“남은 얘기는 조금 있다가 방에 들어가서 해요.”
“너무 좋아.”
크게 고개를 끄덕인 주오는 이내 편의점으로 들어가 팀원들이 좋아하는 맥주를 골라 담았다. 은기가 좋아하는 해외 맥주를 담는 주오를 보며 수호가 문득 생각난 듯 물었다.
“그런데 요즘 은기 괜찮아요?”
“응? 뭐가?”
수호는 최근 경기가 끝나고 유독 심각하게 자신의 플레이 영상을 보면서 심각해지던 은기를 떠올렸다. 스프링 때도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요즘에 자기 플레이를 너무 비관하는 거 같아서요.”
“아아.”
수호가 말하려는 의도를 파악한 주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그가 묘한 표정으로 눈을 굴리고는 입을 열었다.
“……서머 시즌 막바지라서 그런 것 같아. 스프링보다는 중요도가 높으니까. 더 신경 쓰이겠지.”
“원래도 그랬어요?”
“매년 그런 편이긴 한데……. 음, 지금은 그냥 두는 게 좋을 것 같아. 우승하고 싶다는 목표에서 나오는 의욕이니까.”
“형이 그렇게 말하면 됐어요.”
스프링과 서머 시즌의 중요도는 달라서 은기가 유독 열을 내는 게 이해는 된다. 그게 심각해지지만 않는다면.
괜찮을 거란 주오의 말에 수호는 자신이 먹을 몫의 맥주를 담고는 냉장고 문을 닫았다.
“형은 음료수예요?”
“아니. 오늘은 다 같이 축배니까 딱 한 캔만 하려고.”
500㎖의 맥주가 가득한 바구니 사이로 330㎖의 작은 맥주 캔 하나가 눈에 띄었다. 수호는 문득 올스타전에서 술을 먹고 취했던 주오가 떠올라 빙긋 웃었다. 수호가 갑자기 웃자 주오의 시선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왜?”
“올스타 때 형 취했던 거 생각나서요. 오늘도 그러는 건 아니죠?”
“아…… 아니야. 오늘은 아니야. 이 정도로는 안 취해.”
주오는 머쓱하고 민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고개를 살짝 돌려 얼굴을 감추는 주오의 뒤를 따라가며 수호는 계속 웃었다.
“그때 제가 형 양말 벗겨 드렸는데 기억해요?”
“수호가? 내가 벗은 거 아니었어?”
당황한 듯 고개를 홱 돌려 수호를 바라보는 주오의 눈이 커져 있었다. 수호는 주오의 귀여운 행동에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제가 벗겨 드렸어요.”
“아, 미안. 꼴불견이었지.”
“아뇨. 재밌었어요.”
생각해 보면 그때 주오의 대한 인식이 바뀌기도 했다. 살아 있는 예술품 같던 주오가 그때 처음으로 살아 있는 인간으로 보였다. 만약 그 일이 없었으면 이런 사이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다음부터는 조심할게.”
수호에게 술 취한 사람의 양말이나 벗기게 했다는 게 스스로에게는 자괴감이 드는 일인지 주오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수호는 계산을 마친 맥주를 봉투에 담으며 고개를 저었다.
“조심하지 마요. 형 그러는 거 지금은 귀여울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럴 때 아니면 제가 언제 형을 챙기겠어요.”
궂은일, 귀찮은 일 모든 것을 주오가 도맡아 하고 있었다. 청소부터 빨래, 야식 만드는 것까지 주오는 수호가 도와주려고만 하면 늘 고개를 저었다. 수호가 그런 일을 하면 큰일이라도 나는 사람처럼 굴어서 언제나 뒤에서 주오의 행동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니 수호가 주오를 챙겨줄 때는 분명 그가 취했을 때 말고는 없을 거다. 수호는 나름 기대되는 상황에 꼭 주오가 캔맥주를 마시고 취했으면 했다.
“……그렇게 말하면 매일 취하고 싶어지잖아.”
수호가 귀여워만 해준다면 매일 고주망태가 되어도 좋은 주오였다. 이미 계산이 끝나 나온 편의점을 아쉬운 듯 돌아보는 주오를 수호가 얼른 잡아끌었다.
“아쉬워하지 말고 빨리 와요. 우리 늦었어요.”
“……응.”
여전히 아쉬워하는 주오를 보며 수호가 낮게 웃었다.
“다음에, 시즌 끝나고 매일 술 상대해 줄게요. 그때 취해요.”
“그래.”
그때 되면 매일 술 먹고 취할 거라며 다짐한 주오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는 그런 주오를 보며 술에 취한 것처럼 가슴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